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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35화 (35/150)

리턴 플레이어 35화

14장 녹색 눈의 하이 엘프(1)

엘프 소녀의 이름은 톨리였다.

한참 우는 그녀를 달래주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엘프 레인저 부대가 테일러 등을 발견했고, 처음에는 적대감을 표시하던 그들은 톨리의 적극적인 설명 덕분에 테일러와 가이우스에게 조금은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들 중 상당히 높아 보이는, 자신을 레인저 부대 사령관이라고 소개한 엘프는 가이우스와 테일러를 마을로 초대했다.

엘프들은 자신의 동족을 우선으로 생각해서 동족을 구해준 은인에게는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면이 있었다.

10명을 조금 넘는 수의 엘프 레인저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에이옌 숲 깊은 곳으로 1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가자 거대한 세계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에이옌 숲 엘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프 마을은 조금 낮아 보이는 성벽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낮은 성벽 너머로 보이는 마을에는 친환경적인 모습의 건물들이 보였고,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어린 엘프들의 모습이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했다.

규모는 상당히 거대하여 도시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사령관님. 이 인간들은 누굽니까?

성문에 근접하자 창과 방패를 든 엘프 병사 두 명이 다가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인간 두 명과 동행한 레인저 사령관의 모습에 엘프 병사 하나가 질문했다.

레인저 사령관 게스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동족의 은인이다. 내 권한으로 마을로 초대했다만, 문제 있나?”

“아닙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고맙군.”

엘프 병사가 옆으로 물러서고 테일러와 가이우스는 레인저 사령관 게스의 뒤를 따라 엘프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쉽게 볼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마을로 들어서자 호기심이 왕성한 엘프 꼬마들이 몰려나와 테일러와 가이우스에게 시선을 집중했지만 쉽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어른들이 인간에 대한 경각심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평소 인간들의 악행을 과장해서 말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엘프 마을이 처음이네. 이거 원, 마탑주 영감의 비밀 공방보다 신비롭군!”

엘프 마을에 처음 방문한 가이우스는 호기심 많다는 마법사 아니랄까 봐 잔뜩 들떠 있었다.

인간을 무조건 적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의적이지도 않은 엘프 마을에 들어오는 것이란 쉽지 않았다.

엘프 마을 방문이라는 혜택은 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었고 방문을 희망한 많은 인간들이 좌절이라는 쓴 술잔을 기울여야만 했다.

“저도 처음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가?”

“예.”

테일러도 실제로 엘프 마을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귀 전 전역 후에 시작했던 게임에서 들렸던 엘프의 마을과 상당히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우스 왕국과 당시 했었던 게임의 세계관은 상당히 닮아 있었고, 이번에도 닮은 점을 하나 더 발견했지만, 테일러는 그것을 우연으로 치부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곱게 접어 날려 보냈다.

“사령관님.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실은 저희 마을을 통치하고 계시는 하이 엘프님께 가는 길입니다. 비록 은인이라고는 하지만, 저희와는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마을에 잠시나마 머무르기 위해선 하이 엘프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테일러의 질문에 레인저 사령관 게스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었고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은 타 종족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강하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에 들이는 일도 거의 없었지만 마을에 잠시나마 머무는 것을 허락하는 경우는 더욱 적었다.

오직 하이 엘프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마을에 체류하는 게 가능했다.

“도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이 엘프가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택에 도착했고, 레인저 사령관 게스는 도착했다는 사실을 테일러와 가이우스에게 알렸다.

처음 보는 인간의 모습에 저택을 경비하는 엘프 근위대는 은인이라는 게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풀지 않고 무기에 손을 올린 채 테일러와 가이우스를 노려보았다.

그 노골적인 적대에 테일러도 기분이 살짝 상했다.

“무기를 주시겠습니까?”

테일러는 말없이 차고 있는 검과 단검 몇 자루를 넘겼지만, 가이우스는 반항했다.

“시, 싫다네! 이 스태프는 나와 한 몸이네!”

“그렇다면 하이 엘프님과 만나실 수 없습니다.”

“그, 그건 싫군.”

