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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26화 (26/150)

리턴 플레이어 26화

10장 하이 오크(1)

비록 어리지만, 그 희귀하다는 하이 오크를 직접 처치한 샤니크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도 모른 채 들뜬 마음으로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샤니크의 천막에서는 미친 사람과 같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근처 천막에서 밤을 보낸 마법사들이 증언했다.

샤니크의 경솔한 행동의 결과로 피칼날 부족의 족장 유즈겔리스크의 동생이자 제사장 카리스크의 깃발 아래에서 부족의 전사들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하는 원정대는 알 길이 없었다.

“테일러. 산책 겸 주변 정찰을 하고 오지 않겠어? 나와 함께.”

가이우스와 함께 천막을 세우고 있는 테일러에게 골드 등급 용병 일리아나 웨스트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여행을 계속하면서 실버 등급 용병들과 브론즈 등급의 용병들 간의 사소한 마찰을 서로 조정하여 원활하게 처리하게 되면서 둘의 사이는 제법 가까워져 있었다.

“용병들의 통제를 맡은 감독이 모두 자리를 비우면 용병들의 통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브론즈 용병의 통제를 맡은 테일러와 실버 용병의 통제를 맡은 일리아나 웨스트가 자리를 비운다면 용병들은 둘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테일러의 우려와 다르게 일리아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 없다고 해서 사고나 치고 있을 멍청한 녀석들도 아니고, 여차하면 필리엄이 있으니까.”

필리엄 세크.

그는 왕립 사관학교 출신으로 용병들의 지휘를 맡은 하급 장교 중 한 명이었다.

테일러의 옆에 붙은 중앙 사관학교 출신의 라스처럼 필리엄 또한 전투가 벌어지면 용병들의 지휘를 맡게 된다.

테일러와 일리아나는 용병들을 통제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정식 전략전술 교육을 받은 장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휘권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함께 하겠습니다.”

“나도 가겠네!”

골드 등급 용병 일리아나 웨스트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자코 듣고 있던 가이우스가 로브 자락을 펄럭이며 일어나 끼어들었다.

“좋아. 그럼 나는 윌리암 로렌시아 남작에게 보고하고 올게.”

일리아나는 테일러, 그리고 가이우스와 함께 정찰을 나간다는 사실을 원정대장인 윌리암 로렌시아 남작에게 보고했고, 로렌시아 남작은 만약을 위해 기사가 포함된 10명의 인원을 정찰대 명목으로 붙여 주었다.

테일러는 몰라도 가이우스와 일리아나는 고급 인력이었기 때문에 위험이 도사리는 그랑키아 숲을 무방비하게 돌아다니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로렌시아 남작의 생각이었다.

로렌시아 남작이 붙여준 기사가 포함된 10명의 정찰대와 함께 일리아나와 테일러, 그리고 가이우스는 야영지 근처를 말을 타고 거닐었다.

“금방이라도 뱀파이어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은 밤이군요.”

이어지는 침묵에 참다못한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가이우스가 소환한 새하얀 마법의 빛과 일리아나가 소환한 작은 불의 정령이 밝혀 주는 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지만, 밤이 된 그랑키아 숲은 당장에라도 뱀파이어가 튀어나올 것처럼 어둡고 음침했다.

뱀파이어는 반도의 숲에서도 가끔 발견되는 상당히 위험한 몬스터였다.

특히 그랑키아 숲의 뱀파이어는 수가 적은 대신 하나하나가 오크 상급 전사와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겁나? 뱀파이어 정도라면 나의 불을 견딜 수 없을 거야.”

일리아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어디 뱀파이어 귀족이 튀어나와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네.”

자신만만한 일리아나의 모습에 가이우스는 무엇이 불만인지 툭 쏘아붙였다.

뱀파이어 귀족은 준남작부터 대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며, 통상적인 뱀파이어와는 수준이 크게 다른 무서운 존재들이다.

