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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62화 (62/150)

리턴 플레이어 62화

23장 함정(3)

그렇게 생각한 테일러는 알버트에게 큐리스 자작의 경호를 맡기고 살라다르 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테일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기척을 느낀 살라다르 경과 2명의 기사의 시선이 테일러에게 향했다.

그래도 테일러는 제이드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었기 때문에 2명의 기사는 근무 중 음주를 들킨 것에 대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나, 살라다르 경은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산이 터져 용암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라다르 경.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해도 되나.”

“보다시피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있지.”

“경의 근무지는 이곳이 아니다. 신속하게 근무지로 돌아가라. 경들도 이번만은 용서해 줄 테니 신속하게 근무지로 돌아가도록.”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단장.”

살라다르 경은 대답 대신 테일러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술이 담긴 잔을 입가로 가져갔지만, 다른 기사 2명은 테일러의 경고가 먹혀들었는지 테일러가 보는 앞에서 술잔에 담긴 술을 모두 비우고 신속하게 근무지로 돌아갔다.

그에 비해 살라다르 경은 석상처럼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지독하게 말을 듣지 않는 고위 기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은 근무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가?”

“술이 아직 남았으니까. 비우고 가야지. 기사단원들 앞에서 술을 비울 수는 없지 않나?”

살라다르 경은 술잔을 테일러를 향해 기울여 안에 남아 있는 술을 보여주었다.

안에는 붉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아마도 와인일 것이다.

북부 군단에서는 겨울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몰래 병사들이나 기사들이 술을 조금씩 근무 중에 마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살라다르 경처럼 지휘관 앞에서 대놓고 술을 퍼마시지는 않았다.

지금 살라다르 경의 행동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었다.

“답은 간단하다. 즉시 바닥에 술을 비우도록. 그리고 근무지로 돌아가.”

“아까운 술을 왜 버리나. 기사단장. 이렇게 보여도 제법 비싼 녀석이란 말이지.”

살라다르 경의 무례한 태도에 테일러는 참다못해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살라다르 경의 시선이 테일러의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쳤다.

“경은 눈앞의 기사단장의 말이 말 같지 않은가?”

“말 같다니깐. 그러니까 듣고 있지.”

말을 마치며 살라다르 경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테일러는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살라다르 경의 목을 베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국가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고위 기사의 목숨은 특별한 권한이 없다면 빼앗을 수 없었다.

그리고 테일러는 그 특별한 권한이 없었다.

국왕은 테일러를 믿고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지만 그런 권한까지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국가에서도 고위 기사쯤 되는 자가 지휘관에게 대놓고 반항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대한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동안 고위 기사의 반항이 없었던 이유는 고위 기사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귀족이거나, 최소 고위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고위 기사쯤 되면 자존심이 강해진다.

그런 그들에게 평민 출신의 벼락 출세한 새파랗게 어린 기사가 지휘권을 잡게 되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캬. 좋다. 이제 근무지로 갈 테니 너무 화내지 말라고.”

술잔을 비운 살라다르 경은 손을 흔들며 테일러에게서 멀어졌다.

테일러는 그를 잡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저택으로 돌아갔다.

* * *

822년 12월.

11월부터 약 1개월 정도 되는 시간을 큐리스 자작령에서 안나 큐리스 자작을 지키며 보냈으나, 그림자 기사단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림자 기사단이 억제기를 총 공격할 시간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할 수 없었던 테일러는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의 통신 마법을 통해 왕국 정보부의 고위 마법사에게 다시 한번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왕국 정보부는 그림자 기사단 관련 정보를 여러 번 확인한 끝에 큐리스 자작 암살 명령에 대한 정보가 허위 또는 교란책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큐리스 자작의 저택의 방 하나에 테일러의 파티원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앙에 푸른 로브를 입은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가 두 눈을 감은 채 마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지금 가이우스는 고위 마법사만 가능하다는 통신 마법을 통해 왕국 정보부의 고위 마법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을 잘 아는 테일러들은 입을 굳게 닫고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가이우스가 감겨 있던 두 눈을 떴다.

“어떻게 되었나요? 이 지루한 곳에 계속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실비아였다.

수도 생활에 익숙한 그녀에게 큐리스 중심도시는 지루한 곳이었다.

큐리스 자작령이 철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큐리스 중심도시 또한 제법 크고 오락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수도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명령이네. 즉시 수도로 돌아오라는군.”

“야호!”

가이우스의 말에 실비아는 성녀답지 못하게 환호성을 내질렀고, 그런 그녀를 보며 일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테일러는 벗어 두었던 갑옷을 챙겨 입었다.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합시다.

테일러의 파티원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즉시 소집종을 울려 기사단원들을 전원 소집했다.

살라다르 경과 몇몇 기사들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대부분 테일러의 명령을 잘 따라주었다.

“수도로 돌아간다!”

테일러의 명령에, 제이드 기사단은 신속하게 준비를 마치고 수도로 향했다.

수도로 향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애초에 큐리스 자작 암살 명령은 장막이었고, 그 장막 뒤에 감추어 두었던 본래의 목적은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제이드 기사단을 전멸시키는 것이었다.

“소나기!”

그림자 기사 한 명이 외치자 검은 마력이 모여 하늘을 가렸다.

하늘을 가린 검은 마력이 입을 벌리듯 옆으로 갈라지자 그 속에서 날카로운 검은 마력의 칼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아악!”

“으아악!”

