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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5화 (115/150)

리턴 플레이어 115화

46장 조우(1)

아침 일찍 일어난 테일러는 파티원들과 함께 신설된 테일러 부대를 찾기 위해 마구간을 들려 말을 빌렸다.

테일러 부대의 주둔지는 수도 밖에 위치해 있었다.

말을 타고 1시간 정도를 움직이니, 목책 대신 기병 장애물을 잔뜩 설치한 부대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각하군.”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오는 하급 장교와 기사 한 명 없었고, 천막들은 낡아서 구멍이 뚫려 안이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곳곳에 엉망인 태도로 널브러져 있는 병사들은 갑옷조차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투를 앞둔 것은 아니었지만, 전시 상황에 갑옷조차 입지 않고 있는 것은 테일러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둔지를 둘러보고 있으니, 그나마 깔끔한 차림의 군복을 입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갈색 머리칼의 하급 장교가 보고를 받고 테일러의 앞으로 달려왔다.

“하급 장교 하드슨입니다. 연락은 받았습니다. 테일러 경.”

“귀관은 내가 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상태를 이렇게 유지했단 말인가?”

“하하. 다들 징집병이라 규율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습니다. 이해해주세요.”

테일러가 쏘아붙였지만 하급 장교 하드슨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장교는 자네가 전부인가?”

가이우스의 물음에 하드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고위 마법사님.”

하드슨의 대답에 테일러는 다시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100명 규모의 부대에 장교가 고작해야 하급 장교 한 명이라니, 상급 장교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적어도 하급 장교가 3명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명이라니.

절망적이었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는 부대라는 큰 기계를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 같은 존재였다.

지휘관이 모든 병사를 섬세하게 통솔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장교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했다.

충분한 장교가 확보되지 않은 부대는 제대로 기름칠이 안 된 기계처럼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상태창.”

테일러는 통솔 스킬 레벨을 확인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상태창을 말했다.

[테일러.

고위 기사

Lv:61

스킬[14/15]

Lv1 춤추는 슈발리에[S] Lv5 불의 검[B] Lv8 마력검[B] Lv7 파마의 검[A] Lv8 암석거인의 가호[B] Lv10상급 방어 검술[C] Lv7 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2 눈에는 눈 이에는 이[A] Lv6 마나연공법[C] Lv11 통솔[C] Lv5레인저의 직감[C] Lv2 결사의 의지[A] Lv1도주[E] Lv5벌목[E]

잔여 포인트:7]

통솔 레벨은 11이었다.

비록 C급의 스킬이었지만 11레벨 정도 되면 상당히 쓸 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징집병들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수준이 떨어지는 정규군 정도의 전력을 기대해 볼 법했다.

훈련을 조금만 시키면 평범한 정규군과 비슷한 전력을 전투에서 발휘할 정도가 될 것이다.

테일러는 부대의 병사들을 ‘훈련’시키기로 결심했다.

“하급 장교 하드슨.”

“네. 말씀하십시오. 경.”

“훈련장은 있겠지?”

“그렇습니다. 주둔지 중앙에 있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은 손가락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천막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하드슨이 가리키는 곳을 볼 수는 없었지만, 훈련장이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워낙에 허름한 주둔지라 훈련장도 없을 것 같았지만 다행히 훈련장은 있는 모양이었다.

“훈련장의 규모는?”

“꽤 큽니다. 저희 부대와 동일한 규모의 타 부대와 모의전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은 훈련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했다.

총원 200명이 모의전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면 그렇게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전 병력을 훈련장에 소집하도록.”

“네, 알겠습…… 네?”

하드슨은 깜짝 놀랐다.

테일러는 하드슨의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않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전 병력을 훈련장에 집결시키라고 했다. 그럼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하드슨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테일러와 파티원들은 그런 하드슨을 뒤로 한 채 훈련장으로 향했다.

주둔지에는 마구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임시로 마구간을 만들어 말을 쉬게 한 뒤, 훈련장으로 향했다.

“허수아비조차 없군요. 공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훈련장에 도착한 순간 알버트가 내뱉은 첫 마디였다.

알버트 후안의 말대로 테일러 부대의 훈련장은 훈련장보다는 공터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장비 보관함은커녕 허수아비와 과녁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냥 빈 공터였다.

하지만 하드슨의 말대로 넓긴 넓었다.

200명이 모의전을 치를 수 있는 크기였다.

“어쩔 생각이야?”

“기선 제압 겸 테스트라고 해두겠습니다.”

레드의 말에 대답한 테일러는 공터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하드슨이 100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공터로 오고 있었다.

“저희는 물러나 있겠습니다.”

알버트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버트와 파티원들은 공터의 구석으로 이동했다.

“명령대로 집결했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앞으로 나와 보고했다.

테일러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들을 살폈다.

장비 상태도 엉망이었고, 대열도 엉망이었다.

표정까지 왜 불렀냐는 듯 귀찮다는 얼굴이었다.

한심한 모습에 테일러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제군들을 지휘하게 된 고위 기사 테일러라고 한다. 지휘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기에 앞서 제군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싶다.”

테일러는 허리에 걸려 있는 마병기 전쟁의 나팔을 풀어 옆에 던졌다.

그리고 가이우스가 마법으로 제작한 엉성한 목검을 들어 올렸다.

“나의 공격으로부터 하급 장교 하드슨을 최대한 보호해 봐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시작한다!”

하드슨은 당황했지만, 테일러는 자비 없이 시작을 고했다.

테일러가 진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드슨은 재빨리 뒤로 빠졌다.

“좌익, 우익, 날개를 펼쳐라!”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중앙 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답게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는 하드슨.

