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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54화 (54/150)

리턴 플레이어 54화

21장 그림자 대공의 지령(1)

알 하이자르의 기억.

“알 하이자르. 모든 준비가 끝났소이다.”

조나단 베르헨 공작이 말했다.

그의 곁에는 100명이 넘는 고위 기사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지금 반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라셀비츠 프랑츠 황제를 제거하고, 자신의 사위인 이제 10살밖에 되지 않은 듀엘 프랑츠를 황제로 옹립하려는 것이었다.

프랑츠 제국은 황권이 약화하던 시점부터 대대로 결혼을 빨리하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10살밖에 되지 않은 듀엘이 장인이 있게 된 것이다.

“황금 군단은 어찌 되었습니까?”

마치 어둠, 그림자와 같았다.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마치 어둠 속에 동화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의 물음에 베르헨 공작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반란군 척살을 핑계로 황금 군단 1만이 수도 근처에 주둔 중이오. 그림자 기사단이 수도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움직일 것이오.”

황금 군단.

프랑츠 제국 최정예 군단으로, 모두가 특수한 황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다녔다.

“그림자 기사단 1만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알 하이자르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그는 이미 최정예로 유명한 그림자 기사단을 1만이나 수도에 소집한 상태였다.

한때 황제의 친위대였던 그림자 기사단은 비록 지금은 그림자 대공이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반란 준비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황자 전하는 어디 계십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황금 군단이 보호 중이오.”

베르헨 공작이 대답했다.

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베르헨 공작의 두 눈이 광기에 물들었다.

이 거사가 성공한다면 포세티아 공작 가문이 대대로 해온 사실상 독재를 끊고, 자신이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 공격을 개시하겠습니다.”

알 하이자르의 말에 베르헨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림자 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를 지켜라!”

황성을 공격하기 시작한 그림자 기사단과 황성을 수호하는 황실 친위대가 맞붙었다.

한때 황제의 친위대였던 그림자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은 황성 내부에도 100여 명 정도가 존재했고, 그들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황성의 문을 열었다.

그림자 기사단원 중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자만 받을 수 있는 그림자 기사 작위를 받은 그림자 기사 2명이 함께하는 그림자 기사단 100여 명을 황실 친위대는 막지 못했다.

성문이 하나 열려버리자 그림자 기사단은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황제 폐하께서 계시는 곳에 절대로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황실 친위대장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그의 외침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그림자 기사단을 보며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기사가 던진 검은 그림자의 창이 황실 친위대의 고위 기사 한 명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는 순간, 황실 친위대장은 황금 군단의 존재를 깨달았다.

마침 황금 군단이 근처에서 주둔 중이었다.

제국 최정예 황금 군단이라면 그림자 기사단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황금 군단! 황금 군단에 지원을 요청해라! 그리고 중앙 군단에도!”

황실 친위대장은 황금 군단, 그리고 수도 수호를 위해 수도 근처에 주둔 중인 중앙 군단에도 지원을 요청할 것을 부하에게 전달했으나, 부하는 절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황금 군단도 반란에 가담했습니다! 중앙 군단은 황금 군단과 전투 중입니다!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뭐라?”

황실 친위대장의 몸이 비틀거렸다.

황금 군단이 반란에 가담하고 중앙 군단까지 움직일 수 없다면 상황은 상당히 심각했다.

황성까지 그림자 기사단이 침입한 것으로 보아, 수도 경비대 또한 전멸하거나 매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는 것은 그림자 기사단과 맞설 황제의 세력은 황실 친위대와, 소수의 기사단뿐이라는 소리다.

“황제 폐하 만세!”

“진정한 황제는 듀엘 프랑츠 폐하 뿐이시다!”

어디선가 듀엘 프랑츠를 황제로 옹호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에서 황실 친위대장은 소수의 기사단의 일부 또한 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마도 베르헨 공작에게 매수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황금 군단은 베르헨 공작이 사실상 지배하니, 그들이 개입했다는 것은 베르헨 공작이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늘 포세티아 공작에게 불만이 많았다.

“대장! 적이 황궁으로 몰려들어 옵니다!”

“제기랄!”

부하의 보고에 황실 친위대장은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유감스럽게도 프랑츠 제국의 황제는 어느 순간부터 황권이 약해져 황제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군대 또한 같이 약해졌다.

그것은 지금의 라셀비츠 프랑츠 황제 또한 마찬가지여서 그의 황실 친위대는 그림자 기사단을 맞이하기엔 너무나 약했다.

순식간에 황궁으로 그림자 기사단이 들이닥치고, 황실 친위대장과 황실 친위대는 분전했지만, 그림자 기사단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항복은 없다! 폐하를 위해 목숨을 버려라!”

