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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9화 (9/150)

리턴 플레이어 9화

3장 우물 안의 개구리(2)

야영지에서는 모두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앉아 따뜻한 수프와 육포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테일러가 다가가자 용병 한 명이 컵에 따뜻한 수프를 담아 건넸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수프를 한 모금 마시자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 차가워진 몸을 녹여 주었다.

테일러는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씹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폴트가 다가왔다.

“정찰 보고를 잊었군.”

“아, 죄송합니다. 주변에는 오크 마을이 없었습니다. 정찰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테일러의 말을 들은 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렇다면 오늘 밤은 편히 쉴 수 있겠군!”

퀼러는 그렇게 말하며 무거운 철제 흉갑을 벗어 던지고 천막으로 기어들어 갔다.

분위기를 보아 불침번을 맡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불침번을 정하지. 테일러 자네는 정찰을 했으니 오늘 밤은 쉬고, 나머지가 2시간씩 교대로 불침번을 서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테일러는 먼저 천막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눕자 멀리서부터 모닥불의 온기가 전해져 천천히 온몸에 스며들었다.

만약의 경우가 발생하면 즉시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검을 바로 옆에 놓은 뒤 테일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곧 아득한 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해가 하늘에 드리운 어둠을 쫓아내고 불침번이 모두를 깨웠다.

테일러 또한 하품을 하며 천막에서 나왔다.

다행히 밤새 적의 공격은 없었고 테일러는 아무런 방해 없이 아득한 꿈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천막을 정리한다.”

테일러를 포함한 파티는 말린 과일과 육포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낸 뒤 천막을 정리했다.

천막을 정리하고 야영의 흔적을 지운 뒤에서야 파티는 움직일 수 있었다.

오크의 지능은 고블린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야영의 흔적을 지우는 건 필수였다.

만약 야영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면 오크 정찰대가 발견할 것이고, 오크 정찰대가 야영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해당 지역을 지배하는 상급 전사는 정찰대를 추가적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오크 정찰대가 노스빌 숲에 많이 돌아다니면 상급 전사 로크아쉬를 찾는 데에 상당히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야영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필수였다.

하루 종일 수색은 계속되었지만 로크아쉬를 찾지는 못했다.

대신 오크 정찰대와 2번 마주치게 되어 전투를 치르게 되었다.

2번 모두 5마리 이하로 이루어진 상당한 소규모의 정찰대였기 때문에 얻은 경험치는 적은 편이었다.

수색 3일째 되는 날.

그동안 짧은 전투를 여러 번 치르면서 얻은 경험치로 테일러의 레벨은 16이 되었지만 상급 검술의 레벨은 10에서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오늘 수색은 이쯤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테일러가 말했다.

하늘에는 어둠이 찾아왔고, 새하얀 달이 숲을 비추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야영지를 찾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오늘 퀼러는 무리하게 수색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은 흐르지만 마땅히 소득이라고 할 만한 게 없으니, 초조한 모양이었다.

“테일러의 말이 맞습니다, 주군. 시간도 너무 늦었고 모두가 지쳤습니다.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폴트도 테일러의 의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다른 용병들도 같은 생각인 것인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퀼러는 고집을 꺾고 야영할 장소를 찾을 것을 지시했다.

야영할 만한 장소를 찾던 폴트가 갑자기 방패를 들고 창을 전방을 향해 겨누며 입을 열었다.

“뭔가 옵니다.”

폴트의 감각은 예리하고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물론이고 퀼러와 용병들까지 말없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오크가 아닌 인간들이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로도스만이라고 합니다.”

10여 명 정도 되는 무리 중에서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을 로도스만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퀼러처럼 사슬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철제 흉갑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귀족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파티의 다른 사람들 모두 같은 귀족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망토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귀족 가문에서 현상금을 얻기 위해 파견한 병력이 분명했다.

그들의 무장은 이쪽과 비교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훌륭했다.

“퀼러다.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가 궁금하군.”

“식량이 부족합니다. 저희에게 식량을 팔아주셨으면 합니다. 값은 제대로 치러 드리겠습니다.”

퀼러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로도스만은 불쾌한 기색 없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그린 채 대답했다.

로도스만의 파티는 보급 없이 계속된 수색에 결국 가지고 있던 식량이 바닥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보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을로 돌아가려고 하는 찰나에 퀼러의 파티와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승인하겠다.”

퀼러의 승인이 떨어지자 테일러와 용병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량 일부를 로도스만에게 넘기고 은화를 챙겼다.

