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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60화 (60/150)

리턴 플레이어 60화

23장 함정(1)

테일러가 여전히 자신을 따르지 않는 제이드 기사단을 훈련시키고, 왕립 사관학교를 졸업한 상급 장교로부터 전술 교육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지휘하는 사우스 왕국 정보부는 그림자 기사단의 꼬리를 잡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은밀 기동에 능숙한 그림자 기사단의 꼬리를 잡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지만, 최근 연이은 대규모 작전 실패로 많은 수의 기사단원과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은 탓에 최근 그림자 기사단은 술 취한 노인처럼 휘청이고 있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림자 기사단은 많은 단서를 흘렸고 왕국 정보부 요원들의 눈에 잡혀 버렸다.

“확실한 정보인가?”

“네. 확실한 정보입니다.”

“일단 기록하도록. 기록이 끝나는 즉시 엘런데일스 후작님께 보고한다.”

큐리스 자작령에 배치된 정보부 요원으로부터 보고가 고위 마법사의 통신 마법을 통해 수도의 왕국 정보부로 전달되었다.

정보부 간부는 통신 마법으로 전달받은 고위 마법사에게 확실한 정보냐고 재차 확인했고 고위 마법사는 확답했다.

정보부 간부는 즉시 통신 내용을 기록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기록이 끝나는 즉시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기록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밀 서류에 기록이 끝나는 순간 정보부 간부는 기밀이라고 적힌 서류 봉투 안에 서류를 집어넣은 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엘런데일스 후작령은 수도 사우스펠의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있었지만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왕국 정보부장이라는 직책과 업무 때문에 후작령이 아닌 수도에서 주로 생활했다.

돈이 상당히 많은 그는 왕성 바로 옆에 커다란 저택을 가지고 있었다.

정보부 간부는 검문을 통과할 수 있는 특별한 통행증을 내보이고 내성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말을 이용해 신속하게 엘런데일스 후작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의 입구에는 고위 기사 1명과 기사 4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통행증을 보여주자 그를 통과시켜 주었다.

저택 안으로 달려들어 가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요원은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중요 내용이 기록된 보고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긴급한 내용입니다. 속히 읽고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다급해 보이는 요원의 말에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신속하게 봉투를 뜯고 보고서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엘런데일스 후작의 얼굴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정보의 출처는 확실한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림자 기사단이 제대로 미친 것 같군. 한참 경계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수도 인근 영지의 영주를 암살하려고 움직이다니.”

엘런데일스 후작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고서에는 그림자 기사단의 움직임에 대해 기록되어 있었다.

보고서엔 그림자 기사단이 수도 서쪽의 큐리스 자작령의 영주이자 고위 기사인 안나 큐리스 자작을 노리고 있으며, 암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안나 큐리스 자작은 최근 영지를 하사받은 영주로, 왕국 내에서 제법 유명한 고위 기사였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제이드 기사단밖에 없습니다. 모든 병력이 전국 각지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 기사단을 저지하기 위해 기동 중입니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물음에 정보부 요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현재 사우스 왕국 전역에서 암살 작전을 전개하는 그림자 기사단을 막기 위해 사우스 왕국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대기 중이며,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제이드 기사단밖에 없었다.

사우스 왕국은 제법 군사력이 강한 국가에 속하지만, 전시 상황이 아닌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많지 않은 데다가 그림자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가진 최정예병은 그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각 영지의 숲에 거주하는 몬스터들 때문에 남겨둬야 하는 병력이 있었기에 사실상 운용 가능한 병력은 많지 않았다.

“제이드 기사단이라…….”

엘런데일스 후작은 얼마 전 새롭게 만들어졌고 지휘관과 기사단원 사이에서 사소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제이드 기사단의 상황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제이드 기사단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기사단장과 기사단원 사이에 사소한 마찰이 있는 만큼 그것이 전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변수로 작용할 우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엘런데일스 후작이야 각지에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테일러를 향한 신뢰를 굳혔지만, 제이드 기사단의 기사단원들 입장에선 새파랗게 어린 기사가 갑자기 운이 좋아서 벼락출세하여 기사단장 자리를 맡았다고 보이니까 달갑지 않을 만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제이드 기사단이 아니면 움직일 병력이 없었다.

남부 레인저 여단은 그랑키아 숲을 포함하여 왕국의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숲에 투입되어 몬스터 토벌 중이었고, 수도의 다른 기사단들은 국왕의 경호와 수도 경비 임무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얼마 전 있었던 연회장 습격 사건으로 인해 국왕을 향한 보호는 크게 강화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제이드 기사단의 테일러 경에게 명령서를 보내.”

그림자 기사단과 관련해 전권을 국왕에게서 위임받은 엘런데일스 후작의 명령에 따라 명령서가 제이드 기사단장 테일러에게 전달되었다.

