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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77화 (77/150)

리턴 플레이어 77화

30장 그리드 평원 전투(2)

테일러의 명령에 기사단은 야영지를 지키기 위한 소수의 기사단원만을 남겨둔 채 가이우스의 안내를 받아 적의 기척이 감지된 곳으로 말을 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50여 기의 기병을 제외하면 전원 보병으로 구성된 뱀파이어 남작 소울빙의 부하 뒤르크가 지휘하는 군대와 마주 칠 수 있었다.

“가이우스. 개전과 동시에 큰 거 한 방 부탁합니다.”

“맡겨두게.”

가이우스는 고위 마법의 캐스팅에 돌입했고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뽑았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시스템 메시지가 전쟁의 나팔의 효과를 설명해주었다.

마력이 조금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보이지 않는 마력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제이드 기사단을 덮쳤다.

마력의 파도에 맞은 기사단원들은 사기가 상승했다.

“돌격!”

검을 뽑아든 테일러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며 말을 달렸다.

그의 뒤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푸른 선이 허공을 갈랐다.

“크아악!”

“으아악!”

푸른 선이 이어진 곳에 서 있던 뱀파이어 11명이 연쇄적인 전격에 노출되어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쓰러졌다.

그리고 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테일러가 일격에 뱀파이어 기사 뒤르크 경의 목을 날려 버렸다.

뱀파이어들에게 재앙은 계속되었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가 소환한 성스러운 빛의 화살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 것이다.

그녀가 소환한 성스러운 빛의 화살은 평범한 사람에겐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하지만 뱀파이어 같은 사악한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신성 기도문이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성스러운 빛의 화살에 의해 제이드 기사단을 향해 돌격을 준비하던 뱀파이어 기병대는 전열이 완전히 무너져 엉망이 되었고 그런 그들을 쟈크 경이 지휘하는 20여 기의 기사단이 덮쳤다.

다시 한번 가이우스의 강력한 마법이 시전되자 끝까지 버티던 뱀파이어들마저 영원한 죽음의 안식에 들고 말았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상태창.”

[테일러.

고위 기사

Lv:59

스킬[14/15]

Lv14고위 기사 검술[A] Lv5 불의 검[B] Lv6 마력검[B] Lv5 파마의 검[A] Lv4 암석거인의 가호[B] Lv9상급 방어 검술[C] Lv6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1눈에는 눈 이에는 이[A] Lv6 마나연공법[C] Lv9통솔[C] Lv5레인저의 직감[C]Lv1 결사의 의지[A] Lv1도주[E] Lv5벌목[E]

잔여 포인트:8]

전투가 끝나고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상태창을 확인했지만, 통솔 스킬이 1레벨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었다.

“알버트.”

“네. 주군.”

상태창 확인을 끝낸 테일러는 얼굴에 묻은 뱀파이어의 피를 손등으로 대충 닦아냈다.

그리고 뒷정리를 지휘하고 있는 알버트에게 다가갔다.

테일러의 부름에 알버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었고 그런 그를 향해 테일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군의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4명이 전사하였고 19명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중에서 2명이 조금 위독한 상태입니다.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을 받았지만,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알버트가 보고했다.

다행히 전사자가 4명으로 전투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였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 덕분이었다.

만약 그녀의 신성 기도문이 없었다면 지금 부상자의 절반 이상이 전사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뒷정리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3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알버트의 보고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테일러는 말을 탄 채 아주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기척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기척은 하나.

그렇다면 전령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전령이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야영지에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무슨 일은 적의 습격일 가능성이 높았다.

야영지에 남겨둔 기사단원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습격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다.

테일러는 굳은 얼굴로 기척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수풀을 헤치고 튀어나온 전령이 말을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운 뒤 내려 테일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적습입니다!”

그리고 입을 열고 내뱉은 첫 마디는 테일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의 수는?”

“100을 조금 넘는 수로 예상됩니다만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테일러는 이를 악물었다.

적의 수는 야영지의 아군이 대응하기엔 조금 많은 수였다.

운이 없게도 야영지에는 고위 기사가 한 명도 없었다.

“알버트, 가이우스, 실비아, 알폰스, 일리아, 레드!”

테일러는 자신의 동료들을 즉시 불러 모았다.

테일러의 주변으로 동료들이 모였다.

“지금 즉시 야영지로 이동합니다. 쟈크 경은 수비 태세를 취한 채 주변을 경계하도록.”

테일러는 파티 동료들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소수지만 이동할 수 없는 중상자가 있었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소수의 인원을 따로 배치했다가 각개 격파를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예 남은 인원 전부를 놔두려는 것이었다.

뱀파이어 100명은 아군의 지원 없이 파티 동료들과 함께라면 쳐부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은 필요 없었다.

실제로 테일러는 파티가 완성되기 전에도 미완성의 파티를 이끌고 다수의 뱀파이어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신속하게 움직인 덕분에 야영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이트 경이 지휘를 잘 해주고 있었지만 강력한 뱀파이어들의 공격에 전열은 무너지고 혼란스러운 전장이 되어 있었다.

서로가 뒤엉켜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일리아가 바람의 정령 군주를 소환했고 바람의 칼날이 가까운 곳에 모여 있는 뱀파이어들을 덮쳤다.

“크아악!”

“으아악! 살려줘!”

뱀파이어 다섯이 비명을 내지르며 갈가리 찢겼다.

테일러는 전장으로 몸을 던지며 전쟁의 나팔을 뽑아들었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알림음이 들리고 보이지 않는 마력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힘겹게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아군을 덮치자 전황이 아주 조금이나마 바뀌기 시작했다.

