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2화
4장 기부를 하세요(2)
한스와의 대련에서 승리하자 죠셉은 테일러가 용병이 되는 것을 허락했고, 테일러는 용병 길드에 등록을 하기 위해 노스리빌 백작령의 중심도시 노스리빌로 향했다.
레이나가 싸준 옷들과 건조 식량 등이 가득 담긴 커다란 가방을 등에 멘 채 노스빌 마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도시에 도착한 테일러는 성문에서 간단한 검문을 받은 뒤에서야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테일러는 먼저 숙소를 잡은 뒤에 용병 길드를 찾기 시작했다.
백작령의 중심도시 노스리빌에 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헤맸지만, 늦은 오후에 간신히 용병 길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용병 길드를 찾은 테일러는 두 눈에 호기심을 채운 채 빛내며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 길드 안은 그 이름답게 용병들과 용병을 고용하기 위해 찾아온 고용주들로 가득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홀에서 방황하고 있는 테일러에게 귀여운 외모의 여성 안내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요, 용병 등록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테일러를 접수처로 안내했다.
접수처에선 신분패를 요구했고 테일러는 신분패를 꺼내 건넸다.
“연무장에서 등급을 책정하기 위한 간단한 시험이 있을 겁니다. 따라오시지요.”
길드원의 안내에 따라 연무장에 도착한 테일러의 앞에 상당히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성이 목검 두 자루를 든 채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었다.
“그럼 빛이 함께하길.”
신성교 신자인 것인지 그녀는 신성교의 인사말을 남기고는 뒤로 물러나 점수 책정을 위한 종이와 펜을 꺼냈다.
어쩔 줄 몰라 멍하니 서 있는 테일러를 향해 근육맨이 다가왔다.
“난 톰이다. 용병 자격 시험관이지. 목검을 들어라.”
그렇게 말하며 톰은 목검을 하나 던졌다.
테일러가 목검을 잡아채기 무섭게 톰의 검이 테일러의 목을 노리고 쇄도했다.
톰이 자랑하는 기습 공격이었지만 테일러에게는 위협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테일러는 톰의 공격을 가볍게 쳐내고는 목검으로 톰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윽……!”
톰은 고통에 찬 신음성과 함께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너무나 쉽게 이겨버려서 그런지 테일러는 어이가 없었다.
할 말을 잃었다.
“톰을 이겼군요.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는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니까.”
길드원은 그렇게 말하며 점수를 적은 것을 테일러에게 건넸다.
“접수처로 돌아가서 그것을 제출하세요. 용병패를 만들어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길드원이 시키는 대로 접수처로 돌아가 점수가 적힌 종이를 제출했다.
접수처를 지키고 있는 길드원은 10분만 기다리라는 말을 했고 테일러는 근처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죽였다.
지나다니는 용병들의 장비를 구경하고 있으니 10분이라는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테일러 씨?”
“네!”
접수처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테일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처로 달려갔다.
그러자 접수처에선 철로 만들어진 용병패를 건넸다.
“축하드려요. 아이언 등급이네요. 처음에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이에요.”
용병 길드에 등록된 용병들은 가지고 있는 용병패의 재질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지는데, 가장 아래에 위치한 등급이 나무로 된 용병패를 들고 다니는 우드 등급이었고 그 위로 철로 만든 용병패를 소유한 아이언이 있었다.
우드 등급은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아이언부터 진정한 한 사람의 용병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이언에서 브론즈로 승급하기 위해선 일정한 수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만 승급 시험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테일러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시작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용병패를 획득한 테일러는 용병 길드를 벗어나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고, 내일 의뢰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 * *
“죄송하지만, 지금은 의뢰가 없습니다.”
다음 날 용병 길드를 찾은 테일러는 의뢰를 찾기 위해 길드원을 찾았지만, 의뢰를 담당하고 있는 길드원의 대답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의뢰는 많았지만 유감스럽게도 테일러의 등급인 아이언 등급의 용병을 필요로 하는 의뢰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테일러는 2시간 정도를 용병 길드에서 허비한 뒤에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당분간은 아이언 이하를 찾는 의뢰는 없을 겁니다.”
