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78화
31장 하츠 실버레인 후작(1)
살라다르 경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트 경이 기사단원 5명과 함께 알폰스에게 합류했다.
일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는 소환되기 무섭게 그림자 기사단원의 집중 공격을 받아 역소환되고 말았다.
실비아는 열심히 신성 기도문을 외워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있었으나, 지쳐가고 있었다.
가이우스의 강력한 마법이 아군을 엄호하고 있었으나, 적의 수는 많았다.
테일러는 조용히 제이드 기사단의 고위 기사 3명을 불러들였다.
“적장을 칩니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검을 뽑으며 말하는 테일러.
고위 기사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검은 전신 판금 갑옷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테일러와 3명의 고위 기사는 신속하게 움직여 검은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상대를 끔찍하게 도륙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적장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아닌 가레스 경이었고, 적의 사기는 조금 꺾였지만,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나를 찾는 건가?”
2번째 그림자 기사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나니,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일러는 말없이 단검을 하나 뽑아 던졌다.
“피할 가치도 없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검은 마력 갑옷을 형성시켜 단검을 튕겨낼 뿐이었다.
놈이 피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그 틈을 노려 검격을 날리려고 했던 테일러는 이를 악물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우리의 수가 더 많군.”
그림자 기사단원 8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가 3명이나 되었다.
“조무래기들을 부탁한다.”
“곧 정리하고 합류하겠소.”
로펜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살라다르 경과 쟈크 경과 함께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로의 마력검이 부딪치고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지만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만만치 않은 강한 상대였고, 그릴 상대하기 위해선 한눈팔 틈이 없었다.
“주군. 저만 빼놓다니, 섭섭합니다.”
알버트가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났다.
적의 피를 뒤집어쓴 그는 자신도 상처를 조금 입은 것인지 갑옷 여기저기가 파손되고 벌어진 상처가 눈에 띄었다.
평소 같았으면 알버트를 안전한 곳으로 보냈겠지만, 지금은 클라크 위스펠 남작을 상대하기 위한 고양이 손이라도 절실한 심정이었기 때문에 그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까?”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테일러의 뒤에 나타났다.
“주군!”
알버트의 경고.
갑작스러운 검격.
테일러는 몸을 옆으로 굴러 피해낸 뒤 위스펠 남작의 몸을 찔렀다.
검은 마력의 갑옷이 조금 깎여 나갔지만, 그것을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마력 갑옷을 뚫지 못한 검은 허무하게 튕겨 나왔다.
“알버트!”
“지금 갑니다!”
이어서 내려친 위스펠 남작의 검을 쳐내며 위스펠 남작의 빈틈을 지적하는 테일러.
그 외침에 알버트가 달려와 검을 휘둘렀지만 위스펠 남작은 검은 마력을 분사해서 알버트를 멀리 날려보냈다.
순수한 물리력만을 가진 검은 마력에 적중 당한 알버트는 멀리 날아가 정신을 잃었다.
그 주변으로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모여들었다.
“가이우스!”
“말하지 않아도 안다네!”
가이우스의 시전한 전격의 화살이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감전시켰고 뒤를 이어서 일리아가 소환한 불의 정령이 방패와 창을 든 채 쓰러져 있는 알버트를 수호했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있었나!”
무사한(?) 알버트의 모습에 테일러는 안심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위스펠 남작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검은 마력의 검이 테일러를 덮쳤고 미처 대응하지 못한 테일러는 몸을 재빨리 굴렀지만, 그의 검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철제 흉갑이 크게 손상되고 깊은 상처가 생겼다.
붉은 피가 솟구쳤다.
“크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적에게 같은 피해를 입힙니다.]
“크악!”
비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테일러에게 치명상을 입힌 위스펠 남작이 테일러가 입은 것과 똑같은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거산과 같은 모습을 보였던 검은 마력 갑옷은 깨졌고 검은 전신 판금 갑옷의 틈에선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그 양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아 상처는 깊어 보였다.
“네놈.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위스펠 남작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효했다.
자신마저 상처를 입자 크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입가에서 붉은 피가 튀어 면갑에 묻었다.
붉은 피가 투구의 틈으로 조금 새어 나왔다.
[심각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극대화됩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아무래도, 결사의 의지 스킬은 아군이 심각한 피해를 봤을 경우뿐만 아니라, 자신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결사의 의지를 불태울 때도 적용이 되는 모양이었다.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전신에서 힘이 넘쳐 흐르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칠흑의 기사 클라크 위스펠 남작에게 대적하는 것이!
“으아아아!”
테일러는 위협적인 함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위스펠 남작도 검을 휘둘러 대응했다.
전쟁의 노래와 전쟁의 나팔이 부딪치고 충격을 받은 마력검이 크게 요동쳤다.
“이럴 수가!”
눈에 띄게 강해진 테일러의 힘에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크게 당황했다.
“죽어라!”
테일러는 남은 손으로 단검을 뽑아 위스펠 남작의 허벅지를 찔렀다.
두꺼운 철갑옷이 허벅지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결사의 의지 스킬로 공격력이 크게 상승한 테일러의 단검은 마력검 없이 철갑옷을 두부처럼 가르고 들어가 위스펠 남작의 허벅지에 깊이 박혔다.
“큭!”
상당히 고통스럽겠지만 위스펠 남작의 자세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은 테일러에게 있어서 충분한 기회였다.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테일러의 검이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복부를 깊게 베었다.
“커헉!”
허벅지를 찔렸을 때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던 위스펠 남작도 치명상을 입는 큰 고통은 참기 힘든 것인지 크게 휘청이며 고통에 찬 비명을 토했다.
