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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88화 (88/150)

리턴 플레이어 88화

35장 하이 엘프 여왕의 눈물(1)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테일러의 모습에 가이우스는 감사를 표했다.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참담한 심정을 어린 나이에 이겨내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테일러의 행동은 자그마한 위안이 되어 줬다.

적어도 파티원들을 살린 게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후작에게 통신을 넣기 위해선 실버레인 후작령에 먼저 도착해야 합니다. 지금은 통신 마법의 사용이 불가능하니까 말입니다.”

쟈크 경이 말했다.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쟈크 경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제이드 기사단에서 유일한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린 지금, 통신 마법이라는 고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

그 때문에 고위 마법사가 있는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즉시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로펜 경, 기사단은 준비가 끝났나?”

테일러는 당장 출발하고 싶었지만, 기사단이 준비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었다.

“물론이오. 당장에라도 출발할 수 있소이다.”

로펜 경이 대답했다.

다행히 제이드 기사단은 모든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테일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출발한다.”

시간은 흘러 아침이 되었다.

제이드 기사단은 전투의 흔적으로 얼룩진 유적을 떠나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향했다.

제이드 기사단이 떠난 유적의 한편에는 날카로운 검이 꽂혀 있는 무덤이 수십 개가 자리 잡았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

유적을 벗어나 1시간 정도 말을 탄 후 마차 보급품을 실은 마차 하나가 망가지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은 휴식 시간이 찾아왔을 때, 테일러는 하인즈 실버레인 경을 찾았다.

망가진 마차는 북부 늑대 기사단의 보급품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마차 상태를 살펴보고 있던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서둘러 테일러에게 다가왔다.

“예. 테일러 경. 말씀하시지요.”

“마차의 상태는 어떱니까?”

“아무래도 다른 마차에 보급품을 나눠 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수리할 수 없습니다.”

실버레인 경은 고개를 저었다.

기술병 출신의 수습 기사가 노력해 보았지만 잘 안 풀린 모양이다.

“실버레인 경. 가이우스의 호위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북부 늑대 기사단을 중앙에 배치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가이우스의 호위를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랑키아 숲은 위험했다.

집단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몬스터들이 집단으로 전투를 거는 곳이었고, 이곳의 몬스터들은 사우스 왕국의 몬스터들보다 월등히 강했다.

유적에서의 전투로 인해 100명 이하로 줄어든 제이드 기사단은 그랑키아 숲을 벗어나기 전에 필연적으로 전투를 거칠 수밖에 없었는데, 고위 마법사의 힘을 잃은 가이우스에겐 너무나 위험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난전의 형상을 띈다면 가이우스는 매우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래서 테일러는 10명 정도 남은 북부 늑대 기사단을 가이우스의 호위로 돌린 다음 가장 안전한 중앙에 배치할 계획은 세운 것이다.

“물론입니다. 그의 안전은 저희 북부 늑대 기사단이 책임지겠습니다.”

실버레인 경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가이우스는 중앙에 배치된 북부 늑대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게 되었다.

가이우스는 자존심이 조금 상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랑키아 숲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호위를 받아들였다.

기사단은 마차를 포기하고, 마차에 실려 있던 보급품을 다른 마차와 말에 나눠 싣고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50을 살짝 넘기는 수의 오크 무리와 마주쳐서 전투를 벌였다.

수도 많이 차이가 나고 그랑키아 숲의 오크들은 상당히 강한 무력을 자랑했지만, 전투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훌륭한 갑옷을 입은 상급 전사 하나가 오크 전사들과 함께 돌파를 시도하는 바람에, 중앙까지 뚫리게 되었다.

“내가 처리하겠네!”

그때 가이우스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마법을 잃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고 앞으로 나서 스태프를 내밀었다.

하지만 마법은 시전되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마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가이우스는 이를 악물며 실버레인 경의 뒤에 숨었다.

오크 상급 전사는 실버레인 경과 북부 늑대 기사단의 협공에 쓰러졌고, 가이우스는 눈물을 흘렸다.

* * *

823년 11월.

짧지 않은 여행 끝에, 제이드 기사단은 실버레인 후작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버레인 후작령에 도착할 때까지 그랑키아 숲에서 3번 정도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졌지만, 실비아가 신성 기도문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 덕분에 아군의 피해는 크지 않았고, 북부 늑대 기사단이 활약한 덕분에 가이우스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그랑키아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가 보입니다.”

케이트 경이 보고했다.

그녀의 보고를 듣고 시선을 앞으로 향하니, 희미하지만 실버레인 중심도시의 실루엣이 보였다.

실버레인 중심도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금 있으면 어둠에 물들 게 분명했다.

조금 속도를 높이면 늦은 밤에 실버레인 후작령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속도를 높인다.”

테일러는 속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지만, 불평은 터져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긴 여행으로 지쳐 빨리 푹신한 침대에서 쉬고 싶었던 것이었다.

