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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72화 (72/150)

리턴 플레이어 72화

28장 칠흑의 기사, 재습격(1)

연이은 패배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그림자 기사단은 그동안 라모르 르와이얄은 물론이고, 사우스 왕국 내에서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긴 했지만, 특히 수도 근처에서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었다.

반란을 일으킨 남부 하이크 왕국에서 그림자 기사단이 활약하는 것으로 인해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림자 기사단의 추가 파견이 가능해졌다.

그림자 기사단에서도 최정예로 구성되었던 이전의 파견 인원과는 달리, 이번에 파견되는 인원 중에서는 검은 마력검을 사용할 수 없고 실력도 떨어지는 그림자 기사단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질이 비교적 낮은 기사단원들이 대폭 합류한 덕분에 그 수는 상당히 많았다.

물론 그랑키아 숲을 통과하면서 일부는 몬스터에 의해 목숨을 잃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그림자 기사단원이 내려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 *

국경지대.

실버레인 후작령의 영주이자 북부 군단의 사령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차남이자 북부 군단 소속의 북부 늑대 기사단의 기사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북부 늑대 기사단의 기사단원 10명과 병사 30명 정도를 이끌고 국경 곳곳에 지어진 초소들을 살피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북부의 날씨는 여전히 춥군요.”

북부 늑대 기사단의 기사 체이스 펠리토 경이 두꺼운 망토를 여미며 말했다.

중앙 수비군 소속 기사단에서 수습 기사로 수련을 쌓고 기사 작위를 받으면서 북부 군단으로 발령된 펠리토 경은 추위에 익숙하지 않았다.

왕국 중부의 겨울은 북부의 겨울에 비하면 어린 애들 장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북부는 겨울 뿐만 아니라 늘 추웠다.

그런 북부는 펠리토 경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북부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춥습니다. 펠리토 경. 곧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의 말에 펠리토 경은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병사들의 걸음 속도에 맞춰 천천히 말을 몰기를 약 10분.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지휘하는 병력은 국경 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초소의 모습에 펠리토 경이 경악했다.

초소는 처참한 모습으로 박살 나 있었고 초소 근처에는 10여 구의 북부 군단 병사들의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초소 바로 옆에는 파손된 갑옷을 입은 기사가 머리를 잃은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모두 검을 뽑으세요.”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지시를 내린 뒤 검을 뽑아들었다.

펠리토 경은 물론이고, 모두가 검을 뽑아들었다.

병사들은 창을 쥔 채 주변을 경계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철조망이 짐승을 막기 위해 설치한 나무 울타리를 검으로 베고 들어가 시체의 상태를 살폈다.

흘린 피의 상태와 시체의 상태를 살펴보니 새벽에 당한 게 분명했다.

“어떻습니까?”

펠리토 경이 다가와 물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일어섰다.

“기사단장께 보고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순찰은 속행해야겠습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수습 기사 2명을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보내서 북부 늑대 기사단장 케일럽 윈터스 남작에게 현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초소 순찰을 계속했다.

그 결과 총 6곳의 초소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그 초소들을 지키고 있던 병력이 몰살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찰을 종료한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즉시 기사단장에게 보고했다.

기사단장 케일럽 윈터스 남작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 즉시 하츠 실버레인 후작에게 보고했고, 실버레인 후작은 이 사실을 고위 마법사를 통해 수도의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전달했다.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한 왕국 정보부장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이를 그림자 기사단의 대규모 왕국 잠입으로 판단했다.

그는 라모르 르와이얄을 지키는 일에 고급 병력인 제이드 기사단 전원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고 판단하고, 라모르 르와이얄을 지키기 위해 중앙 수비군 소속의 고위 기사 토미 윙클던 준남작이 지휘하는 윙클던 기사단 50명을 파견하는 대신 제이드 기사단을 수도로 귀환시켰다.

“야호! 수도다!”

823년 6월.

오랜만에 수도의 땅을 밟은 실비아 그레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테일러. 저희는 신전에 잠시 들렀다가 오겠습니다.”

방방 뛰는 실비아를 진정시키며 알폰스가 말했다.

테일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폰스는 실비아와 함께 신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스승님을 보고 오겠네.”

가이우스는 스승을 보고 오겠다며 사라졌다.

“나는 여동생을 만나러.”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부모님이 지내실 집을 구해 드려야 하니까요.”

“저도 같이 갈게요!”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주군.”

졸지에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레드의 뒤로 긴 줄이 형성되었다.

레드의 여동생 아이린과 임시로 테일러의 부모님이 살고있는 집은 외성에 있었다.

그들은 내성을 벗어나 외성으로 향했다.

마법의 힘을 빌려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수도의 거리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아이린과 테일러의 부모님이 살고있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크를 하자 아이린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이린!”

“아, 기사님. 오셨군요.”

아이린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레드를 살짝 피해내며 테일러를 바라보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기사님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주머니가 절 많이 도와주셨어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 모습에 아이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내 정신 좀 봐. 어서 들어오세요.”

아이린은 자신의 실례를 깨닫고 집 안으로 모두를 초대했다.