병사들도 징집병이었지만 기본적인 훈련은 받았기 때문에 엉성한 움직임으로나마 하드슨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중앙이 전진하고 좌익과 우익이 넓게 퍼져 테일러를 포위했다.

“다치셔도 모릅니다!”

날카로운 창끝이 테일러를 노리고 쇄도했다.

테일러는 자신을 노리는 창들을 가벼운 움직임으로 피해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그쪽으로 갔어!”

병사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했지만 숙련된 장교들이 전령을 통해 통일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단 그 수준이 훨씬 떨어졌다.

통일되지 않은 정보들의 전달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뿐이었다.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테일러는 진형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병사들은 테일러가 진형에 파고들자 그를 막기보단 피하기에 급급했다.

소수의 용감한 병사들이 테일러의 앞을 막아섰지만 자비 없는 목검의 공격에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히익!”

진형을 돌파한 테일러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드슨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그런 그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거리를 좁힌 테일러는 천천히 목검을 하드슨의 목에 가져갔다.

“1분 30초. 제가 병사 100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애, 애초에 고위 기사를 상대로 무리였습니다.”

“체계적인 움직임으로 대응한다면 고위 기사를 상대로 버티는 것은 물론, 제압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겨우 훈련을 받기 위해 징집된 징집병들인데…….”

하드슨은 아직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의 남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테일러는 목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알버트가 건넨 마병기 전쟁의 나팔을 요대에 걸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부터 괴물들과 싸우러 갈 거니까.”

* * *

북부에 도착한 테일러는 하츠 실버레인 후작을 만날 수 있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테일러에게 막대한 물자를 지원해주었다.

최상의 갑옷과 무기, 그리고 보급품까지.

병력 지원은 무리였지만 대신, 다른 것을 충분히 지원해주었다.

충분한 물자를 지원받은 테일러는 전투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부대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알폰스를 통해 방패 사용법을 배우고, 알버트에게 검술을 배웠다.

심지어 레드에게 레인저 훈련까지 받았다.

방패 사용법과 검술은 할 만했지만, 레인저 훈련을 정말이지 지옥과 같았기 때문에 많은 병사가 불만을 토로했지만, 테일러는 채찍질을 계속 가할 뿐이었다.

지독한 훈련의 연속에 부상자도 속출했지만, 실비아의 놀라운 신성 기도문 덕분에 쉬지도 못하고 치료되어 다시 훈련에 임해야만 했다.

* * *

테일러가 병사들을 지독하게 훈련시키고 있을 때,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가 이끄는 몬스터 군단의 선봉 깃발을 든 녹색 거인 부족의 부족장 오우거 루우거드가 이끄는 2만 5천의 군대는 국경 수비대를 궤멸시키고 실버레인 후작령에 발을 들여 놓았다.

국경 수비대와의 전투에서 5천을 잃고 남은 2만의 몬스터 군대는 실버레인 후작령의 성과 도시를 차례차례 함락시키며 실버레인 중심도시를 향해 전진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향연이 펼쳐졌다.

잔혹한 학살에 살아남은 생명을 찾기 힘들었다.

그들도 지낼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건물을 불태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인명 피해는 막다했다.

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참하게 죽였다.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이 잔혹한 죽음의 진군을 북부의 작은 마을, 노스라이딜 마을도 피해 갈 수 없었다.

“꺄악! 살려주세요!”

“아이만은 제발……!”

평화로웠던 노스라이딜 마을에서 절규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노스라이딜 성을 점령한 루우거드는 별동대를 편성하여 주변에 보내 마을을 학살하고 약탈하여 물자를 보충하도록 했다.

상급 전사가 이끄는 30마리의 오크 전사들의 공격에 마을은 처참하게 유린당했다.

20명 규모의 자경대가 마을을 지키고 있었지만, 오크 상급 전사 하나를 상대하지 못하고 모두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노스라이딜 마을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전선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보낸 정찰대였다.

정찰대는 다수의 기사단과 북부 군단 소속의 레인저 소수로 구성되어 있었다.

약 다섯 개의 정찰대가 전선으로 투입되었는데, 그중 정찰대 두 개는 오크 정찰대를 만나 전투 중 전멸하거나 흩어져 각개격파 당했고, 두 개 정찰대는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최전방 주변만 정찰한 뒤 귀환했다.

마지막 남은 정찰대는 실버레인 후작 가문의 차남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지휘하는 정찰대였는데, 그들은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제법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정찰 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정찰 활동을 이어가는 도중에 노스라이딜 마을이 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적들이 눈치채기 전에 신속하게 이탈해야 합니다.”

길 안내를 맡은 북부 군단의 레인저가 수풀 속에 숨어 산 아래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을 지켜보고 있는 하인즈 실버레인 경에게 말했다.

그는 정찰대의 직무에 충실했다.

정찰대의 주 임무는 정찰이었지 전투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만 해야 했다.

“저희는 이탈하지 않을 겁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일어서며 검을 뽑았다.

레인저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하인즈 실버레인 경을 바라보았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검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누굽니까?”

“우리는!”

“북부의 늑대입니다!”

북부 늑대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늑대는 피 냄새를 지나치지 않는 법입니다.”

레인저는 주변을 살폈다.

레인저 6명을 제외하고 정찰대에 소속된 북부 늑대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은 모두 무기를 뽑아든 상태였다.

“어쩔 수 없군요. 저희는 이곳에서 엄호하겠습니다.”

결국 레인저는 뜻을 굽혔다.

“감사합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감사를 표한 뒤 기사단원들과 함께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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