부지런히 용병 길드로 출퇴근하는 테일러의 모습을 본 길드원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테일러는 조용히 숙소로 돌아왔다.
숙박비에 비하면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 시간을 보낸 테일러는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검을 챙겼다.
의뢰가 없다고 해서 이대로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테일러는 여러 가지로 스킬 시스템을 수련해 볼 겸 노스리빌 도시 근처의 숲으로 향했다.
* * *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상태창.”
테일러
상급 전사
Lv:29
스킬[6/7]: Lv1도주[E] Lv15상급 검술[C] Lv5벌목[E] Lv5하급 마나연공법[D] Lv7방어 검술[D]
Lv1기척 감지[D]
잔여 포인트:9
상태창을 확인한 테일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역시나인가…….”
테일러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였다.
총 4의 레벨을 올릴 동안 2레벨은 벌목과 채집 등의 활동만 해서 올렸고 나머지 2레벨은 사냥만으로 올렸다.
그 결과 랜덤으로 부여되는 줄 알았던 스킬 포인트에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벌목과 채집 등의 비전투 활동으로 얻은 경험치가 많은 경우 1에서 2의 스킬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고, 몬스터 사냥 등의 전투로 얻은 경험치가 많을 경우 최대 3의 스킬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스킬 생성.”
포인트도 상당히 모였겠다.
테일러는 스킬 생성을 위해 입을 열고 명령어를 내뱉었다.
[공격과 방어 중에 선택이 가능합니다.]
[추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경우 상급의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새로운 정보였다.
그동안 스킬을 생성할 때는 잔여 포인트가 딱 5포인트 정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알림음이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스킬 포인트 전부를 투자하겠다.”
[생성된 스킬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의 검[D], 불의 검[B], 줄행랑 검술[D]. 어떤 스킬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불의 검.”
[불의 검[B]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모두 투자한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스킬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는 불의 검 스킬을 테일러는 선택하여 생성하였다.
테일러는 스킬 정보창을 켜고 불의 검 스킬의 정보를 살폈다.
[불의 검.]
등급:B
최대 레벨:15
-마력을 소모하여 불의 기운을 검에 부여한다. 이 검에 상처를 입은 적은 상처 부근에 심한 화상을 입는다.
제법 쓸 만한 스킬이었다.
마력이라면 하급 마나 연공법을 이용해 꾸준히 수련하였기 때문에 체내에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양의 마력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검을 들어 올려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그러자 장검이 연한 붉은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제법 뜨거운 온도가 검신에서 느껴졌다.
마력 공급을 끊자 검신은 본래대로 돌아왔다.
“제법 쓸 만하겠군.”
테일러는 새로운 스킬을 몇 번 더 시험해 본 뒤 무거운 바위를 한 번 들어 올려 보았다.
생각보다 쉽게 들 수 있었다.
레벨 1이었던 과거에는 조금도 들어 올리지 못했던 바위가 29레벨에 들어선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들어 올려졌다.
이미 테일러의 신체는 인간의 한계에 근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쉽게 어른 몸통만 한 바위를 들어 올리는 자신의 모습에 테일러는 감탄했다.
아무래도 레벨의 상승에 따라 신체도 그만큼 강화되는 것 같았다.
스텟이 수치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자세한 변화를 관측하기는 힘들었지만 변화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좋아. 정리해 보자.”
테일러는 땀에 젖은 몸을 대충 닦은 뒤 바위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레벨 업과 스킬 포인트.
레벨 업은 전투 행동 외에도 비전투 행동인 채집과 벌목으로도 경험치를 얻는 것이 가능했지만, 비전투 행동으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릴 시에는 전투 행동으로 인해 레벨을 올릴 때보다 적은 양의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기부를 통한 공헌도를 모아 최대 스킬 소지 한도를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스킬은…… 현재 얻은 스킬들은 대부분 게임에서 패시브 스킬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고, 액티브 스킬에 가까운 것은 불의 검 하나밖에 없다.
또한 레벨이 오름에 따라 신체도 조금씩 강화되는 것이 방금 전의 테스트로 확실해졌다.
상처도 빨리 회복되는 것으로 보였다.
“대충 이 정도인가…….”
종이에 대충 필기를 끝낸 테일러는 주머니에 필기된 종이를 집어넣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