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6화
5장 로크아쉬의 공격(3)
테일러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석궁을 든 민병들은 방아쇠를 당겼고, 활을 든 자경단원들은 꽉 잡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비가 오크 전사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로크아쉬의 목소리가 들리고 오크 전사들이 방패를 들어 올려 몸을 가렸다.
화살비가 오크 전사들을 덮쳤다.
화살이 몸에 박힌 오크 전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몇몇 화살은 오크 전사들이 들어 올린 방패에 꽂혔다.
“계속 사격해!”
자경단원들이 바쁘게 활시위를 당겼다 놓고, 석궁을 든 민병들이 장전이 끝나기 무섭게 방아쇠를 당기기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바위처럼 묵묵히 견뎌 가며 로크아쉬의 오크 군대는 전진했다.
그 강직한 모습에 테일러는 이를 악물었다.
화살 공격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오크 전사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더디게 하려면 적어도 수십 명 규모의 궁병대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어느새 로크아쉬의 오크 군대는 목책의 문 앞에 도달하고 말았다.
공성추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다급하게 명령을 내려 공성추를 집중 공격했지만 공성추를 나르는 오크 전사들은 방패로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었고, 마법 화살도 아닌 평범한 화살로는 공성추에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공성추가 목책의 문을 강하게 가격하기 시작했다.
테일러는 서둘러 감시탑에서 내려가 지상에서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목수이거나, 목수 일을 했던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공병들이 점점 걸레짝이 되어가고 있는 문을 급하게 보수했지만.
전투 중에 보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결국에는 오크들의 공성추에 의해 굳게 닫혀 있던 목책의 문이 처참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박살 난 문의 틈으로 무장한 오크 전사들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라! 훈련한 대로 방어 진형을 갖춰라!”
검을 좀 잡아본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집단 전투 경험은 전무했기에 테일러가 민병대를 긴급 소집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본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훈련되지 않은 군대가 전장에서 얼마나 쓸모없는지 테일러는 책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
“방진 구축! 방진 구축!”
한스가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테일러의 지시를 전달했다.
민병대는 미리 훈련했던 대로 움직였다.
밀려 들어오는 오크 전사들을 향해 입을 벌리는 상어처럼 곡선의 방어선을 둥글게 만들어 오크 전사들이 마을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방패를 들고 창을 앞으로 내민 민병대가 굳건히 벽처럼 버티고 서자 야만적인 오크 전사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가자, 테일러.”
“알겠습니다.”
방패를 든 채 오크 전사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민병의 어깨를 밟고 테일러와 한스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을 휘둘러 오크의 몸을 베어냈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튀어 오르고 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한스와 테일러가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검을 휘둘렀다.
붉은빛이 감도는 테일러의 검이 오크 전사의 몸을 스치고 지나칠 때마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상처 주변은 열기에 의한 화상이 생겨났다.
“크악!”
한참 몰려 들어오는 오크 전사들의 몸을 베어 죽이고 있는데, 한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앞을 막는 오크 전사의 팔을 잘라내고 비명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스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한스의 실력은 뛰어나고 체력도 좋은 편이었지만 계속해서 몰려오는 오크라는 만만치 않은 몬스터의 공격에 체력이 바닥나서 틈을 보인 모양이었다.
쓰러진 한스를 향해 오크 전사가 검을 내려찍으려는 순간, 티미가 방패의 벽에서 뛰어나와 오크의 목을 자르고는 쓰러져 있는 한스를 방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방진이 열리고 티미는 한스를 안으로 이끌었다.
한스가 안으로 들어가자 방진은 다시 닫혔고, 민병대의 창이 다가오는 오크를 내찔렀다.
“원거리 부대! 2번 위치로!”
“2번 위치로!”
부서진 목책 문을 통해 오크들이 본격적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모습을 본 테일러는 미리 계획한 대로 석궁과 활로 무장한 민병들과 자경단원들은 2번 위치로 이동시켰다.
1번 위치는 목책 위였으며, 2번 위치는 방진의 양쪽 측면에 위치한 건물의 지붕이었다.
석궁과 활로 무장한 원거리 부대는 신속하게 2번 위치로 이동했다.
