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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48화 (48/150)

리턴 플레이어 48화

19장 남부 레인저 여단의 에이스(1)

레드의 기억.

억제기가 파괴되고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 군단이 남하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사우스 왕국과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과의 전쟁은 점점 과열되었고, 북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 군단에게 잔혹하게 짓밟혔다.

북부를 잔혹하게 짓밟은 몬스터 군단은 수도를 향해 깃발을 들고 진군하기 시작했고, 수도를 지키는 중앙 수비군의 사령관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은 즉시, 지휘관들을 소집했다.

1시간이 넘도록 대책을 의논했지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왕국군은 없었다.

엘라스티에 윈터레일 백작의 남부 군단이 조금만 있으면 수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그전에 몬스터 군단이 수도를 함락시킬 게 뻔한 상황.

몬스터 군단을 막기 위해선 군대를 보내 그들의 움직임을 막아야만 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손을 들지 않았다.

순식간에 살해당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던 용병 대표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레드. 자네가?”

일어선 남자가 레드라는 것을 확인한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방금 일어선 용병은 레드라는 이름의 용병으로, 남부 레인저 여단의 에이스라고 불렸던 남자였다.

하지만 여동생이 깊은 병에 걸렸고, 그녀의 치료를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용병 일에 뛰어들었다.

용병이 되고, 전쟁이 터진 후 그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 골드 등급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도 레드의 활약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병사는 많이 내어줄 수 없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중앙 수비군의 병력은 넉넉하지 못한 숫자였다.

당장 수도를 지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죽을 게 뻔한 곳에 보낼 수 있는 병사의 수는 극히 적었다.

짧은 붉은 머리에 붉은 눈이 인상적인 레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병사는 많이 필요 없습니다.”

“레드. 자네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몬스터 군단의 선봉도 만만치 않네. 누가 선봉인지 알고는 있는가?”

병사는 필요 없다는 무모한 말에 왕립 사관학교를 졸업한 늙은 귀족 지휘관이 둥근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레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어 몬스터 군단의 선봉을 읊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자작 검은 망토 실트 로울리. 웨어 울프 붉은 발톱 쿠아지스, 하이 오크 제사장 녹색 현자 나라쉬.”

“아, 알고 있군.”

실트 로울리 자작, 쿠아지스, 하이 오크 제사장 나라쉬, 모두 하나같이 몬스터 군단 내에서 이름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정말 혼자서 가능하겠나?”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이 진지하게 물었고, 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함정 설치를 도와줄 레인저 소대를 지원해주신다면 일주일 이상 시간을 벌겠습니다. 대신 제가 성공한다면 제 여동생에게 로렌시아의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레드의 여동생은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위 성직자가 내릴 수 있는 로렌시아의 축복을 받는다면 불치병조차 치료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이 너무나 엄청나 귀족조차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레드가 용병계에 몸을 던진 이유도 여동생과 로렌시아의 축복 때문이었다.

“약속대로 일주일의 시간을 번다면 내가 책임지고 그대의 여동생이 로렌시아의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네.”

“감사합니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으로부터 확답을 받아낸 레드는 사우스펠 북쪽의 아시리 자작령에 있는 아시리 숲으로 말을 달렸다.

아시리 숲은 사우스펠로 오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같은 곳으로 몬스터 군단이 사우스펠을 공격할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지나가야 할 곳이었다.

아시리 숲에 도착한 레드는 혼자서 함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남부 레인저 여단에서 복무했을 때도 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그였다.

거기다가 남부 레인저 여단의 레인저들이 함께하니 함정 설치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고, 순식간에 몬스터 군단이 지나갈 것으로 추측되는 예상 경로는 함정 천국이 되었다.

“이제 기다릴 차례다.”

함정 설치가 끝나고 레드는 죽음을 맹세한 13명을 제외한 남부 레인저 여단의 레인저들을 돌려보낸 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위장막을 덮고 마른 과일을 씹으며 적들을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숨죽여 소리 없이 기다린 지 약 3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망토라고 불리는 실트 로울리 자작이 지휘하는 뱀파이어 군대였다.

야행성 아니랄까 봐 밤이 시작되는데도 아주 밝은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레드는 위장막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인 채 지휘관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레드의 목표는 선봉의 지휘를 맡은 지휘관 셋이었다.

제 아무리 레드가 뛰어난 레인저라고 해도 혼자서 수천이 넘는 군대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목표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휘관을 죽여, 몬스터 군단의 진군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잠깐. 주변에 인간이 있다.”

어떤 뱀파이어 남작이 레드와 레인저들의 기척을 포착한 것이었다.

레드는 남부 레인저 여단에서 기척을 죽이는 훈련을 받았지만 뱀파이어는 생명체의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있었다.

대부분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수 없었지만, 소수의 예민한 감각을 가진 뱀파이어 귀족들은 인간의 심장 소리를 구별할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레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뱀파이어의 특성과 능력은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닥칠 것이란 것도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다.

인간의 기척이 다수라면 기습을 대비하겠지만, 소수라면 무시할 것이다.

