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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52화 (52/150)

리턴 플레이어 52화

20장 신을 믿지 않는 성기사(2)

“배우겠다.”

무려 A급의 스킬이었다.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스킬북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테일러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결사의 의지[A]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더 이상 빛이 뿜어져 나오지 않는 시점이 오자 시스템 메시지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목소리로 스킬 획득을 알려왔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 모습에 테일러는 긴장을 풀며 상태창을 띄우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태창.”

[테일러.

고위 기사

Lv:57

스킬[14/15]

Lv12고위 기사 검술[A] Lv5 불의 검[B] Lv3 마력검[B] Lv1 파마의 검[A]Lv3 암석거인의 가호[B] Lv8상급 방어 검술[C] Lv6하급 아머 마스터리[E]Lv1눈에는 눈 이에는 이[A] Lv4 마나연공법[C] Lv4통솔[C] Lv5레인저의 직감[C]Lv1 결사의 의지[A](비활성화) Lv1도주[E] Lv5벌목[E]]

결사의 의지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비활성화? 어째서지? 스킬 정보 결사의 의지!”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활성화됩니다.]

테일러는 인상을 찌푸리며 스킬 정보를 확인하려 했지만 비활성화되어 있는 결사의 의지 스킬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활성화된다는 작은 정보를 흘릴 뿐이었고,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아. 제기랄.”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으며 탁자 위에 지휘교본을 내려놓았다.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전신을 휘감아 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쉴 시간은 없었다.

국왕이 테일러에게 지휘를 맡기기로 한 274부대에 방문해야만 했고, 그들의 얼굴을 익힌 뒤 바로 그레이 남매를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만 했다.

바쁜 일정을 생각하자 괴로운 듯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테일러.

잠시 쉬고 나가자고 생각한 그는 편안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테일러의 허락에 문이 열리고 알버트 후안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테일러가 국왕을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수련을 서둘러 끝내고 온 것이다.

“주군. 국왕 폐하를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은 잘 해결된 것입니까?”

“아, 잘 해결되었습니다. 274부대의 지휘를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그들을 방문할 생각입니다.”

테일러의 대답에 알버트는 테일러를 향해 존경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가이우스와 일리아는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일리아는 저택에 돌아왔습니다. 다만, 가이우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상점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버트의 대답에 테일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이우스가 한 번 마음먹고 상점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늦은 밤까지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찾으러 갈 수는 없으니, 가이우스는 일단 놔두고 알버트와 일리아만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가이우스는 제외하고 움직입시다. 저택 대문 앞으로 일리아와 함께 나와 주세요.”

“예.”

알버트는 힘차게 대답한 뒤 방을 나섰다.

테일러도 갑옷보다 더 불편한 예복을 벗고 갑옷을 챙겨 입은 뒤 저택의 대문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일리아가 볼을 붉게 물들인 채 알버트의 뒤를 따라 귀여운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테일러는 그들을 이끌고 국왕이 미리 알려준 274부대로 향했다.

274부대 주둔지는 수도 밖에 조금 떨어져 있는 왕국군 주둔지 안에 위치해 있었지만 말을 타고 가니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테일러는 앞으로 테일러의 부관이 될 274부대의 포드릭 경을 만날 수 있었다.

포드릭 경은 평민 출신이었지만 중앙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사 작위까지 받은 엘리트였다.

포드릭 경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테일러는 알버트, 그리고 일리아와 함께 274부대 병사들과 기사들의 훈련을 지켜보았다.

“알버트. 어떻게 생각합니까?”

훈련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알버트에게 질문을 던지는 테일러.

알버트 역시 훈련장을 날카롭게 살피며 입을 열었다.

“훌륭합니다. 뛰어난 수준의 병사들입니다. 이 정도면 정예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알버트의 말은 정확했다.

274부대는 수는 적었지만, 수도 근방에서 중앙 수비군을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게끔 주둔하고 있는 왕국군 지원대에 소속된 부대로 모두 지독한 훈련을 받아온 정예들이었다.

“어떠셨습니까?”

훈련이 끝나고 포드릭 경이 달려와 물었다.

그는 칭찬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는 기대감에 물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훌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의 대답에 포드릭 경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 그를 보며 테일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장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포드릭 경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저희는 수도에 긴박한 일이 닥쳤을 경우, 신속하게 중앙 수비군을 지원하기 위한 왕국군 지원대에 소속된 부대입니다.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아. 내일 아침에 즉시 움직인다. 모두 준비를 단단히 해두도록.”

“알겠습니다. 테일러 경.”

* * *

주둔지에서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저택에 홀로 남게 될 가이우스가 너무 불쌍했기 때문에 테일러들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이우스에게 상황을 대충 설명한 뒤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테일러들은 빵과 스프로 간단하게 아침을 급하게 해결하고는 274부대 주둔지로 향했다.

