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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1화 (111/150)

리턴 플레이어 111화

44장 검은 의도(2)

“청문회가 열린다고?”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분노로 인해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집무실에 울렸다.

목소리에 깃든 살기에 집무실을 지키는 그림자 기사들의 몸이 살짝 떨렸다.

훈련된 살인 기계인 그림자 기사들을 떨게 할 정도로 그림자 대공의 살기는 자비가 없고 잔혹했다.

베르헨 경의 예상대로 청문회가 열리기를 일주일, 통보까지 5일을 남겨두고 그림자 대공은 청문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사실입니다, 주군.”

그림자 대공의 충실한 부하이며 밤의 그림자라는 이명을 가진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림자 대공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부하들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설마 명분 없이 청문회를 열진 않았을 것이고, 명분이 뭐라고 하더냐?”

“황명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합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에 대한 황명을 어겼다고 합니다.”

“그것이 들켰군.”

그림자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중앙 군단이 갑자기 중무장하고 황금 군단 2만이 수도로 집결한 이유는 청문회를 앞두고 자신이 날뛰게 될 경우, 제압 또는 사살하기 위해서였다.

그림자 대공의 붉은 눈에 살기가 머물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나이트쉐도우 후작, 그리고 산 크루소 백작.”

“하명하십시오.”

“부르셨습니까?”

두 충신이 책상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놈들이 전쟁을 원하는 모양이다. 즉시 수도와 수도 인근의 모든 그림자 기사단 전력을 소집하라. 베르헨 공작가를 친다.”

* * *

청문회를 하루 앞둔 밤.

수도의 남쪽 성문.

평소와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갑옷을 입은 황금 군단의 기사와 병사들이 남쪽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성문 앞에는 1명의 상급 장교가 2명의 기사와 15명의 병사가 완전 무장한 채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성벽로에도 황금 군단 소속의 병사들이 창을 들고 순찰을 하고 있었으며, 탑에는 석궁병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평소보다 경계가 강화된 성문으로 검은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단의 기사단원 수백이 움직였다.

“주군의 말씀대로다. 중앙 군단이 아닌 황금 군단이 수비를 맡고 있군.”

병력의 지휘를 맡은 그림자 기사는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가 친히 명령을 내리며 덧붙였던 말을 떠올리며 감탄했다.

“교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그림자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 따라와라. 신속하게 정리한다.”

“알겠습니다.”

그림자 기사는 부관과 함께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에게 접근했다.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는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접근해오자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한 걸음 다가섰다.

2명의 기사들도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고, 병사들도 창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기사 한 명이 성벽으로 수신호를 보내자 보병이 물러나고 궁병대가 앞으로 나와 섰다.

그들은 만약을 위해 화살통에 손을 가져갈 준비를 했다.

“허가받지 않은 군대는 수도에 출입할 수 없다.”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림자 기사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입을 열었다.

“그림자 대공의 명령을 받았다. 문을 열어라.”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베르헨 경 또는 베르헨 공작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군대는 입성할 수 없다.”

원래는 그림자 대공의 허가만 있었어도 군대의 수도 출입이 가능했었지만, 현재는 4개의 성문을 모두 황금 군단이 장악한 상황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베르헨 공작의 말은 곧 법이었다.

“오늘은 붉은 달이 뜨겠군.”

“그게 무슨…….”

그림자 기사가 날렵하게 검을 뽑았다.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의 심장이 검은 마력검이 깃든 검에 꿰뚫렸다.

상급 장교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황금 군단의 상급 장교는 프랑츠 제국의 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림자 기사의 검에 대응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반란이다! 막아라! 제국을 위하여!”

“그림자 대공을 위하여!”

황금 군단의 기사 2명이 검을 뽑았고, 그림자 기사의 부관도 검을 뽑았다.

부관은 마력검을 휘둘러 황금 군단의 기사 한 명을 죽였으나, 어느새 가까워진 병사 2명이 찌른 창에 복부가 찔리고 남은 황금 군단의 기사에게 목이 날아갔다.

“크악!”

“후. 이래서 병아리들이란.”

그림자 기사는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일격에 황금 군단의 병사 다섯이 쓰러졌다.

“이, 이것이 그림자 기사인가!”

황금 군단의 기사는 간신히 몸을 숙여 그림자 기사의 검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검을 쥔 손을 떨었다.

그림자 기사단의 그림자 기사.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제기랄! 지원 사격은 아직 인가!”

궁병대를 대기시켜두었지만, 지원 사격 소식이 없었다.

기사는 욕설을 내뱉으며 성벽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칠흑처럼 검은 깃발이 꽂혀 있는 성벽을.

성벽로에 대기하고 있던 자랑스러운 황금 군단의 궁병대는 수도 내부에서부터 성문을 공격한 그림자 기사단원들에 의해 몰살당한 것이다.

“제기랄.”

기사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게 그가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림자 기사단원이 던진 단검이 그의 투구를 뚫고 이마를 꿰뚫었다.

기사가 쓰러지고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성문으로 몰려갔다.

성문을 장악한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성문을 열었다.

“경! 우리가 조금 더 빨랐소이다!”

내부 공격을 지휘한 그림자 기사가 열린 성문을 통해 입성하는 그리자 기사와 그가 지휘하는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입성한 그림자 기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림자 기사의 말대로였다.

전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남쪽 성문을 시작으로 나머지 3개 성문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림자 기사단은 외부와 내부에서 성문을 공격했고, 황금 군단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애초에 중요한 4개 성문에 배치된 황금 군단의 숫자는 너무나 적었다.

“반란이다! 그림자 기사단이 반란을 일으켰다!”

