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7화
2장 수련(3)
“상태창.”
테일러
하급 전사
Lv:6
스킬[3/5]: Lv1도주[E] Lv8상급 골목 검술[D] Lv5벌목[E]
테일러가 입을 열고 명령어를 내뱉자 눈앞에 작은 상태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련을 시작하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테일러는 매일 같이 빠지지 않고 한스와 수련하고 오후에는 노스빌 숲에 가서 나무를 베었다.
덕분에 레벨도 1 올랐고 상급 골목 검술의 레벨도 상당히 올라 8이 되었다.
벌목 레벨 같은 경우엔 최대 레벨인 5가 되고 나서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았고 승급도 불가능했다.
승급이 불가능한 스킬인 모양이었다.
스킬 목록을 대충 훑어본 테일러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는 죠셉은 없고 레이나만 따뜻한 수프를 끓이고 있었다.
테일러의 아버지인 죠셉은 오늘 새벽에 숲에 나무를 하러 간 모양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테일러는 자경단 본부로 향했다.
자경단에 자주 출입하게 되면서 익숙해진 얼굴의 자경단원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네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도착하고 10분 정도 기다리자 한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달려 나왔다.
한스의 얼굴 표정을 읽은 테일러는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테일러! 미안하다! 오늘은 수련을 도와주지 못할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한스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프와 약초꾼 무리가 돌아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수색해 봐야 할 것 같아.”
약초꾼 필리프.
그는 밤에만 핀다는 달의 눈물이라는 꽃을 채취하는 약초꾼 무리의 수장이다.
달의 눈물은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 근처에서 자라는 꽃으로 밤에만 활짝 핀다.
활짝 핀 꽃은 마법사들에게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노스빌 마을의 약초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밤 달의 눈물을 채취하기 위해 노스빌 숲을 향했다.
평소라면 새벽에 돌아왔어야 할 그들이 아무래도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약초꾼 무리의 숫자는 10명을 넘는 인원이니 작은 일은 아니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네가?”
“예.”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수련한 것을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혼자서 숲에서 사냥하는 것과는 달리 자경단이 함께하니 몬스터와 조우하더라도 훨씬 안전하게 전투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자경단장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럼 단장님께 말씀드려 보고 올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테일러의 실력을 잘 아는 한스는 반대하지 않고 자경단장에게 허락을 구하기 위해 몸을 돌려 본부 건물로 향했다.
잠시 뒤 본부 건물에서 뛰어나온 한스는 테일러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허락하셨다. 대신, 자경단에서 장비를 빌려주기로 했어.”
“감사합니다, 한스 형님.”
수습기사 출신으로 자경단장을 맡고 있는 솔리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자경단은 상당히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테일러가 그런 제안을 해왔으니 반갑게 허락한 것이다.
자경단장 솔리먼의 허락이 떨어지자 한스는 테일러를 데리고 자경단 본부의 무기고로 향했다.
벽돌로 쌓아 올린 무기고는 두 명의 자경단원이 무장한 채 지키고 있었다.
무기고를 지키고 있는 자경단원은 자경단 제복을 입지 않은 테일러의 등장에 자경단원 한 명이 창을 들고 테일러의 앞을 막아섰다.
테일러의 앞을 막아선 자경단원에게 한스가 다가가 말을 몇 마디 건넸다.
그러자 그는 창을 치우고 옆으로 물러났다.
“자, 들어가자.”
“네.”
자경단원 한 명이 무기고의 자물쇠를 열쇠로 열고 문을 열었다.
한스와 테일러는 조금의 빛도 스며들지 않은 무기고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으로 도둑이 침입할 것을 우려한 것인지 창문 하나 없는 무기고의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다.
“잠시만 기다려. 지금 불을 밝힐 테니까.”
한스는 그렇게 말하며 횃불에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이자 무기고 안이 조금은 밝아졌다.
한스는 무기고에 자주 와 본 듯한 익숙한 움직임으로 무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테일러가 입을 갑옷과 제복을 챙겨주었다.