하이 엘프를 만날 수 없다는 말에 가이우스는 굴복하고는 스태프를 넘겼다.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면 푸른 눈물 꽃만 얻고 바로 사라져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게스의 안내를 받아 정원을 가로질러 저택의 응접실에 도착한 테일러.

그를 향해 게스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게스가 사라지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엘프 근위병 한 명의 감시하에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누고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아 있는 상황.

응접실 문이 열리고 빛나는 외모의 하이 엘프가 걸어 들어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와 탐스럽게 흔들렸고, 녹색 눈동자는 깊은 바다를 담은 에메랄드처럼 빛났다.

새하얀 뺨에는 옅은 홍조가 깃들어 있었고 입술은 잘 익은 앵두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여린 공주와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그녀는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갑옷 여기저기에 적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묻어 있었다.

“용서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방금 전까지 뱀파이어 녀석들과 싸우다 왔거든요.”

“이해합니다. 저는 테일러라고 합니다. 이쪽은 사우스펠 마탑의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입니다.”

“바, 반갑습니다.”

밤하늘에서 홀로 환한 빛을 내뿜어내는 달처럼 빛을 내는 하이 엘프의 모습에 가이우스는 말을 조금 더듬었다.

“아, 내 소개가 늦었군요? 마을을 통치하고 있는 일리아 웨스트우드에요. 잘 부탁해요.”

일리아는 털털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테일러는 예술가가 조각한 것처럼 섬세한 그녀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테일러의 말에 대답하며 일리아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눈부셔서 테일러는 눈이 멀뻔 했다.

“편히 앉아요.”

“감사합니다.”

일리아는 자리에 앉으며 테일러와 가이우스에게 앉을 것을 권했고, 두 사람은 여러 의미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어린 엘프가 몸에 좋아 보이는 차를 놓고 가자 일리아는 그것을 순식간에 마셨다.

테일러와 가이우스가 한 모금 입에 삼킬 동안의 짧은 시간 만에 말이다.

아무래도 그녀의 성격은 외모나 말투와는 다르게 상당히 남성적이고 털털한 것 같다고 테일러는 추측했고, 그런 그의 추측은 정확하게 맞았다.

일리아 웨스트우드는 하이 엘프답게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싸워온 탓에 성격은 상당히 남성적이었고 직설적이었으며 형식적인 존대만 할 뿐 내뱉는 말에 예의가 없었다.

“둘 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내 저택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겠어요. 무기의 휴대도 허가할게요.”

“하이 엘프님! 그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에요. 번복은 없어요.”

근위대장으로 보이는 엘프가 그녀를 말렸지만 일리아는 완고했다.

식은땀을 흘리는 근위대장을 뒤로 한 채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테일러에게 향했다.

“당신은 하이 엘프를 구했어요.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그녀가 하이 엘프였다는 말입니까?”

테일러는 깜짝 놀라 되물었고 일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가 구했던 톨리라는 이름의 엘프 소녀는 마을에서도 몇 안 되는 하이 엘프의 피를 이어받은 소녀였던 것이었다.

“필요한 것은 푸른 눈물 꽃 한 송이면 충분합니다. 그것만 주신다면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딱히 저희를 반기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으니.”

“푸른 눈물 꽃이라면 당장 줄 수 있지만 바로 떠나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며칠 뒤 화려하게 연회를 열 거니까. 꼭 참석하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명령이라는 말에 테일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우리는 당신의 부하가 아닙니다.”

일리아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아름다운 미소다.

지켜주고 싶고, 반할 것 같게 만드는 치명적인 무기였지만 테일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일리아의 고운 입술이 열렸다.

“우리 마을에 들어온 이상 내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기에 테일러와 가이우스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 * *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모여들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생활하며, 밤의 축복을 받은 그들은 뱀파이어.

밤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뱀파이어 중에서도 고귀한 혈통을 지닌 뱀파이어 귀족들이었다.

촛불 하나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어둡고 추운 홀에 모여든 뱀파이어 귀족들 사이로 잘생긴 외모의 뱀파이어 귀족 한 명이 차분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홀의 끝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다른 뱀파이어 귀족들 역시 준비된 대리석 의자에 앉았다.

“우리가 또 패배했다.”

