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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8화 (8/150)

리턴 플레이어 8화

3장 우물 안의 개구리(1)

로크아쉬.

그는 넓은 노스빌 숲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칼날 부족의 상급 전사로 노스빌 숲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칼날 부족의 요새를 지배하는 강력한 지배자였다.

상급 전사는 오크 전사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오크 전사만이 족장으로부터 받는 칭호로, 이 칭호를 얻은 오크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오크 전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평범한 오크가 상급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고, 이것은 평범한 인간이 기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도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오크 부족의 상급 전사는 인간들 세계의 기사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처럼 상급 전사는 오크 부족에서도 존경을 받고 강력한 존재였지만 상급 전사와 직접 마주친 적이 없는 테일러는 그냥 평범한 오크보다 조금 더 강한 오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큰 오산이었지만 테일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로크아쉬의 목에 걸려 있는 상당한 액수의 현상금 또한 테일러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눈앞에 내려앉은 뿌연 안개가 되어 방해하고 있었다.

다음 날.

테일러는 레이나와 죠셉에게 며칠 동안 숲에서 지낼 거라고 말한 뒤 일찍 광장으로 향했다.

레이나는 물론이고 죠셉도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테일러의 말에 설득당해 테일러를 보내주었다.

광장에 도착한 테일러는 상점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가서 가지고 있는 소량의 돈으로 마른 과일이나 육포와 같은 식량을 구입한 다음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포션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포션은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 테일러가 지니고 있는 돈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광장에는 로크아쉬의 목을 따기 위해 파티를 모집하는 용병들과 고용주들로 가득했고 테일러도 그 틈에 끼어들어 파티를 살폈다.

다행히 테일러도 완전 바보는 아닌 것인지 로크아쉬를 죽이기 위해서는 파티 규모의 공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참 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테일러는 제법 좋은 장비로 무장한 용병 3명과 고용주로 보이는 말끔한 신사가 남은 한 명을 모집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파티원을 모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용병이냐?”

말끔한 차림의 고용주는 테일러의 옷차림과 장비를 살피더니 대뜸 용병이냐고 물었다.

용병 길드에 소속된 확실한 신원의 용병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닙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게도 테일러는 용병 길드에 등록된 정규 용병이 아니었다.

“그럼 꺼져주겠나? 길드에 등록되지도 않은 풋내기는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힘없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 후로 두 파티에 합류를 신청했지만 두 곳 모두 용병 길드에 등록된 정규 용병을 원하고 있었고 테일러는 조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파티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용병 길드에 등록하기엔 너무 늦었는데…….”

분수대 앞에 앉아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테일러.

용병 길드의 테스트에 합격할 자신은 있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용병 길드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노스리빌 백작령의 중심도시인 노스리빌까지 가야만 했고 왕복하는 동안에 광장에 모여 있는 파티들 중 하나가 로크아쉬의 목을 따버릴 것이 분명했다.

테일러는 초조하게 마른 침을 삼켰다.

정신 사납게 떨리는 다리와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이 테일러의 현재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급 전사 로크아쉬를 척살할 파티를 찾고 있나?”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눈동자를 향하는 테일러.

테일러의 눈동자에 사슬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철제 흉갑을 걸친 깨끗한 피부의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내 이름은 퀼러 한로크. 파티원을 모집하고 있다. 함께 하겠나?”

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귀족인 모양이다.

그의 뒤에는 종자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방패와 창을 든 채 서 있었다.

“저는 용병 길드에 등록된 용병이 아닙니다.”

테일러는 자신이 용병 길드에 등록되지 않은 용병이라는 것을 미리 밝혔지만 퀼러는 상관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 물론 성공 보수는 줄어들겠지만 말이야. 다시 한번 묻지.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함께하겠습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용병패가 없는 이상 자신을 받아줄 다른 파티를 찾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빠를수록 좋다고 퀼러와 테일러는 즉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서로 계약서를 품속에 집어넣은 뒤 퀼러 한로크가 입을 열었다.

“여기 선수금이다. 폴트, 건네줘.”

“알겠습니다.”

폴트라고 불린 자가 허리띠에 걸려 있는 주머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테일러에게 건넸다.

폴트에게서 작은 주머니를 건네받은 테일러는 주머니를 살짝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안에는 은화가 몇 개 들어 있었다.

목숨을 건 토벌 의뢰에서 이 정도로 적은 용병은 없었다.

심지어 막 길드에 등록한 병아리 용병도 이것보다는 많은 선수금을 지급받는다.

정규 용병이 아니라고 대우가 이렇게 형편없을 줄이야.

화가 났지만 테일러는 말없이 조용히 은화가 몇 개 담긴 주머니를 품속에 챙겨 넣었다.

“일행들에게 안내해 주지.”

퀼러는 테일러를 나머지 파티원들에게 안내하기 위해 그를 여관으로 이끌었다.

여관에는 테일러처럼 형편없어 보이는 차림의 용병 3명이 앉아서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다.

아니기를 빌었지만 퀼러는 형편없는 차림의 용병 3명에게 다가가 테일러를 소개했다.

“새로운 파티원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도록.”

용병 3명과 테일러는 서로를 소개했다.

3명 중 2명은 용병 길드에 등록되지 않은 용병이었고 1명도 상당히 낮은 등급의 용병이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퀼러 한로크는 아주 가난한 귀족이거나, 몰락 귀족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귀한 귀족님께서 이렇게 조촐한 파티로 오크 사냥에 나설 리가 없었다.

