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4화
1장 리턴(3)
820년으로 돌아오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약 3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우스 왕국 노스리빌 백작령의 노스빌 마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찾게 된 일상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몬스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부모님이 살아서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는 모습에 테일러는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모든 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테일러는 깨달을 수 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길고 모든 것이 현실에 가까웠다.
[벌목을 하셨습니다. 경험치를 소량 획득하였습니다.]
거대한 나무를 도끼질로 쓰러뜨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대지에 몸을 눕혔다. 동시에 무미건조한 시스템 메시지가 테일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일주일 동안 테일러는 놀고만 있지 않았다.
게임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전투가 아닌 벌목, 낚시, 사냥, 거래 등의 행동에서 경험치를 아주 소량이지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과 특정한 행동을 여러 번 취할 시 특정한 스킬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연구를 한 결과 아직 시험해 보지 못한 전투 행동을 제외하면 가장 경험치 획득량이 많은 것은 벌목이었고, 테일러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 나무꾼이라도 된 것마냥 숲의 나무를 닥치는 대로 베기 시작했다.
시장에 내다 팔면 돈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일석이조였다.
며칠 동안 열심히 벌목을 한 결과 테일러는 벌목 스킬 레벨을 2로 올릴 뿐만 아니라 레벨도 3으로 올릴 수 있었다.
“후우. 상태창.”
테일러
평민
Lv:3
스킬[3/5]: Lv1도주[E] Lv5골목 검술[E] Lv2벌목[E]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테일러는 유심히 살핀 뒤 상태창을 껐다.
2번의 레벨 업이 있었고, 총 얻은 스킬 포인트는 3이었다.
처음 레벨 업에는 2포인트를 얻었고 두 번째 레벨 업에선 1포인트를 얻은 것으로 보아 포인트 획득은 랜덤 또는 행동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테일러는 우선 얻은 포인트를 모두 골목 검술에 투자한 상태였다.
도주와 벌목, 골목 검술 등의 스킬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땔감도 충분히 구한 데다가 경험치도 적지 않은 양을 얻은 테일러는 수레에 땔감을 싣고 노스빌 숲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만 했다.
사우스 왕국의 숲에는 그랑키아 숲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그것은 노스빌 마을 옆에 위치한 노스빌 숲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밤이 되면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게임의 능력을 얻었다고는 하나, 아직 스킬의 수도 적고 레벨도 낮았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몬스터와 마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군.”
테일러는 주변을 경계하며 숲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숲을 거의 벗어난 순간, 테일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했다.
“고블린인가.”
테일러의 예상은 정확했다.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고블린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테일러는 수레를 놓고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었다.
사우스 왕국 전역, 특히 숲에는 몬스터가 많았기 때문에 숲과 인접한 곳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가정에 장검을 최소 한 자루씩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버지인 죠셉은 나무꾼이었기 때문에 숲에 자주 출입해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장검을 두 자루 정도 가지고 있었다.
낡았지만 손질이 잘 되어 있는 장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와 날카로운 빛을 발산했다.
오크나 오우거 같은 위험한 몬스터가 아니라 약한 고블린이라서 다행이었다.
마침 전투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양도 궁금하기도 했다.
검을 뽑아 든 테일러는 천천히 고블린과의 거리를 좁혔다.
고블린은 보통 무리 지어 행동한다.
지금은 다른 고블린은 보이지 않았지만 근처에 무리가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빨리 제거하는 게 좋았다.
테일러는 아직 레벨이 낮았기 때문에 고블린 다수와 싸울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고블린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조잡해 보이는 단검을 들어 올렸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테일러는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고블린에게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장검이 날카로운 빛을 발산하며 고블린의 목을 노리고 쇄도했다.
그 속도는 결코 빠른 수준은 아니었지만 최하급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고블린에게는 치명적인 속도였다.
“케엑!”
고블린은 간신히 단검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테일러의 치명적인 일격을 막아냈지만, 장검에 실린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충격에 단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테일러는 놓치지 않았다.
