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플레이어-108화 (108/150)

리턴 플레이어 108화

43장 하이 오크의 보물(2)

전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지만 테일러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앞을 막는 오크 전사의 목을 잘라내자 전방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가이우스가 오크 전사의 검에 왼쪽 어깨를 베여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가이우스를 호위하기 위해 붙여준 에이스 레인저 2명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가이우스!”

“걱정 말게나! 살짝 스친 것일 뿐이니까!”

분노한 가이우스가 스태프를 흔들자 그의 몸에서 뜨거운 화염이 터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오크 전사 셋이 휘말려 불에 타오르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레드! 페일리아! 가이우스를!”

테일러는 레드와 페일리아를 호출했다.

두 사람은 근접전이 시작되자 검을 뽑고 오크 전사들과 맞서고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가이우스 근처에 도착했고 오크 전사의 수도 꽤 줄었다.

“필사의 각오로 싸우는군! 도대체 이유가 뭐지?”

습격한 50마리의 오크들 중 40마리가 목숨을 잃었지만, 놈들은 후퇴하지 않았다.

마치 절벽에서 필사의 각오로 항전하는 것처럼 테일러를 비롯한 침투조에게 덤벼들어왔다.

전투는 오크들이 전멸하고 난 뒤에서야 끝이 났다.

테일러가 지휘하는 침투조는 안전을 위해 시체가 가득한 전투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부상을 살피고 휴식을 취했다.

“루트와 리가가 전사했습니다.”

페일리아가 안타까운 얼굴로 보고했다.

두 에이스 레인저는 오크 전사들로부터 가이우스를 보호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에이스 레인저 두 명을 잃었다는 것은 큰 손실이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자네는 괜찮은가? 갑옷의 손상이 조금 보이는데…….”

“오크 전사의 검에 살짝 베였지만 응급 처치를 끝냈습니다.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가이우스에게 향했다.

이틀 동안 연이어 발생한 전투와 강행군으로 인해 그는 지친 얼굴로 비스킷을 씹고 있었다.

“가이우스. 괜찮습니까?”

“살짝 스친 정도라네. 그렇게 심한 상처는 아니네. 별 볼 일 없는 내 회복 마법으로도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정도니 말이네.”

가이우스는 공격적인 마법은 아주 훌륭한 수준이었지만 회복 마법의 경지가 조금 부족한 편이었다.

평범한 마법사와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낮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이우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테일러도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근처의 바위에 앉았다.

그때 페일리아가 찾아왔다.

“테일러 경. 할 말이 있습니다.”

페일리아는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런 페일리아의 모습에 테일러 또한 덩달아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도록.”

“실은 얼마 전부터 계속된 오크들의 추격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전리품 하나 뺏겼다고 이렇게 죽어라, 추격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력 심장은 사우스 왕국의 현재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마도구였지만 오크 입장에선 평범한 마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탈취당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추격대를 동원했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페일리아는 생각했다.

“하긴, 마력 심장은 아군에게 있어선 중요한 마도구이긴 하지만 오크에겐 별 필요 없는 것이지.”

“아마도 전리품 창고에서 아군이 다른 전리품을 훔친 듯합니다.”

“루트와 리가의 몸은 뒤져 보았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이 든 순간, 그녀는 신속하게 행동했다.

죽은 동료 에이스 레인저 루트와 리가의 몸을 즉시 수색했지만 의심 가는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제기랄. 레드……!”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었다.

남은 용의자는 한 명.

레드였다.

알버트는 테일러의 명령을 어길 리가 없었고 가이우스도 호기심이 많긴 하지만 뭔가를 몰래 훔칠 자가 아니었다.

에이스 레인저 2명과 페일리아가 아니라면 남은 것은 레드 뿐이었다.

“레드! 어딨습니까?”

테일러는 페일리아와 함께 즉시 레드를 찾았다.

검의 날을 갈고 있던 레드는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테일러의 시선을 피했다.

“좋게 말할 때 내놓는 게 좋을 겁니다.”

테일러의 말에 레드는 한숨을 내쉬더니 품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를 꺼내 테일러에게 건넸다.

테일러는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받았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테일러가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는 목걸이였다.

마도구가 분명했다.

다만, 어디에 쓰는 마도구인지는 추정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가이우스에게 보일 필요가 있는 듯했다.

“가이우스에게 보여주어야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페일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즉시 가이우스를 찾았다.

“하이 오크의 목걸이로 보이네만, 아마도 다른 하이 오크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전리품으로 얻은 것 같네.”

가이우스는 목걸이의 정체를 한 번에 파악했다.

몇몇 하이 오크들은 강력한 마도구를 하나씩 휴대하고 다닌다.

이 목걸이도 그런 마도구 중의 하나로 보였다.

아마도 엘리되니츠는 다른 하이 오크 부족을 습격해서 전리품으로 목걸이를 획득한 모양이었다.

하이 오크의 마도구는 자신만 사용하기 위한 특수한 주술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주술을 풀기 전까지 잠시 전리품 창고에 보관해온 듯했다.

그런 것을 빼앗기니, 엘리되니츠 입장에선 상당히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시 버리고 이탈해야 합니다. 이것을 버리면 더 이상 추격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페일리아는 즉시 목걸이를 버리고 도망칠 것을 제안했지만, 테일러의 생각은 달랐다.

이 목걸이가 오크를 유인하는 것이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알버트. 지금 그랑키아 숲에는 그림자 기사단 소속의 특수 부대가 다수 남하한 상태죠?”

