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42화
17장 필리스터의 초대
알버트 후안의 충성 맹세는 받아들여졌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테일러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충성을 맹세한 것이었다.
그가 테일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으로인해 테일러는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을 편하게 생략하게 되었다.
“그럼 저는 결과를 보고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숙소를 잡고 광장에 모인 파티.
알버트가 먼저 말했다.
“알겠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주군.”
“노력해보겠습니다만, 아직은 무리입니다.”
아직 주군이라는 말이 어색한 것인지 테일러는 멋쩍게 웃으며 알버트를 보냈다.
가이우스도 마법책을 사기 위해 사라지고 광장에 남은 것은 테일러와 일리아 뿐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테일러.”
일리아가 말했다.
후드 아래로 녹색 눈이 영롱하게 빛을 냈다.
하이 엘프인 그녀가 무방비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면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후드를 쓰는 것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아름다움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우선은 용병 길드에 가야겠습니다. 승급 의뢰를 완수했다는 것을 보고해야 하니까요.”
테일러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으로 가방을 가리켰다.
가방에는 푸른 눈물 꽃이 들어 있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알겠습니다.”
일리아는 동행을 자처했고 테일러도 받아들였다.
비록 정령 군주의 소환이 가능한 정령사이지만 그녀를 혼자 두는 것은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용병 길드는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용병이었고, 소수는 의뢰인이었다.
일리아가 후드를 깊이 눌러 쓴 덕분에 그녀의 아름다움이 새어나가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일리아와 함께 용병 길드 안으로 들어온 테일러는 그녀를 데리고 승급 의뢰를 받았던 창구로 향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창구 앞에 있는 의자에 일리아를 두고 테일러는 창구로 다가가 의뢰 계약서와 함께 푸른 눈물 꽃을 꺼내 올려놓았다.
창구를 담당하고 있는 째진 눈의 길드원은 둥근 안경을 고쳐 쓰고는 계약서를 읽었다.
계약서를 다 읽은 그는 계약서를 내려놓고 영롱하게 빛을 내는 것 같은 푸른 눈물 꽃을 집어 들었다.
“푸른 눈물 꽃이 확실하군요. 확인했습니다.”
남자치고는 높은음으로 말한 그는 테일러의 승급과 관련된 서류를 꺼내 의뢰 성공 사실을 적은 뒤 다시 집어넣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예.”
길드원은 푸른 눈물 꽃을 집어 들고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길드원은 손에 작은 은색의 용병패를 들고 나왔다.
“당신의 새로운 용병패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길드원은 테일러의 손 위에 은색의 용병패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전의 용병패는 제게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품속에서 용병패를 꺼내 길드원에게 건넸다.
용병패를 받아든 길드원은 그것을 서랍에 넣은 뒤 고개를 숙여 다른 서류에 집중했다.
“가보셔도 좋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길드원은 안경을 고쳐 쓴 뒤 고개를 들어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귀찮은 기색이 가득했다.
“골드 등급의 승급 의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후우.”
테일러의 말에 길드원은 피곤한 듯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안경을 벗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우선 실력이 충분해야 합니다.”
길드원의 시선이 테일러의 허리에 걸려 있는 장검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뱀파이어에게 뺏은 검이었다.
뱀파이어의 검을 한 번 뺏어 사용한 후로 그 검이 전에 구입했던 것보다 튼튼하고 마력전달도 뛰어났기에 그 검을 계속 쓰고 있었다.
“검사……. 이신 것 같은데, 적어도 고위 기사급의 실력을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골드 등급의 용병이 되려면 엄청난 실력이 요구된다.
검사의 경우 고위 기사급, 그러니까 마력검의 사용이 요구되고 마법사 같은 경우엔 고위 마법사.
정령사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든 정령 군주의 소환이 가능하거나 고위 정령을 능숙하게 소환할 수 있어야 했다.
길드원의 말투에선 테일러가 고위 기사급의 실력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울컥한 테일러는 말없이 빠르게 검을 뽑아 마력검을 활성화시켰다.
길드의 경비병이 테일러를 제지하기 위해 다가오다가 마력검을 보고는 하얗게 질렸다.
마력검을 길드원의 눈에 확인시킨 테일러는 말없이 검을 집어넣었다.
“시, 실력은 충분하군요. 하지만 골드 등급의 승급 의뢰를 맡으려면 일정한 수의 의뢰를 수행하여 길드에 확실한 신용을 보여야 합니다.”
골드 등급의 용병은 그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계약금이 비싼 용병이었다.
그 때문에 이용층도 고위 귀족이나 중앙(왕실)이 대부분이었고 그만큼 신원이 확실하고 용병 길드와 신뢰관계가 두터워야 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간단한 의뢰를 받은 뒤 일리아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온 테일러는 일리아를 그녀의 방으로 보내고 자신의 방에서 5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새로운 스킬을 생성했다.
“상태창.”
[테일러.
