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5화
2장 수련(1)
“테일러, 또 숲에 가는 거야?”
마을 입구를 지나쳐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마을의 자경단원 한스가 창을 든 채 서 있었다.
테일러보다 5살 정도 많은 그는 자주 숲에 가는 테일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는 했다.
오늘도 한스는 숲으로 향하는 테일러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숲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었고, 테일러 또한 얼마 전 숲에서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네.”
“조심해라.”
한스는 테일러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는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갔고 테일러는 한스가 마을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노스빌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상으로 쉬었던 기간이 짧지 않았고, 억제기가 파괴되는 825년 12월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놀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회복되기 무섭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숲에서 고블린과 싸우거나, 나무를 베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여 레벨을 4까지 올릴 수 있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5스킬 포인트를 모으면 새로운 스킬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고블린 2마리와의 전투가 끝나자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며 레벨 업을 알렸다.
[스킬 골목 검술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골목 검술은 얼마 전 레벨4를 찍으면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 덕분에 스킬 레벨이 최대 레벨인 10에 도달했었다.
아무래도 최대 레벨에 도달한 상태에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면 승급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1스킬 포인트를 골목 검술에 투자.”
[스킬 골목 검술이 스킬 상급 골목 검술로 변경되었습니다.]
“상태창.”
테일러
평민
Lv:5
스킬[3/5]: Lv1도주[E] Lv1상급 골목 검술[D] Lv4벌목[E]
입을 열고 상태창이라고 작은 소리로 내뱉자 눈앞에 상태창이 생겨났다.
E급 스킬 두 개 가운데 D급 스킬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골목 검술이 승급하여 변경된 상급 골목 검술이었다.
상급 골목 검술이라는 D급 스킬을 얻은 테일러는 고블린의 피가 묻어 있는 장검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직 스킬 레벨이 1인 탓에 그런 것 같았다.
“이 스킬로는 강해질 수 없다. 새로운 스킬을 얻어야 해.”
테일러는 스킬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스킬은 3개밖에 없는 데다가 실질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은 하나밖에 없었다.
적어도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하나 정도는 더 얻어야만 했다.
“분명 5스킬 포인트를 얻으면 스킬을 생성할 수 있다고 했지.”
테일러는 기억을 더듬어 안내음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안내음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5스킬 포인트를 모으면 새로운 스킬의 생성이 가능했다.
“역시 레벨 업밖에 없나.”
스킬의 레벨 업은 수련과 전투 행동으로 가능했지만 스킬 포인트를 얻기 위해선 본신의 레벨 업밖에 방법이 없었다.
테일러는 한숨을 푹 내쉰 뒤 장검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대충 닦아내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몸에서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챙긴 뒤 숲을 벗어났다.
시간이 늦어 하늘이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테일러는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여 작은 상자에서 노트를 꺼내 펼쳤다.
노트에는 전생에 사우스 왕국 참모부 병사로 근무하면서 들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과 몬스터 군단과의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의문의 암살을 당하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국가의 영웅, 그리고 기대주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회귀한 직후 테일러가 전생의 정보를 잊지 않게 필기해 둔 것이었다.
전생에 참모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그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테일러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국가의 영웅들과 기대주들 중에 반드시 살려야 할 인물 몇 명을 추려 놓은 상태였다.
그의 몸은 하나였기 때문에 모두를 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 몇 명은 살릴 수 있었다.
그들의 목숨을 구해, 전력으로 삼아 억제기 파괴를 위해 움직이는 의문의 집단을 막아 전쟁을 막는 것.
그것이 테일러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나도 약해.”
노트를 덮으며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테일러는 아직 너무나 약했다.
국가의 영웅이나 기대주조차 피해 가지 못한 죽음을 막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강해져야만 했다.
“821년 11월…….”
테일러는 의자에 기대 조용히 날짜를 입 밖에 꺼낸다.
821년 11월.
역대 최연소 고위 마법사 가이우스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는 달이었다.
가이우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많은 영웅들과 기대주들이 목숨을 잃는다.
가이우스는 기대주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인물로 최연소 대마법사 후보로 주목받는 고위 마법사였다.
반드시 살려야만 했고, 전력으로 삼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히 11월까지는 반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테일러는 장검을 들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바람이 테일러를 매섭게 공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테일러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헉. 헉.”
