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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0화 (110/150)

리턴 플레이어 110화

44장 검은 의도(1)

황금 군단의 고위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궁 밖으로 나오는 조던 베르헨 경을 향해 긴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달려갔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갑옷을 입은 고위 기사가 그녀의 앞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곧 자신이 감히 누구의 앞을 막으려 했는지를 깨닫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물러났다.

“조던!”

“세라?”

베르헨 경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그의 품에 안겨드는 여성은 다름아닌, 베르헨 경의 연인이자 프랑츠 정보국의 수장인 세라 슈레이안 후작이었다.

그녀는 베르헨 경의 품에 파고들어 아기 고양이처럼 얼굴을 비볐다.

조던 베르헨 경은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슈레이안 후작은 기분이 좋은지 콧소리를 내며 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황금 군단의 고위 기사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의 거리에서 주변을 경계했다.

한참을 베르헨 경의 품에서 즐긴 세라 슈레이안 후작은 고개를 들어 그의 귓가에 대고 입을 열었다.

“조던, 지금 당장 전해야 할 정보가 있어요. 비밀 장소로 가요.”

슈레이안 후작의 말에 베르헨 경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슈레이안 후작은 애교가 많고 장난기 많은 여자였지만 일에 관련해서는 언제나 진지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전해준 정보 중에서 쓸모없는 것은 없었다.

모두 막대한 양의 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훌륭하고 쓸모 있는 정보들이었다.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

“부르셨나이까?”

황금 갑주로 무장한 고위 기사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베르헨 경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이었다.

그는 황금 군단의 고위 기사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였다.

“슈레이안 저택으로 갈 것이다. 준비하도록.”

“즉시 말을 대령하겠나이다.”

슈나이저 자작은 즉시 마구간에서 말들을 데리고 왔다.

5명의 고위 기사와 베르헨 경, 그리고 세라 슈레이안 후작은 황성 안의 슈레이안 후작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슈레이안 후작이 언급한 비밀 장소는 슈레이안 저택에 있었다.

슈레이안 후작 가문 저택에 도착한 조던 베르헨 경은 리드벨 슈나이저 자작을 제외한 고위 기사 4명을 정원에 대기시켜두고 슈레이안 후작과 슈나이저 자작과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깊은 곳의 복도 끝에 있는 고급스러운 방에 도착한 세 사람.

슈나이저 자작은 문 밖에서 보초를 섰고 조던 베르헨 경과 세라 슈레이안 후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라. 무슨 정보인지 말해주겠어?”

세라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 밖으로 프랑츠 제국의 역사를 뒤흔들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가 비밀리에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봉인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어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죠.”

“그게 사실이야?”

베르헨 경이 되묻자 슈레이안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거짓말일 리가 없었다.

그녀는 베르헨 경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슈레이안 후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과거 황제의 명령을 받은 그림자 기사단이 봉인했던 뱀파이어.

그런 뱀파이어를 허락도 없이 깨우려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림자 대공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조던 베르헨 경의 아버지인 베르헨 공작이 손을 쓴다면 그림자 대공을 실각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사실상 그림자 대공의 친위대와 다름없는 그림자 대공이 실각하면 그 세력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림자 대공에 충성하는 자들이 저항하겠지만, 황금 군단의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는 문제였다.

“지금 정보국의 요원들이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요. 이미 그랑키아 숲에 조사대를 파견한 상태예요.”

세라 슈레이안 후작은 똑똑했다.

그녀는 정보가 있어도 증거가 없으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정보를 입수한 즉시, 요원들로 하여금 정보를 수집하게 하고, 조사대를 구성해 그랑키아 숲으로 파견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 정말 고마워, 세라. 너는 축복 그 자체야.”

베르헨 경의 말에 슈레이안 후작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 * *

세라 슈레이안 후작.

그녀가 지휘하는 프랑츠 정보국의 요원들은 유능했다.

조사대는 통신을 통해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존재가 소멸했다는 것을 알렸고, 증거 수집에 투입된 요원들은 베르헨 공작이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를 실각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치는 데 충분한 증거들을 수집해 왔다.

“하늘이 나를 돕고 있군.”

세라 슈레이안 후작이 모아준 정보와 증거들.

그것을 검토하며 조나단 베르헨 공작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모든 게 완벽했다.

아들의 사랑스러운 연인이 모아준 정보와 증거들은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를 공격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실각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아버지.”

벽쪽에 서 있는 조던 베르헨 경이 질문했다.

베르헨 공작은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지금 황권이 땅에 추락한 상태라곤 하지만, 황제가 가지는 무게는 작지 않다. 황명을 어겼으니, 이것은 충분한 명분이다. 귀족들을 잘 구슬리면 청문회를 열어서 그를 실각시킬 수 있을 것이야.”

황명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황명을 어겼다는 것은 명분이 될 수 있었다.

명분만 있다면 정치적으로 그를 공격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아버지.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하였습니다. 그림자 대공이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던 베르헨 경이 우려를 표했다.