속도를 높인 덕분에 날이 바뀌기 전에 실버레인 후작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야간의 경비는 삼엄했고, 검문도 복잡했지만 실버레인 후작의 아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함께한 덕분에 불필요한 검문 절차는 생략할 수 있었다.

“주둔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전에 사용하셨던 곳입니다.”

늦은 시간이라 잠자리에 든 하츠 실버레인 후작을 대신해 업무를 보고 있던 하일론 실버레인은 제이드 기사단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습 기사를 보내, 전에 제이드 기사단이 사용했던 주둔지로 그들을 안내하게 했다.

“모두 수고했다. 안전한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도착했으니,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다음 명령이 하달될 때까지 푹 쉬도록.”

다들 지친 탓에 환호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북부 늑대 기사단은 자신들의 주둔지로 돌아갔고, 제이드 기사단은 배정받은 주둔지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숙소로 걸어 들어갔다.

“형님께서 내일 고위 마법사를 준비시켜 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이만 쉬시지요.”

짧은 시간 동안 하일론 실버레인을 만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테일러에게 다가와 말했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통신을 연결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었다.

테일러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실버레인 경에게 감사를 표한 뒤 숙소에 들어가 잠에 청했다.

그날 밤 가이우스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달빛이 스며들어오는 창가에 붙어 있는 침대에 누운 그는 좀처럼 쉽게 잠에 빠져들지 못해 이리저리 뒤척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이드 기사단의 고위 기사로서 기사단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돌아온 알버트 후안은 가이우스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이유도 대충 짐작했다.

“가이우스. 긴장되십니까?”

늘 입고 다니는 갑옷 차림이 아닌, 무장을 해제한 가벼운 차림으로 침대에 조심스럽게 걸터 앉은 알버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불을 덮고 멍하니 창문으로 보이는 달을 쫓고 있던 가이우스의 시선이 알버트에게 향했다.

가이우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 조금 긴장되는군.”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장 테일러가 내일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통신을 넣기로 하였으니, 내일이 된다면 회복 방법의 유무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 가이우스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둠 속이었지만 달빛이 가이우스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알버트는 어두운 가이우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가이우스. 도저히 넘을 수 없어 보이는 벽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길에선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결국엔 그 벽을 넘거나, 부수고 전진하게 됩니다. 아니면 하다못해 우회할 길이라도 찾게 됩니다.”

“그런가?”

“내일 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쉬시지요.”

알버트의 설득에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고맙네.”

그리고 알버트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가이우스는 곧 잠의 늪에 빠져들었고, 가이우스가 잠든 것을 확인한 알버트 후안도 하품을 하며 침대에 몸을 누웠다.

* * *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

테일러는 실버레인 후작령에서 지내고 있던 고위 마법사 발터 슐츠 준남작을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사우스펠 마탑의 최연소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를 좋게 보고 있던 발터 슐츠 준남작은 가이우스가 마력 탈진 상태라는 것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발터 슐츠 준남작의 도움으로 왕국 정보부의 통신 마법사와 통신을 연결하여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과 테일러는 대화를 나누었다.

마력 탈진을 벗어날 방법에 대해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그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면서 수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반드시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선언했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적극적인 모습에 테일러는 감사를 표하며 통신을 종료했다.

“감사합니다. 슐츠 준남작.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신이 끝나고 테일러는 발터 슐츠 준남작에게 감사를 표했다.

발터 슐츠 준남작은 테일러를 보며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의 일은 정말이지 유감입니다…… 마탑의 기대주가 마력 탈진이라니, 마탑의 대마법사 영감이 알게 되면 쓰러질지도 모르겠네요.”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께서 왕국 정보부를 움직여주시기로 하셨으니, 곧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발터 슐츠 준남작과 같이 노련한 고위 마법사라면 마법과 관련된 지식이 상당했고,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아참, 그리고 이것을 전해주시겠습니까? 테일러 경?”

발터 슐츠 준남작이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자주색 주머니에선 고소한 향기가 새어 나왔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제과점의 과자입니다. 약소하지만 이것으로 가이우스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마법사는 군것질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가이우스처럼 발터 슐츠 준남작도 과자를 좋아했다.

과자를 좋아하는 고위 마법사답게 주로 근무하는 실버레인 중심도시의 제과점의 과자는 모두 맛본 그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건네는 주머니에 담긴 과자는 그가 가장 훌륭하게 평가한 제과점의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들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가이우스가 기뻐할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축복이 함께하길.”

신성교의 인사를 남기고 슐츠 준남작은 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사라졌고 테일러는 가이우스에게 과자도 전달하고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소식도 말해주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평소라면 과자 상점이나 제과점을 돌아다닐 때였지만, 마력 탈진으로 인해 크게 낙담해 있는 지금은 숙소에 있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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