테일러는 자경단 제복을 입고 그 위에 제법 두꺼운 가죽 갑옷을 입었다.
자경단의 보급은 제법 좋은 편이었는지 가죽 갑옷의 상태는 괜찮은 편이었다.
“방패도 빌려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한스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방패 관련 스킬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전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비를 쓴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을 테일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가자.”
자경단 제복을 입고 가죽 갑옷을 걸친 채 옆구리에 검을 차고 있는 테일러의 모습을 한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지켜보며 말했다.
테일러는 한스의 안내를 받아 연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무장보다 조금 더 넓은 연병장에는 십여 명의 자경단원이 모여 있었다.
앞의 높은 단상 위에는 자경단장 솔리먼이 철제 흉갑을 입고 대검을 등에 멘 채 서 있었다.
자경단장 솔리먼의 얼굴은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테일러와 한스가 대열에 합류하고 5명 정도 되는 수의 자경단원이 추가로 합류하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자경단장 솔리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대충 들어서 알겠지만. 약초꾼 무리가 노스빌 숲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솔리먼은 잠시 말을 멈추고 모여 있는 자경단원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리의 임무는 간단하다. 4인 1조. 4개 조로 나눠서 노스빌 숲을 수색하여 필리프 씨와 약초꾼들을 찾아서 구출한다. 이상. 조장을 정하고 전원 이동한다.”
조 편성이 시작되었다.
테일러는 한스가 조장을 맡은 4조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조 편성이 끝나자 솔리먼의 지휘 아래 자경단원들은 마을을 벗어나 노스빌 숲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을 벗어나 조금 걸으니 노스빌 숲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약초꾼 무리의 수색을 위해 솔리먼이 지휘하는 자경단원들은 꽤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아직 하늘은 밝았지만 숲의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오게 되자 테일러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흩어진다. 위급 상황에는 붉은 신호탄을, 생존자 발견 시에는 녹색 신호탄을 쓰도록.”
“알겠습니다.”
“네.”
솔리먼의 말에 조장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각자의 조를 이끌고 흩어졌다.
한스 또한 테일러가 포함된 조를 이끌고 달의 눈물이 주로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숲의 어느 지점에 진입한 한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자경단원들에게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오크가 출몰하는 지역이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
“네.”
대답하는 테일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3명의 자경단원과 함께였지만 오크가 출몰한다는 말은 테일러를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고블린의 전투력은 오크의 전투력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상급 골목 검술 레벨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테일러는 모든 정신을 눈과 귀에 집중해 주변을 경계하며 한스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러는 도중에 테일러의 눈에 수상한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한스 형님.”
테일러는 즉시 한스를 호출했다.
테일러의 목소리를 들은 한스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저기 뭔가가 있습니다.”
테일러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 끝으로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테일러, 안내해.”
육안으로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한스도 수상하다고 여긴 것인지 테일러에게 안내할 것을 요청했다.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옆구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고 앞서 나갔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나뭇잎을 옆으로 치우자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초가 가득 담긴 가방과 옷차림으로 볼 때 약초꾼이 분명해 보였다.
시체의 상태로 보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테일러는 시체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는 결론을 내렸다.
테일러가 시체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한스는 시체의 몸을 뒤져 신분패를 찾아냈다.
“약초꾼이 확실하군.”
신분패를 살핀 뒤 주머니에 집어넣는 한스.
수색을 계속 진행한다는 말을 꺼내려던 그는 수상한 기척을 느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원 전투 준비. 포위당했다!”
“제기랄! 오크 놈들입니까?”
자경단원 전원이 검을 뽑아 들고 누군가의 말에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전후좌우를 살폈다.
오크 10여 마리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체는 함정인 모양이었다.
오크들은 지능도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공격!”
한스가 외침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가 오크 3마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오크들은 괴성을 지르며 조잡한 검과 도끼를 휘두르며 자경단원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테일러 역시 오크 2마리를 상대해야만 했다.
고블린과 달리 오크는 검에 실린 힘부터가 달랐다.
