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플레이어-17화 (17/150)

리턴 플레이어 17화

6장 토벌(1)

백작령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로크아쉬는 노스빌 마을을 공격하지 않았다.

로크아쉬의 공격으로 인해 레벨이 5 오르고, 스킬 퀘스트를 통해 C급 지휘관 스킬인 통솔을 얻을 수 있었지만 마을의 피해는 엄청났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1차 공격에서 상당히 많은 마을 사람들과 자경단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테일러가 지휘하여 막아낸 로크아쉬의 2차 공격에서도 적다고 할 수는 없는 수의 마을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2차 공격에서 희생된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민병대에 편성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로크아쉬의 1차 공격에서 자경단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탓에 남아 있는 자경단으로는 흉흉해진 마을의 치안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다행히 치안은 체너드 노스리빌 백작이 보낸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가 지휘하는 300의 기병으로 인해 어찌어찌 유지될 수 있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체너드 노스리빌 백작이 보내준 위펠로스 로시와 300의 기병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중심도시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의 기병대 300이 중심도시로 돌아가면 노스빌 마을은 치안은 그렇다 쳐도 로크아쉬가 또다시 공격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로크아쉬는 멍청하지 않았다.

하이 오크에 가까운 오크답게 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이다.

그런 그가 지원군이 빠져나간 노스빌 마을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기에 테일러는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를 찾아 로크아쉬 공격을 제안했지만 위펠로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오크에게 그 정도의 지능이 있다니. 오크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아닌가? 로크아쉬는 상급 전사이긴 하지만 엄연히 오크다.”

위펠로스는 노골적으로 오크를 얕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생에서 몬스터 군단과의 전쟁이 터졌을 때도 왕국군의 많은 장교들이 지금 위펠로스 로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과 순식간에 전선이 밀리고 수도가 무너지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전쟁이 터지고 중반쯤 가서야 오크의 무서움을 모두가 깨달았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오크의 지능을 과소평가하는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와는 다르게 테일러는 전생에 참모부에서 근무하면서 오크들에게 패한 왕국군 장교들과 장군들을 보았기 때문에 오크가 얼마나 지능적이고,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오크와 제대로 된 전투를 치러보지 않은 장교들은 오크의 무서움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도 노스리빌군에 입대하고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크와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인 적은 없었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중심도시 근처는 치안이 확실해서 가장 가까운 숲에 서식하는 오크들도 좀처럼 숲에서 나오지 않는 데다가 그 수도 적어서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질 리가 없었다.

중심도시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장교들보다 백작령 외곽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장교들이 실전 경험이 우수한 편이었다.

아마 외곽 지역의 장교들이라면 위펠로스 로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먼저 앞장서서 로크아쉬를 공격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다.

“오크는 상급 장교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국가 규모는 아니지만 그들도 무리 생활을 하며, 잘 정리된 계급 체계를 가지고 상관에게 복종하며, 반도 전역의 오크들을 합치면 그 수는 왕국군과 비슷할 정도의 수준입니다. 비록 주 서식지가 숲인 탓에 흩어져 있지만 그 수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테일러의 열변에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의 눈동자가 테일러를 향했다.

“계속해 보도록.”

“감사합니다. 특히 로크아쉬는 이전에 걸었던 현상금으로 인해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오크가 거의 인간에 근접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간과 달리 상당히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테일러의 말에 위펠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는 인간에 거의 근접한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과는 다르게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오크 부족을 공격했다가 실패한 경우 그 오크 부족에서 보복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었다.

중앙 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도 그런 경우들에 대해서는 중앙 사관학교에서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는 오크를 얕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앙 사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하는 몬스터 관련 강의를 소홀히 들은 것은 아니었다.

완강하게 공격 반대를 주장할 것 같았던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가 예상과는 다르게 조금 유한 모습을 보이자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테일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오크의 위험성과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흉포성, 그리고 노스빌 마을이 로크아쉬의 공격으로 함락될 경우 노스리빌 백작령이 잃게 될 것들에 대해 설명하고 어필했다.

테일러의 노력 덕분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테일러의 말을 경청하는 위펠로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던 그가 테일러의 주장이 끝날 때쯤엔 귀를 기울여 상당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길고 길었던 테일러의 주장이 끝나고 난 뒤, 노스리빌군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로크아쉬를 공격하겠다.”

“감사합니다, 상급 장교.”

노스리빌군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의 결정은 로크아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노스빌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위펠로스 로시가 끌고 온 기병대에는 마법사도 한 명 있었기 때문에 로크아쉬의 오크 군대를 큰 어려움 없이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테일러는 고개 숙여 위펠로스 로시에게 감사를 표했으나, 위펠로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마지막으로 조건을 붙였다.

