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8화
6장 토벌(2)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테일러는 바쁘게 마을을 뛰어다니며 용병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대부분의 용병들이 마을에 몇 개 없는 여관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용병들을 찾아 계약을 맺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다만 계약을 체결하면 할수록 테일러의 주머니는 급속도로 가벼워졌다.
마침내 50명의 용병들을 고용한 테일러는 마을 안의 자경단 본부를 사용하고 있는 기병대의 지휘관 위펠로스 로시를 찾았다.
“약속대로 50명 모아 왔습니다.”
“흠. 좋다. 기병대를 소집하지.”
고용된 50명의 용병들 중 대부분이 우드 등급 용병으로 실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용병들이었다.
가지고 있는 장비의 수준도 상당히 떨어졌고 보기에도 약해 보였지만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는 별다른 말 없이 즉시 기병대를 소집했다.
전령이 힘차게 뿔나팔을 불자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노스리빌군 기병들이 자경단 본부로 모여들었다.
300여 명의 기병과 한 명의 마법사가 모두 모이자 위펠로스 로시와 테일러는 각자 기병대와 용병들을 이끌고 노스빌 숲으로 출발했다.
제법 걸어서 도착한 노스빌 숲은 잔잔한 바다처럼 평화롭고 고요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오크 전사들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노스빌 숲에는 고블린도 있었지만 오크와 다르게 규모 있는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고블린들은 기병대와 용병들의 규모에 겁을 먹고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도록.”
노스리빌군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는 오크를 얕보는 경향은 있었지만 전투에 있어서 경솔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기병대로 하여금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게 지휘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위펠로스의 기병대와 테일러, 그리고 용병들은 노스리빌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중간에 오크 전사 5~10명 정도로 구성된 정찰대와 2번 정도 마주쳤지만 기병대의 규모를 확인한 오크 정찰대는 바로 줄행랑쳤다.
1번은 놓쳤지만 1번은 도망치는 오크 정찰대의 전사들을 모두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어느 정도 노스빌 숲 깊숙한 곳에 파고든 위펠로스는 부대를 멈추게 한 뒤 정찰대를 편성하여 각 방향으로 보냈다.
오크들의 서식지 깊은 곳으로 들어온 만큼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고 테일러도 그런 위펠로스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장교님!”
위펠로스가 보낸 정찰대가 하나둘씩 귀환하기 시작했다.
정찰대는 특별한 정보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돌아온 정찰대 장교는 쓸만한 정보를 물고 왔다.
“1시간 거리에 오크군 주둔지가 있습니다. 로크아쉬로 추측되는 상급 전사의 모습도 확인되었습니다.”
“즉시 공격한다.”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는 망설임 없이 공격을 명했다.
“상급 장교! 판단을 재고해 주십시오.”
검을 뽑아 들고 돌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위펠로스의 앞을 테일러가 막아서며 다급하게 외쳤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것이 기분 나쁜 것인지 테일러를 바라보는 위펠로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테일러는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지금 공격해선 안 됩니다, 상급 장교.”
“그 판단의 근거는?”
“뒤를 보십시오.”
테일러는 말을 마치며 조용히 뒤편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위펠로스는 한숨을 내쉰 뒤 말에 올라탄 채 허리를 살짝 틀어 뒤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눈에 하루 종일 숲을 수색하느라 지친 용병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말에 올라탄 채 이동했던 기병대와 다르게 용병들은 두 다리로 걸었기 때문에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다.
그 모습에 위펠로스는 괜히 50명의 인원을 데려오라고 했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쯧. 하는 수 없지. 이곳에서 오늘 밤을 보낸다. 1시간 거리에 적이 있으니,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불침번은 테일러, 당신의 부대에서 맡아주었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위펠로스의 명령을 용병들에게 전달했다.
처음에는 불평이 조금 나왔지만, 어차피 그들도 고용된 이들이었기 때문에 고용주인 테일러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밤은 무사히 지나갔고, 이른 아침에 위펠로스는 휘하의 기병들을 모두 깨웠다.
