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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3화 (113/150)

리턴 플레이어 113화

45장 몬스터 군단의 남하(1)

824년 9월 황금 군단 3만이 그랑키아 숲으로 남하했고, 그중 세이비아 로울리 백작이 이끄는 황금 군단 1만이 억제기를 향해 진격했다.

황금 군단이 그랑키아 숲에 진입한 순간, 정찰 중이었던 레인저 분대가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신속히 본대에 보고했다.

본대인 레인저 중대는 즉시 고위 마법사를 통해 수도의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통신을 연결해 이 사실을 보고했다.

현재 억제기에 주둔 중인 병력은 원정대까지 포함해 2천이 되지 않는 숫자였다.

프랑츠 제국의 정예인 황금 군단 1만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싸우면 전멸할 게 뻔했기에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유리 사우스 국왕은 그랑키아 숲에 주둔한 모든 병력에게 국경까지 후퇴를 명령했다.

사실상 억제기 수비는 포기한 것이다.

억제기 수비를 포기하는 대신, 국경의 군대와 합류하여 억제기가 파괴되고 남하할 몬스터 군단을 막는다는 게 국왕의 생각이었다.

국경의 군대와 합류하게 되면서, 테일러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제이드 기사단과 합류할 수 있었다.

* * *

“설마 황금 군단이 움직일 줄이야, 황금 군단의 군단장 베르헨 경은 그림자 대공과 사이가 나쁜 것 아니었나?”

국왕의 집무실을 찾아온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을 향해 아이반 왕자가 질문했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지 못하고 아이반 왕자의 질문에 대답해야만 했다.

그는 아이반 왕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베르헨 공작가가 사실상 무너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르헨 공작가의 군권을 그림자 대공이 장악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군 병력을 흡수한 것 같습니다.”

“보통 일이 아니군.”

아이반 왕자는 심각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기존의 프랑츠 제국에선 그림자 기사단과 같은 특수 부대에 대한 군권을 그림자 대공이, 그리고 황금 군단과 중앙 군단에 대한 군권을 베르헨 공작이 가지고 있었다.

사우스 왕국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적대감을 사우스 왕국을 향해 드러내는 그림자 대공과는 달리 베르헨 공작이 사우스 왕국을 향해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반전했다.

사우스 왕국을 향한 적개심이 깊은 그림자 대공이 황금 군단까지 흡수한 지금, 사우스 왕국은 사실상 프랑츠 제국과 전면전을 각오해야 했다.

거기다 남부 하이크 왕국까지 프랑츠 제국에 항복한 상황이니, 그림자 대공은 본인의 안전을 위해 수도에 배치했던 그림자 기사단과 남부 하이크 왕국에 보냈던 그림자 기사단까지 사우스 왕국을 치는 데 동원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일 쉬바스 백작이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렇군. 확실히 좋지 않군.”

“어째서 좋지 않은 것인가?”

나일 쉬바스 백작이 살아 있다는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보고에 유리 사우스 국왕은 바로 이해했지만, 아이반 왕자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아이반 왕자를 위해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원정대가 큰 피해를 입은 이유는 나일 쉬바스 백작 탓입니다. 그가 전사한 줄 알았기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사라졌지요.”

“그건 알고 있네.”

아이반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엘런데일스 후작은 커피로 입술을 적신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오게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가 죄를 인정한다면 상관없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쟁에선 나일 쉬바스 백작의 군대가 필요합니다.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힘듭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영지를 곱게 다른 귀족에게 넘기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우스 왕국은 프랑츠 제국보다 절대적으로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왕국군은 정예였지만 제국군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선 지방 영주들의 영지군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었는데, 나일 쉬바스 백작의 영지군은 부유한 영주 덕분에 무장과 훈련 상태도 좋기로 유명했다.

만약 쉬바스 백작에게 징벌을 가한다면 쉬바스 백작 가문은 영지군을 동원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최악의 경우 프랑츠 제국의 편에 붙을 수도 있었다.

국왕이 동원령을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협조하지 않고 딴마음을 품은 아군은 적보다 위험하다고 유리 사우스 국왕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후작?”

아이반 왕자가 물었다.

그는 엘런데일스 후작보다 정치적인 내공이 다소 부족했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희생양?”

아이반 왕자의 물음에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양.

원래대로라면 나일 쉬바스 백작이 받아야 할 처벌을 대신 받을 희생양을 말하는 것이었다.

영지군을 운용하지 못하는 영주나, 영지 자체가 없는, 귀족 출신이 아닌 지휘관이 희생양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 것은 용납할 수 없네!”

아이반 왕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성격상 정치적인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았다.

그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나일 쉬바스 백작은 귀족들의 지지가 확고합니다. 잘못하면 그들의 영지군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크윽.”

엘런데일스 후작의 말에 아이반 왕자는 괴로운 듯 신음했다.

“희생양은 누가 좋겠는가?”

