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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76화 (76/150)

리턴 플레이어 76화

30장 그리드 평원 전투(1)

[중요: 야영 시작 시점 823년 9월.]

“테일러.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라는 말인가?”

“또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거겠지?”

집무실로 돌아온 테일러는 수도 상점가를 습격하여 과자가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온 가이우스와 그와 함께 외출했었던 레드로부터 질문 공습을 받아야만 했다.

“집무실 문은 도대체 어떻게 연 겁니까?”

분명 나올 때 집무실 문은 잠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한 명뿐이었다.

“가이우스. 당신입니까?”

“내가 시켰어.”

가이우스는 과자를 한 입 베어 물며 테일러의 시선을 피했고 레드가 한 발 앞으로 나와 가이우스를 변호했다.

테일러의 시선이 레드에게 향했다.

“왜 순진한 가이우스를 속여서 굳이 잠겨 있는 문을 열었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레드.”

“그거 날 놀리는 건가?”

“놀리는 게 아닙니다. 가이우스.”

자신을 보고 순진하다고 하는 말에 가이우스가 발끈했다.

그는 자신을 어리게 보는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있었다.

테일러는 가이우스를 진정시키고 레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 설명해보세요.”

“나는 뭐, 일리아와 진한 키스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어. 미안해.”

레드는 변명했지만, 테일러는 레드의 변명을 믿지 않았다.

남부 레인저 여단의 에이스 레인저인 레드라면 문이 잠겨 있어도 내부의 기척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것을 느꼈을 텐데 굳이 문을 열었다는 것은 뭔가 미심쩍었지만, 테일러는 짚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해 드리자면 다시 그랑키아 숲으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랑키아 숲이라.”

“뭐? 또 그랑키아 숲으로 간다고?”

“네.”

레드는 평범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랑키아 숲에서 죽을 뻔한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가이우스는 과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가이우스. 어쩔 수 없습니다. 왕국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테일러는 그런 가이우스의 반응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랑키아 숲으로 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선 과거에는 용병이었지만 지금은 테일러의 신분이 군인이었기 때문에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또한 왕국의 멸망을 저지하기 위해선 그림자 기사단의 데네브 계획을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가이우스. 정말 힘드시다면 기사단장의 권한으로 이번만 제외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테일러는 간곡하게 부탁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했다.

자존심이 강한 가이우스에게는 이런 방법을 쓰는 게 옳았다.

“뭐? 그럴 순 없네! 나도 함께 갈 것이야!”

아니나 다를까 자존심 강한 가이우스는 테일러의 예상대로 행동했다.

테일러는 가이우스가 몰래 입가에 미소를 살짝 그린 뒤 레드를 바라보았다.

“뭘 봐? 나는 당연히 함께 갈 거라고.”

레드다운 대답이었다.

* * *

823년 8월.

그림자 기사단과 맞서기 위한 준비를 끝낸 제이드 기사단은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도움으로 최고의 장비를 보급받고 신입 기사단원까지 소수 충원하여 그랑키아 숲을 향해 출발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봉인이 풀릴 것을 대비해 신성교에서 지급해준 성스러운 무기 빛의 창까지 확보한 제이드 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 닦여 있는 도로를 통해 움직이는 제이드 기사단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리를 잘 받아 윤기가 흐르는 털을 가진 말을 타고 태양 빛을 받아 빛나는 갑옷을 입고 청색 망토를 두른 채 기다란 검을 허리에 건 유유히 말을 모는 기사단원의 모습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쉬빌 자작령에 도착한 제이드 기사단과 기사단장 테일러.

가이우스와 함께 남은 일정을 계산한 테일러는 시간이 조금 모자라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한 보급을 받기 위해 조금 시간을 지체했던 것이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겠나? 이동 속도 증가 버프를 준다고 해도 매일같이 유지할 수는 없네. 나도 마력에 한계가 있으니 말이네.”

“쉬빌 숲을 가로질러 가면 5일 정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민 끝에 테일러는 쉬빌 숲을 가로질러 가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확실히 숲을 통과하면 5일에서 6일 정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몬스터의 공격으로 인한 전력 손실인데, 이것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현재 제이드 기사단의 기사단원 수는 100명을 넘는 수였고, 왕국에서 뛰어난 인재로 손꼽히는 가이우스, 알버트, 레드, 실비아, 알폰스, 일리아 등이 있었다.

신성교의 성녀 실비아가 함께하고 있는 한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아군이 심각하게 불리할 정도로 밀리지 않는 이상 피해는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녀의 신성 기도문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팔이 잘려도, 잘린 지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면 붙일 수 있었고, 중상자도 경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완화할 수 있었다.

경이로운 수준의 신성 기도문.

테일러가 믿는 것 중 하나였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군.”

“좋은 방법입니다. 주군.”

“테일러. 쉬빌 자작령은 수도 근처도 아니고, 영지군의 힘이 약해서 숲에 몬스터가 상당히 많이 서식하는 편이야. 그래도 괜찮겠어?”

알버트와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테일러의 의견에 지지의사를 표했지만 레드는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규군이 정기적으로 토벌을 진행하는 수도 인근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있는 쉬빌 자작령은 영지군이 강력한 편도 아니라서 가장 큰 쉬빌 숲의 몬스터 토벌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쉬빌 숲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몬스터가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엘프들조차 쉬빌 숲을 버리고 다른 숲으로 떠나는 바람에 뱀파이어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남부 레인저 여단의 에이스 레인저 출신답게 레드는 쉬빌 숲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기사단의 수가 많으니, 쉽게 전투를 걸지 못할 것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큰 손실 없이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테일러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을 접었고 제이드 기사단은 도로를 벗어나 쉬빌 숲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상당히 습하네요.”