아침의 작은 소란에 밤새 피곤했던 용병들 역시 하나둘씩 일어나 장비를 챙겼고, 모두가 일어나자 적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투가 임박하자 테일러는 잔여 스킬 포인트 15 포인트 중에서 3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여 상급 검술을 B급 스킬 기사 검술로 승급시켰다.
“상태창.”
테일러
기사
Lv:35
스킬[9/10]: Lv1도주[E] Lv1기사 검술[B] Lv5벌목[E] Lv5하급 마나연공법[D] Lv10방어 검술[D]
Lv4기척 감지[D] Lv3 불의 검[B] Lv2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1 통솔[C]
잔여 포인트:12
전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스킬 상태는 양호했다.
레벨이 오르면서 직업도 기사로 변경되어 있었다.
“좋아.”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상태창을 끄고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한다.
오크 주둔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고 위펠로스 로시는 검을 뽑아 들고는 앞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쐐기 진형! 돌격!”
몬스터 영역인 그랑키아 숲과 가까운 북부에 위치한 영지의 군대답게 위펠로스 로시 휘하의 기병대는 상급 장교의 명령에 신속하게 움직여 쐐기 진형을 갖추어 오크 주둔지를 향해 돌격했다.
“방진! 사각형으로 방진을 구축해라! 침착하게, 방진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전진한다.”
무서운 속도로 쏘아 나가는 기병대와 다르게 테일러는 휘하 용병들을 지휘하여 방진을 유지한 채 천천히 오크 주둔지로 움직이게 했다.
“으아악!”
“사, 살려줘!”
잘 달리던 기병들이 말과 함께 갑작스럽게 땅으로 꺼졌다.
오크 전사들이 설치해 둔 함정이었다.
깊이 파진 구덩이에는 날카롭게 다듬은 나무 창들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구덩이에 빠진 기병들은 말과 함께 나무 창에 꽂혀 처참한 모습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처음부터 함정이었군. 로크아쉬…… 무서운 녀석이다.”
숲에서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한 주둔지.
함정이었던 것이다.
로크아쉬는 잘 보이는 곳에 주둔지를 구축하고 주변에 함정을 판 채 기병대를 기다린 것이었다.
로크아쉬.
생각보다 무서운 녀석이라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는 당황했지만 계속하여 돌격할 것을 명령했다.
중간에 겁을 집어먹고 멈춰 속도를 잃은 기병은 전장에서 죽기 좋은 표적이 될 뿐이었다.
다행히 구덩이의 수는 많지 않았고 50명 정도의 손실로 주둔지 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주둔지 안으로 파고 들어간 기병대는 나무 사이사이를 피해가며 저항하는 오크 전사들의 몸에 창과 검을 쑤셔 넣었다.
“고용주! 우리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닙니까? 벌써 전투는 시작되었는데요?”
용병 한 명이 느린 전진 속도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우드 등급의 용병이었다.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전투는 끝나지 않을 거다. 불평할 시간 있으면 땅이나 잘 살펴.”
테일러가 고용한 용병들은 대부분 우드 등급이고, 소수만 아이언 등급이었다.
대열을 풀고 개싸움 하는 것마냥 우르르 돌격하면 오크 전사들에게 죽기 좋았다.
방진을 유지한 채 전장에 합류하는 것이 생존율을 올리는 것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테일러는 생각하고 있었다.
테일러의 말대로 용병들이 도착할 때까지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전투는 기병대가 우세를 점하고 있었지만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강력한 무력에 수십의 기병이 목숨을 잃었다.
로크아쉬 때문에 기병대가 유리하게 잡고 있는 전황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전장의 지형이 숲이라는 점도 오크 전사들에게 유리한 점이 되었다.
기병의 구역이라고 볼 수 있는 평원이었다면 지금쯤 위펠로스의 기병대가 로크아쉬의 오크군을 모두 정리하고 전리품을 챙기고 있었을 것이다.
“로크아쉬……. 가만히 두면 안 되겠군.”
방진 앞에서 천천히 걸으며 방진이 움직일 방향을 확보하고 있던 테일러의 시선이 기병 한 명을 말에서 떨어뜨려 검으로 내려찍는 로크아쉬에게로 향했다.
“티미.”
그는 조용히 티미를 불렀다.
방진의 1열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던 티미가 테일러의 곁으로 다가왔다.