홀의 끝에 놓인 황금 의자에 앉은 뱀파이어 귀족, 루돌프 자작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리아가 이끄는 엘프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뱀파이어 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몇몇은 일리아를 생각하며 이빨을 드러낸 채 증오심을 불태웠다.

“이대로는 안 된다.”

루돌프 자작의 말에 뱀파이어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와의 전쟁으로 국경에 있는 루돌프 자작의 세력은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뱀파이어 귀족, 그중에서도 세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루돌프 자작이 약해진 모습을 보인다면 필히 다른 귀족이 휘하 귀족들을 이끌고 공격해올 것이다.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루돌프 자작은 잠시 침묵을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년을 친다.”

“하지만 어떻게……. 엘프들의 감시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녀를 암살하겠다는 루돌프 자작의 말에 뱀파이어 귀족, 준남작 작위의 귀족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루돌프 자작은 손을 들어 시종을 호출했다.

정장을 갖춰 입은 창백한 피부의 시종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그것을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루돌프 자작과 시종 사이에서 간단한 말이 오갔다.

도대체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뱀파이어 귀족들이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사라지는 시종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시종은 커다란 책을 들고 있었다.

“펼쳐라.”

시종이 커다란 책을 펼치자 뱀파이어 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책의 내용을 읽어낸 뱀파이어 귀족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쏟아냈다.

“어떻게 이런…….”

“대단합니다.”

책에 적힌 것은 제한적인 조건으로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혈마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루돌프 자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혈마법이면 하이 엘프의 저택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년의 목은 얼마든지 칠 수 있다!”

* * *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의 배려로, 테일러와 가이우스는 하이 엘프 저택의 손님용 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테일러의 요구로 가이우스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지만, 방이 워낙 넓은 탓에 쾌적한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달빛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스며드는 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것인지 테일러는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 가벼운 차림으로 방을 나섰다.

가이우스는 피로가 쌓인 것인지 테일러가 방문을 시끄럽게 열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잠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방을 나온 테일러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저녁까지만 해도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엘프 근위병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군.”

저택의 3층까지 올라온 테일러가 말했다.

확실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이 엘프 저택은 엘프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하이 엘프들이 머무르는 저택이었다.

늦은 밤이라고는 하지만 복도를 순찰하는 엘프 근위병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이상했다.

그리고 이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느껴지는 고요한 침묵.

필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테일러는 즉시 꼭대기 층의 하이 엘프 일리아의 방으로 달렸다.

예상대로 일리아의 방문에는 강력한 결계가 걸려 있었고 옆에는 엘프 근위병이 붉은 피를 비싼 카펫 위에 쏟은 채 죽어 있었다.

붉은빛의 마력이 감도는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가 자랑하는 혈마법이 분명했다.

“제길. 가이우스를 안 불러도 되는 건가.”

테일러는 갈등했지만 이내 가이우스를 부르는 것을 포기하고 죽은 엘프 근위병이 쥐고 있는 검을 뺏어 들었다.

지금 가이우스를 부르러 가면 그 사이에 일리아가 죽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가 죽는다면 테일러와 가이우스도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암살범으로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우선은 이걸 처리해야겠군.”

마력을 검에 흘러 넣자 마력검과 파마의 검이 활성화되었다.

마력검과 파마의 검이 활성화된 검을 찔러 넣자 혈마법 결계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혈마법도 이루고 있는 근원은 마력이었기 때문에 마력검과 파마의 검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짧지 않은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결계가 무너지고 동시에 검이 박살 나버렸다.

강력한 결계를 파훼하느라, 내구도가 0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검이 박살 나고 이어서 익숙한 음성이 귓가로 파고든다.

[기척 감지!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적의 수를 파악합니다.]

[총 7의 적이 파악되었습니다.]

안과 밖을 격리하는 혈마법 결계가 무너지기 무섭게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적의 수를 파악했다.

총 7.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수였지만 하이 엘프인 일리아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숫자라고 테일러는 생각하며 발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상당히 넓은 일리아의 방 안 곳곳에는 최소 기사 작위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 뱀파이어들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귀족의 작위를 나타내는 브로치를 한 뱀파이어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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