흉측하게 갈라진 전신 판금 갑옷의 복부 부분에서 장기와 함께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 * *
하지만 위스펠 남작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붉은 피를 폭포수처럼 흘리고 갑옷 밖으로 장기가 흘러나와 주렁주렁 춤을 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죽여주겠다.”
답답한 것인지 투구를 벗어 던진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선언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느렸기에 테일러는 여유롭게 그의 검을 피한 후 검을 휘둘러 목을 잘라냈다.
목을 잘라내자 클라크 위스펠 남작 또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강력했던 적의 죽음이었다.
테일러는 약초로 만든 지혈제를 상처에 대충 뿌렸다.
사실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듣고 있었으니, 지혈제를 뿌리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지혈제를 상처에 대충 뿌리고 있으니, 적들을 해치운 고위 기사 3명이 합류했다.
테일러는 그들을 살폈다.
살라다르 경과 로펜 경은 멀쩡했지만 쟈크 경은 투구를 잃어버리고 복부에도 얕아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럴 수가! 칠흑의 기사를 해치운 것이오?”
살라다르 경과 쟈크 경이 다가오는 적들을 상대하고 로펜 경이 테일러의 상처를 살피며 경악했다.
좀처럼 놀라지 않는 늙은 고위 기사가 경악할 정도로 칠흑의 기사가 가지는 이름은 무거웠다.
“하지만 아직 적이 많습니다.”
주위를 살피며 테일러가 대답했다.
로펜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의 말대로 적의 수는 아직 많았다.
실비아가 없었다면 이미 전멸했을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다행히 실비아가 있었고, 전쟁의 나팔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군이 패주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지휘관인 테일러가 쓰러지지 않는 한 제이드 기사단은 전멸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로펜 경! 기사단장! 서쪽을 보십시오!”
살라다르 경의 외침에 테일러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달빛을 받으며 펄럭이는 그리드 백작령의 깃발 아래 집결한 1천의 군대를.
* * *
“도움에 감사합니다. 폴든 그리드 백작, 그리고 라이드 그리드 경.”
“국왕 폐하를 위해 일하는 엘런데일스 후작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다. 국왕 폐하를 위해 일하는 경이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테일러의 감사를 받으며 폴든 그리드 백작이 대답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과 가레스 경을 잃은 그림자 기사단은 엘런데일스 후작의 부탁을 받아 급히 출격한 폴든 그리드 백작과 고위 기사 라이드 그리드 경이 지휘하는 1천의 군대에 의해 처참하게 도륙되었고, 살아남은 지휘관 셀본스는 그림자 기사단을 퇴각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기사단의 움직임을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파악하고 있었고, 전투가 그리드 백작령에서 벌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리드 백작과 그리드 경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왕실을 향한 충성심이 깊은 두 형제는 흔쾌히 도움을 주기로 하였고,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자신이 역으로 파놓은 함정에 적이 깊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 일부러 테일러와 제이드 기사단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 점에서 테일러는 살짝 이를 악물었지만, 불평을 토하지는 않았다.
“불만이 느껴지는군. 뭐든 일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고. 아무튼, 오늘 밤은 이곳 중심도시에서 푹 쉬도록.”
“감사합니다.”
폴든 그리드 백작의 배려에 테일러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드 백작이 나가고 테일러는 배정받은 숙소의 침대에 누워 고민했다.
빛의 창이 대부분 손상되었고, 제이드 기사단의 전력도 많지는 않지만 조금 잃었다.
이대로라면 데네브의 봉인 해제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내일 아침 일찍 가이우스에게 부탁을 해야겠군.”
테일러는 가이우스의 통신 마법을 통해 이 상황을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알릴 것을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테일러는 가이우스를 찾았다.
전날의 전투로 지친 가이우스는 따뜻한 스프를 먹으며 피로를 풀고 있었다.
테일러의 부탁에 가이우스는 불평을 하면서도, 스프를 비우고 정보부의 마법사와 통신을 연결해 테일러의 부탁대로 제이드 기사단의 상황을 전달했다.
“후우.”
통신이 끝나고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는 조금 지친 얼굴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속행하라고 하는군.”
가이우스의 보고에 테일러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입니까?”
“그렇네. 대신 실버레인 후작령에 들려서 북부 군단의 지원을 받으라는군.”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실버레인 후작령.
북부 군단의 사령부가 있으며, 북부 군단의 사령관인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영주로 있는 영지.
전생에서는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죽음으로 인해, 북부 군단이 비교적 쉽게 무너졌지만 실은 북부 군단은 사우스 왕국의 정예들이 모여 있는 군단으로 그랑키아 숲과 붙어 있는 국경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북부 군단의 지원을 받으라는 것이면 안심할 만하군요.”
북부 군단은 그랑키아 숲 근처에 배치된 만큼 정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국경 인근에 배치된 북부 군단의 병사들은 특히 정예였다.
그랑키아 숲에 억제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가끔 소규모로 몬스터 무리가 내려오는데, 이때 최전선에 서서 몬스터 무리를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대가 북부 군단이었다.
“다만 실버레인 후작령에 도착할 때까지 그림자 기사단의 공격이 없기를 로렌시아께 기도해야겠군요.”
테일러가 우려를 표했다.
“그 점은 걱정 말게.”
“어째서입니까?”
테일러가 질문했고 가이우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물어보았네만, 이번 공격으로 그림자 기사단은 아주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은 작전 행동의 수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보인다고 하네.”
그림자 기사단은 강대한 프랑츠 제국 내에서도 아주 강력한 무력 기관이었지만 사우스 왕국은 엄연히 외국이었다.
거기다 국경도 그랑키아 숲이 끼어 있어 왕래가 힘들었기 때문에 기사단원의 파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테일러에 의해 연이어 기사단원들이 다수 목숨을 잃어버렸으니, 생존한 기사단원들로는 당분간 전투와 같은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왕국 정보부와 그 수장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