“남작! 고위 기사입니다! 고위 기사가 2명이나 있습니다!”

테일러와 알버트의 검에서 빛나는 마력검의 모습에 뱀파이어 남작 소울빙 휘하의 뱀파이어 기사 몇몇이 크게 동요하여 날뛰었다.

그 모습에 소울빙 남작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붉은 마력검이 빛나는 검을 든 채 말없이 테일러를 향해 돌진했다.

“나의 칼을 받아라!”

뱀파이어 남작답게 번개와 같은 움직임.

갑작스러운 공격에 번개와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레인저의 직감 스킬을 보유한 테일러는 그의 움직임을 읽고 검을 간신히 피해냈다.

“주군!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알버트! 당신은 알폰스와 함께 실비아와 일리아, 가이우스의 보호를 부탁합니다!”

알폰스가 검을 들어 올리며 합류하려 했지만 테일러는 그를 실비아와 일리아, 가이우스의 보호를 부탁했다.

일리아 같은 경우엔 검을 아주 조금이나마 다룰 수 있었지만, 실비아와 가이우스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탱커 역할을 맡아 어그로를 잡아주지 않는다면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아군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나! 나는 제법 강한데 말이지!”

소울빙 남작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테일러에게 매서운 공격을 쏟아 부었지만, 테일러는 침착하게 잘 막아냈다.

철벽과도 같은 방어 태세에 소울빙 남작은 이를 악물고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어떤 기묘한 작용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제이드 기사단이 갑자기 살아나서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작전은 성공한 모양인지 휘하 뱀파이어 기사 하나가 작전 성공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무리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그 신호를 본 소울빙 남작은 몸을 빼려고 했지만, 테일러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집요한 공격으로 소울빙 남작의 움직임을 봉쇄해버린 것이었다.

“이런, 젠장. 날 내버려 두란 말이다!”

“마음대로 놔둘 것 같으냐?”

그와 동시에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불러낸 성스러운 기운으로 만들어진 백색의 유니콘이 달려와 소울빙 남작의 가슴을 찔렀다.

“커흑!”

“남작!”

소울빙 남작은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렸다.

그틈을 노린 테일러의 검이 소울빙 남작의 목을 쳤다.

목을 보호하는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푸른 마력검은 방어구를 종이처럼 찢고 들어가 목을 깨끗하게 잘라냈다.

지휘관인 소울빙 남작의 머리가 날아가자 전황이 뒤집어지고 수세에 몰렸던 뱀파이어들도 속히 후퇴를 시작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지만 레벨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60을 향한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상태창을 확인해보았지만, 전투의 끝자락에 합류한 탓에 어떤 스킬의 레벨도 상승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나고 뒷정리가 시작되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로펜 경과 살라다르 경, 그리고 쟈크 경이 부상자들과 기사단원들을 이끌고 야영지로 합류했다.

유감스럽게도 테일러가 그토록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중상자들은 결국 숨을 거둔 모양이었다.

그들이 합류하고 부상자들이 실비아와 일리아로부터 치료를 받는 사이, 테일러는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15명이 전사했습니다. 그리고 25명이 부상을, 그중에서 4명이 중상입니다.”

케이트 경이 보고했다.

전사자 수는 제법 많은 편이었다.

부상까지 합하면 야영지를 수비하기 위해 남겨두었던 기사단원 중에서 멀쩡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피해가 작은 편은 아니군.”

천막의 의자에 앉아 보고를 받으며 테일러는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를 향해 케이트 경은 심각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빛의 창이 대부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 *

823년 9월.

타락의 정수 때문에 대부분 빛의 창이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테일러와 제이드 기사단은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신성교의 신전에 들려서 조금 기다린다면 빛의 창을 보급받을 수 있을 테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제이드 기사단은 빛의 창 보급 없이 계속 전진하여 그리드 백작령의 그리드 평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더위는 가시고 쌀쌀해진 밤의 찬바람을 맞으며 테일러는 평원에 간단한 기병 장애물을 설치하고 야영지를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야영지가 완성되고 테일러는 알폰스와 체스를 두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패배한 후 돌아가는 알폰스의 뒤를 따르는 실비아를 불러 세웠다.

“실비아.”

“네?”

“저번에 제게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테일러의 말에 실비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녀는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테일러에게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따, 딱히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가자. 오빠!”

그렇게 말하고는 알폰스를 재촉해 테일러의 막사를 벗어났다.

닫힌 막사의 문을 한참을 바라보던 테일러는 서류 정리를 위해 서류와 깃펜을 꺼내 필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가이우스가 설치해둔 침입자를 탐지하여 경종 소리를 울리는 결계 마법이 발동되어 시끄러운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적습이다!”

그리고 천막 밖 가까운 곳에서 케이트 경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일러는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고 갑옷을 챙겨 입었다.

갑옷을 챙겨 입고 검을 드는 순간 천막의 문이 열리고 가죽 갑옷을 챙겨 입고 두 개의 검을 허리에 찬 살라다르 경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적습입니다! 벌써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기사단원들과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살라다르 경의 말대로 전투가 시작되어 있었다.

“그림자 기사단!”

검은 마력검을 쓰는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고 야영지의 테두리에선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안전한 중앙에선 실비아와 가이우스, 그리고 일리아가 알폰스와 알버트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살라다르 경. 케이트 경과 기사단원 다섯을 보내서 중앙을 지키도록.”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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