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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34화 (34/150)

리턴 플레이어 34화

13장 푸른 눈물 꽃을 찾아서(2)

12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며, 얼마 전에 잔여 포인트 2를 소모하여 하급 마나 연공법을 마나 연공법으로 승급시킨 상태였다.

12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테일러는 걸어 다니는 마병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었다.

“테일러. 승급 의뢰는 받았는가?”

“예. 한 번 읽어보시지요.”

침대에 앉아 할 일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가이우스가 시선을 테일러를 향해 옮긴 뒤 말하자 테일러는 품속에서 승급 의뢰 계약서를 꺼내 가이우스에게 전달했다.

그것을 받아든 가이우스는 글자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계약서를 다 읽은 가이우스는 의뢰 계약서를 테일러에게 돌려주었다.

“푸른 눈물 꽃이라…….”

가이우스는 생각에 잠겼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는 고위 마법사.

마법 재료로 유명한 푸른 눈물 꽃을 들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들어보셨습니까?”

테일러의 말에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네. 에이옌 숲 깊은 곳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마법 재료지. 대부분의 푸른 눈물 꽃은 엘프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에이옌 숲의 엘프들이 보유하거나 기르고 있다네. 야생의 푸른 눈물 꽃은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 뱀파이어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만 자라지.”

푸른 눈물 꽃은 희귀하고 유용한 마법 재료였다.

에이옌 숲 깊은 곳에서만 나는 이 희귀한 마법 재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엘프들은 일찍이 푸른 눈물 꽃을 닥치는 대로 모으고 따로 씨앗을 뿌리고 길러 비밀 루트를 이용해 소수의 인간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았다.

엘프들의 손을 타지 않은 푸른 눈물 꽃이 있는 곳은 에이옌 숲에서도 엘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즉, 뱀파이어들의 영토뿐이었다.

“엘프와 뱀파이어. 한쪽과는 싸울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 셈이지. 나는 뱀파이어를 추천하겠네. 엘프 마을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만났을 때 먼저 공격을 해올 정도로 적대적이지는 않으니까. 관계를 나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이우스는 싸울 상대로 뱀파이어를 추천했다.

엘프와 달리 뱀파이어는 인간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이었다.

“뱀파이어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가이우스.”

테일러는 가이우스에게 뱀파이어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질문했다.

그는 뱀파이어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

뱀파이어, 뱀파이어 기사, 뱀파이어 귀족으로 계층이 나누어져 있고 낮에는 약하고 밤에는 강해진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에 비해 고위 마법사인 가이우스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뱀파이어에 대한 것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실제로 가이우스는 뱀파이어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랑키아 숲이 아닌, 반도의 뱀파이어는 생각처럼 강하지는 않네. 평범한 뱀파이어는 훈련받은 인간 병사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고, 뱀파이어 기사도 인간 기사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라네. 다만, 뱀파이어 귀족은 작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고위 기사 정도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네.”

“그렇군요. 출발은 철저히 준비를 끝낸 뒤가 좋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야 뭐, 상관없네.”

“그럼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지요.”

“그거 좋지.”

가이우스는 동의했고, 두 사람은 각자의 침대에 몸을 눕혔다.

* * *

822년 2월 첫날의 아침이 밝았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이 에이옌 중심도시를 향해 밝은 빛을 흩뿌렸고 창가를 통해 침입하는 눈 부신 햇살에 테일러가 눈가를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깬 그는 간단히 몸을 씻은 뒤 가이우스를 깨웠다.

가이우스가 일어나자 그는 천천히 갑옷을 입기 시작했고 가이우스는 짐을 챙겼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테일러의 물음에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여관을 벗어나 말을 타고 에이옌 숲을 향했다.

* * *

2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에이옌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테일러와 가이우스가 도착했을 때 에이옌 숲에선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화려한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무기로 무장한 뱀파이어 군대와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갑옷을 입고 가벼운 무기로 무장한 엘프 군대가 죽고 죽이고 있었다.

“기병을 후퇴시켜요! 보병의 지원도 없이 기병을 전진시켜서 어쩌자는 거예요!”

녹색 눈동자를 빛내며 전장을 살피던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문제점을 지적했고, 엘프 지휘관들은 먼저 나가 혼자 놀다가 뱀파이어 병사들에게 포위되기 직전의 기병대를 불러들이고 보병대와 레인저 부대를 전진시켰다.