“출발은 언제입니까?”

테일러는 보이지 않게 한숨을 내뱉은 뒤 말했다.

퀼러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출발할 것이야.”

“그건 미친 짓입니다. 밤에는 놈들이 사나워집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거나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합니다.”

퀼러 한로크.

아무래도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게 분명했다.

하긴 온실 속에서 자란 귀족 대부분은 몬스터의 습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편이었다.

“그,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1시간 후에 출발하도록 한다.”

보통 귀족들은 자존심이 높고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행히 퀼러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테일러의 의견을 받아들여 출발을 1시간 후로 앞당겼다.

“각자 장비를 점검하도록.”

폴트가 차가운 눈빛으로 파티원들의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음식을 섭취하고 있던 용병 3명은 식량 등의 소모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관을 나섰고 장비 점검을 끝낸 테일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방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 씹었다.

시간은 금방 흘렀고, 용병 3명이 돌아오자 퀼러는 노스빌 숲으로 향할 것을 선언했다.

파티는 마을을 나와 노스빌 숲으로 향했다.

방패를 든 폴트가 가장 앞에서 걸었으며, 그 뒤를 퀼러가, 그리고 그 뒤를 용병 3명과 테일러가 자리 잡고 걸었다.

숲에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소수의 고블린과 조우하여 전투가 벌어졌지만 오크와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의 숫자는 6마리였다.

테일러는 오크와 많은 전투를 벌였기에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지만 용병 길드에 등록되지 않은 2명의 용병은 오크와의 전투가 처음인 것인지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다행히 6마리군요. 1마리씩 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주군, 제 뒤에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테일러는 장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고 폴트는 냉기가 흐르는 눈동자로 오크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방패로 몸을 가린 채 창을 앞으로 겨눴다.

퀼러 한로크는 폴트의 뒤에 바짝 붙었다.

“인간…… 죽어라……!”

오크 무리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오크가 어눌한 말투로 소리치며 검을 뽑아 들자, 5마리의 오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든 채 돌격해 왔다.

테일러의 검이 빛나고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오크의 머리가 날아갔다.

머리를 잃은 몸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테일러는 다른 오크와 전투를 시작했다.

“우, 우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용병들도 각자 괴성을 지르며 전투 현장에 합류했다.

테일러는 오크가 휘두르는 검을 가볍게 쳐내며 폴트의 전투를 눈에 새겼다.

동료의 수준은 알아두면 좋았다.

폴트의 실력은 파티의 다른 용병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한스보다 날렵했고 치명적이었다.

퀼러에게 주군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과 실력으로 보아 수습기사 출신일 가능성이 높았다.

기사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아마도 몰락하기 전에 기사 수업을 받고 수습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모종의 이유로 몰락 이후에도 퀼러에게 충성을 계속 바치는 것 같았다.

테일러와 폴트의 활약으로 오크 6마리는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었다.

테일러가 2마리를 처리했고 폴트가 3마리, 그리고 용병 3명이 1마리를 처리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평소처럼 전투가 끝난 후 들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의 안내음을 들으며 테일러는 용병들과 함께 오크의 시체를 수색했다.

수색을 끝낸 후 테일러의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린 고기 몇 점과 은화 수십 개가 들려 있었다.

“다른 파티와 교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테일러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인지 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는 보통 은화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화폐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 가다가 사람을 죽이고 전리품으로 돈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전리품은 집에 쌓아두기 때문에 은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사람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진행하지 않아서 다수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시체는 2구였고 나머지 10여 구의 시체는 오크의 것이었다.

야만스러운 오크답게 동료의 시체를 수습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가 신원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하게.”

테일러는 폴트의 허락을 받은 뒤 죽은 자들의 시체를 뒤져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냈다.

시체를 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일러는 철로 만든 용병패 하나와 나무로 만든 용병패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겨우 2명이서 공략을 시도하다니. 어리석군.”

테일러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은으로 만든 용병패를 가지고 있었다면 상급 전사와 해볼 만했을지도 몰랐겠지만 둘은 철로 만든 용병패와 나무로 만든 용병패를 가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녀석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테일러는 파티에 다시 합류했다.

“그래, 신원은 확인했나?”

“네. 용병입니다. 각자 나무와 철로 만든 용병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말을 마치며 테일러는 품속에서 용병패 두 개를 꺼내 폴트에게 건넸다.

용병패를 건네받은 폴트는 그것을 대충 살핀 뒤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주군인 퀼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군. 슬슬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폴트의 말대로 하늘색으로 빛나고 있던 하늘은 어느새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래.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겠군. 적당한 곳을 찾아보자.”

“알겠습니다.”

파티는 야영을 하기 적당한 자리를 찾기 위한 이동을 시작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둠에 잠기고 밝은 빛을 뿜어내는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잡시다!”

용병 하나가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폴트는 탐색을 계속하길 바랐지만 체력이 좋지 못한 퀼러 역시 지친 기색이 분명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야영지 탐색을 그만두었다.

용병들은 천막을 치고 폴트는 준비한 땔감을 가지런히 놓고 불을 붙여 모닥불을 만들었다.

“테일러라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정찰을 부탁하네. 근처에 오크 마을이 있는지 확인해 주게.”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치밀어 오르는 불평을 삼키며 대답한 뒤 정찰 행동에 돌입했다.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지만 오크 마을은 물론이고 정찰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야영지 주변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다시 야영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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