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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2화 (112/150)

리턴 플레이어 112화

44장 검은 의도(3)

반란을 일으킬 리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제 말은 사실입니다. 황제 폐하.”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의 말에 황제는 이를 악물며 황좌에서 내려와 그림자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출입구로 걸어왔다.

“황제의 이름으로 명한다. 길을 비켜라.”

무려 황명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과 그림자 기사들은 굳건한 벽처럼 자리를 지켰다.

“황명이 들리지 않는가!”

황제의 얼굴이 썩어들어가자 보다 못한 필리미스터 백작이 소리쳤다.

가까이 있던 그림자 기사 2명이 목소리에 담긴 살기에 몸을 살짝 떨었지만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은 별 감흥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깊은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진득한 살기를 흘렸다.

“황제 폐하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히, 히익.”

최소 천 단위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기계가 흘리는 살기는 젊은 황제가 견딜만한 것이 아니었다.

황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자 필리미스터 백작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제와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백작의 사이를 막아섰다.

친위대원들이 쓰러지려는 황제를 부축했다.

“황제 폐하! 괜찮으십니까?”

“폐하!”

황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필리미스터 백작은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을 노려보며 황제를 황좌로 모셨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의 목소리가 그랜드 홀에 울리면서 문이 닫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라는 말인가.”

시녀가 가져다준 차가운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린 황제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군사를 일으킨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누군가 군사를 일으킨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필리미스터 백작의 짧은 지식으론 정보가 전혀 모이지 않은 현 상황에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군사를 일으켰는지 특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불편하시더라도 당분간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자 기사단의 행동을 보니, 황제 폐하께 해를 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황제 폐하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림자 기사단의 보호를 받으면 안전할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필리미스터 백작의 말에 황제는 조금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위험한 경우가 있었지만, 황제의 안정을 위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필리미스터 백작이었다.

* * *

그림자 기사단이 황궁을 장악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황금 군단은 신속하게 움직였으나, 황궁을 재탈환할 수 없었다.

그들은 황궁 탈환을 포기하고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을 데리고 황성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이미 황성의 모든 문은 그림자 기사단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말았기 때문에 돌파는 쉽지 않았다.

만약 돌파를 원했다면 황궁 탈환을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돌파를 시도했어야만 했지만, 황제를 빼앗기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 베르헨 경은 황금 군단을 움직여 황궁 탈환을 시도했었다.

물론 실패로 그쳤지만 말이다.

“조던. 이제 어떻게야 하느냐.”

황궁 탈환이 실패하고 황성에서 벗어나는 것마저 실패로 돌아간 지금, 베르헨 공작은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축쳐졌다.

그림자 기사단이 이토록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외성의 황금 군단은 포위당한 상태였고 내성의 황금 군단은 내성을 장악하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황성이 장악당한 상태라, 치열한 공성전을 벌이고 있었다.

“제기랄! 제일 중요한 황성에 이렇게 많은 적이 숨어 있었다니!”

베르헨 공작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대부분의 권력을 손에 넣은 베르헨 공작이라고 해도 황성에 주둔시킬 수 있는 병력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림자 대공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림자 기사단은 황금 군단과 다르게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에 특화된 만큼 은밀하게 다수의 기사단원들을 황성 내부에 배치한 모양이었다.

베르헨 공작의 예상대로 그림자 대공은 군사를 일으키기 직전에 대부분 ‘그림자 기사’로 구성된 최정예 병력을 황성으로 은밀하게 불러들였다.

슈레이안 후작의 프랑츠 정보국 요원들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였다.

“내성에 배치된 황금 군단의 수가 황성에 배치된 그림자 기사단의 수보다 많습니다. 아버지. 저택에서 수비 태세를 갖추면 내성의 황금 군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베르헨 경이 베르헨 공작을 안심시켰다.

베르헨 공작 가문의 저택은 공격에 대비해 지어졌다.

마치 요새처럼 작은 성벽이 저택을 가리고 있었고 저택엔 사병 수백 명이 주둔하고 있었고, 지금은 황금 군단의 병력 1천까지 합류한 상태였다.

거기다 방어 마법진까지 충분하게 설치되어 있으니 수비하기엔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림자 대공이 직접 전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명령하신 대로, 포위를 끝냈습니다.”

검은 갑주를 입은 전투단 부사령관 산 크루소 백작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앞엔 검은 갑옷을 꺼내 입은 그림자 대공이 붉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림자 대공의 눈동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베르헨 공작 가문의 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저택의 성벽 주위로 1천의 그림자 기사단이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로 무기를 빛냈다.

“공격을 개시하라.”

“예!”

그림자 대공이 침착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일제히 저택을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막아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저택을 수비하는 황금 군단의 병력과 저택을 공격하는 그림자 기사단의 병력이 충돌했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오고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께서 합류하셨다!”

사병의 절반이 목숨을 잃고 황금 군단 또한 수세에 몰렸을 때, 황금 군단의 에이스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이 검을 뽑아들고 참전하자 상황은 반전했다.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그림자 기사단원 서넛의 목이 날아갔다.

“주군. 슈나이저 자작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산 크루소 백작이 검집이 으스러질 정도로 힘을 꽉 주며, 요청했지만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옆으로 손을 뻗었다.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놓인 그림자 대공의 마병기 어둠 무희를 휘감았다.

그림자 대공이 손을 살짝 당기자 검은 기운에 휘감긴 어둠 무희가 손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몸 좀 풀고 싶군.”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지휘부의 기사단원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터주었다.