황실 친위대장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순간, 친위대원 한 명의 창이 황실 친위대장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황실 친위대장이 쓰러지자 그를 찌른 친위대원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항복! 항복!”

“저희도 항복합니다!”

전염병처럼 퍼지는 항복을 외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기사단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림자 기사단은 라셀비츠 프랑츠 황제의 황실 친위대를 몰살시킨 뒤에서야 황궁 안의 황제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직접 검으로 황제를 죽였다.

“이것으로 챕터 하나 클리어인가?”

쓰러진 황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는 중얼거렸다.

* * *

“그래서 실패했다는 말이냐?”

칠흑보다 더 어두운 어둠 속에서 불쾌한 감정이 가득 깃들어 있는 목소리가 넓은 공동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공동의 중앙에 무릎 꿇고 있는 그림자 기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림자 기사.

최정예를 자랑하는 그림자 기사단 내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단심판관, 헌병, 암살자, 기사단원 등에게 부여되는 작위였다.

그런 강인한 그림자 기사조차도 무서워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그림자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자 그림자 대공으로 불리는 알 하이자르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주군.”

“하아. 도대체 넌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반도의 검은 그림자 작전의 담당은 칠카크. 자네였을 텐데?”

그림자 기사 칠카크 경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자신의 죄를 용서해줄 것을 청했으나, 차갑고 냉정한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리고 사죄를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갑고 단단한 얼음벽과도 같은 알 하이자르의 모습에 칠카크 경은 마른 침을 삼켰다.

한때 그림자 대공은 자비라는 단어를 그나마 알고 있었던 존재였지만 듀엘 프랑츠 황자를 황제로 만든 이후, 자비라는 단어를 뇌 속에서 지워 버린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림자 기사단에게 있어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주군! 칠카크 경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어느 시점으로 작전이 연이어 실패하기 전까지는 칠카크 경은 반도의 인재들의 암살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었습니다.”

검은 밤의 기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로드 빌런테일 자작이 칠카크 경의 편을 들어주었다.

칠카크 경은 감동한 얼굴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로드 빌런테일 자작을 바라보았다.

공동의 둥근 벽면을 따라 서 있는 다른 그림자 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칠카크 경의 편을 들었다.

로드 빌런테일 자작은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의 심복으로, 그림자 기사단 내에서도 제법 영향력이 있는 자였다.

“하지만 실패는 실패입니다. 빌런테일 자작. 처벌이 필요합니다.”

같은 알 하이자르의 심복이며 칠흑의 기사라는 이명이 있는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공동을 비추는 촛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마치 언데드처럼 창백했다.

죽음의 기사로 보일 정도였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검은 눈동자가 알 하이자르에게 향했다.

알 하이자르는 날카로운 붉은빛의 시선을 칠카크 경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주군. 처벌이 필요합니다.”

“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주군!”

위스펠 남작의 차가운 목소리에 칠카크 경은 몸을 떨며 용서를 구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그림자 대공 알 하이자르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칠카크. 이렇게 연쇄적인 실패로 보아, 분명 우리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을 조사해서 내게 보고하라. 알겠나?”

칠카크 경이 자리에서 일어서 검을 뽑아 공동의 바닥에 내리꽂았다.

대리석 바닥이 갈라지고 검이 깊이 박혀 들었다.

마력검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괴력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검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좋다. 모두 나가봐라.”

절대자의 명령에 그림자 기사들이 모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모두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알 하이자르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을 허둥지둥 뒤지더니 어떤 내용이 필기 되어 있는 종이를 꺼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현재까지 벌어진 대륙과 반도의 모든 사건들과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이 대략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공략대로라면 이렇게 흘러가선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며 그가 직접 작성한 공략집을 살피는 알 하이자르.

사실 알 하이자르는 알 하이자르가 아니었다.

지금 알 하이자르의 몸을 차지한 영혼은 지구의 게임에서 프랑츠 제국 진영에서 플레이했던 랭커 이상현이었다.

그는 랭커로서 프랑츠 제국 스토리를 처음으로 클리어한 순간 반란을 앞둔 알 하이자르의 몸에 빙의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그는 알 하이자르로서 훌륭하게 생활했다.

모든 일은 스토리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랭커였던 그는 수월하게 반란을 성공 시키고 반도의 영웅들을 암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더니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말았다.

“제기랄!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 거야! 젠장할!”

다시 한번 공략집을 읽어보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공략집에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게임으로 치면 버그가 발생한 것과 같은 상황.

유감스럽게도 그 버그를 지금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알 하이자르가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던 알 하이자르는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어질러진 책상 위를 서둘러 정리하고 공략집을 서랍 깊은 곳에 숨겼다.

“주군! 조나단 베르헨 공작과 조던 베르헨 경이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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