무력을 동원하면 베르헨 공작과 전면전이 벌어지고 패배하면 잃을 게 많아져 지금까지 그림자 대공은 대놓고 무력 시위를 벌이지 않았지만, 청문회가 열리고 실각할 위기에 처한다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던 그림자 대공이 군사를 일으켜 전면전을 걸어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림자 대공은 프랑츠 제국 최대 규모의 특수전 집단인 그림자 기사단의 수장이었다.

프랑츠 제국의 특수 부대 대부분이 그림자 기사단 소속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이다.

“중앙 군단을 무장시키고 황금 군단을 2만 정도 수도로 소집시키면 될 일이다.”

사실상 중앙 군단은 베르헨 공작이 장악하고 있었고, 황금 군단도 조던 베르헨 경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림자 대공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겁니다.”

그림자 기사단에는 정보기관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림자 대공 또한 바보가 아니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이다.

베르헨 공작도 그것쯤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 기회는 놓치지 아까운 것이었다.

베르헨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준비하거라. 조던.”

“알겠습니다.”

조던 베르헨 경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중앙 군단은 중무장을 갖추었고 황금 군단 2만이 수도로 집결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이상한 움직임은 그림자 기사단에게 노출되었다.

“중앙 군단이 무장하고, 황금 군단 2만이 수도로 이동 중입니다.”

밤의 그림자,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은 이른 아침 침실에서 겨우 일어나 식당에서 졸린 얼굴로 아침 식사를 하던 알 하이자르를 찾아와 심각한 얼굴로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의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접시가 깨지고 나이프는 식탁에 깊숙이 박혔다.

하인들이 달려와 급히 주변을 정리했다.

알 하이자르의 붉은 눈동자가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에게 향했다.

“확실한 정보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흠.”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입가를 닦으며 짧은 생각에 잠겼다.

중앙 군단과 황금 군단은 베르헨 공작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략에도 나와 있지 않은 흐름이었기 때문에 알 하이자르는 그들의 속내를 쉽게 짐작하지 못했다.

“전면전을 걸어올 생각 같습니다.”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이 의견을 내놓았지만 알 하이자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을 냉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 왔지만, 전면전이 발생했을 시 패배하게 되면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베르헨 공작은 물론이고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 또한 모두 전면전을 야기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은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습니다, 주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나이트쉐도우 후작이 의견을 말했다.

적의 의도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고 그림자 대공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림자 대공은 다시 대령된 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스테이크의 맛을 음미하니,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기분이 아주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산 크루소 백작과 전투단 3천과 각 부대의 병력을 은밀하게 수도로 소집하도록.”

남부 하이크 왕국이 항복한 덕분에 현재 그림자 대공이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생각보다 많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야드 나이트쉐도우 후작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갔다.

그림자 기사단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전투단 부사령관인 산 크루소 백작이 그림자 기사단 소속 전투단 3천을 이끌고 수도에 입성했다.

전투단은 그림자 기사단에서 가장 수가 많은 전투 집단으로, 그 질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것도 그림자 기사단 내부에서 얘기.

밖에 내놓으면 프랑츠 제국의 어떤 특수 부대라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 자들이 3천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이들은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세라 슈레이안 후작의 프랑츠 정보국 요원들의 눈을 피하진 못했다.

그림자 기사단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인 탓에 슈레이안 후작의 프랑츠 정보국 요원들은 수도에 입성한 그림자 기사단의 정확한 규모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수의 그림자 기사단이 수도로 입성했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산 크루소 백작이 이끄는 3천 병력이 수도로 입성하고 며칠 동안 그림자 기사단의 휘하 특수 부대 수천이 수도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림자 기사단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베르헨 경은 연인 슈레이안 후작에게서 들은 정보를 베르헨 공작에게 전달했다.

테라스에 마련된 편한 의자에 앉아 밤 공기를 쐬며 차를 마시고 있던 베르헨 공작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 위험을 느꼈나 보군. 네 예상대로다. 그렇다면 청문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날뛰겠군.”

자신을 실각시킬 수도 있는 청문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전면전을 피해 온 그림자 대공이라고 해도 더 이상 전면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베르헨 경의 의견대로 그림자 기사단은 움직일 것이다.

처음 베르헨 공작은 그림자 대공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앙 군단이 무장하고 황금 군단이 수도로 집결하기 무섭게 그림자 대공은 그림자 기사단을 수도로 소집했다.

그 모습을 본 베르헨 공작은 어쩌면 최악의 경우 그림자 대공이 지휘하는 그림자 기사단과의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패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베르헨 공작은 중앙 군단과 황금 군단을 맹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숨겨왔지만 더 이상 숨길 수는 없습니다. 곧 그림자 대공이 알게 될 것입니다.”

베르헨 경의 말에 베르헨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겠지. 어쩌면 조만간 붉은 달을 볼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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