사정상 필리스터 자작 가문의 저택에 머물 수가 없어 여관에 머물고 있는 레드와 합류한 그들이 주둔지에 도착했을 때 포드릭 경을 포함한 274부대원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크게 만족했다.

국왕이 상당히 훌륭한 부대를 붙여 준 것이었다.

테일러는 파티와 274부대를 이끌고 그레이 남매를 구하기 위해 다시 수도로 향했다.

수도의 성문을 넘을 수 있는 군대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국왕은 친절하게도 테일러가 지휘하는 부대가 왕국 대부분에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통행증을 발급해 주었었다.

덕분에 274부대는 수도의 성문을 넘을 수 있었다.

테일러의 목적지는 수도의 성벽 안에 있는 신성교의 중앙 신전이었다.

중앙 신전 주위에 갑자기 50명이 넘는 병력이 모여들자 중앙 신전은 난리가 났다.

불미스러운 무력 충돌을 예상한 신전의 대사제는 신성교가 자랑하는 성기사들을 중앙 신전 밖으로 내보냈다.

그중에서는 알폰스 그레이도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군.”

“우리가 너무 몰려와서 그런 것 같네만.”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274부대를 막아선 성기사들의 모습에서 테일러는 뭔가 큰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가이우스 또한 테일러의 생각에 동의했다.

“포드릭 경. 일단 나 혼자 가서 상황을 설명해야겠습니다. 부대와 함께 대기하시죠.”

포드릭 경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대를 뒤로 조금 물렸다.

말에서 내리는 테일러를 따라 완전 무장한 알버트가 뒤따라 말에서 내렸다.

“주군.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알버트는 그렇게 말하며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성기사들을 노려봤다.

테일러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알버트의 동행을 허락했다.

알버트는 테일러보다 약했지만, 고위 기사였다.

그가 함께한다면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았기도 하고 또 한 명 정도는 함께 간다고 해도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테일러가 다가가자 성기사 측에서도 지휘관이라고 볼 수 있는 알폰스 그레이가 커다란 철제 방패를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검은 언제든지 뽑을 수 있도록 손잡이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레드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테일러를 지키기 위해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레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테일러와 알폰스는 서로 입을 열어 대화를 시작했다.

“왕국의 기사, 테일러라고 합니다.”

“성기사 알폰스 그레이입니다. 왕국의 기사께서, 중앙 신전에는 무슨 일이신지?”

“왕국의 기사는 중앙 신전에 출입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환영 인사가 조금 거칠다고 생각됩니다.”

알폰스 그레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투구를 썼지만 면갑이 없는 탓에 그의 얼굴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법은 없지만, 왕족께서 행차하신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병력이 출현한 것은 조금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치 무력시위를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알폰스 그레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테일러는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런 테일러를 대신해 알버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국왕 폐하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병력은 이곳에서 대기할 것이니, 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성기사여.”

“명령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테일러가 품속에서 명령서를 꺼내 보여주자 알폰스 그레이는 성기사들을 비켜서게 했다.

테일러와 파티원들이 중앙 신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허락되었지만 274부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테일러는 실비아와 만남을 요청했지만, 신전 측에서 거절했고 할 수 없이 알폰스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 신전 내의 조용한 곳에 도착하자 테일러는 알폰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폰스 그레이, 당신과 실비아 그레이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알폰스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리보다, 여동생 실비아 그레이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최근 왕국 내의 인재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테일러는 그레이 남매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짧지 않은 긴 설명이 끝나고 테일러는 당연히 알폰스가 승낙할 것을 예상했지만 알폰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 제안은 승낙할 수 없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왕국 내에서도 누가 적인지 모르는데, 호위를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경고는 고맙습니다만, 저희 신성교에서 성녀를…….”

“허락하겠어요.”

알폰스 그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일러는 인기척을 느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 무섭게 일리아 웨스트우드와 비슷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폰스는 당황했다.

“시, 실비아! 여긴 어떻게!”

“누군가 저를 찾는다고 하길래 이렇게 왔어요.”

실비아는 오빠인 알폰스를 향해 툭 내던지듯 대답한 뒤 테일러를 향해 다가갔다.

너무나 가까이 다가온 그녀 때문에 테일러는 당황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실비아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것인지 입가를 가리고 살짝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일리아는 상당히 불쾌한 얼굴로 실비아를 노려보았지만, 실비아는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 채 테일러의 옆에 바짝 붙었다.

“당신이 저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지켜 드리겠습니다.”

실비아 그레이.

그녀는 성녀답지 않게 남자를 경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알폰스의 철벽 방어 덕분에 아직 그 누구와도 사귄 적은 없었지만, 그녀 때문에 곤란에 처한 남성은 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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