순식간에 십여 명의 제이드 기사단원이 목숨을 잃거나 전투를 수행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두꺼운 철제 흉갑을 입고 있었지만, 마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를 막는 것은 무리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알폰스와 실비아 주변에 있었던 기사단원들은 성스러운 보호막에 의해 보호를 받았고, 가이우스 근처에 있던 제이드 기사단원들 또한 가이우스의 방어 마법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펜 경!”

치열한 전투 현장 속에서 테일러는 그나마 자신의 지시를 잘 따라주는 고위 기사 로펜 경을 찾았다.

쟈크 경도 테일러의 말을 어느 정도 듣기는 하지만 그는 좀 떨어진 곳에서 그림자 기사단원과 치열하게 검을 나누고 있었다.

“여기 있소이다!”

로펜 경의 목소리가 들린다.

테일러는 앞을 막는 그림자 기사단원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고 옆으로 밀어내며 로펜 경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로펜 경이 그림자 기사 한 명과 치열하게 검을 나누고 있었다.

테일러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로펜 경을 지나치며 그림자 기사의 허리를 베었다.

그림자 기사가 순간 옆으로 몸을 움직인 탓에 깊게 베지 못했지만, 갑옷이 잘리고 붉은 피가 쏟아져 나올 정도의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네 녀석이구나!”

그림자 기사는 테일러를 알아보았다.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를 엿먹이고 있는 테일러에 대한 소문은 그림자 기사단 내부에서도 제법 퍼져 있는 상태였고, 테일러의 목을 날려 버린다면 큰 공을 세울 수 있다는 소문도 퍼져 있었다.

그림자 기사의 대검이 테일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커다란 대검을 검으로 받아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그림자 기사 팔버릭 경의 검보다 받아낼 때의 충격이 작었는데, 그것도 그럴 것이 테일러가 처음 상대했던 그림자 기사인 팔버릭 경은 그림자 기사로 이루어진 조의 조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조장급 그림자 기사와 평범한 그림자 기사와의 실력 차이는 상당했다.

“이럴 수가!”

테일러와 검을 나눈 그림자 기사는 경악했다.

검은 마력검이 희미해져 있었던 것이다.

테일러의 기묘한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림자 기사가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사이, 테일러가 다시 대검을 내려쳤다.

[파마의 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마력이 완전 해산됩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마력검이 완전히 박살 났다.

테일러가 다시 검을 휘두르자 그림자 기사는 마력검을 다시 활성화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대검을 들어 올렸지만, 테일러의 마력검에 의해 대검은 무 잘리듯 잘려나갔다.

“로펜 경! 지금이다!”

“알겠소!”

무력화된 그림자 기사의 가슴에 로펜 경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림자 기사의 검은 판금 갑옷이 뚫리고 붉은 피가 흐른다.

그림자 기사는 휘청이다가 결국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테일러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가이우스가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알버트는 부탁받은 대로 일리아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바람의 정령 군주가 바람의 칼날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알폰스와 실비아는 붙어 있었는데, 눈 부신 빛이 함께하고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레드는 비교적 안전한 중앙에서 화살을 소모하고 있었다.

쟈크 경은 그림자 기사단원과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또 다른 그림자 기사단원 2명이 합류하려고 하고 있었다.

“로펜 경! 기사단원 3명을 지원해주겠다! 쟈크 경을!”

“알겠소!”

“나는 살라다르 경을 지원하겠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살라다르 경이 그림자 기사와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기사단원 3명과 함께 로펜 경이 쟈크 경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테일러는 살라다르 경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살라다르 경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여긴 왜 온 것인가!”

테일러의 난입에 살라다르 경이 소리쳤다.

그는 검 하나를 잃어버린 채 하나의 검으로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도와주러 왔다!”

의기양양하게 소리쳤지만, 그림자 기사의 실력은 상당히 좋았다.

살라다르 경과 테일러의 검을 동시에 받아내며 공격까지 펼치고 있었다.

“크윽!”

살라다르 경의 검이 멀리 날아갔다.

거대한 몸집의 그림자 기사가 발로 살라다르 경을 찼다.

비명과 함께 살라다르 경이 넘어져 나뒹굴었다.

살라다르 경이 이탈하자 공격은 테일러에게 쏟아졌다.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며 힘겹게 전투를 이어가던 순간이었다.

[아군의 30%가 전사했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알림음과 함께 힘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고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지도 않았는데, 적의 공격 경로가 눈에 훤히 보였다.

테일러는 스치듯 대검을 피해 그림자 기사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바, 방패!”

검은 기운이 뭉쳐 테일러의 앞을 막았으나, 테일러가 검을 휘두르자

[파마의 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마력이 완전 해산됩니다.]

알림음과 함께 일격에 그림자 방패가 박살 났고 테일러는 검으로 대검을 쳐내며 단검을 뽑아 그림자 기사의 면갑의 틈에 꽂아 넣었다.

“크아아악!”

면갑에 뚫린 구멍으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감히 조장을!”

“죽어라!”

놀랍게도 그는 조장이었다.

팔버릭 경만큼은 아니지만 대단한 실력자임은 분명했다.

그런 조장의 죽음에도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두려움을 품지 않고 테일러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멀리서 불덩이 2개가 날아와 그림자 기사단원 두 명을 강타했다.

테일러가 고개를 돌리니, 가이우스가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레드가 단검 두 자루를 뽑아들고 호위하고 있었다.

“적장이 죽었다! 반격하라!”

[통솔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아군의 사기가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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