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22화
8장 가이우스의 합류(2)
연이어 알림음이 들려왔다.
암살자들을 정리하고 여유를 되찾은 가이우스가 버프를 걸어준 것이다.
버프와 기척 감지 스킬 효과 극대화의 힘을 받아 테일러는 암살자 지휘관과 공격을 주고받았다.
날카로운 창이 테일러의 몸을 몇 번이나 스치고 지나갔고 작은 상처들이 생겨나며 피가 흘러나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엄습했지만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는 테일러.
가이우스의 계속되는 마법적 지원과 테일러의 공격에 결국 암살자 지휘관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지고 말았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강력한 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레벨이 무려 10이나 상승했다.
폭렙이었지만 좋은 동료들을 잃은 슬픔에 기쁘지 않았다.
테일러는 모든 스킬 포인트를 기사 검술에 투자하여 A급 스킬인 고위 기사 검술로 승급시켰다.
그러고는 가이우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가이우스는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가이우스, 이겼습니다. 피해는 엄청나지만 저희가 이겼습니다. 이제 표정을 푸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비록 고용한 용병 전원을 잃었지만 가장 중요한 가이우스를 지켜냈다는 사실에 그는 비교적 밝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가이우스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테일러.”
“네, 가이우스. 말씀하세요.”
“우리 포위되었네.”
암살자들은 강했지만 고위 마법사가 포함된 파티를 상대하기엔 조금 부족한 수준의 규모였다.
혹시 원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가이우스는 테일러가 암살자 지휘관을 죽이고 난 후 즉시 탐지 마법을 전개하여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미 자신들은 포위당해 있다는 것을.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적어도 30명. 혹은 그 이상의 인원이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네.”
“그, 그런…….”
가이우스의 말에 테일러는 절망했다.
방금 전과 같은 수준의 적이 30명이라면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테일러가 절망의 늪에 빠지고 있을 때, 검은 옷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범한 병사라면 30명 정도 가이우스와 함께 어떻게든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방금과 같은 수준의 실력을 가진 암살자가 30명 이상이라면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방금 전과 같은 소속의 암살자들인지 새롭게 나타난 암살자들도 검은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암살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암살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톨빈이다. 내가 이름을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하겠지.”
검은 망토의 암살자는 허리에 걸려 있는 검을 천천히 뽑았다.
태양 빛을 받은 검신이 빛을 뿜어내 어둠으로 물든 숲을 비추었다.
“네놈들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톨빈이라고 소개한 암살자의 오만한 태도에 테일러는 이를 악물고는 검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가이우스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냥 죽을 생각은 없는 것인지 가이우스는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가이우스.”
“왜 그러나.”
“당신은 어리지만 고위 마법사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가이우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테일러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암살자 두 명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왔고, 가이우스의 스태프가 빛을 발하자 흙의 벽이 가이우스와 테일러의 주변을 봉쇄했다.
“대마법사만 가능하다는 공간이동 마법. 조금은 쓸 줄 아시겠죠.”
가이우스의 얼굴 표정이 심각해졌다.
“공간이동. 가능하지만 상당히 불안정하다네. 팔 하나가 날아갈지도 몰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 마법은 상당히 수준이 높은 마법으로, 대마법사 이상만 온전하게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지만 고위 마법사도 공간이동 마법의 시전은 가능했다.
다만 고위 마법사의 공간이동 마법은 상당히 완전하지 않은 요소가 많아서 공간이동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팔 하나쯤은 기쁘게 내주겠습니다.”
“내가 안 괜찮네! 이 사람아!”
가이우스는 버럭 화를 냈다.
그 순간 흙의 벽이 무너지고 암살자 3명이 들이닥쳤다.
테일러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던졌지만 암살자들은 테일러가 던진 단검을 우습게 막아냈다.
“가이우스! 살고 싶으면 공간이동 마법을 캐스팅하세요!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말을 끝내며 테일러는 암살자들과 맞섰다.