레드는 뱀파이어 남작이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며 기척을 죽인 채 기다렸다.

“수는……, 얼마 되지 않는군. 시간이 없으니 무시한다.”

레드의 예상대로 뱀파이어 남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쳤다.

뱀파이어 남작의 명령에 다시 뱀파이어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뱀파이어 군대를 노려보고 있던 레드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밤하늘처럼 검은 망토를 걸친 젊은 뱀파이어가 말을 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실트 로울리 자작이 분명했다.

레드는 조심스럽게 위장막에서 나와, 활을 꺼내 들었다.

레드의 활은 전쟁 중에 하이 오크 레인저로부터 빼앗은 마병기로 이름은 바람의 부름이었다.

화살을 쏘는 순간 사용자의 마력을 사용하여 날카로운 바람의 기운을 덧씌워 보내는 무서운 마병기였다.

바람의 부름이 부여하는 바람의 기운은 고위 기사의 마력검과 비슷한 수준의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다.

“신이시여, 제 화살에 축복을 내려주소서.”

두 발의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긴 뒤 실트 로울리 자작을 조준하며 레드는 신을 찾았다.

그리고 실트 로울리 자작의 머리를 조준한 채 시위를 놓았다.

바람의 기운이 화살에 깃들었고, 화살은 실트 로울리 자작의 머리를 노리고 바람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두 개의 화살이 실트 로울리 자작 근처에 도달한 순간, 실트 로울리 자작은 화살의 접근을 눈치채고는 혈마법으로 피의 방패를 소환했다.

빠른 대응이었지만 레드가 쏜 화살은 평범한 화살이 아닌 파마의 화살이었다.

그것도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이 직접 하사한 아주 비싼 파마의 화살이었다.

두 발의 파마의 화살은 피의 방패를 뚫고 실트 로울리 자작의 머리를 ‘박살’냈다.

수박 터지듯 붉고 흰 내용물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머리가 파괴된 실트 로울리 자작은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재생력이 인간보다 뛰어난 뱀파이어지만 심장이나 뇌가 파괴된다면 살아남는다는 것은 뱀파이어 대공이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아니, 뱀파이어 대공이라면 심장 정도는 파괴당해도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트 로울리는 대공이 아니라 자작이었고, 심장이 아닌 뇌가 파괴당해 살아날 가능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 자작님!”

“찾아라! 암살자를 찾아라!”

지휘관인 검은 망토 실트 로울리 자작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인해, 뱀파이어 군대는 대혼란 상황에 빠졌다.

뱀파이어 귀족들은 즉시 암살자를 찾을 것을 명령했고, 레드를 찾기 위한 인원이 구성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드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함정과 연결된 줄을 잡아당겨 함정을 작동시켰다.

펑- 퍼엉-.

미리 준비해둔 연막탄이 연이어 터지고 설치해둔 기계식 석궁 수십 개가 일제히 장전된 화살을 쏘았다.

13명의 결사대 역시 화살을 장전한 시위를 놓았다

피해는 거의 입히지 못했지만, 지휘관을 잃은 군대에게 혼란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연막 속에서 뱀파이어 귀족 4명 정도의 심장에 화살을 박아 넣은 뒤에서야 레드는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이어서 레드의 레이더에 걸린 이는 붉은 발톱 쿠아지스였다.

쿠아지스의 군대는 실트 로울리 자작의 군대에 비하면 초라했다.

1천을 우습게 넘겼던 실트 로울리 자작의 뱀파이어 군대와는 다르게, 웨어 울프로 구성된 쿠아지스의 군대는 100명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전원이 아주 강력한 웨어 울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쿠아지스의 군대가 숫자가 적다고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쿠아지스의 군대는 강력했지만, 수가 적었기 때문에 레드와 결사대가 상대하기에는 뱀파이어 군대보다 편했다.

실트 로울리 자작을 상대했을 때처럼 연막을 펼치고 나무를 오가며 마법 화살을 왕창 소비하니, 금방 전멸시킬 수 있었다.

일반 화살통이었다면 화살 소모를 견디지 못했을 터였지만 확장 마법이 걸린 마병기였기 때문에 화살 소모를 견딜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쿠아지스조차 미간에 화살이 박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웨어 울프의 가죽은 화살이 뚫기 힘들지만, 바람의 부름에 의해 날카로운 바람의 기운이 깃든 화살은 그 가죽을 우습게 뚫어버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이더에 걸린 이는 녹색 현자 나라쉬.

그는 수천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고, 그 수천의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레드라고 해도 바로 공격하지 못했다.

거의 맨 앞에서 움직였던 뱀파이어자작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래서 레드는 은밀하게 움직여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야영이 시작되고, 나라쉬가 산책을 위해 소수의 친위대와 함께 냇가로 향하는 순간, 레드와 결사대도 행동을 개시했다.

“크악!”

레드가 쏜 화살에 오크 상급 전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레드가 쏜 것은 폭발 화살.

상급 전사의 복부 깊은 곳에 파고든 화살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터졌고, 오크 상급 전사는 몸의 절반이 날아간 채 쓰러져 숨이 끊어졌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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