그림자 대공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부관이 가져다준 검은 투구를 쓰고 면갑을 내렸다.

그리고 그의 몸이 사라졌다.

사라진 그림자 대공은 그림자 기사단원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아내고 있는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의 뒤에 나타났다.

검은 빛 무리가 모여 그림자 대공이 되었다.

“춤춰라, 어둠 무희.”

그림자 대공이 속삭이듯 말하며 마병기에 마력을 주입하자 어둠 무희가 반응했다.

허공에 검의 그림자에서 어둠의 검이 몇 개 튀어나와 그림자 대공의 주변을 방황하듯 떠돌아다녔다.

그림자 대공이 검을 휘두르자 허공에 떠오른 그림자 검 또한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을 노렸다.

날렵하게 몸을 돌린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그림자 검을 쳐냈다.

멀리 날아간 그림자 검은 깨진 유리처럼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소멸했다.

“울어라, 황금 섬광이여!”

마병기 황금 섬광이 울부짖었다.

환한 빛이 터져 나와 그림자 대공을 덮쳤다.

엄습하는 강렬한 빛에 그림자 대공은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 틈을 노리고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은 그림자 대공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검을 찔렀다.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의 검에 찔린 순간 그림자 대공의 몸은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림자 대공의 몸은 사라졌지만, 그림자 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림자 대공의 몸이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의 등 뒤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동안, 그림자 검 다섯 개가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큭!”

“춤춰라, 어둠 무희.”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은 모든 공격을 막아냈으나, 그림자 대공은 2차 공격을 준비했다.

슈나이저 자작은 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림자 대공을 향해 몸을 돌렸으나, 날아든 그림자 검에 왼쪽 어깨가 공격당하고 말았다.

검은 그림자 검이 왼쪽 어깨에 꽂혔다.

공격이 성공하자 그림자 검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꽂힌 상태였다.

불편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으아아아!”

슈나이저 자작이 괴성을 지르며 그림자 대공에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공격이 오고 갔지만 그림자 대공의 검술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그의 방어 검술은 튼튼한 요새와도 같았다.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검을 주고받으면 주고 을수록 슈나이저 자작은 절망을 느꼈다.

슈나이저 자작이 빈틈을 보일 때마다 허공의 그림자 검은 그를 공격했고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슈나이저 자작의 몸에는 그림자 검 4개가 꽂혀 있었다.

그림자 검은 단검보다 조금 더 긴 수준이었지만 4개나 꽂혀 있으니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이,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슈나이저 자작은 과도하게 흘린 피로 인해 희미해지는 시야에서 그림자 대공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시야는 점차 희미해지고 어두워졌다.

그런 슈나이저 자작을 향해 그림자 대공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그린 채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슈나이저 자작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슈나이저 자작의 목 부위가 쩌억 갈라져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커헉!”

부상으로 인해 전력을 다할 수 없었던 슈나이저 자작으로선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적장이 죽었다!”

상황은 다시 반전했다.

슈나이저 자작을 앞세워 맹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던 황금 군단과 베르헨 공작 가문의 사병들은 슈나이저 자작이 그림자 대공에 의해 목숨을 잃기 무섭게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반전하고 밀리기 시작하자 충성심이 비교적 낮은 사병들이 도주를 시작했다.

사병들에 베르헨 경과 베르헨 공작이 섞여서 도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림자 기사단은 도주하는 사병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고 처참하게 살해했다.

“버텨라! 버텨라! 지원군이 오고 있다!”

황금 군단은 황금빛 깃발을 흔들며 저항했으나, 그 깃발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꺾이고 검은 깃발이 주변을 장악했다.

“크아아악! 구, 군단장이시여, 영원하라!”

마지막까지 버티던 황금 군단의 고위 기사가 그림자 기사 2명의 검에 팔이 잘리고 옆구리가 깊게 베여 쓰러지자 황금 군단의 기사와 병사들의 시체를 짓밟고 그림자 기사단의 병력이 저택 안으로 진입했다.

* * *

청문회 날이 다가왔다.

그림자 대공은 아주 가벼운 걸음걸이로 청문회장에 출두했다.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하는 황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림자 대공을 바라보았고, 간밤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대충 눈치챈 귀족들도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림자 대공을 바라보았다.

그림자 대공은 출석했지만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이 보이지 않았다.

베르헨 공작파 귀족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살폈지만 베르헨 공작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그림자 대공이 입을 열었다.

“이들을 찾습니까?”

그는 들고 온 검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던졌다.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의 잘린 머리가 청문회장에 뒹굴었다.

“히익!”

“허억!”

모두가 하얗게 질렸다.

프랑츠 제국에 군림했던 두 개의 태양.

그중 하나가 사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이 죽어버렸으니, 청문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베르헨 공작이 죽음으로 인해 프랑츠 제국의 권력을 장악한 그림자 대공에게 대놓고 맞서는 미친 귀족은 없었다.

청문회는 시시하게 끝났고 그림자 대공은 남은 황금 군단의 지휘권을 이어받았다.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죽였다.

그는 황금 군단의 군단장 자리에 자신의 충신 산 크루소 백작을 앉혔다.

그리고 9월이 되었다.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의 세력을 대부분 흡수한 그림자 대공은 억제기 파괴를 위해 황금 군단을 움직였다.

824년 9월 황금 군단 3만이 억제기 파괴를 위해 그랑키아 숲으로 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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