암살자들의 검술 실력은 뛰어났지만, 폭렙으로 인해 여러 가지로 성장하고 고위 기사 검술을 깨우친 테일러의 검을 쉽게 막아내지 못하고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흙벽이 완전히 무너지고 5명의 암살자가 추가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빛무리가 테일러와 가이우스의 몸을 감쌌다.
“저지해! 당장 저지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눈치챈 지휘관 톨빈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가이우스와 테일러는 그 자리에 없었다.
* * *
“크윽.”
“테일러!”
차가운 대지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성과 함께 뒹구는 테일러를 향해 가이우스가 달려왔다.
가이우스는 테일러의 몸을 살폈다.
테일러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꾹 누르고 있었다.
그의 손을 떼보니 뼈가 보일 정도로 살점이 사라져 있었다.
“공간이동의 부작용이군!”
공간이동 마법 자체는 성공했지만 불완전했던 공간이동 마법 탓에 테일러의 신체 일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으, 응급처치를…….”
테일러의 부상은 심각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이우스의 의료 마법 실력은 시원찮았다.
전투 마법사를 동경했던 탓에 의료 마법 수련을 소홀히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의료 마법 수련을 게을리한 것을 가이우스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후회하고 있기에는 테일러의 상태가 나빴다.
피는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고 몸은 경련이 일어난 것인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이우스는 우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의료 마법을 테일러에게 퍼부었다.
밝은 빛이 여러 번 테일러의 몸에 깃들었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이우스의 의료 마법이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출혈이 조금 줄어든 것이었다.
“효, 효과가 있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뭔가 결심한 것인지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가이우스는 품속을 뒤져 무엇인가를 꺼냈다.
가이우스가 꺼낸 것은 붉은 액체가 담겨 있는 유리병이었다.
마탑을 나올 때 몰래 하나 가지고 나온 포션이었다.
가이우스는 위급한 상황이 오면 자신에게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것이었지만 이대로 테일러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가이우스에게는 테일러의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의 의료 마법이 없었고, 이대로 계속 쓰러져 있는다면 언제 어디서 암살자들이 추격해 올지 몰랐다.
공간이동 마법을 시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랑키아 숲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높고 거대한 거목.
누가 봐도 그랑키아 숲이었다.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군. 내 잘못도 있으니까.”
가이우스는 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테일러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며 포션이 담긴 유리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테일러의 상처에 뿌렸다.
“으으윽.”
테일러의 입 밖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상처가 천천히 아물고 있었다.
왕국의 하나밖에 없는 마탑의 창고에서 꺼내온 포션답게 상당히 뛰어난 효과였다.
테일러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고 테일러는 곧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들었나. 테일러.”
가이우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린 테일러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희미해진 시야로 주변을 살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거대한 나무들.
그랑키아 숲이 분명했다.
옆에는 빈 유리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희귀하다는 포션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포션은 질이 좋지 않은 것도 상당히 희귀했지만 가이우스 정도 되는 고위 마법사라면 하나 정도 들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 시야가 조금 희미하지만 괜찮습니다. 쉬고 싶지만 쉬고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군요, 가이우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테일러는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져 있는 장검을 들어 올렸다.
시험 삼아 검을 휘둘러 보는 테일러.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조금 희미했지만 그것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기운을 상당히 소모했지만 아직까지 검을 휘두르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네. 그랑키아 숲은 넓어.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네.”
프랑츠 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그랑키아 숲은 사우스 왕국 전 국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동의합니다, 가이우스. 서둘러 움직이죠.”
“포션이 좋긴 좋군. 다 죽어가던 녀석도 살리고 말이야.”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앞장서서 걸었다.
그 뒤를 가이우스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그린 채 따랐다.
* * *
프랑츠 제국 그림자 기사단 소속 단장 톨빈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테일러와 가이우스가 서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사라진 테일러와 가이우스가 돌아오지 않았다.
톨빈은 절망했다.
사우스 왕국을 침략하기에 앞서 왕국의 인재들을 향한 대대적인 암살 작전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재들을 성공적으로 암살하였다.