“단, 노스빌 마을에서도 병력을 동원해 줘야겠어. 50명 정도면 충분하겠군.”

“상급 장교. 노스빌 마을은 로크아쉬와 오크 군대의 연이은 공격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위펠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하지만 자네 말대로라면 오크 전사들은 상당히 강력한 존재인 것인데, 우리 기병대만으로는 이길 수 없지 않겠나?”

“하지만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와 오크 군대의 연이은 공격으로 노스빌 마을은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테일러는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테일러의 말에 위펠로스 로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테일러를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이기적이군. 노스빌 마을 사람이 아닌 우리 기병대는 죽어도 좋다는 말인가.”

“그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50명을 채우도록. 명심하게. 50명이야. 이만 나가보게.”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한숨을 쉬며 위펠로스 로시의 숙소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기병들 사이에서 한스가 테일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펠로스 로시의 숙소 밖으로 나온 테일러를 발견한 한스는 밝은 얼굴로 달려왔다.

한스는 얼마 전의 전투에서 제법 깊은 부상을 입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닌 것인지 달려오면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됐어?”

“기병대가 나서준다고 합니다.”

한스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쪽에서 50명의 인원을 지원해야 움직일 거라고 합니다.”

“뭐……?”

한스의 표정이 밝아진 것도 잠시 곧 이어지는 테일러의 말에 얼굴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로크아쉬의 연이은 공격으로 많은 마을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더 이상 전투에 마을 사람을 동원할 수 없다는 것을 한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경우 보통 자경단이 나서겠지만 지금 자경단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상태.

처음 전투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대부분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자경단원은 한스와 티미를 포함하여 10명이 조금 안 되는 수였다.

“도대체가……! 내가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화를 내며 위펠로스 로시의 숙소로 달려들어 가려는 한스의 앞을 테일러가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방법은 있습니다, 형님.”

“무슨 방법?”

“용병을 고용하면 됩니다.”

중심도시에서 상급 기병 장교 위펠로스 로시가 노스리빌 백작의 명령을 받아 노스빌 마을을 구원하기 위해 출발했을 때, 노스빌 마을의 위험에 대해서는 노스리빌 중심도시에 널리 퍼진 상태였다.

그 소문에서 나는 돈 냄새를 본능적으로 맡은 많은 용병들이 지금 노스빌 마을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 수가 약 100명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테일러의 대안에 한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한스는 어두운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마을 재정이 버티지 못할 거야. 대부분 복구에 들어가는 중이니까.”

노스빌 마을은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편도 아니었지만 이번 로크아쉬의 공격으로 자금에 여유가 없어졌다.

마을을 재건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상당한 노동력과 자금을 소모하는 작업이었고, 마을을 재건하는 동안에, 약초꾼이나 나무꾼들이 재건 작업에 동원되면서 수입도 당분간 줄어들 것이다.

50명이나 되는 수의 용병을 고용할 자금의 여유는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테일러도 잘 알고 있었다.

“용병들의 계약금은 제가 부담할 겁니다.”

“뭐?”

테일러의 선언에 한스가 놀란 얼굴로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우드 등급의 용병을 50명 고용한다고 해도 상당한 금액의 돈이 빠져나간다.

귀족이나 돈이 조금 있는 상인이 아닌 이상 개인이 부담하기엔 상당히 큰 금액이었지만 테일러는 기부를 하고 남은 돈이 제법 있었다.

우드와 아이언 등급을 골고루 섞어 용병들을 아슬아슬하게 고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 거금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너 설마 마법 실험 같은 데 지원한 건 아니지?”

한스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가끔 돈이 급한 경우 마탑에서 진행하는 마법 실험에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마법 실험에 지원하면 거금을 받지만 대부분 멀쩡한 몸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팔이 하나 날아가거나 정신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짧은 시간에 거금을 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법 실험에는 늘 지원자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 거 아닙니다. 던전을 하나 발굴한 덕분에 여유가 조금 있습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던전을 발굴했다는 테일러의 말에 한스는 금세 납득했다.

던전이라는 것은 그 종류와 특징이 수십 가지지만 한 가지 통일된 특징이 있었다.

바로 발굴하면 상당히 돈이 된다는 것.

그것이 던전을 발굴하고 탐험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였다.

물론 보상을 획득하려면 무수히 많은 함정과 몬스터들을 돌파해야 하지만.

“시간이 늦었습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질 않았을 것이니, 쉬시지요, 형님.”

“그래. 알았어.”

한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테일러에게서 멀어졌다.

테일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하늘을 집어삼켰고 소금 같은 별들이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