티미는 용병들과 함께 따라온 유일한 자경단원이었다.
한스를 포함한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남았다.
“부르셨습니까?”
“내가 다시 올 때까지 방진을 유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방진이 무너지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티미에게 용병들의 지휘를 맡기고는 로크아쉬를 처단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전투를 지휘하고 있던 위펠로스 로시가 오크가 던진 창에 복부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지휘관이 쓰러지자 잘 싸우고 있던 기병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지휘관의 부재는 전투주도권을 적에게 넘겨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모습을 테일러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떨어져 있는 노스리빌 백작령의 깃발을 흔들며 크게 소리쳤다.
“방진 근처로 이동! 말에서 내려 말 뒤에 몸을 숨기고 원거리 무기와 창으로 대응하라!”
[통솔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아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나무가 많의 숲의 특성상 기병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말에서 내려서 싸우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테일러의 명령대로 말에서 내린 기병들은 활이나 석궁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꺼내 말 뒤에 몸을 숨긴 채 오크 전사들을 향해 쏘았다.
눈치 빠른 티미는 용병들을 지휘하여 중앙의 인력을 1열로 옮겨 방진을 거대화 시켰다.
수비 진형을 갖추자 주도권은 다시 아군에게 넘어왔다.
깃발을 흔들며 계속 아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테일러는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가 가득한 기척에 깃발을 놓고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가 시뻘건 눈을 번뜩이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테일러는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고, 가까이 다가온 로크아쉬는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테일러의 눈이 거대한 검의 궤적을 추적했다.
궤적을 추적한 끝에 예상 경로를 읽어낸 그는 옆으로 몸을 굴려 검을 피해낸 뒤 허리에 걸려 있는 단검을 뽑아 로크아쉬의 발등을 찍었다.
“크아아악!”
로크아쉬가 입을 벌리고 고통을 토했다.
그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빠르고 급소를 노린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 로크아쉬의 공격은 테일러의 눈에 어느 정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읽어내는 수준은 아니라서, 모든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두 번의 공격은 어쩔 수 없이 검으로 막아야만 했는데, 그 충격이 엄청났다.
세 번째 공격을 막았을 때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오른팔에 금이 가고 말았다.
검을 쥐자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견뎌내며 검을 휘둘렀다.
“크크크.”
테일러의 검을 막아낸 로크아쉬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로크아쉬의 검을 옆으로 살짝 흘리며 로크아쉬를 스쳐 지나치며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복부에 검으로 긴 상처를 남겼다.
로크아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대한 녹색의 팔뚝이 질풍처럼 테일러를 덮쳤다.
“으악!”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테일러가 옆으로 쓰러져 구른다.
또 어딘가가 부러졌는지 어딘가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이대로 누워 있다가는 죽기 딱 좋았기에 서둘러 테일러는 일어서며 검을 들어 올렸다.
고통이 느껴지고 팔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왼손으로 함께 잡으니 조금 나았다.
“발악해 봤자 소용없다, 인간.”
로크아쉬의 입에서 자연스러운 공용어가 쏟아져 나왔다.
테일러는 로크아쉬의 말을 무시하고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로크아쉬는 테일러의 움직임을 읽고 검을 휘둘렀으나, 기괴하게 몸을 꺾으며 그 검격을 피해내는 테일러.
그는 왼손으로 쥔 장검을 로크아쉬의 복부를 향해 찔러 넣었다.
검은 사슬 갑옷을 끊고 들어가 로크아쉬의 뱃가죽을 찢고 내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테일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이리저리 흔든 뒤 뽑아냈다.
복부에 열린 구멍에서 내장이 춤을 추며 흘러나왔고 입 밖으로 붉은 피가 새어 나왔지만 로크아쉬는 쓰러지지 않았다.
테일러가 심장에 검을 꽂아 넣은 뒤에서야 로크아쉬는 쓰러졌다.
로크아쉬가 쓰러지자 오크 전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고, 승기를 잡고 다시 말에 올라 돌격하는 기병대에 쫓겨 뿔뿔이 흩어졌다.
전투가 끝나고 의무병의 치료를 받는 테일러는 안내음을 들을 수 있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