특히 테일러는 출발하기 전에 상당히 많은 양의 식량을 챙겼었고 덕분에 지금도 식량이 제법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 로도스만에게 많은 양의 식량을 넘기고 은화를 제법 많이 챙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밤은 수색을 지속할 수 있겠군요.”

“밤인데, 수색을 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제 주군께서는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쉴 틈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여행에 축복이 깃들기를.”

로도스만은 미소를 남기고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로도스만이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은 테일러는 로도스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퀼러를 바라보았다.

퀼러는 로도스만의 말에 뭔가 자극을 받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야간 수색을 하겠다.”

“잠시만요, 고용주! 그건 미친 짓입니다. 다들 지쳐 있고 야간에는 수색을 하더라도 큰 효율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내 생각은 변함없다. 야간 수색을 한다.”

테일러는 거칠게 항의했지만 퀼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폴트를 바라보았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폴트는 자신이 모시는 퀼러 한로크의 편이었다.

그렇게 야간 수색이 시작되었다.

테일러는 물론이고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고 밤새 주변을 수색했지만 로크아쉬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찾아왔다.

아침 햇살이 숲을 환하게 비추었지만 파티원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쉬지 않고 이어진 야간 수색 때문이었다.

품속에서 작은 육포 조각을 꺼내 입에 넣고 씹으며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눈동자로 퀼러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테일러의 귓가로 전투의 소음이 잡혔다.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진 모양입니다!”

“즉시 이동한다.”

폴트 또한 그 소음을 들은 것 같았다.

퀼러는 즉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고, 파티는 전투의 소음이 들리는 곳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달렸다.

작게 들렸던 소음은 점차 커졌고, 퀼러의 파티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변에는 오크의 시체가 20여 구 정도 쓰러져 있었고, 인간의 시체도 8구 정도 보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3명의 인간이 갑옷을 입은 오크와 치열하게 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현장을 살피니, 철제 갑옷을 입은 3명의 남자가 밤에 만났던 로도스만과 파티원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로도스만의 파티와 치열하게 검을 주고받고 있는 오크도 제법 익숙한 얼굴이었다.

“로크아쉬……!”

퀼러의 말에 테일러는 다시 한번 로도스만과 검을 주고받고 있는 오크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퀼러의 말대로 로크아쉬가 분명해 보였다.

마을 광장 게시판에 그려진 초상화와 똑같았다.

상대가 상급 전사 로크아쉬라는 것을 깨달은 테일러는 즉시 검을 뽑아 들고 로도스만을 지원하기 위해 합류하려 했지만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퀼러가 테일러를 막았다.

“어째서 막는 겁니까? 고용주!”

테일러가 다급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지금 로도스만의 파티는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테일러가 항의하는 사이에, 또 한 명의 파티원이 로크아쉬의 검에 몸이 이등분 되었다.

사슬 갑옷 위에 두꺼운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무시무시한 힘이 실린 검격에는 종잇장과도 같았다.

“고용주!”

테일러의 거듭된 항의에 마침내 고용주인 몰락 귀족 퀼러 한로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도스만의 파티가 전멸하면 로크아쉬를 친다. 지금 로도스만의 파티를 구하면 배분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렇게 말하는 퀼러 한로크의 얼굴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테일러는 혀가 돌처럼 굳은 것마냥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폴트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폴트 또한 같은 생각인 것인지 묵묵히 로도스만의 파티를 지켜보며 그들이 전멸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현상금을 더 나누기 싫은 모양인지 로도스만의 파티를 구하러 가지 않았다.

“이런 젠장!”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폴트가 귀신처럼 다가와 창을 테일러의 목에 겨눴다.

“주군의 명령을 따르도록 해라.”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 한마디에 테일러는 결국 치밀어 오르는 욕설을 집어삼키며 장검을 검집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퀼러 한로크 파티의 지원이 없자 로도스만의 파티가 전멸하는 건 금방이었다.

끝까지 버티던 로도스만이 검을 놓치면서 그의 의미 없는 저항은 끝이 났고 로크아쉬는 무기를 잃은 로도스만의 머리를 거대한 손으로 잡고 꽉 쥐어 터뜨렸다.

로도스만의 파티와의 전투로 많이 지친 것인지 로크아쉬는 힘없이 땅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로도스만의 파티가 전멸했지만 로크아쉬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그가 지휘하고 있던 오크 전원이 차가운 대지에 누워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고, 로크아쉬 자신조차도 갑옷이 미처 가리지 못한 몸에 얕은 상처가 가득했다.

노스빌 숲의 차가운 대지에 누워 따뜻한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로도스만의 시체를 보며 테일러는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전원!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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