* * *

“테일러 경, 제이드 기사단을 지휘하는 것엔 문제가 없겠나?”

엘런데일스 후작의 집무실로 호출된 테일러를 향해 엘런데일스 후작이 진지하게 물었다.

“문제없습니다.”

“정보부의 보고에 의하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입가에 찻잔을 가져가며 말했다.

엘런데일스 후작은 왕국 정보부의 수장답게 왕국 내에서 모르는 정보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정보가 곧 힘이라고 생각했고, 있는 힘을 다해 정보를 끌어모아 온 남자였다.

왕국 정보부는 매일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여 그중에서 엘런데일스 후작이 필요로 할 만한 정보를 골라 보고해 왔다.

고르고 고른 정보들이었지만 그 양은 상당히 많아서 엘런데일스 후작의 머리가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모든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왕국 정보부가 수집하는 정보에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테일러와 그의 파티원들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이드 기사단이 대놓고 명령 불복 행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엘런데일스 후작의 귀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제이드 기사단의 명령 불복 행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고 주위의 눈을 의식하지도 않아서 주둔지를 경비하는 병사들을 통해 그들의 행동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소수를 제외한 기사단원 대부분이 명령에 불복종하고 있습니다만, 작전 상황에 돌입했을 때도 그 태도를 지속할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엘런데일스 후작을 보며 테일러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겠지. 제이드 기사단은 왕국 정보부에서 뽑고 뽑은 정예다. 긴박한 상황에서조차 자존심을 내세우진 않을 것이야. 그건 경이 아주 잘 보았군. 그 말대로다. 다만…….”

“무언가 염려하시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가능하면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기사단을 제대로 통솔해주었으면 좋겠군. 변수라는 것도 존재하니까 말이지.”

말을 마치며 엘런데일스 후작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찻잔은 비어 있었다.

빈 찻잔을 본 시녀가 조심스럽게 차를 채웠다.

벌써 3잔째였다.

테일러는 몰랐지만 엘런데일스 후작은 머리를 쓸 때 차를 많이 마시는 버릇이 있었다.

테일러의 제이드 기사단에 임무를 맡기면서 또 다른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검토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이만 가 봐도 좋다.”

축객령에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인 뒤 엘런데일스 후작 가문의 저택을 나와 왕성으로 향했다.

왕성에 도착한 테일러는 즉시 제이드 기사단 주둔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절대로 눈을 감지 마십시오. 적의 검에서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합니다. 자아. 다시 한번 휘둘러보세요.”

알버트의 목소리에 맞춰 10여 명의 기사가 일제히 방패를 든 10명의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과 방패가 부딪치고 요란한 소음이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제이드 기사단 대부분이 테일러를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일러를 따르지 않는 기사단원들도 정식으로 고위 기사 시험을 쳐서 고위 기사의 작위를 받은 알버트 후안의 명령은 어느 정도 따른다는 것이었다.

알버트 후안은 정식으로 고위 기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안 남작 가문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평민이 아니었다.

실력 또한 나이에 비하면 상당히 훌륭한 수준으로, 제이드 기사단이 그를 따를 이유는 충분했다.

자칫하면 테일러는 허수아비 지휘관이 되고 알버트가 실질적인 기사단장이 될 확률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테일러가 정의로운 기사를 연기할 동안에는 알버트는 테일러를 따를 것이니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알버트!”

테일러는 알버트를 불렀다.

테일러의 목소리를 들은 알버트가 훈련을 중단시키고 몸을 돌려 테일러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오셨습니까?”

“기사단을 소집해주십시오. 엘런데일스 후작으로부터 임무가 하달되었습니다.”

“즉시 소집하겠습니다.”

“저는 파티원들을 모으겠습니다.”

알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단 소집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테일러 또한 파티를 소집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궁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정원.

시녀들이 유난히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세로 서서 고독한 남자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가이우스를 훈련장으로 보내고, 기사단원을 보내 외성에서 여동생과 함께 있던 레드를 불러오도록 시켰다.

그리고 정원을 산책하고 있는 알폰스와 실비아를 훈련장으로 보내고, 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일리아와 함께 훈련장으로 향했다.

파티원을 전부 모을 동안에 소집에 응한 기사단원의 수는 총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3명의 고위 기사 중에 소집에 즉시 응한 고위 기사는 백발의 로미오 로펜 경 뿐이었다.

리펠로 쟈크 경과 살라다르 경의 모습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기사단장. 어떻게 할까요?”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다가온 케이트 경이 물었다.

그녀는 테일러를 잘 따르는 편은 아니었지만, 명령이 함께라면 어느 정도 따르는 충직한 기사였다.

“케이트 경. 소집종을 울리고 수습 기사 5명을 뽑아서 아직 소집에 응하지 않은 기사단원들을 훈련장으로 데려오게 하라. 긴급 명령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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