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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45화 (45/150)

리턴 플레이어 45화

18장 연회와 단검(3)

세이라의 얼굴을 루시드와 비교하느라, 테일러는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실수로 그녀의 얼굴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고 말았고, 세이라는 얼굴을 조금 붉힌 채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모험 이야기를 해주세요.”

테일러는 정중하게 사과했고 세이라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그에게 모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테일러는 그동안 자신이 활약한 모험 이야기를 적당히 축소해 세이라에게 들려주었다.

테일러의 입이 쉬지 않고 모험 이야기를 뱉어낼 동안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테일러에게 집중했다.

그녀는 과보호라는 새장에 갇힌 아기 새였다.

그런 가여운 아기 새에게 바람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세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고 테일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굉장해요! 너무 멋져요. 테일러. 너무 즐거웠어요.”

세이라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녀가 감탄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테일러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즐거우셨다면 다행입니다. 아가씨.”

테일러는 모험 이야기가 끝난 후로도 세이라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연회장이 소란스러워지자 루시드가 왔나 싶어 테라스를 벗어나 연회장으로 향했으나, 연회장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이는 루시드 필리스터가 아니라 일리아 웨스트우드였다.

백색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마치 미의 여신과도 같아서 연회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테일러 앞에서는 마냥 부끄럼을 타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수십 명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에도불구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연회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중앙에서 세이라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테일러의 모습에 뭔가 기분이 상했는지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 위의 과일을 포크로 찍어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풍기는 우울한 분위기 탓에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조차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기사 한 명이 용기를 내 일리아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말 걸지 말아 주세요.”

참담하게 패배한 기사는 백기를 들고 물러났다.

그의 패배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쳐 일리아는 조용히 있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다가가려는 순간, 예복을 소매를 세이라가 잡아당겼다.

테일러가 고개를 돌리자 세이라는 손가락 끝으로 연회장 입구를 가리켰다.

“오라버니예요.”

세이라의 말대로 루시드 필리스터가 멋스러운 예복을 차려입은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루시드 필리스터 도련님이십니다!”

깨끗한 옷을 차려입은 시종이 루시드의 등장을 알렸고, 많은 사람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루시드는 그들의 말에 대충 대답한 뒤 테일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늦어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테일러는 주변의 시선 집중이 거북한지 잔에 담긴 술을 입가로 가져가 조금 마셨다.

“벌써 세이라와 만났군. 내가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하하.”

루시드의 시선이 세이라에게 향했다가 다시 테일러에게로 돌아왔다.

루시드의 말에 세이라는 입가를 가리고 살짝 웃었다.

“세이라. 자리를 좀 비켜주겠니?”

“예. 오라버니.”

루시드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사촌동생 세이라는 루시드의 부탁에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미 그녀는 테일러에게 많은 것을 듣는 것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다.

“조용한 곳으로 가지.”

루시드는 주변을 살핀 후 테일러를 테라스로 안내했다.

밀담을 나누기엔 테라스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루시드도 그렇게 생각했고 테일러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알고 있나?”

술을 한 모금 삼킨 뒤 루시드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테일러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가이우스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렇겠지. 조금 있으면 통일 300주년 연회가 개최될 것이라네.”

“300주년이니 성대하게 열리겠군요.”

“그렇지.”

통일 300주년 연회.

뜻깊은 통일을 축하하는 연회로, 암살 시도가 관측되더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연회였다.

520년까지만 해도 사우스 왕국은 왕국이 아닌 귀족들의 연합국가였다.

하지만 국왕의 조상이자 당시 사우스 후작령의 영주가 520년 시작되어 2년 동안 이어진 통일 전쟁으로 사우스 왕국은 하나가 되었다.

이번 연회는 그것을 축하하는 연회인데 300주년이니 예년에 비해서 더욱 크게 열릴 예정이라서 적국이나 다름없는 프랑츠 제국과 바다 건너 남쪽의 윈우드 왕국의 대표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저를 부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겠군요.”

테일러의 말에 루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에게 실버 등급 용병들로 구성된 예비대 50의 지휘권을 줄 생각이야. 생각 있나?”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예비대의 지휘를 부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금 당황했지만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통솔 스킬 레벨도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고맙네. 자네라면 어떤 상황이 와도 그들을 잘 통솔해줄 것이야. 자네를 믿네.”

루시드는 테일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신뢰가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루시드는 이내 테라스를 벗어나며 입을 열었다.

“오늘 파티를 즐기게나. 내일부터는 바빠질 것이야.”