미리 지붕에 사다리를 놓아둔 덕분에 원거리 부대가 신속하게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지붕 위로 올라가 시야를 확보한 원거리 부대는 다시 오크들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뒤에서 계속해서 밀려오는 오크들 때문에 선두의 오크 전사들은 도망칠 수도 없었다.
앞에는 방패의 벽, 뒤로는 아군의 벽.
그 두 개의 벽에 가로막혀 이도 저도 못 한 채 쏟아지는 화살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거나 테일러의 검에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오크 전사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로크아쉬는 아니지만 로크아쉬와 마찬가지로 상급 전사인 베라쉬가 앞으로 나온 것이었다.
베라쉬는 노련한 상급 전사인 로크아쉬와 다르게 얼마 전에 상급 전사의 자리에 오른 병아리였지만 상급 전사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오크답게 다른 오크 전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급 전사가 선두에서 지휘를 시작하자 오크들은 다시 대열을 정비하여 전진하기 시작했고, 테일러도 방진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노스빌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구축하고 있는 방진은 급하게 받은 훈련에 비하면 상당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오크 전사들의 거듭된 강력한 공격에 4명의 민병이 죽고 8명의 민병이 제법 큰 부상을 입었고 쓰러졌다.
“자경단! 활을 버리고 검을 뽑아 들라!”
지붕에 올라가서 활시위를 바쁘게 당기고 있던 자경단원들이 활을 버리고 검을 뽑아 든 채 방진에 합류했다.
원거리 공격에 힘을 쓰고 있던 자경단원들이 합류하자 상황은 아주 조금 나아졌다.
민병대를 주로 이루고 있는 마을 사람들도 검과 창을 조금은 다룰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매일 훈련을 하는 노련한 자경단원들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테일러는 티미와 함께 방진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다른 민병이 자리를 대신할 때까지 버텼다.
짧지만, 전투를 치르고 있는 모두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전투가 장기화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로부터 명령을 받은 것인지 선두에서 지휘를 하고 있던 상급 전사 베라쉬가 거대한 망치를 허공에 대고 휘두르며 방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테일러는 마른침을 삼켰다.
상급 전사 베라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상급 전사인 만큼 결코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힘을 가진 저 우람한 팔로 저 거대한 망치를 휘두른다면, 베라쉬에 비하면 젓가락 같은 팔로 방패를 든 채 방진을 유지하고 있는 민병대는 무너질 게 분명했다.
베라쉬를 저지해야만 한다.
테일러는 흐르는 땀을 닦고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베라쉬를 노려보았다.
“티미!”
“네!”
기다란 창으로 방진의 틈으로 검을 휘두르는 오크의 목을 찌르고 있던 티미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티미의 붉은 머리칼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로 젖어 있었다.
“자경단을 이끌도록. 나는 저 상급 전사의 목을 따겠다. 엄호해.”
“알겠습니다.”
티미의 대답을 들은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뛰어올라 민병의 어깨를 밟고 방진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 뒤를 티미와 자경단원 5명이 따랐다.
“석궁병! 엄호!”
석궁을 든 민병들이 일제 사격으로 테일러를 향해 다가오려는 오크 전사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순간 드러난 작은 틈.
그 틈으로 파고든 티미와 자경단원들이 검과 창을 휘둘러 틈을 벌려 길을 열었고, 그 길을 따라 테일러는 앞을 막는 오크 전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가며 베라쉬를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일러는 베라쉬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테일러의 모습을 본 베라쉬는 본능적으로 테일러가 인간 측의 지휘관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망치를 휘둘렀지만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테일러를 맞추지 못했다.
베라쉬가 휘두른 망치를 피한 테일러는 땅에 깊숙이 박혀 있는 거대한 망치를 박차고 뛰어올라 상급 전사 베라쉬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억!”
목에 바람구멍이 난 베라쉬는 거친 신음성과 함께 붉은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다가 쓰러졌다.
상급 전사라고 해도 목에 바람구멍이 나면 치명적이었다.
거대한 산과 같은 모습으로 선두에서 버티고 서 오크 전사들의 사기를 올려주었던 베라쉬가 쓰러지자 오크 전사들의 사기는 기둥이 모두 빠진 탑처럼 무너져 내렸고, 결국 로크아쉬는 이를 악물고 퇴각을 명령했다.
오크 전사들이 물러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테일러는 말없이 시체로 가득한 전장의 대지에 주저앉았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5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
[C급 스킬 통솔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