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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38화 (38/150)

리턴 플레이어 38화

15장 알버트 후안(2)

“정말 엘프 레인저 부대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입니까?”

“네. 100명 정도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 감사합니다. 일리아.”

테일러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고 일리아는 그런 테일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엘프 레인저 100명이면 상당한 숫자였다.

엘프 레인저 100명이면 알버트 후안이 진입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경로를 전부 감시할 수 있었다.

“더, 더 한 것도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하하하. 이 정도만 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그, 그래도……. 아!”

테일러 덕분에 목숨을 구한 일리아는 테일러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엘프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테일러도 잘생긴 편이었다.

뭔가 테일러에게 더 해주고 싶었다.

뭔가 더 해줄 것이 없나,하고 고민하던 그녀는 얼마 전 엘프 연합에 가입하면서 연합으로부터 받은 나뭇잎 피리를 떠올리고는 꺼내 들어 테일러에게 건넸다.

“이거, 받으세요.”

“하이 엘프님. 그것은!”

테일러는 그것을 받아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엘프 근위병은 깜짝 놀랐다.

일리아가 테일러에게 건넨 나뭇잎 피리가 있으면 엘프 연합에 소속된 엘프들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이 피리를 분다면 그 숲에 있는 엘프 연합의 엘프들이 곧바로 달려와 도와줄 것이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일리아.”

당연한 소리지만 엘프 연합과는 거리가 먼 테일러와 가이우스는 일리아가 건넨 나뭇잎 피리가 어떤 물건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엘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피리에요.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하면 이것을 연주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거듭 감사를 표했다.

목숨을 구해주었다고는 하지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짐작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 호의는 받아두겠다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그, 그럼 이만 가볼게요. 레인저 사령관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야 하니까! 나, 나중에 봐요!”

일리아와 엘프 근위병들이 사라지고 테일러는 침대에 앉아 일리아에게 받은 나뭇잎 피리를 자세히 살폈다.

가이우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가까이 다가와 나뭇잎 피리를 살폈다.

한참 동안 나뭇잎 피리를 살피던 가이우스가 입을 열었다.

“엘프 연합의 문장이 그려져 있군.”

가이우스는 고위 마법사였다.

마법사들은 마법 이외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엘프 연합의 문장도 가이우스가 수업 시간에 배운 많은 것들 중 하나였다.

“거기다 마법이 걸려 있네. 엘프들만 들리는 소리를 멀리 퍼뜨리는 마법이야.”

“그럼 그녀의 말은 사실이겠군요.”

“그렇다네.”

테일러의 말에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나뭇잎 피리를 필리스터 가문의 목걸이가 들어 있는 귀중품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엘프 연합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랑키아 숲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이니까 잘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

“가이우스. 저는 알버트 후안의 예상 진입 경로를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아, 그러게나. 나는 책이나 읽고 있겠네.”

테일러는 책을 꺼내는 가이우스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레인저 사령관 게스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822년 3월이 되었다.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의 명령에 따라, 레인저 사령관 게스는 휘하 엘프 레인저 부대에서 엘프 레인저 100여 명을 뽑아 테일러가 표시한 알버트 후안의 예상 진입 경로에 배치했다.

엘프 레인저들의 감시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테일러에게 마침내 젊은 기사가 홀로 에이옌 숲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확실한 겁니까?”

“예. 테일러 님. 이런 문장이 그려진 망토를 입고 있었습니다.”

알버트 후안을 처음 발견한 조에 소속되어 있는 엘프 레인저는 자신이 직접 그린 문장을 테일러에게 건넸다.

“호오. 후안 남작 가문의 문장이 맞군.”

옆에 있던 가이우스가 그 문장을 보고 확인해 주었다.

언제든지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테일러는 검을 집어 들어 허리에 차며 입을 열었다.

“가이우스. 당장 출발합시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가이우스가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를 집어 들었다.

스태프에 박혀 있는 마정석이 가이우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듯 영롱하게 빛났다.

“그럼 갑시다.”

“저도 함께 가겠어요!”

저택을 나서는 순간 저택에서 여행복으로 환복한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오며 테일러와 가이우스를 붙잡았다.

테일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녀는 마을의 통치자였다.

그런데 자신들의 여행에 따라온다니?

“저도 함께 가겠어요.”

다시 한번 확답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테일러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리아. 당신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모두 로지아에게 위임했어요. 이날을 위해 그녀에게 미리 모든 것을 위임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로지아 웨스트우드.

그녀는 일리아 웨스트우드의 동생으로 당연한 소리지만 하이 엘프다.

일리아는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테일러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동생인 로지아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테일러를 따라나설 준비를 했다.

마을의 장로들을 설득하는 데엔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어쨌든 결국엔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테일러를 따라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 하지만…….”

“하지만 뭐요?”

테일러는 그녀를 돌려보내기 위해 이유를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떠오르지 않았고, 당황하는 테일러의 모습을 보며 일리아는 미소를 그린 채 웃음을 흘렸다.

* * *

뭔가 상당히 갑작스럽지만, 예정에 없던 인원,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파티에 합류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고 예정에 없었던 합류였지만 테일러는 처음에만 당황할 뿐 곧 그녀의 합류를 반겼다.

정령군주의 소환이 가능한 정령사는 굉장한 전력이 될 뿐만 아니라, 나뭇잎 피리와 하이 엘프가 파티에 확보되면서 파티에 대한 엘프 연합의 지원을 기대해 볼 법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합류하여 더욱 강해진 테일러의 파티는 엘프 레인저를 따라 마을을 나와 알버트 후안이 목격된 지역으로 이동했다.

