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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5화 (15/150)

리턴 플레이어 15화

5장 로크아쉬의 공격(2)

지휘권을 넘겨받은 테일러는 마을의 상황파악에 나섰다.

목책은 일부가 무너진 상태였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자경단 10명과 마을 사람 100여 명 정도였다.

다행히 한스가 살아남은 용병들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일부 고용해 준 덕분에 용병 20명 정도가 더 전력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로크아쉬에 대한 현상금 사냥이 시들시들해진 탓에 최근 마을에 남아 있었던 용병들은 아이언 이하가 대부분이었고, 지금 한스가 고용한 용병 20명도 대부분 우드였으며 아이언은 5명 정도에 불과했다.

한스의 말을 들어보면 로크아쉬가 처음 공격 때 이끌고 온 오크 전사의 수는 약 500이었다고 했다.

자경단과 마을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여 그중 300마리 정도를 죽였다고 한다.

제법 많은 수를 죽였지만 그 과정에서 자경단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용병들도 많이 죽었으며, 마을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수가 희생되었다.

남은 수는 200마리.

얼핏 보면 승산이 있어 보였지만 그것은 틀린 소리였다.

로크아쉬는 바보가 아니었다.

200 정도만 남은 군대를 이끌고 다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아마 오크 부족으로부터 추가 병력을 지원받아서 다시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이건 거의 확실한 것이었다.

한스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고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근처 마을로 몸을 피할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의 의견은 테일러에 의해 거부되었다.

도망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숲을 통과해야 했고 노스리빌 도시로 가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오크들이 도망치는 인간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목책을 보수하여 지형적 이점을 확보하여 백작의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게 생존 확률이 높았다.

“우선 목책을 보수하고 싸울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을 무장시켜 주십쇼.”

“알겠어.”

한스가 대답과 함께 멀어졌다.

목책을 보수하는 것은 필수였다.

로크아쉬도 최대한 서두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재차 공격할 것이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가 군대를 이끌고 마을을 공격하기 전에 목책을 보수할 필요가 있었다.

목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수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테일러의 명령을 받은 한스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목책 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손상되었던 목책은 천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한스가 목책 보수 작업에 힘쓰는 동안 다른 자경단원 2명은 시체의 몸에서 갑옷과 무기를 회수하고 자경단 본부의 무기고에서 비축되어 있던 장비를 꺼내는 등 무기와 방어구를 확보하여 싸울 수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자경단 무기고에는 사슬 갑옷은 거의 없었지만 가죽 갑옷은 제법 있었다.

100여 명의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임시 민병대는 가죽 갑옷과 창과 검, 방패로 무장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장비한 방어구와 무기 중에는 죽은 사람의 것도 있었다.

무장을 끝낸 민병대의 모습을 살핀 테일러는 목책 보수 작업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지만 목책 보수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두가 목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쉬지 않고 힘겹게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스도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형님. 무기고를 보았더니 석궁이 거의 없더군요.”

자경단 본부 무기고를 둘러본 테일러였다.

활과 화살은 상당히 많았지만 석궁은 거의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석궁은 활에 비해 비싸서 많이 구비해 두지 못했어.”

한스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궁은 활에 비해 위력적이고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제작도 활에 비해 비교적 까다로운 탓에 가격도 활보다 비싼 편이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군요. 자경단원들은 모두 활을 다룰 수 있습니까?”

테일러의 말에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테일러는 활을 얼마 남지 않은 자경단원들과 사냥 경험이 풍부한 마을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석궁은 간단한 테스트를 하여 명중률이 가장 뛰어난 10명의 마을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목책의 보수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적이다!”

감시탑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던 자경단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목책 보수 작업을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당황하여 주변이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적이 벌써 왔을 리는 없다.

아마도 동태를 살피기 위한 정찰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테일러는 모두를 진정시키고 감시탑으로 올라가 자경단원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녹색 피부의 오크 10마리 정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제 말을 가져와 주십시오!”

민병이 테일러의 말을 데리고 오자 테일러는 즉시 창을 들고 말에 올라 목책 너머로 튀어 나갔다.

“형님! 만약을 위해 목책 입구에 방패를 든 민병대를 배치해 주세요! 저는 정찰대를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10마리 정도의 오크는 혼자서 우습게 정리할 수 있었다.

아군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흘리지 않게 하는 것도 전쟁에 있어서 승리할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였다.

정찰대는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흐앗!”

말의 빠른 속도로 오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테일러는 정찰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오크를 향해 들고 있는 창을 힘차게 던졌다.

투척과 관련된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30레벨이 되면서 보정이 붙은 신체 능력은 마치 투척과 관련된 스킬을 가진 상태에서 창을 던진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했다.

바람을 가르며 무섭게 날아간 창은 오크 정찰대 지휘관의 가슴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말에서 내린 테일러는 성난 기마 보병처럼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오크 둘의 머리를 친히 몸과 분리시켜 주었다.

순식간에 3마리의 오크가 당하자 오크들은 서로 오크어로 중얼거리며 테일러를 포위했지만 테일러에겐 소용없었다.

테일러는 이미 검술로는 오크를 어린애 가지고 놀 듯 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후좌우에서 공격이 들어왔지만 테일러의 방어 검술 스킬은 그 공격을 모두 방어해 냈으며, 상급 검술 스킬은 오크들의 몸에 치명적인 검격을 가했다.

순식간에 오크 모두가 쓰러졌고, 테일러는 말에 다시 올라타서 마을로 돌아갔다.

“테, 테일러. 너 엄청 달라졌구나.”

돌아오기 무섭게 한스가 감탄했다.