유리 사우스 국왕이 질문했다.

아이반 왕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확정된 것이다.

다만, 이제 누구를 희생양으로 할지가 문제였다.

“테일러 경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왕국을 위해 크게 공헌했으니, 지휘권 박탈로 끝낼 수 있을 듯합니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말에 유리 사우스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이반 왕자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째서인가! 그는 국왕 폐하와 왕국을 위해서 충성을 바쳤네!”

테일러는 유리 사우스 국왕과 사우스 왕국을 위해 헌신한 충신이었고 아이반 왕자도 크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점을 높게 사고 있었다.

아이반 왕자의 격한 반응에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커피로 마른 입술을 살짝 적신 뒤 입을 열었다

“지금 남은 주요 지휘관은 로펜 남작과 루시드 경, 그리고 테일러 경이 전부입니다.”

“알고 있네.”

아이반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서를 받아 대충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로펜 남작은 영지군이 있습니다. 그리고 루시드 경의 아버지인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상당히 강력한 영지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루시드의 아버지인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국왕 기사단의 기사단장답게 영지군을 다른 자작령의 영지군과 다르게 중무장시켜 놓았다.

그의 영지군은 전쟁에서 반드시 필요했다.

만약 루시드가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다면,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왕국에 상당히 실망할 것이다.

그의 충성심은 깊었기 때문에 배신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 것이다.

로펜 남작도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영지군을 꾸리고 있었기 때문에 희생양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주요 지휘관은 테일러뿐이었다.

그는 영지군은커녕 영지도 없는 평범한 고위 기사였다.

“그에 비해 테일러 경은 영지가 없는 평범한 고위 기사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번에는 그의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테일러 경 또한 이해해줄 겁니다.”

아이반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유리 사우스 국왕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 * *

전사한 로펜 경을 대신해 제이드 기사단을 지휘하고 있던 살라다르 경으로부터 지휘권을 다시 넘겨받은 테일러는 가이우스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바로 그가 가진 모든 지휘권을 박탈하고 수도로 소환한다는 소식이었다.

“가이우스. 제가 잘못들은 거겠죠?”

모닥불 앞에서, 가이우스에게 지휘권 박탈 소식을 전해 들은 테일러는 너무나 큰 충격에 빠져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가이우스에게 되물었지만 가이우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면 사실일 것이네.”

잠시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지배했다.

모닥불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밤 공기를 타고 울렸다.

한참 동안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알버트 후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치적인 희생양이다.”

분노하는 알버트를 향해 레드가 날카로운 말을 쏘아붙였다.

레드의 말에도 알버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레드는 설명을 위해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비우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쉬바스 백작이 살아 돌아왔어. 그리고 억제기는 파괴되었지. 원정대는 큰 피해를 당했고, 처벌받을 인물이 필요하지.”

레드는 알버트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황을 나열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친절하게 알버트에게 나열된 상황을 차례대로 자세히 설명하면서 테일러가 희생양으로 정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레드의 설명이 끝나자 살라다르 경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려보겠네.”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루시드 필리스터가 일어서서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제가 감내하겠습니다.”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주군!”

“기사단장!”

알버트와 살라다르 경이 발작했다.

그들의 발작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는 꺾이지 않았다.

“왕국이 다가올 파도에 대비할 수 있다면, 저는 목숨마저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경의를 표하네. 테일러.”

루시드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모닥불 앞에 모인 모두가 테일러를 향해 경의를 표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리고 일리아가 다가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목숨을 버리는 건 제가 용납하지 않아요.”

“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테일러는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를 실비아는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노려보았다.

다음 날이 찾아왔다.

테일러와 파티원들은 수도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한참 수도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그들에게 루시드가 찾아왔다.

“아, 루시드.”

테일러는 미소로 반가움을 표했다.

루시드는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선 호위 병력을 편성해주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군. 이해해 주게나.”

루시드는 미안한 마음에 호위 병력이라도 편성해주고 싶었지만 현 상황은 그것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억제기가 파괴된 지금, 언제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 군단이 남하할지 몰랐기 때문에 병력을 단 한 명이라도 뺄 수 없었다.

“저희에게 호위가 필요할 것 같습니까? 하하하.”

테일러는 미소를 지었고 루시드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하긴, 자네들에게 호위는 필요 없겠지.”

고위 기사 2명에 에이스 레인저 1명과 고위 마법사 1명, 그리고 정령 군주를 부리는 하이 엘프 정령사에 성녀와 성기사까지.

사우스 왕국의 웬만한 소규모 특수 부대급 전력이었다.

당장 왕국 내부의 숲과 산에서 그 어떤 몬스터와 조우하더라도 격파하거나 돌파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주군.”

루시드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테일러에게 알버트가 다가와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했다.

테일러는 알버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루시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루시드.”

루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미소로 화답하며 몸을 돌려 파티원들에게 향했다.

준비는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출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루시드는 테일러와 파티원들이 출발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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