[훈련이 끝났습니다. 스킬 경험치를 소량 획득하였습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검을 휘둘러 훈련했지만 획득한 스킬 경험치는 상당히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테일러는 다시 일어나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레이나는 창문을 통해 말없이 지켜보았다.
새벽까지 수련은 계속되었고 테일러가 상당히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획득한 스킬 경험치는 소량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전투 행동을 통해 얻은 스킬 경험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실망감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낸 채 침대에 몸을 눕혔다.
늦은 시간에 침대에 누웠음에도 불구하고 테일러가 일어난 시간은 상당히 이른 아침이었다.
미리 계획해 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해 일찍 일어난 것이었다.
테일러가 계획한 일은 자경단원 한스와 대련을 해보는 것이었다.
대련도 일종의 전투였고,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침 먹으렴.”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켜 옷을 입고 있으니, 레이나가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와 아침 식사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아, 지금 갈게요.”
장검을 들어 올려 날을 점검하고 있던 테일러는 그렇게 대답한 뒤 장검을 벽에 기대어 놓은 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엌에는 이미 아버지인 죠셉이 따뜻한 차를 마시며 테일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레이나는 따뜻한 수프를 그릇에 옮겨 담고 있었다.
테일러가 의자에 앉자 레이나가 수프가 담긴 그릇을 그의 앞에 놓아 주었다.
“요즘 숲에 자주 가더구나.”
레이나가 의자에 앉는 것으로 식사가 시작되자 죠셉이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열고 말했다.
죠셉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보아 테일러가 노스빌 숲에 자주 출입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돈을 벌어오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아들이 가볍지 않은 상처까지 입고 온 적이 있으니, 걱정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죠셉의 눈치를 살피며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아버지.”
“네 어머니에게 들었다. 어젯밤에는 새벽이 되도록 검을 휘둘렀다고 하더구나.”
“예.”
죠셉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고 숨길 생각도 없었다.
테일러의 긍정에 죠셉은 비어버린 그릇을 옆으로 치우며 심각한 표정으로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혹시 군에 입대할 생각이냐.”
최근 잦아진 숲의 출입과 밤새도록 검을 휘두르며 수련하는 모습을 본 죠셉의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그건 아닙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죠셉의 예상은 비슷하지만 달랐다.
사우스 왕국군에 입대하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지만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825년까지 파티원을 모두 모을 수 없었다.
테일러는 계획을 확실하게 실행하고 파티원을 모으기 위해선 왕국군에 입대하는 것보다는 용병이 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용병이 되어 적당히 의뢰를 해결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명성을 얻으면 억제기 파괴를 막을 파티원을 모으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왕국군에 입대할 생각이 없다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는 것이냐.”
왕국군에 입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히자 죠셉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너 설마…… 용병이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습니다. 용병이 되려고 합니다.”
“테일러…….”
테일러가 솔직하게 털어놓자 옆에 앉은 레이나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사우스 왕국에서 용병이 가지는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은 것 때문일 것이다.
사우스 왕국에서 용병이란 정규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돈으로 사는 제물에 가까웠다.
그래서 늘 많은 용병들이 매년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었다.
비록 왕국이 통일되고 전쟁이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반도에는 몬스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 토벌에 앞장서는 것은 정규군이 아닌 고용된 용병대였다.
위험한 일을 하는 만큼 보수는 제법 짭짤했지만 목숨을 대가로 얻는 금액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테일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는 없겠니?”
“테일러. 숲에도 가지 않고 얌전히 집에서만 지내던 네가 갑자기 이런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구나.”
일단 테일러를 말리고 보는 레이나와 다르게 죠셉은 어두운 표정이지만 차분하게 테일러의 의중을 물었다.
빈 그릇을 옆으로 치운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테일러의 대답에 죠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거운 침묵이 부엌에 내려앉고 짧은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죠셉이 테일러를 향해 눈동자를 옮겼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당신!”
레이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죠셉은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레이나를 진정시켰다.
“다만, 충분히 강해지고 난 뒤에 용병이 되어라. 난 아들이 전장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꼴은 못 본다.”
죠셉의 말에 테일러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알겠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