숲에 들어서기 무섭게 일리아가 꺼낸 첫 마디였다.

그녀의 말대로 숲은 습하고 더웠다.

왕국의 8월은 무덥기로 유명했는데, 덥고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지수가 상당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망토를 두르고 두꺼운 갑옷까지 입은 기사단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했다.

만약 도보로 이동하고 있었다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싸움이 터져도 진작에 터졌을 것이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다행히 하루 종일 숲의 절반을 통과할 동안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군대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의 무장을 갖춘 20~30 정도 되는 규모의 오크 무리와 2번 정도 마주쳤지만, 제이드 기사단의 무장 상태와 수를 확인한 오크 무리의 지휘관은 후퇴할 것을 명하여 전투가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제이드 기사단이라는 작지 않은 규모의 군대가 쉬빌 숲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뱀파이어 척후대를 통해 쉬빌 숲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뱀파이어 남작 소울빙에게도 전달되었다.

제이드 기사단이 뱀파이어를 쉽게 아작낼 수 있는 빛의 창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달받은 소울빙 남작은 테일러의 제이드 기사단이 쉬빌 숲의 뱀파이어 토벌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오해를 하고 말았다.

그가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든 데에는 제이드 기사단이 보유한 빛의 창의 역할이 아주 컸다.

“오늘 밤. 타락의 정수를 사용하여, 빛의 창을 타락시킨다.”

뱀파이어 소울빙 남작은 휘하 뱀파이어 기사들을 모두 소집시킨 뒤 자신의 계획을 발표했다.

“뒤르크!”

“예!”

소울빙 남작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충성스러운 뱀파이어 기사 뒤르크를 호명했다.

검은 갑옷을 입고 붉은 망토를 두른 뒤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뱀파이어 200을 주겠다. 미끼 역할을 수행하도록. 놈들을 전멸시킬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알겠습니다!”

뒤르크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소울빙 남작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좋아. 자정이 지나면 공격을 개시한다.”

늦은 밤.

소울빙 남작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테일러는 알폰스와 체스를 두고 있었다.

“빨리 끝내. 오빠.”

“체크메이트.”

테일러의 막사를 찾은 알폰스를 따라왔지만, 테일러와 알폰스가 계속 체스만 두고 있자 심심한 것인지 실비아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알폰스는 여동생의 불평에 한숨을 살짝 쉰 후 체스판에서 테일러의 진영을 향한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그 공격에 테일러는 결국 킹을 쓰러뜨리고 말았다.

“제가 졌습니다. 알폰스.”

제이드 기사단의 지휘를 맡게 되면서 시작된 지휘 수업.

나름 의지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체스를 시작했지만 그레이 가문의 귀족으로 어렸을 때부터 체스를 즐겨온 알폰스의 상대가 되기엔 무리였다.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테일러. 실비아, 그럼 가도록 할까?”

“아뇨. 나 테일러에게 할 말이 있어.”

알폰스는 막사의 벽에 세워둔 검과 방패를 챙겨 들고 막사를 나서려고 했지만, 실비아는 테일러에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뭔가 결심한 듯한 얼굴로 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테일러는 막사를 향해 다급하게 뛰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막사의 문이 열리고 짧지 않은 흑발을 휘날리며 가이우스가 뛰어들어왔다.

“가이우스! 무슨 일입니까?”

“결계에 생명체가 탐지되었네. 수는 약 200.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가 분명하네!”

“뱀파이어가 왜 우릴…….”

테일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뱀파이어가 지배하는 쉬빌 숲이었지만 뱀파이어의 영지에 침입한 적도 없었으며, 그들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보통 숲을 지배하고 있다곤 해도 영지에 침입하거나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뱀파이어들도 가끔 모험가들을 소규모로 습격하는 경우는 있어도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뱀파이어의 숫자가 200이면 군대 규모다.

이건 적극적인 공격에 해당되는 경우였다.

“그들은 사악한 존재. 인간을 공격하는 것에 있어서 이유는 필요 없어요.”

실비아가 설명했다.

테일러에게 뭔가 말하려 했는데, 방해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챙겨 막사 밖으로 뛰어나갔다.

“살라다르 경!”

테일러는 마침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살라다르 경을 불렀다.

“네. 기사단장.”

다른 고위 기사들과 다르게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은 살라다르 경이 대답과 함께 달려왔다.

“기사단을 무장시키도록. 적이 근처에 있으니, 80명 정도를 이끌고 요격에 나설 것이다.”

“알겠습니다.”

살라다르 경이 고개를 끄덕인 뒤 근처를 지나던 기사단원 2명을 불러 세워 테일러의 명령을 전달했다.

명령을 전달 받은 기사단원 2명은 다른 기사단원들에게 명령을 전달했고, 그렇게 테일러의 명령은 야영지 전체에 전파되었다.

“기사단 무장 완료. 기사단장의 명령을 기다립니다.”

완전 무장한 쟈크 경이 말에서 내린 채 테일러의 앞에서 명령을 기다렸다.

그는 두꺼운 철로 만들어진 완갑과 견갑, 흉갑 등으로 몸을 보호하고 적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검을 허리에 걸고 있었다.

쟈크 경의 말 또한 두꺼운 마갑을 걸치고 있었다.

테일러는 완전 무장한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단원들의 모습을 살피며 수습 기사가 끌고 온 말에 올랐다.

테일러가 말에 오르자 쟈크 경을 포함한 제이드 기사단원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말에 올랐다.

“전원 이동! 적을 요격한다!”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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