“하앗!”
“케엑!”
기합과 함께 검을 내찌른다.
장검은 고블린의 가슴을 꿰뚫고 등으로 튀어 나왔다.
고블린은 괴상망측한 비명 소리와 함께 붉은 피를 입 밖으로 뱉어냈다.
검을 뽑아내자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 붉은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쓰러지는 고블린.
테일러는 고블린의 피를 대충 털어낸 뒤 장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온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5스킬 포인트를 모으면 새로운 스킬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스킬 골목 검술에 2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겠다.”
[E급 스킬 골목 검술의 레벨이 2상승 7이 되었습니다.]
연이어 들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테일러는 조용히 상태창을 켰다.
테일러
평민
Lv:2
스킬[3/5]: Lv1도주[E] Lv7골목 검술[E] Lv2벌목[E]
“정보, 골목 검술.”
[골목 검술]
등급: E
최대 레벨: 10
-골목에서 배운 조잡한 검술. 검술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1에서 시작했던 골목 검술의 레벨도 어느새 7이 되어 있었다.
최대 레벨이 10이니,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테일러는 처음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스킬 등급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고블린의 피로 얼룩진 몸을 대충 닦아낸 뒤 수레를 끌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뭔가 날카로운 것이 테일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을 가져가 보니 뜨겁고 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물체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니, 음흉하게 웃고 있는 고블린 다섯 마리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젠장.”
테일러는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었다.
아마도 방금 죽인 고블린이 속한 무리인 것 같았다.
다섯 마리.
운이 좋지 않았다.
3마리라면 몰라도 5마리는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거리가 좁혀진 이상 도망가기에도 늦었다.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테일러는 다시 장검을 뽑아 들었다.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장검이 검집에서 매끄럽게 뽑혀 나왔다.
날카로운 칼날에는 방금 죽인 고블린의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그것을 본 고블린 무리는 동족을 죽인 나에게 화가 나는 것인지 얼굴을 붉힌 채 알 수 없는 언어를 마구 쏟아냈다.
분위기를 보니, 결코 좋은 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고블린 5마리는 넓게 퍼져 테일러를 포위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짧은 탐색이 끝나고 다섯 마리는 전 방위에서 테일러를 덮쳤다.
테일러는 최대한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는 등 행동을 취했지만 전 방위에서 덮쳐오는 고블린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지는 못했다.
고블린의 단검에 당해 양다리와 복부에 제법 깊은 상처가 생겼고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고블린 무리 또한 테일러의 장검에 1마리가 목숨을 잃고 1마리가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들은 테일러를 향해 다시 날카로운 단검을 들어 올린 채 달려들었다.
“크윽…….”
전투가 시작되고 약 5분 정도가 흘렀다.
상처에서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고블린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내느라 테일러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숫자도 2마리로 크게 줄어 있었지만 그만큼 테일러의 체력도 상당히 소진된 상태였다.
피를 많이 흘려 시야가 희미해지고 팔다리가 미약하게 떨려 왔다.
당장에라도 차가운 대지에 누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곳에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테일러는 이를 악물고 검을 꼭 쥐었다.
그리고 고블린 둘을 향해 몸을 날렸다.
“키에에에!”
테일러의 몸이 고블린의 몸을 스쳐 지나가자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남은 고블린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대로 놓아준다면 다른 고블린 무리를 끌고 올 수도 있었다.
“키이이익!”
짧은 추격전 끝에 테일러의 검이 고블린의 가슴을 꿰뚫었다.
고블린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전투의 끝을 알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쉽게도 레벨이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테일러는 부상 입고 지친 몸을 이끌고 수레를 놔둔 채 집으로 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숲에 갔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자 집에선 난리가 났다.
어머니 레이나는 마을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누워 있는 테일러에게 당분간 숲에 갈 것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된 뒤 숲에 가려고 하는 테일러를 말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