하지만.
‘막을 수 있어!’
팔이 저릿하게 아파 올 정도의 검격이었지만 테일러는 막아낼 수 있었다.
높은 레벨의 상급 골목 검술 스킬의 위력인지 테일러의 검술은 전에 고블린과 싸울 때를 비교하면 상당히 매끄럽고 치명적이게 변해 있었다.
“크아악!”
테일러의 검에 오크 하나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손도끼를 든 다른 오크 하나도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테일러의 검에 시체가 되어 싸늘히 식어가고 말았다.
오크 2마리를 정리한 테일러는 다른 자경단원을 엄호하였고 한스가 합류하면서 전투는 종료되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D급 스킬 상급 골목 검술의 레벨이 2상승 10이 되었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상급 골목 검술에 투자.”
[스킬 상급 골목 검술이 스킬 상급 검술로 변경되었습니다.]
[상급 검술]
등급: C
최대 레벨: 15
-오랜 시간 검술을 단련한 검사만이 구사할 수 있는 검술.
예상대로 오크는 고블린보다 훨씬 많은 양의 경험치를 안겨다 주었다.
레벨이 2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스킬 경험치도 상당량 얻어, 스킬의 레벨도 2나 올랐다.
덕분에 포인트를 투자하여 상급 골목 검술을 승급시킬 수 있었다.
한 번의 전투가 벌어지고 난 뒤에도 수색은 계속되었고, 3번의 전투를 더 치른 후 약초꾼 시체 4구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3번의 전투를 끝낸 뒤 테일러의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테일러
하급 전사
Lv:10
스킬[3/5]: Lv1도주[E] Lv5상급 검술[C] Lv5벌목[E]
레벨은 10이 되었고, 스킬 포인트까지 투자하니 상급 검술이 레벨5가 되어 있었다.
물론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된 전투로 인해 자경단원 칼이 오크의 도끼에 목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칼은 테일러도 조금 알고 있는 자경단원이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제법 충격이 되어 다가왔다.
“수색을 계속한다.”
칼의 시체에서 신분패를 회수한 한스가 조금 지친 얼굴로 말했다.
살아남은 자경단원 둘도 지친 모양인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순간이었다.
푸른 하늘에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돌아간다.”
한스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결국 약초꾼 무리는 전원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시체에서 회수한 일지를 분석한 결과 달의 눈물이라는 약초가 대량으로 서식하는 곳을 발견했다는 말에 그들은 오크 마을에 너무 근접하고 말았고, 결국 정찰 나온 오크 정찰대에 발견되어 도주하다가 흩어져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이번 수색으로 자경단원은 총 5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것은 노스빌 자경단에게 있어서 큰 손실이었다.
테일러는 자경단 본부의 무기고에 들려 장비를 반납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테일러는 늘 해오던 대로 한스와 대련을 하고 노스빌 숲으로 향했다.
그의 일상은 평소와 같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홀로 노스빌 숲의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곧 오크와 마주친 그는 능숙하게 검을 뽑아 들고 오크와 전투를 벌였다.
오크의 숫자는 4마리였지만 테일러의 검이 현란하게 춤추자 오크들은 금세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상태창.”
테일러
전사
Lv:15
스킬[3/5]: Lv1도주[E] Lv10상급 검술[C] Lv5벌목[E]
알림음이 들리자 테일러는 입술을 열고 명령어를 내뱉었다. 그러자 상태창이 눈앞에 표시되었다.
상급 검술의 레벨은 10이 되어 있었고, 레벨도 15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숲을 출입하며 오크를 잡아 족친 결과였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오크를 몇 마리 더 족친 뒤 테일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는 검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낸 뒤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자경단원에게 인사를 건네고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는 테일러의 눈에 게시판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게시판으로 향했다.
게시판에는 노스빌 숲에서 제법 강한 오크 부족인 칼날 부족의 상급 전사 로크아쉬의 얼굴이 그려져 걸려 있었고 그 밑에는 상당한 액수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본 테일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