만약을 위해 감시탑에서 테일러를 지켜보고 있다가 테일러의 화려한 검술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테일러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주고는 광장에 있는 임시 지휘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밤은 늦었지만 망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망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목책 보수 작업을 맡은 마을 사람들이 밤새도록 작업에 힘쓴 것이었다.

아침 일찍 잠의 마수에서 벗어난 테일러는 사슬 갑옷을 입고 그 위에 두꺼운 가죽옷을 입었다.

그리고 벨트를 찬 뒤 얼마 전 무기 상점에서 구입한 고급스러운 장검을 착용했다.

깔끔한 수습 기사와 같은 모습이 된 테일러는 아침도 먹지 않은 채 목책 보수 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제에 비하면 많이 양호해진 풍경의 거리를 지나쳐 조금 걷자 금세 목책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목책의 상태는 상당히 많이 보수가 진행되어 있었다.

“한스 형님!”

목책의 상태를 살펴본 테일러는 한스를 찾았지만 목소리를 듣고 테일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한스가 아니라 자경단원 티미였다.

“한스 님은 밤새도록 현장을 지휘하다가 제게 맡기고, 조금 전에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티미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런가? 상황을 보고하도록.”

“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보수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생각보다 작업 속도가 빨라서 다행이군.”

티미는 신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테일러는 안도했다.

티미의 말도 그렇고, 실제로 보이는 목책의 상태도 그렇고. 목책 보수 작업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다행이었다.

일단 목책이 보수되고 나면 지형적인 이점이 생긴다.

수비에 이점이 생기는 것이다.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바쁘게 일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테일러는 조용히 안도했다.

늦은 오후가 되었다.

테일러와 한스는 광장의 임시 지휘소에서 앞으로의 작전에 대해 용병 한 명과 의논 중이었다.

한창 열기가 오르고 있을 때, 천막의 문이 열리더니 티미가 밝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목책 보수 작업이 끝났습니다!”

“형님,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죠. 목책의 상태를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펼쳐져 있던 지도를 덮었고 테일러는 티미와 함께 목책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완벽하군.”

테일러는 감탄했다.

티미의 말대로 일부가 무너져 있던 목책이 완벽하게 보수되어 있었다.

* *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지원군이 도착하기 2일 전이 되었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오크 군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노스빌 마을은 정찰대를 편성하여 보낼 여유가 없었다.

무리하게 정찰대를 편성하여 숲으로 보냈다가 정찰대가 전멸하기라도 하면 그것은 큰 손해였다.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테일러. 어쩌면 이대로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한스의 희망적인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테일러 또한 한스의 말대로 이루어지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 아니면 내일 로크아쉬가 오크 전사들을 이끌고 마을을 공격할 겁니다.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형님.”

테일러의 예측은 정확했다.

한스가 희망적인 말을 꺼낸 날 오후.

감시탑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티미는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오크 전사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선두에는 로크아쉬가 대검을 든 채 달리고 있었다.

“적이다! 적이다!”

시끄러운 경종 소리와 함께 티미의 목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온 것인가?”

방금 전까지 한스와 작전을 논의하다가 잠시 집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있던 테일러는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경종 소리를 듣고 침착한 얼굴로 검을 들어 올렸다.

“오크 놈들이 쳐들어온 것이냐?”

죠셉 또한 경종 소리를 들은 것인지 다친 몸을 힘겹게 일으켜 자신의 검을 찾았다.

테일러는 죠셉을 침대에 다시 눕히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쉬고 계세요.”

“지휘관의 아버지가 되어서 쉬고 있으면 비난받지 않겠니?”

죠셉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최고 지휘관의 멀쩡한 아버지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면, 최고 지휘관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이 나올 염려가 있었지만 죠셉은 멀쩡하지 않았다.

그는 부상을 입은 환자였다.

“아버지는 환자예요. 쉬셔도 아무도 말 안 합니다.”

테일러는 그렇게 말하며 벽에 걸려 있는 장검을 꺼내 죠셉의 손에 쥐여주었다.

“말은 두고 가겠습니다. 전투가 불리해질 것 같으면 전력을 다해 도망치세요.”

마음 같아서 테일러는 진즉에 가족들을 빼돌리고 싶었지만 그건 옳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을 죽게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에 최후의 도주 방법을 남겨 둔 채 전장으로 향했다.

전장으로 향하는 테일러의 뒤로 레이나가 목청 터져라 테일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테일러는 촉촉이 젖은 눈동자에서 눈물을 훔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스는 이미 자경단과 용병들, 그리고 민병대를 오크 군대가 몰려오는 방향에 배치해 둔 상태였다.

테일러는 마을이 훤히 보이는 높은 감시탑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여기저기에 지시를 내렸다.

석궁을 든 민병과 활을 든 자경단이 목책과 감시탑 위로 올라갔고, 한스와 논의하여 목수 출신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공병대가 목책의 문 앞에 자리 잡고 손상이 가면 보수 작업을 시작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방패와 창을 든 민병대가 목책의 문이 뚫릴 때를 대비하여 방패로 몸을 가리고 날카로운 창끝을 겨눈 채 목책 앞에 집결해 있었다.

“좋아.”

방어 태세는 대체적으로 완벽하다고 볼 수 있었다.

테일러는 시선을 돌려 로크아쉬의 오크 군대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검을 든 로크아쉬의 뒤로 약 500 정도 되는 수의 오크 전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공성 병기도 가지고 있었다.

사다리는 없었지만 거대한 암석을 이어 붙인 공성추를 하나 가지고 오고 있었다.

공성추를 최대한 저지하여 목책의 문이 뚫리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사격 준비!”

오크 군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테일러는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석궁을 든 민병들이 일제히 전방을 조준했고 활을 든 자경단원들이 시위를 당겼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테일러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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