순풍을 탄 배처럼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암살 작전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되는 최연소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의 암살이 성공을 앞둔 순간에 목표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건 상당히 문제가 되는 일이었다.
한참 동안 대책을 생각하던 톨빈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부하 그림자 기사 한 명이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꺼내 건넸다.
통신용 마법 수정구는 종류에 따라 거리의 제한이 있지만 멀리 있는 인물과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하고 희귀한 마도구였다.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받아 든 톨빈은 즉시 그랑키아 숲에 대기 중인 프랑츠 정보국의 요원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그림자 기사단의 톨빈이다.
-암호명 실버스타.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포착된 마력 반응을 보고하라.”
억제기 파괴 작전이 입안된 시점부터 프랑츠 제국은 사우스 왕국 몰래 비밀스럽게 그림자 기사단 같은 특무기관과 프랑츠 정보국의 요원들을 그랑키아 숲으로 보내 숲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겼다.
-범위와 시기는 어떻게 됩니까?
“그랑키아 숲 전역. 시기는 현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 이내.”
-대지의 정령을 통해 보고서를 보내겠습니다. 통신을 종료합니다.
통신이 종료되었다.
2시간 정도 기다리자 대지가 요동치더니 두더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대지의 정령이 나타나 톨빈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톨빈이 종이를 펼쳐 보니 그랑키아 숲의 지도였다.
그리고 마력 반응이 포착된 곳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총 8곳이었고 그랑키아 숲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톨빈은 그랑키아 숲 전역에 흩어져 있는 목표지점들을 30여 명의 인원으론 수색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를 악물고 다른 단장들과 조장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뒤 수색에 나섰다.
* * *
“가이우스, 이 숲을 벗어나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남쪽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테일러의 말에 가이우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보게, 테일러. 나는 책을 읽었네. 그래서 방금 자네가 한 말이 사망 플래그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네. 당장 취소하게.”
“취소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할 말이 있는걸요. 그리고 보십시오. 숲의 끝이 보입니다.”
테일러의 말대로 숲의 끝이었다.
지독했던 그랑키아 숲을 나와 전방을 향해 집중하니 희미하게 거대한 요새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이우스는 매의 눈이라는 마법을 이용해 눈동자를 강화시킨 뒤 요새를 자세히 살폈다.
“후안 후작령의 요새 슐츠군. 슐츠 자작이 영주로 있다네.”
“슐츠가 보일 정도면 다행히 공간이동 마법이 우리를 서쪽으로 데려와 준 것 같군요. 북쪽으로는 조금도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슐츠는 후안 후작령에 소속된 요새로 실버레인 후작령의 중심도시로부터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다행히 가이우스의 공간이동 마법으로 북쪽으로는 전혀 이동하지 않고 서쪽으로만 이동한 모양이었다.
“추격이 계속될 수도 있으니, 계속 이동합시다.”
그랑키아 숲을 벗어났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가이우스도 동의하는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슐츠에 제법 가까워졌을 때였다.
가이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할 말이 뭔가?”
테일러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몸을 돌려 가이우스를 향해 눈을 맞추었다.
“가이우스. 최근 왕국의 인재들을 향한 암살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에 있었던 시절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마탑의 과도한 보호를 받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만간에 억제기를 파괴할 것입니다.”
“억제기를……? 말도 안 돼. 억제기 수비대는 전원 기사로 구성되어 있고 고위 기사들까지 있다네.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야.”
테일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무너질 것입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가이우스의 대답에 테일러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지금부터 하는 말에 따라, 가이우스의 합류가 결정될 것이다.
“시, 신의 계시입니다. 실은 가이우스 당신도 오늘 죽을 예정이었습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차가운 기운을 실은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자네…… 신성교였나.”
“아,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네가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네. 하지만 지금 그 얘기는 믿을 수 없는 얘기군.”
테일러가 고개를 숙였다.
가이우스의 영입이 실패한 것일까 라고 생각된 순간이었다.
가이우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허황된 소리도 아니군. 당분간 자네의 곁을 따르겠네. 그리고 판단하겠네. 자네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렇게 임시지만 가이우스의 합류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