반도에서는 백작 이상의 뱀파이어 귀족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이곳은 그랑키아 숲이니, 백작 이상의 뱀파이어 귀족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가이우스의 농담이 끝나기 무섭게 테일러의 귓가로 차가운 안내음이 파고들었다.

[기척 감지!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적의 수를 파악합니다.]

그랑키아 숲을 가로지르면서 몇 번 치른 전투 덕분에 50레벨을 찍게 되면서 기척 감지 스킬을 승급시켜 만들어진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적의 기척을 감지하게 된 것이었다.

[총 11의 적이 파악되었습니다.]

곧 이어지는 안내음에서 적의 수가 파악되었다.

기척 감지 스킬을 승급시켜 획득한 레인저의 직감 스킬은 극대화 효과가 발생할 시 제법 정확하게 적의 수를 파악해냈다.

“전방에서 11마리 정도 되는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그럴 리가. 확실한 것인가?”

테일러의 말에 가이우스가 놀란 얼굴로 확인했고 테일러는 대답 대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가이우스.”

“여기는 억제기 수비대와 하루 거리라네.”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테일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되물었고, 가이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테일러. 정예라고는 하지만 100명을 조금 넘는 수의 기사단으로 이루어진 억제기 수비대가 수백만이 넘는 몬스터의 소굴에서 어떻게 억제기를 지켰다고 생각하나? 바로 억제기 자체에서 내뿜는 흉포성 억제 마력과 주둔지 주변에 걸려 있는 강력한 몬스터 약화 결계 때문이라네.”

가이우스의 말대로 억제기는 몬스터의 흉포성을 억눌러 그랑키아 숲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생각을 제약하는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런 억제기를 지키기 위해 사우스 왕국은 정예 기사단을 배치하는 것 외에도 마탑의 마법사들을 파견하여 주변에 강력한 몬스터 약화 마법을 걸어두었다.

이 강력한 약화 결계 덕분에 몬스터들은 감히 억제기를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인위적인 공작이 없는 한 부족 단위 이상으로는 거의 뭉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들은 억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수한 마력과 주변의 강력한 약화 결계 때문에 감히 공격할 생각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피칼날 부족 같은 경우는 예외였다.

이들은 샤니크로 인해 부족의 후계자를 잃었고, 그 복수심으로 잃어버렸던 호전성과 흉포성이 고개를 들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군요.”

가이우스의 설명에 테일러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억제기 수비대 주둔지 근처였고 결계가 유효한 범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정찰대 규모지만 몬스터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대대적인 공격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서 보고합니까? 아니면 교전합니까? 적들은 아직 저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돌려 정찰대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지휘권은 테일러가 아니라 정찰대의 기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판단해야만 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전원 검을 뽑아라.”

모두가 검을 뽑아들었다.

기사는 전투를 선택한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정찰대와 테일러, 일리아나 그리고 가이우스는 서서히 적 정찰대와 거리를 좁혔다.

서로를 육안으로 분간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을 때는 적도 테일러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전투태세를 정비하고 있었다.

“오크 정찰대입니다!”

창을 든 젊은 병사가 소리쳤다.

그의 말대로 적의 정체는 오크 정찰대였다.

테일러의 말대로 11마리의 규모였는데, 그랑키아 숲의 오크 부족답게 반도의 오크 부족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랑키아 숲에 들어오고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테일러는 여전히 그랑키아 숲의 오크들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인간이다! 전투 준비!”

테일러들을 발견한 오크가 오크어로 외쳤다.

지휘권이 없는 이상 통솔 스킬은 무의미하다.

지휘할 필요도 없고 권한도 없는 테일러는 검을 든 채 무서운 속도로 오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엄호하겠네! 테일러!”

가이우스가 급하게 만들어낸 전격의 창이 테일러의 옆을 스치고 지나쳐 오크 정찰대 지휘관의 몸에 꽂히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고 오크 지휘관의 숨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그 뒤를 이어서 일리아나 웨스트가 소환한 불의 정령이 뜨거운 불길을 토해냈다.