레드는 뭔가 불만이 있는 표정으로 테일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런 레드를 알버트가 노려보았다.

“실례할게요.”

마지막으로 눈웃음을 흘리며 들어오는 일리아의 모습에 아이린은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하이 엘프.

자신과 같은 평범한 여자는 상대도 할 수 없는 라이벌.

그녀의 빛나는 모습은 아이린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거실로 들어가니 레이나와 죠셉이 과일을 먹고 있었다.

두 사람은 테일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테일러는 레이나와 죠셉을 데리고 집을 구하기 위해 나섰고, 아이린은 그런 그들을 아쉬운 눈빛으로 보냈다.

이제 레이나와 죠셉이 없으면 테일러를 볼 기회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그녀는 슬펐다.

집은 금세 구할 수 있었다.

최근 수도에서 연이어 벌어진 전투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진 탓에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테일러는 막대한 양의 금화를 지불하고 외성에 있는 적당한 집을 부모님께 마련해 드렸다.

* * *

“그림자 기사 가레스. 가레스 전투단의 기사단원 150명과 함께 위스펠 남작의 부름을 받아 집결했습니다.”

“셀본스 암살단 단장. 셀본스. 암살단의 기사단원 30명과 함께 집결했습니다.”

검은 어둠이 내려앉은 사우스 왕국의 어느 한적한 변방 지하의 공동에서 200명에 가까운 그림자 기사단원이 모여 클라크 위스펠 남작에게 집결을 보고했다.

“수고했다. 전투단은 200명을 요청했는데, 제법 줄었군.”

“송구합니다. 50명은 그랑키아 숲에서 하이 오크의 근위대와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가레스 경이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 기사단은 내부에 많은 기관을 두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주력 전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단이었다.

최정예로 이루어져 대부분이 검은 마력검의 사용이 가능한 특별헌병단과 정보공작단, 암살단의 기사단원들과 다르게 전투단의 구성원은 기사단에서도 전투력이 가장 떨어지는 수습 기사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투단의 인원은 절반 이상이 그림자 기사단의 자랑이라고 하는 검은 마력검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림자 기사단에서 수습 기사 수준이라고 보는 그들의 검술 실력은 사우스 왕국의 기사와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한 수준이라 마력검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사나 병사에게 있어선 상대하기 곤란한 상대였다.

“결과는?”

“네?”

“전투의 결과가 어땠냐고 묻는 것이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가레스 경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군이 승리했습니다.”

“그렇다면 되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랑키아 숲의 하이 오크의 근위대는 그랑키아 숲에서도 정예로 소문난 자들이었다.

최근 경계가 강화된 억제기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을 테니, 억제기의 영향을 받되, 크게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이 오크의 근위대를 격파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조장, 아니, 남작. 저희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셀본스가 물었다.

어둠이 지배하는 검은 벽을 바라보고 있던 위스펠 남작은 몸을 돌려 셀본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계획을 방해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어리석은 녀석들이 있다는 말입니까?”

셀본스의 붉은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위스펠 남작이 말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우스 왕국의 제이드 기사단. 우리의 목표는 그들을 전멸시키는 것이다.”

위스펠 남작의 목소리가 어둠이 지배하는 고요한 공동에 울려 퍼졌다.

역사가 아주 조금 바뀌고 있었다.

* * *

늦은 시간.

왕실의 숙소에서 갑옷과 군복을 벗고 편안하게 소파에 몸을 푹 기대 쉬고 있던 테일러는 왕국 정보부장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호출을 받고 왕성 안에 있는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주로 모든 설비가 갖추어져 있는 자신의 저택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지만, 가끔 왕국에 보고할 일이 있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왕성 안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곤 했다.

서둘러 군복을 챙겨 입고 엘런데일스 후작의 집무실에 도착한 테일러는 문을 지키고 있는 기사에게 자신이 온 것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기사가 테일러의 도착을 안에 알리자 문이 열렸다.

테일러는 군복을 점검한 뒤 천천히 집무실로 들어갔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저택보다 왕성이 안전해서 그런지 집무실 안에는 저택 집무실보다 적은 수의 인원이 엘런데일스 후작을 호위하고 있었다.

왕국 정보부의 특수 요원 3명과 고위 기사 1명이 호위 전부였다.

“어서 오게.”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책상에서 떠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바쁘게 보고서 등의 서류를 정리하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것이다.

“앉게나.”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권유로 의자에 앉은 테일러는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뒤를 지키고 있는 고위 기사의 얼굴이 낯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만. 새로 들어온 분이십니까?”

엘런데일스 후작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고위 기사의 수는 부유한 영지답게 30여 명으로 후작가치고는 조금 많은 편에 속했다.

그들 전부의 얼굴은 몰랐지만 주로 엘런데일스 후작과 함께하며 그의 호위를 수행하는 고위 기사들의 얼굴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동안 엘런데일스 후작 가문 소유의 저택에 자주 드나든 덕분이었다.

눈앞의 4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이는 고위 기사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니, 자세히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본 듯하기도 했지만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곁에서 본 적은 없었다.

그건 확실했다.

“아, 듀렌달 자작을 말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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