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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86화 (86/150)

리턴 플레이어 86화

34장 대마법 뇌신의 창(2)

실비아는 다급하게 외치며 신성 기도문을 외웠다.

알폰스의 상처에 하얀 빛 무리가 감돌더니 회복이 시작되었고 가이우스의 마법이 데네브에게 향했다.

데네브는 붉은 피의 방패로 가이우스의 마법을 막아냈다.

가이우스의 마법을 받아낸 붉은 피의 방패는 허무하게 부서져 내렸고, 뱀파이어 대공은 날카로운 검을 알폰스를 향해 찔렀다.

알폰스의 방패가 검을 막고 테일러가 검을 휘둘렀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허리를 숙여 테일러의 검을 피해내며 손톱으로 테일러의 허리에 상처를 만들었다.

그가 공격하며 빈틈이 보이자 검을 들어 올린 채 대기하고 있던 알버트가 틈을 포착하고 재빨리 끼어들어 데네브의 복부에 제법 깊은 상처를 남겼다.

“큭!”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복부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검술이나 지식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었지만,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데다가 약해져 있는 몸은 전성기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느려진 몸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덕분에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몸에는 상처가 조금씩 늘어갔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인간에게 당하면 얼마나 끔찍한지.”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피로 혈마법을 완성했다.

두 개의 혈마법진이 그려졌다.

하나의 혈마법진은 데네브의 몸을 강화시켰고, 나머지 혈마법진은 날카로운 창을 만들어냈다.

날카로운 피의 창이 허공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가 노리는 것은 원거리 공격을 맡은 가이우스와 실비아 등이 있는 곳이었다.

“실비아!”

테일러가 경고했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는 즉시 신성 기도문을 외워 신성한 빛의 방패를 소환해 막아냈다.

시선이 잠깐 후방을 향한 사이, 어느새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코앞으로 접근했다.

“헉!”

“아뿔싸!”

테일러가 헛바람을 들이키고 알폰스가 다급하게 방패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데네브가 조금 더 빨랐다.

그의 손톱이 테일러의 목을 긋고 지나쳤고 검이 알폰스의 가슴을 베었다.

“크악!”

“으악!”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목을 당한 것은 위험했다.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테일러는 솟구치는 핏줄기를 막으며 뒤로 물러섰고, 알폰스는 쩍 벌어진 판금 갑옷의 틈새로 붉은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꺼져. 방해된다.”

데네브는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테일러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실비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지나갈 수 없다!”

알버트 후안이 나섰다.

“나를 막지 마라. 인간.”

그는 무서운 속도로 알버트의 뒤를 잡고 등에 검을 꽂아 넣었다.

검을 뽑아내자 알버트는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쓰러졌다.

지금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혈마법으로 인해 강화되어 있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붉은 눈동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실비아에게 향했다.

혈마법의 강화가 유지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데네브는 조금 다급한 심정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실비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레드의 화살이 날아왔지만 무시했다.

화살이 어깨에 박혔다.

그는 화살을 뽑아내고 실비아가 외운 신성 기도문으로 인해 소환된 빛의 창을 피해내고 앞을 막아서는 레드에게 치명상을 입혀 그를 쓰러뜨렸다.

“그녀에게는 손을 대지 못…… 커헉……!”

가이우스가 막아섰지만 소용없었다.

근접전에는 재능이 없는 그는 뱀파이어 대공의 발길질에 힘없이 정신을 잃었고 일리아가 소환한 평범한 바람의 정령은 일격에 역소환되었다.

“끝이다. 성녀.”

그가 실비아에게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두 자루 날아들었다.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라고 해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단검을 피하는 짧은 순간 피투성이가 된 테일러가 거리를 좁혔다.

“그녀에게서 떨어져라!”

그는 부상의 고통으로 인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마력검이 깃든 전쟁의 나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에게 달려들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구나!”

데네브는 검을 휘둘러 맞섰지만, 상처를 입어 결사의 의지 스킬까지 발동되자 슈발리에 검술 스킬까지 있는 테일러는 무려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온 뱀파이어 대공의 검술에 맞서고 있었다.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적의 공격 경로가 표시됩니다.]

‘보인다!’

부상으로 인해 결사의 의지 스킬이 발동되자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인해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고 있던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마저 극대화되며 테일러를 보조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붉은 실선으로 적의 공격 경로가 표시된다는 것은 테일러가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에게 맞설 뿐, 그를 압도하진 못했다.

“실비아! 모두에게 신성 기도문으로 회복을 부탁합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검을 받아내며 테일러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신성 기도문이…… 신성 기도문이 제대로 듣지 않고 있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실비아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지금 열심히 신성 기도문을 외우는 중이었다.

분명 강력한 신성 기도문을 외웠는데, 그 효과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상처는 치료되고 있는 게 느껴졌지만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당신에게도 신성 기도문이 듣고 있어요.”

실비아의 목소리에 테일러는 상처를 만져 보았다.

조금 회복된 기미가 보였지만, 평소에 비하면 그 효율이 높지 않았다.

“크큭.”

뭐가 재미있는 것인지 테일러와 검을 겨루며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여유롭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것이냐.”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테일러가 물었다.

잠깐 두 사람의 검이 멈추고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설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피의 저주라고 들어봤나? 하긴, 수천 년 전에 존재했던 뱀파이어의 권능이니 생소할 수밖에 없겠군. 수천 년이라는 세월의 안갯속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낸 뱀파이어는 얼마 없으니까.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을 것이다. 성녀의 축복이 있지 않은 이상에야.”