일리아가 손을 미리 써둔 덕분일까? 하이 엘프라는 거대한 존재가 마을을 비운다는 사실에 마을의 장로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사실 장로들은 처음만 해도 일리아를 말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한 번 결심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에이옌 숲은 넓었기 때문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알버트 후안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서 알버트는 혼자 힘으로 천막을 치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천막 안에 넣었다.

열을 내는 마법등이었다.

에이옌 백작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가문 중에서도 유명한 후안 남작가의 차남답게 천막도 그렇고 마법등도 그렇고 비싼 마도구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간단한 경보 결계 마법이 걸려 있는 철막대를 주변에 설치하고는 천막에 들어가 눕는 모습이었다.

알버트는 13세의 나이에 기사 작위를 받은 천재 기사였지만, 어둠 속에 숨어 자신을 지켜보는 눈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어둠에 완벽하게 동화한 엘프 레인저의 기척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고위 기사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가이우스의 마법으로 그렇지 않아도 추적하기 힘든 기척이 감춰지니, 상당한 은신의 고수가 아닌 이상 기척을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저 젊은이가 자네가 말한 알버트 후안인가?”

가이우스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후안 남작 가문의 차남. 알버트 후안입니다.”

테일러도 서류에서만 읽은 적이 있었고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눈앞에서 자고 있는 상대가 알버트 후안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에 푸른 눈. 잘 생긴 얼굴.

서류에 기록되어 있던 그대로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리아가 녹색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테일러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희도 여기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버트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교대로 보초를 서야겠지요. 그리고 기척을 지우는 가이우스의 마법이 있으니, 엘프 레인저들은 돌려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테일러.”

일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알버트 후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 엘프 레인저 2명을 돌려보냈다.

엘프 레인저 2명이 돌아가자 가이우스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번뜩이며 알버트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테일러와 일리아는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일리아. 안에서 쉬시지요. 저는 밖에서 쉬겠습니다.”

천막이 완성되고 테일러는 일리아에게 천막에서 쉴 것을 권했다.

“네? 안에서 같이 쉬, 쉬어도 될 것 같은데…….”

밖에서 쉬겠다는 테일러의 말에 일리아는 뭔가 아쉬운 것인지 얼굴을 붉히고 몸을 꼬며 말했으나, 테일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안 됩니다. 일리아가 괜찮을지 몰라도, 제가 괜찮지 않습니다.”

“네에…….”

결국 일리아는 고개를 숙여 아쉬운 표정을 가린 채 천막으로 들어갔다.

일리아가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불편한 철제 흉갑을 벗고 차가운 바닥에 침낭을 펼쳤다.

“가이우스. 부탁합니다.”

“아, 내게 맡기게나.”

가이우스는 알버트 후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오랜만에 믿음직스러웠다.

테일러는 수면을 취하기 위해 눈을 감았고,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 교대 시간이 되고 가이우스는 졸린 눈으로 테일러를 깨웠다.

“일어나게.”

자면서도 귀를 열어두고 있던 테일러는 가이우스가 조금 흔들자 금방 일어나 철제 흉갑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찼다.

“나는 이만 쉬겠네.”

가이우스는 푸른 빛의 로브를 살짝 벗어 옆에 두고 침낭 속으로 파고 들어갔고 테일러는 적당한 수면을 취한 덕분에 맑아진 눈동자로 알버트 후안을 감시했다.

그가 알버트 후안을 감시한 지 1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다.

곤히 자고 있던 알버트 후안이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철제 흉갑을 입고 천막을 거두기 시작했다.

“가이우스, 일리아. 일어나십시오.”

테일러는 즉시 가이우스와 일리아를 깨웠다.

두 사람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쉽게 빠져나온 일리아와 다르게 수면을 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이우스는 조금 힘겹게 잠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었다.

“천막을 치우는 게 좋겠습니다. 알버트가 움직입니다.”

테일러의 말에 가이우스와 일리아는 신속하게 움직여 천막을 거두고 짐을 챙겼다.

천막을 치운 알버트는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씹으며 길을 걷기 시작했고 테일러와 그 일행들도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씹으며 알버트 후안의 뒤를 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버트와 그의 뒤를 밟는 테일러 파티는 뱀파이어의 영토 경계선을 넘었다.

뱀파이어 귀족이 사는 작은 성에 도착할 때까지 뱀파이어 기사 1명과 병사 5명으로 구성된 순찰대를 두 차례 만났지만 알버트 후안은 능숙하게 그들을 격파했다.

작은 성에 거주하는 뱀파이어 남작 역시도 조금 힘들었지만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이네만.”

뱀파이어 남작의 브로치를 회수하는 알버트 후안의 모습을 보며 가이우스가 말했다.

테일러는 말없이 굳은 얼굴로 창밖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맙소사.”

“이, 이럴 수가.”

테일러의 손가락 끝을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 가이우스와 일리아는 경악했다.

언제 모였는지 알 수 없지만, 성의 뜰에 100명은 넘어 보이는 뱀파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귀족을 상징하는 브로치를 달고 있는 자들도 다수 보였다.

“지금 당장 알버트와 합류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이우스가 물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알버트 후안은 상당히 바르고, 충성심이 깊은 인물입니다.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면 제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습니다.”

“그, 그렇군. 그나저나 저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로?”

“고위 마법사 한 명. 예비 고위 기사 1명. 사실상 고위 기사급의 실력자 1명. 정령군주 소환이 가능한 정령사 1명.”

가이우스의 질문에 테일러는 조용히 전력을 읊었다.

일리아와 가이우스의 시선이 테일러에게로 집중되고 테일러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힘들겠지만,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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