수도에 주둔 중이던 중앙 군단과 황금 군단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도의 황금 군단 주둔지에서 출발한 전령이 수도 경비대에도 도착했지만, 그가 본 것은 수도 경비대원들의 시체 위에 군림하고 있는 암살단 소속의 그림자 기사단원들이었다.

“가서 전해라. 오늘은 붉은 달이 뜬다고.”

“위대하신 주군께서 붉은 밤을 지배하신다.”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전령을 살려주었다.

그림자 대공이 보낸 그림자 기사단 소속 암살단으로 인해 수도 경비대는 장악당했다.

경비대장과 지휘관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으며 대원 절반 이상이 전투를 수행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

중앙 군단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도 경비대와는 달리 그들은 신속한 보고를 받고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했지만, 그림자 기사단은 암살의 프로들이었다.

빈틈을 통해 침입한 검은 칼날에 중앙 군단의 지휘관들이 모두 죽었다.

중앙 군단의 지휘관들은 베르헨 공작에게 충성했지만, 병사들은 아니었다.

지휘관들은 베르헨 공작에게 충성하고 그를 위해 일했지만, 병사들은 명백히 제국에 충성했고 목숨이 아까운 것을 알고 있었다.

1만의 중앙 군단은 지휘관이 몰살당하고 그림자 대공이 수도에서 고용한 용병 2천이 주둔하자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림자 대공은 황금 군단에도 암살자들을 보냈지만, 황금 군단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황금 군단은 그림자 기사단의 암살자들을 모두 죽였다.

“군단장과 베르헨 공작이 위험하다!”

푸른 눈에 중년의 고위 기사가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분노로 인해 그의 콧수염이 바르르 떨렸다.

“그림자 기사단이 시내를 장악했습니다!”

“황성으로 가는 길이 막혔소. 공작께서 위험하오.”

절망적인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다.

그림자 대공이 작정하고 준비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그림자 기사단에 의해 황성으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막히고 말았다.

믿었던 중앙 군단이 움직이지 않은 게 특히 치명적이었다.

“공작께서 위험하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황성에는 황금 군단 소속의 병력이 소수만 주둔하고 있었다.

명목상 황제 친위기관인 그림자 기사단의 수가 더 많았다.

그림자 기사단은 그림자 대공의 친위대이긴 했지만 대대로 황제를 보필해온 친위기관이었기 때문에 황성과 황궁에 아주 많은 수가 주둔하고 있었다.

만약 황금 군단이 신속하게 황성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베르헨 공작과 베르헨 경의 목숨이 위험했다.

“내성의 부군단장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내성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통신 마법을 통해 전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고위 마법사가 내성의 상황을 보고했다.

다행히 내성의 그림자 기사단은 전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추가 전달입니다! 황성이 넘어갔다고 합니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황성엔 베르헨 경과 베르헨 공작이 머물고 있었다.

황금 군단이 다수 배치되어 있었고 최근 그림자 기사단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병력이 보충되었지만, 그림자 기사단보다 그 수가 월등히 적었다.

황성에 배치된 그림자 기사단의 일부는 황실에 충성하는 황제파도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황성이 점령당한 것으로 보아 황제파가 그림자 대공에게 넘어간 모양이었다.

“남부 하이크 왕국에서 내려온 그림자 기사단의 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고위 기사는 경악했다.

그림자 기사단의 정확한 전력은 황제는 물론이고 그림자 대공조차 몰랐다.

그래서 남부 하이크 왕국에서 귀환한 그림자 기사단원들의 수가 얼마인지 베르헨 경과 베르헨 공작은 몰랐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동안 남부 하이크 왕국에 대부분 병력을 투입한 그림자 기사단의 모습을 보고 그림자 기사단의 전력을 가늠한 것은 실수였다.

그림자 기사단은 생각보다 대단한 집단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빨리 진격해야 한다! 길을 뚫어라!”

* * *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제가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황궁의 그랜드 홀.

황제 듀엘 프랑츠의 불안한 목소리에 황실 친위대장이자 고위 기사인 자코 필리미스터 백작은 친위대원 다섯과 함께 그랜드 홀의 문을 열었다.

그랜드 홀의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과 다수의 그림자 기사들이었다.

20명을 넘는 수였는데, 모두 평범한 기사단원이 아닌 작위가 있는 그림자 기사였다.

“네놈들! 무슨 짓이냐! 여긴 황궁이다!”

필리미스터 백작은 용감하게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그랜드 홀에 모여 있던 황실 친위대원 20명 또한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들은 모두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었고, 5명 정도는 고위 기사였지만 그림자 기사 20명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기 때문에 필리미스터 백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황궁엔 그림자 기사단원 다수가 황제 호위와 황궁 경비를 위해 기거하고 있었지만 평범한 기사단원도 아닌, 그림자 기사 작위를 받은 이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그랜드 홀 앞을 지키고 있다는 것에서 필리미스터 백작은 검은 의도를 느꼈다.

“진정하세요. 친위대장. 우리는 황제 폐하를 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지키러 온 것입니다.”

“지키러 온 것이라고?”

필리미스터 백작이 되묻자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백작은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코 필리미스터 백작은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경계심을 거두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밖에서 들리는 전투의 소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제대로 설명해라.”

“베르헨 공작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저희 그림자 기사단이 제압하고 있습니다.”

“베르헨 공작이?”

“그럴 리 없다!”

필리미스터 백작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고, 그랜드 홀의 끝에 자리 잡은 황좌에 앉아 있던 황제가 일어나 소리쳤다.

베르헨 공작은 황제 듀엘 프랑츠의 장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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