고위 기사
Lv:57
스킬[13/15]: Lv1도주[E] Lv12고위 기사 검술[A] Lv5벌목[E] Lv2마나연공법[C]Lv7상급 방어 검술[C] Lv3 마력검[B] Lv1눈에는 눈 이에는 이[A]
Lv5 레인저의 직감[C] Lv5 불의 검[B] Lv6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4 통솔[C] Lv3 암석거인의 가호[B] Lv5 하급 파마의 검[B]
잔여 포인트:3]
새로운 스킬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A등급의 스킬로 효과는 극대화가 발생할 시에만 발동되며, 적의 공격으로 받은 충격 또는 피해를 적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무서운 스킬이었다.
상태창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으니, 먼저 가이우스가 돌아왔다.
손에는 마법책 몇 권이 들려 있었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그는 암살자처럼 소리 없이 나타나 침대 위에 앉아 마법책을 펼쳤다.
“기분 나쁜 영감 같으니……. 나를 수습 마법사로 봐? 어리석은 영감…….”
그러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내용을 들어보니 확실히 기분 나쁜 일이 있긴 있었던 것 같았다.
대충 내용을 들어 짐작해볼 때 마법책 상점 주인이 가이우스를 수습 마법사로 오인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주군!”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고 알버트 후안이 뛰어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말없이 망토를 고정하고 있는 브로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찬란하게 빛나는 푸른 보석이 장식된 방패 모양의 브로치.
사우스 왕국의 고위 기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성공적으로 고위 기사에 서임된 것이었다.
“축하합니다. 알버트.”
“이제 주군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 적으로부터 주군과 주군의 가족을 지키겠습니다.”
고위 기사가 되어 굉장히 기쁜지 과도한 행동을 취하며 다시 충성을 맹세하는 알버트.
그를 향해 테일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데, 가문에서 제 파티에 동행하는 것을 허락했습니까?”
테일러의 물음에 알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따르겠다고 했더니, 아버님께선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찬성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알버트 후안의 대답에서 테일러는 세딘 후안 남작의 성격을 대충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세딘 후안 남작은 충의를 중요시하는 귀족이었고, 은원을 확실히 정리할 줄 아는 남자였다.
알버트가 장남이었다면 조금 고민했겠지만 알버트는 차남이었고 남작위는 장남인 루크 후안이 이어받을 예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합류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알버트.”
알버트의 합류는 환영할 일이었다.
알버트는 테일러와 같은 나이지만 고위 기사 작위를 받은 천재 기사였다.
그는 기사 작위를 13살에 받았으며, 고위 기사 작위 또한 굉장히 젊은 나이에 받은 것이었다.
고위 기사 한 명은 10명이 넘는 기사를 홀로 상처 없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전력이었다.
그런 고급 전력의 합류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또 죽을 예정이었던 그를 살린 것은 멸망을 향했던 역사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조금이나마 돌리는 전환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디 외출하십니까?”
태양이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고, 달이 하늘을 지배하기 시작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만한 시간임에도불구하고 철제 흉갑을 입고 그 위로 새로 구입한 망토를 두른 테일러의 모습에 알버트가 질문했다.
“의뢰가 있다고 하더군.”
침대에 걸터앉아 마법책을 구독 중인 가이우스가 테일러 대신 대답하며 책장을 넘겼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주군.”
“괜찮습니다. 알버트.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고위 기사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테일러는 그렇게 알버트를 말린 뒤 외출하였다.
의뢰는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었고, 테일러는 손쉽게 의뢰를 완수한 뒤 돌아올 수 있었다.
* * *
필리스터 자작 가문.
대대로 국왕 기사단장을 배출해 온 명예로운 가문이다.
국왕 기사단장을 맡은 가주 덕분에 중앙에서 가문이 가지는 권력은 막강할 뿐만 아니라 수도 주변의 노른자 땅을 영지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 또한 부유한 편이었다.
덕분에 3명에서 7명 정도되는 고위 기사를 휘하에 두는 다른 자작 가문과 달리 13명이라는 많은 수의 고위 기사를 휘하에 두고 있다.
이는 가난한 백작 가문이 휘하에 두는 고위 기사의 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필리스터 자작 가문의 무력을 대충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필리스터 자작 가문의 가주이자 국왕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루시드 필리스터였다.
그는 30대의 나이가 되었음에도불구하고 던전 찾기 놀이나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서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었다.
최근 정신을 차린 그는 예전에는 자주 빼먹던 기사 수련을 열심히 해서 기사 작위를 얻었다.
사실, 기사 작위는 필리스터 자작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줄 수 있는 것이었다.
국가에서 시험을 주관하는 고위 기사 작위와는 다르게, 기사 작위는 남작 이상의 귀족이라면 마음껏 뿌릴 수 있었다.
그래서 사우스 왕국에는 기사가 조금 많은 편이었다.
백작위 이상의 귀족만 기사 작위를 하사할 수 있는 프랑츠 제국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었다.
가문의 골칫거리 소리를 듣다가 최근 들어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 루시드는 자신의 근위 기사 2명을 이끌고 아버지인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었고, 왕실의 행사도 없었기 때문에 필리스터 자작은 저택의 집무실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조금 걷자 루시드는 아버지인 아시드의 집무실의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