숲의 나무에 옮겨붙을 경우 큰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위력을 상당히 조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 5마리가 순식간에 재가 되어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테일러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다.

강력한 마법과 정령의 힘에 사색이 된 오크 전사들의 사이로 파고들어 빠르고 치명적인 검술을 구사하여 오크 2마리의 목숨을 순식간에 끊어 놓았다.

“인간 녀석!”

오크 하나가 공용어를 내뱉으며 전투 도끼를 휘둘러 왔으나, 상급 방어 검술 스킬과 레인저의 감각 스킬을 가지고 있는 테일러에게는 너무나 느린 움직임이었다.

테일러는 검을 가볍게 휘둘러 오크가 휘두른 전투 도끼를 쳐내고 훤히 드러난 오크 전사의 가슴팍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크엑!”

검이 오크의 갑옷을 꿰뚫고 들어가자 뜨겁고 붉은 피가 테일러의 얼굴에 튀었다.

더러운 오크의 피를 닦아내지도 않고 검을 더욱 찔러 넣자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이 관통되었다.

오크 전사는 고통에 찬 신음성을 토해내며 비틀거리다가 테일러가 검을 뽑아내자 힘없이 쓰러졌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자 알림음이 들려온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로렌시아 남작이 붙여준 기사와 병사들이 나머지 오크 전사들을 정리하고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사는 보고를 위한 것인지 오크 전사 하나가 가지고 있던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검이 그려져 있는 깃발을 줍고 숨이 붙어 있는 오크 한 마리를 포박하고 있었다.

주변의 눈을 살피며 테일러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테일러.

고위 기사

Lv:51

스킬[11/12]: Lv1도주[E] Lv9고위 기사 검술[A] Lv5벌목[E] Lv9하급 마나 연공법[D] Lv3상급방어검술[C]

Lv1레인저의 직감[C] Lv5불의 검[B] Lv6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3통솔[C] Lv1암석거인의 가호[B] Lv3하급 파마의 검[B]

잔여 포인트:2]

몇 가지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였고, 레벨이 50을 넘기면서 고위 기사로 직업이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테일러의 수준이 고위 기사 수준에 가깝거나 그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리아나 님. 이번 일의 보고를 위해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찰대의 지휘를 맡은 기사가 조심스럽게 이만 야영지로 돌아가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일리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들은 신속하게 야영지로 돌아왔고, 테일러와 정찰대의 지휘를 맡은 기사 그리고 가이우스와 일리아나는 적 정찰대와 조우하여 전투를 벌인 것에 대해 로렌시아 남작에게 보고하기 위해 그의 천막을 찾았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천막 앞을 지키고 있는 젊은 수습기사가 천막의 입구를 열자 테일러들은 조심스럽게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억제기 보수 원정대장의 천막답게 테일러나 일리아나가 쓰는 천막과는 상당히 비교되었지만 로렌시아 남작이 사치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 탓에 화려함은 없었다.

천막의 중앙에 놓인 책상에 윌리암 로렌시아 남작이 앉아서 서류 업무를 보고 있었고, 고위 마법사 샤니크 윌크로스필이 그의 곁에서 업무를 보조해주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급히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보게.”

윌리암 로렌시아 남작이 서류를 옆으로 치우며 고개를 들었다.

기사는 오크 전사에게서 습득한 깃발을 품속에서 꺼내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그것을 본 로렌시아 남작은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을 모두에게 보냈다.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정찰 도중 정찰대 규모의 오크들과 조우하여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 깃발은 오크 전사에게서 습득한 것입니다.”

윌리암 로렌시아 남작은 두 눈을 빛내며 깃발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붉은 피를 머금은 검이 그려진 깃발을 세심하게 살폈다.

“피칼날 부족의 깃발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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