“예. 그렇습니다. 주군.”

마침 현재 그랑키아 숲에는 그림자 기사단의 병력이 이동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목걸이를 잘 이용한다면 그림자 기사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테일러 경?”

페일리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그냥 목걸이를 버리고 조용히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벌써 동료 에이스 레인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신은 죽기 싫었다.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치려고 합니다. 가이우스, 지금 즉시 왕국 정보부로 통신을 연결해주시겠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지만, 테일러. 나도 웬만하면 저 마도구를 버리고 도망치고 싶네만. 추적 마법까지 걸려 있어서 곤란해질 것이야.”

가이우스도 페이리아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상당히 지쳐 있었고 이제는 쉬고 싶었다.

하지만 테일러는 바위같이 완고했다.

“제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을 연결했다.

잠시 후 왕국 정보부의 요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테일러는 자신의 권한으로 그랑키아 숲에 주둔 중인 가장 가까운 그림자 기사단의 위치를 파악했다.

며칠 전 남부 레인저 여단 소속의 레인저 중대를 전멸시킨 그림자 기사단의 부대 하나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테일러는 목적지를 그곳으로 잡고 움직였다.

늦은 밤.

달조차 구름에 갇혀 짙은 어둠의 늪에 빠진 숲.

오크 추격대를 피해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테일러와 침투조였다.

테일러, 알버트, 가이우스, 레드, 페일리아.

다섯 명밖에 남지 않은 침투조는 왕국 정보부가 알려준 정보대로 그림자 기사단 소속 특수 부대가 야영 중인 곳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 기사단이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고, 오크 추격대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잠을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움직였다.

“적이다!”

앞서 가던 테일러는 적의 기척을 느끼고 적의 출현을 경고하며 검을 뽑았다.

테일러의 경고에 모두 무기를 들어 올렸다.

늑대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오크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흡!”

페일리아가 힘차게 당긴 시위를 놓자 날아간 화살이 선두에서 달려오던 늑대 기수의 머리에 꽂혔다.

늑대는 앞으로 계속 내달렸고 늑대 기수의 몸은 뒤로 날아갔다.

기수를 잃고 정신없이 내달리던 늑대는 알버트가 휘두른 검에 머리가 잘려나갔다.

“키에엑!”

가이우스의 마법이 캐스팅되고,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이 날아가 늑대 기수와 늑대들을 난도질했다.

붉은 피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연이은 비명에 놀란 새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다섯 기 더 옵니다!”

알버트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소리쳤다.

알버트의 보고대로 다섯 기 정도 되는 늑대 기수의 기척을 테일러는 느낄 수 있었다.

늑대 기수는 고급 병과였지만 지금 침투조의 전력으로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이우스가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법 장막을 만들자, 매섭게 달려오던 늑대 기수 다섯 기가 일제히 벽에 부딪혀 엉망으로 뒤엉켰다.

그곳으로 몸을 날린 레드와 알버트가 적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소량 획득하였습니다.]

전투가 종료되었다.

레벨이 높고 적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획득한 경험치는 많지 않았다.

전투를 종료하는 알림음이 울리는 것으로 전투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그제야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적의 수는 적었지만, 전투는 언제나 긴박하게 흘러갔다.

“정말이지. 네 녀석 때문에 개고생이다.”

시체에서 화살을 회수하며, 페일리아는 옆에서 회수한 화살을 화살통에 넣고 있는 레드를 원망했다.

레드는 죄가 있었기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지만, 근처에서 비스킷을 꺼내 먹고 있던 가이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 목걸이형 마도구에는 의지가 있다네. 페일리아. 아마도 간단한 매혹 마법으로 레드를 홀렸을 것이야.”

마도구 중에서는 말은 못해도 의지가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소수는 마력만 충전해주면 간단한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가이우스의 말대로 레드가 훔친 하이 오크의 목걸이는 의지를 가진 마도구 중에서도 간단한 마법의 사용이 가능한 희귀 케이스였다.

아마도 본래 주인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매혹 마법으로 레드의 정신을 홀렸을 것이다.

“그, 그렇습니까?”

가이우스의 변호에 페일리아는 레드를 공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고맙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감사 인사는 일단 받아두겠네.”

페일리아가 멀어지고 레드는 가이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이우스는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몸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레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늦은 밤을 넘어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늑대 기수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야영을 할 수 없었다.

안전을 위해 추격대의 공격을 받은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도착해서야, 그들은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눕힐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모두 피곤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

잠의 늪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지만, 그들은 그림자 기사단 야영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적이다.”

그림자 기사단의 야영지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테일러는 전방에서 기척을 느끼고 모두에게 경고했다.

잠이 쏟아지는 것을 이기려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두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기척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아직 테일러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회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버트가 말했고 테일러도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침투조를 통솔하여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우회하여 전투를 회피했다.

그리고 조금 더 걷자 목책으로 둘러싸인 그림자 기사단 야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한 자리에 머물면서 목책을 여러 번 보강했는지, 꽤 튼튼해 보였고 망루도 여기저기 보였지만 걱정은 없었다.

애초에 침투할 생각은 없었다.

가이우스의 마법으로 목걸이를 야영지 중앙으로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굳이 침투할 필요는 없었다.

“가이우스. 부탁합니다.”

페일리아와 레드가 주변을 경계했고 테일러는 가이우스에게 목걸이를 넘겼다.

가이우스가 마법을 캐스팅하자 손 위에 올린 목걸이가 빛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