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6화
2장 수련(2)
레이나는 여전히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죠셉은 더 이상 테일러의 일에 걱정하는 것을 그만둔 것으로 보였다.
비교적 평화롭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 아침 식사가 끝나고 테일러는 한스를 만나기 위해 자경단 본부가 있는 마을 중심지로 향했다.
노스빌 마을은 노스리빌 백작령에 소속된 마을 중에서도 규모가 제법 큰 편이었기 때문에 마을 중심지에 도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긴 시간은 아니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 흐른 뒤 테일러는 자경단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규모에 어울리는 규모의 자경단 본부가 테일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테일러. 무슨 일이야?”
자경단 본부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자경단원이 테일러를 향해 아는 척을 했다.
고개를 돌리니 제법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마도 숲에 나갈 때 몇 번 마주쳤던 자경단원인 모양이었다.
유감이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한스 형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한스라면 안에 있어. 연무장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뒤 자경단 본부로 들어갔다.
연무장의 위치는 기억에 있었다.
자경단 본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었고, 가끔 용병이나 왕국군에 입대하는 것을 꿈꾸는 마을 청년들이 연무장에서 검술을 수련하기도 했다.
테일러 또한 과거에 연무장에 두 번 정도 출입한 적이 있었다.
연무장에 도착하니 십여 명의 자경단원이 넓은 연무장에 흩어져 무기를 휘두르며 수련에 힘쓰고 있었다.
테일러는 수련에 힘쓰고 있는 무리에서 한스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한스 형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땀에 흠뻑 젖은 채로 허공에 검을 휘두르던 한스가 검을 멈추고 테일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테일러.”
한스는 장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뒤 옆에 걸어놓은 하얀 수건으로 땀을 대충 닦으며 테일러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오고.”
한스가 말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호흡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목소리도 차분했다.
“실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일단 말해봐.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지.”
“저와 대련을 해주시겠습니까?”
“대련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히 살던 녀석이 갑자기 숲에 출입하지 않나. 대련까지 요청하지 않나. 대체 무슨 일이야?”
한스는 우선 거절하지 않고 이유를 물었다.
최근 테일러는 심하게 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은 용병이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라…….”
테일러는 자연스럽게 말끝을 흐렸고,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이 되려고 한다라…….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군.”
노스빌 마을에서도 용병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많은 편이었다.
우선 용병은 위험한 일을 하긴 하지만 평민들에게 있어서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제법 인기 직종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가볍게 용병계에 몸을 던진 병아리 용병 대부분이 첫 전투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된다.
“용병은 위험한 일이지만, 내가 네 부모도 아니고 뭐라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내게 대련을 요청한 거지? 다른 자경단원들도 많잖아?”
한스의 말에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입을 열었다.
“다른 자경단원도 많지만, 한스 형님처럼 1년 동안 기사 수업을 받았던 자경단원은 없지요.”
테일러의 말에 한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테일러의 말대로 한스는 과거 1년 동안 기사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집안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실력 또한 평범했던 수준이었던지라 1년 동안 수업을 받은 뒤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 1년 동안 한스는 많은 것을 배우고 나왔다.
그의 재능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체계적인 기사 수업을 받은 만큼 노스빌 자경단 내에서는 한스를 쉽게 이길 자경단원은 없었다.
대련을 통해 스킬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강한 상대와 대련을 하는 편이 더 많은 스킬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테일러는 생각하고 있었다.
“띄워주니까 기분은 좋네. 그럼 바로 시작할까?”
한스는 몸을 가볍게 푼 뒤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좀 전까지 한참을 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테일러는 혀를 내두르며 구석으로 달려가 목검 두 자루를 들고 와 한스에게 목검을 던졌다.
한스는 테일러가 던진 목검을 가볍게 잡아챘다.
그는 테일러를 연무장 구석으로 안내했다.
연무장 구석으로 이동한 둘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목검을 들어 올렸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고 늘어난 고무줄처럼 아찔한 긴장감이 테일러와 한스를 감쌌다.
“하앗!”
기합과 함께 먼저 침묵을 깨고 공격을 시도한 이는 테일러였다.
테일러의 몸이 빠른 속도로 한스를 스쳐 지나가며 목검이 허리를 노리고 휘둘러졌으나 한스는 너무나 가볍게 쳐내고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테일러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는 한스가 휘두른 목검을 쳐내며 옆으로 몸을 날려 추가 공격을 피했다.
골목 검술을 승급하여 상급 골목 검술의 경지에 도달한 테일러의 검술도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몸을 굴려 한스와 거리를 벌린 테일러는 빠른 움직임으로 일어나 한스와 거리를 좁히며 검을 내찔렀다.
한스는 테일러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하며 그의 움직임을 두 눈에 담았다.
“제법인데?”
예상치 못한 테일러의 움직임에 한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비록 1년이지만 기사 수업을 받았던 검사의 눈으로 볼 때 테일러의 움직임은 훌륭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공격은 하나 같이 치명적이었다.
제대로 배운다면 훌륭한 기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
한스의 기세가 변했다.
테일러는 식은땀을 흘리며 검을 고쳐 쥐고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곧 폭풍처럼 쏟아지는 한스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검을 놓치고 말았고 한스는 목검으로 테일러의 목을 겨눴다.
[대련이 끝났습니다. 스킬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D급 스킬 상급 골목 검술의 레벨이 1 증가하여 2가 되었습니다.]
대련에서는 졌지만 귓가를 파고드는 무미건조한 음성의 안내에 테일러는 입가에 환한 미소를 그렸다.
예상대로 대련으로도 스킬 경험치 획득이 가능했다.
전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고 스킬 경험치 외에 경험치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았지만 스킬 경험치는 홀로 수련했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양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주 와도 되겠습니까?”
목검을 정리한 뒤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한스는 테일러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얼마든지. 오랜만에 나도 즐거웠다.”
사실이었다.
테일러의 실력은 한스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문적인 검술 교습을 받지 않은 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자경단 내에서 한스와 이 정도로 검을 나눌 수 있는 수준을 가진 이는 드물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후, 테일러는 한스와 몇 번 더 검을 주고받은 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그는 레이나가 챙겨 준 점심을 챙겨 먹고 숲으로 향했다.
숲으로 향했지만 깊은 곳으로 들어가진 않고 몬스터가 전혀 출몰하지 않는 숲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전투 행동에 비하면 적지만 안전하게 스킬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이상 목숨을 걸고 고블린과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레벨4였던 벌목 스킬을 레벨5까지 끌어 올린 뒤에서야 테일러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은 상당히 늦어 늦은 밤이 되어 있었지만 숲의 가장자리 부근이라 그런지 몬스터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벌목은 수련과 다르게 스킬 경험치를 아주 소량 얻을 수 있는 대신에, 스킬 경험치가 아닌 보통의 경험치 또한 소량 얻을 수 있었다.
테일러는 당분간 레벨 업을 벌목 행동으로 얻은 경험치로 할 예정이었다.
노스빌 숲은 그랑키아 숲에 비하면 어린아이들의 장난과 같은 곳이었지만 아직까지 테일러가 혼자 사냥하기엔 무리였다.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고 스킬 경험치를 얻어 스킬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여러 생각을 하며 수레를 밀며 발걸음을 재촉하자 금세 마을의 목책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