남부 레인저 여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실력을 갖춘 엘프 레인저 부대의 일제 사격에 엘프 보병대와 전투를 앞둔 뱀파이어 보병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엘프 레인저들의 화살은 뱀파이어 보병들의 갑옷 틈새를 정확히 파고 들어가 치명상을 입혔다.

“크아아악!”

“뜨거워!”

뱀파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세계수의 성수를 바른 화살이었기 때문에 사악한 존재인 뱀파이어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쏟아지는 화살비에 뱀파이어들은 하나둘씩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는 전장에 늘어만 갔다.

“으윽! 후퇴하라!”

지휘를 맡은 뱀파이어 준남작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분통을 터뜨리며 군을 퇴각시켰다.

“적이 후퇴합니다.”

레인저 사령관 게스가 보고했다.

일리아 웨스트우드는 아름답게 빛나는 금발을 귀 뒤로 넘겼다.

그녀의 붉은 앵두와 같은 입술이 열리고 뱀파이어들에겐 유감스러운 명령이 떨어진다.

“레인저 사령관. 추격해요. 그리고 모두 죽여요.”

“명령을 받듭니다.”

레인저 사령관 게스가 물러나고 또 다른 엘프 지휘관이 아군의 피해를 보고하기 위해 다가왔다.

“아군의 피해는 상당히 적습니다. 이번에도 대승입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강한 게 아니예요. 적들이 단합되지 않았을 뿐이에요.”

들뜬 지휘관과 다르게 일리아 웨스트우드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뱀파이어는 강력한 존재였지만, 에이옌 숲의 뱀파이어들은 귀족들이 흩어져 각자의 영토를 주장하며 다른 귀족들과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만약 이를 평정하는 뱀파이어 군주가 나타난다면 엘프들은 패배한다.

전투가 끝나고 수습도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레인저 사령관 게스가 보낸 전령이 말을 타고 지휘부에 달려왔다.

말에서 내린 전령은 일리아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적은 저희 영토 곳곳에 흩어졌습니다. 레인저 부대가 추격 중입니다!”

“뭐? 영토에 침입을 허용했어요?”

“면목없습니다.”

영토에 패잔병들의 침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마을 주변에는 푸른 눈물 꽃 채집을 위해 많은 엘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전투를 위해 엘프 전사들과 레인저들이 대부분 동원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을 주변과 영토의 안전을 책임질 순찰대도 없었다.

주민들이 위험했다.

“기병대를 10개 조로 나눠서 레인저 부대를 지원해요. 어서!”

“명령을 받듭니다!”

전령이 물러나고 일리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했다.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 * *

“가이우스.”

“왜, 왜 부르는가.”

“당신의 길 찾기 마법은 엉터립니다. 이건 확실해요.”

테일러가 진지한 얼굴로 독설을 내뱉었다.

가이우스에게 이런 독설을 내뱉는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독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에이옌 숲에 도착하고 가이우스는 푸른 눈물 꽃을 찾을 수 있는 최단 거리를 길 찾기 마법으로 찾아주겠다고 하였고 테일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승낙했었다.

그리고 길 찾기 마법에 의존해 깊은 곳을 며칠 동안 방랑했지만 푸른 눈물 꽃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길을 잃고 말았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일러가 나무 그늘에 앉으며 말했다.

며칠 동안 무거운 갑옷을 벗지도 못한 채 헤맨 탓에 체력도 슬슬 한계가 보이고 있었다.

“엘프 영토인 것은 확실하네.”

“엘프 영토라면 순찰대는 왜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엘프들은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서 순찰대를 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나도 모르지만 엘프들의 영토인 것은 확실하네!”

“예. 예. 알겠습니다. 우선은 식사하죠.”

“동의하네.”

테일러는 갑옷을 입은 채로 배낭에서 육포를 꺼내 씹었다.

가이우스도 배낭에서 육포와 말린 과일을 꺼내 씹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테일러의 예민한 감각에 기척이 느껴졌다.

엘프 영토이니 당연히 엘프라고 생각한 테일러는 길을 묻기 위해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이우스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으나, 테일러의 눈동자에 제일 처음 들어온 것은 엘프가 아닌 뱀파이어였다.

검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뱀파이어 둘이 어린 엘프 소녀를 붙잡고 검을 겨누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그들을 향해 걸어나갔다.

“어, 어딜 가나.”

가이우스가 테일러를 잡았다.

“당연히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테일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뱀파이어들과 거리를 좁혔다.

테일러의 기척을 느낀 뱀파이어의 붉은 눈동자가 테일러를 향했다.

“인간인가?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우린 지금 바쁘다. 조용히 떠나라.”