피의 저주.

그것은 뱀파이어가 가진 저주의 일종으로, 상처를 입힌 자에게 저주를 걸어 그 상처의 회복이 늦어지게 만드는 무서운 저주였다.

수천 년 전에 살았던 뱀파이어들이 가진 고대의 저주로,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선 오직 저주를 건 뱀파이어를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성녀의 축복으로도 저주를 풀 수 있지만 지금 이곳은 축복을 내릴 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여유도 없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가 가진 피의 저주는 유난히 강력했고, 그것은 봉인으로 약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성녀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이 워낙 강력하여 원래대로라면 죽음에 이르러야 할 상처를 입은 파티원들이 그녀의 빠른 대처 덕분에 간신히 목숨은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절망적인 순간에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인원은 테일러와 가이우스가 유일했는데, 가이우스는 머리를 크게 부딪쳤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실비아. 신성 기도문으로 지원을 부탁합니다. 일리아. 정령을 소환해주세요.”

테일러의 부탁에 실비아는 신성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일리아는 바람의 정령을 소환했다.

“신성 기도문을 외우게 두지는 않는다!”

뱀파이어 대공의 외침과 함께 혈마법이 발동되고 피의 창이 실비아를 노렸다.

“으아아아!”

테일러는 자신의 방어를 포기하고 피의 창을 쳐냈고, 덕분에 방어 자세가 무너져 전신이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에게 노출되고 말았다.

테일러는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눈치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뱀파이어 대공이 휘두른 검이 테일러의 복부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고 철제 갑옷이 갈라지면서 붉은 피가 튀었다.

“큭!”

테일러의 입가에서도 고통에 찬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과도하게 피를 흘린 탓에 시야가 순간 아찔하게 흔들리며 흐릿해졌다.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지만 시야는 점점 아득하게 멀어져갔다.

덜덜 떨리는 팔로 간신히 검을 들어 올린 채 버티고 선 테일러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였다.

그녀의 손에는 죽은 제이드 기사단원의 검이 들려 있었고, 바람의 정령이 검에 깃들어 있었다.

검에 깃든 바람의 정령은 뱀파이어 대공의 마력검과 부딪치기 무섭게 역소환되었지만 일리아는 다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맞섰다.

“이, 일리아. 물러나세요. 당신이 검술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멀어져 가는 의식을 힘겹게 붙잡으며 테일러가 말했다.

하이 엘프로서 뱀파이어와의 전쟁에 일생을 바쳐온 그녀는 검술 실력이 제법 뛰어난 편이었지만 고위 기사 수준은 아니었다.

천재 고위 기사 알버트 후안마저 허무하게 쓰러뜨리는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그녀가 검술로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리아는 물러나지 않았다.

“검술에는 자신이 없지만.”

일리아는 침착하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두렵지 않아요.”

일리아의 목소리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검을 휘두르기도 귀찮군.”

데네브는 정말로 귀찮다는 얼굴로 손가락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혈마법으로 만든 피의 단검이 일리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안 돼!”

실비아가 소리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일리아의 검술 실력은 훌륭한 편이었지만 모든 단검을 쳐내지는 못했고, 테일러에겐 남은 힘이 없었다.

그가 남은 힘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일리아를 감싸는 것뿐이었다.

온몸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지는 테일러를 보며 실비아는 전의를 상실했고 일리아는 말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당신을 혼자 보내지는 않겠어요.”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로 테일러를 혼자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하이 엘프는 뱀파이어 대공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진 순간, 강력한 마법의 불꽃이 뱀파이어 대공을 덮쳤다.

피의 방패가 간신히 막아냈지만,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쉬어도 좋네. 뒤는 내가 책임지겠네.”

든든한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가이우스였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는 있었지만 다른 파티원들에 비해선 가장 멀쩡했다.

“나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마법사? 멸망 전에는 고위 마법사가 넘쳐 났었지. 나는 고위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아.”

“그렇다면 대마법사는 어떤가?”

순간 가이우스의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이우스의 기색이 변했다.

얼굴에 혈관이 드러나고 주변으로 압도적인 양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도저히 고위 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마력 폭주? 어리석은!”

마력 폭주.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얻지만, 마력 탈진으로 이어져 결국엔 죽거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되는 패널티를 가진 양날의 검.

가이우스는 강력한 상대인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를 상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 하고 있었다.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전의를 상실한 성녀와 큰 위협이 되지 않는 하이 엘프를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위협이 되는 가이우스를 향해 몸을 날림과 동시에 혈마법으로 피의 창을 만들어 던졌으나, 가이우스의 방어 마법 앞에 피의 창은 허무하게 파괴되었다.

순간적으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만큼 강력한 방어 마법의 캐스팅 또한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래 봤자, 대마법을 모른다면 고작 마법 캐스팅이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력 폭주로 인해 강력해졌다고 하더라도 상위의 마법 술식을 알지 못한다면 단순하게 마법 캐스팅과 위력이 조금 증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데네브의 말에 가이우스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유감스럽지만 나는 대마법도 공부를 끝마친 상태라서 말이네.”

“이런……!”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대마법이 캐스팅되었다.

하얗게 질린 뱀파이어 대공은 다급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강력한 방어 마법은 깨지지 않았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는 다급해졌다 대마법은 봉인이 풀린 상태에서 맞더라도 치명적이었다.

“뇌신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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