테라스를 벗어난 루시드 필리스터는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틈으로 사라졌다.

* * *

연회가 끝나고 알버트와 가이우스, 일리아는 테일러의 요청에 따라 테일러의 방에 모였다.

알버트는 기사들이 건넨 술을 거절할 수 없어 꼬박꼬박 받아 마시다가 술에 잔뜩 취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결국 가이우스가 특별한 마법으로 알버트의 몸을 잠식한 술기운을 모두 몰아내 주었다.

연회가 끝난 늦은 밤 테일러는 자신이 맡게 된 임무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이우스는 또 위험한 임무를 맡았다며 불평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테일러의 뜻에 동참했고 일리아와 알버트는 말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테일러와 함께하겠다고 했다.

“좋습니다. 모두 돌아가도 좋아요.”

테일러는 해산을 알렸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테일러도 답답한 예복을 벗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테일러는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의 호출을 받아 영주성의 중앙 홀로 향했다.

중앙 홀에 도착하자 영주의 자리에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루시드가 서 있었으며 알버트와 같은 브로치로 망토를 고정한 2명의 고위 기사가 양쪽 벽에 서 있었다.

“가까이 오라.”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필리스터 자작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와 상당히 가깝게 거리를 좁혔을 때 테일러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췄다.

“그대가 테일러인가?”

“그렇습니다. 자작님.”

필리스터 자작의 물음에 테일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고개를 들어도 좋다.”

테일러는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서 본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키는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사자가 연상되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온 검술 수련 덕분에 몸은 근육이 가득했고, 다른 곳과 달리 백발과 부드러운 푸른 눈매에서는 유한 느낌이 들었다.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상당히 강인한 고위 기사이지만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그 때문에 전생에 루시드가 목숨을 잃었을 때 크게 상심하여 병을 얻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다.

루시드는 언제나 아버지가 엄하다고 투덜댔지만 사실 필리스터 자작은 누구보다 루시드를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을 구해주었다고 들었다. 그 점은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고용된 용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가문의 목걸이 말인가?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것이 있다.”

필리스터 자작은 말을 마치며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오른쪽 벽의 문이 열리고 로브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중년의 남자가 입고 있는 로브는 가이우스의 것과 같은 브로치로 고정돼 있었다.

고위 마법사였다.

고위 마법사로부터 종이를 받아든 필리스터 자작은 그것을 테일러에게 건넸다.

“절차는 생략했다. 그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네?”

“읽어보도록.”

절차를 생략했다는 필리스터 자작의 말에 테일러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반문했지만 필리스터 자작은 종이를 읽어볼 것을 재촉했다.

그의 재촉에 테일러는 종이에 쓰인 글귀를 읽었다.

가장 위에 적힌 문장을 읽는 순간 테일러는 이 종이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기사 서임장…….”

조금 열린 입 밖으로 종이에 적힌 문장이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필리스터 자작은 테일러에게 기사 작위를 상으로 내리려는 것이다.

거기다 자유를 추구하는 용병이라는 것을 감안해 영지에 묶인 기사가 아니라, 자유로운 신분의 자유 기사 신분으로 작위를 내린다는 내용이 서임장에 적혀 있었다.

* * *

기사 작위를 받은 테일러를 파티원 모두가 축하해주었다.

알버트는 당연히 받아야 할 작위라며 작은 축하 인사를 건넸고, 늘 짜증이 가득한 가이우스도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가장 기뻐한 것은 일리아였다.

그녀는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띤 채 테일러에게 진심이 담긴 축하를 건넸다.

기사 작위를 받은 테일러는 며칠 후 용병으로 이루어진 예비대의 지휘권을 임시로 예비대를 지휘하고 있던 장교로부터 정식으로 인계받게 되었다.

물론 지휘권을 인계받기 전에 필리스터 자작 가문에서 근무하는 몰락 귀족 출신 상급 장교로부터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몰락 귀족 출신의 상급 장교는 왕립 사관학교 졸업생으로 꽤 뛰어난 장교였다.

교육을 끝마치고 지휘권을 인계받은 테일러는 알버트 후안과 가이우스, 일리아 웨스트우드와 함께 필리스터 자작 가문 장교의 안내를 받아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예비대의 용병 5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무인을 대우해주는 필리스터 자작 가문답게 연무장은 상당히 넓었고, 50명의 용병은 훈련 중인 기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금 구석진 곳에 모여 있었다.

용병들답지 않게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 과연, 실버 등급다웠다.

군기가 바짝 잡혀 있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

“군기가 제대로 잡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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