뱀파이어가 붉은 눈동자에 살의를 담은 채 테일러를 향해 말했다.

테일러는 말없이 뱀파이어 둘의 전신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다 온 것인지 전신에 붉은 피가 가득했고 갑옷은 여기저기 손상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엘프 군대와 뱀파이어 군대 간의 전투가 있었고, 그 전투에서 패배 또는 탈영하여 엘프들의 영토까지 쫓겨온 패잔병 또는 탈영병으로 추측되었다.

한 명은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제법 화려해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검은 갑옷을 입고 더러워졌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호오. 쓸데없는 오지랖은 접어두는 게 오래 사는 길인데, 해볼 생각이냐. 인간?”

테일러가 조용히 검을 뽑아들자 뱀파이어 기사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테일러를 비웃었다.

테일러의 갑옷에 문장이 없었기 때문에 기사가 아닌 하찮은 용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인간 중에서도 특히 용병들을 하찮게 보는 면이 있었다.

“그 아이를 놓아주지 않으면 안 그래도 부족한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뱀파이어.”

그렇게 말하며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돌려 가이우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뭐가 불만인 것인지 볼을 잔뜩 부풀린 채 팔짱을 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테일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했으면 제법 귀엽다고 했을 만한 행동이었지만 어리다고는 하나 남자가 저러고 있으니 소름이 끼쳤다.

“하하하! 과연 그 피를 흘리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리호크! 녀석을 죽여라. 건방진 인간 놈의 피 맛이 궁금하구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리호크라는 이름의 뱀파이어 병사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테일러를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리호크는 검은 창을 전력을 다해 내찔렀다.

병사에 불과하지만 뱀파이어다 보니 인간 병사에 비하면 상당히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이었지만 55레벨에 레인저의 직감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테일러에게는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느려.”

테일러의 입이 열리고, 말 한마디가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검을 든 손목을 살짝 움직였다.

마력검을 발현할 필요도 없이 갑옷의 틈새에 검을 살짝 가져간 테일러는 힘차게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악!”

단숨에 심장이 꿰뚫리고 뱀파이어 병사는 아까운 피를 입 밖으로 토해냈다.

테일러가 검을 뽑아내자 그는 힘없이 쓰러졌다.

뱀파이어들은 계급에 따라 그 재생력이 인간보다 월등했지만 그 어떤 계급을 가진 뱀파이어라도 심장이나 뇌가 파괴당하면 즉사하는 것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호크를 쓰러뜨린 테일러는 더 이상의 경고도 없이 즉시 뱀파이어 기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 이런 제기랄.”

“꺄악!”

뱀파이어 기사는 욕설을 내뱉으며 어린 엘프 소녀를 자신의 몸 앞으로 끌어당겨 방패로 삼았다.

리호크를 상대하는 테일러의 움직임을 보고 그가 만만한 실력을 가진 용병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비열함이 피에 녹아 흐르고 있는 뱀파이어답게 인질을 방패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었다.

뱀파이어 기사는 엘프 소녀를 마치 방패처럼 사용하여 자신의 몸을 가렸지만, 테일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뱀파이어 기사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뱀파이어 기사는 검을 휘둘렀으나, 테일러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

“이럴 수가!”

생각보다 강한 테일러의 힘에 뱀파이어 기사는 경악했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팔목을 보호하는 철제 갑옷이 찌그러질 정도였다.

55레벨에 이른 테일러의 힘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크, 크아아악!”

힘을 더욱 세게 주자 검을 잡고 있는 뱀파이어 기사의 팔이 부러졌고 검이 떨어지자 테일러는 즉시 마력검을 발현했다.

“고, 고위 기사?”

뱀파이어 기사가 또다시 경악하고 테일러의 검이 엘프 소녀를 잡고 있는 팔을 잘라냈다.

그리고 발로 뱀파이어 기사를 차서 넘어뜨린 뒤 그 위로 올라타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커억!”

질 좋은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마력검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뱀파이어 기사의 숨이 끊어졌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가이우스! 상황 정리되었습니다! 이제 나오세요!”

“이번에는 기사 녀석이었지만 만약 귀족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나참. 정말이지.”

가이우스는 불평을 잔뜩 늘어놓으며 수풀 속에서 걸어 나왔지만, 테일러는 그의 불평을 무시하고는 주저앉아 울고 있는 어린 엘프 소녀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우아아아앙!”

테일러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상대가 인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품속으로 몸을 던져 울음을 터뜨렸다.

테일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린 엘프 소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등을 두드려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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