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드 1957-343화 (343/400)

Round 343. 날벼락

투웅-!

둔한 소음과 함께 공이 튀어 올랐다.

앞으로 몸이 쏠린 에우제비우가 황급히 공을 확보하려는 순간, 오늘 준영과 콤비로 출전한 빌 포크스가 공을 멀리 내찼다.

「끈덕진 유나이티드의 수비에 고전하는 스퍼스. 니콜슨 감독은 좀 더 전진해 공격에 가세하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군요.」

오늘 맨유는 4-2-4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좌우 측면 플레이어들이 일단 수비에 중점을 둔 상태로 미드필드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4-4-2나 마찬가지였다.

‘투톱으로는 제대로 된 공격을 만들 수 없어.’

역습과 배후 공간 침투만 조심하면 걱정할 필요 없다.

니콜슨은 이렇게 판단했지만, 맨유의 측면 플레이어들의 스피드와 기동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윙어와 풀백들이 번갈아 위치를 바꾸며 공격과 수비를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토트넘 선수들은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빅 던? 아니면 조지 코헨인가?’

‘빅 던이겠지. 그 녀석은 원래 공격을 즐겨 하니…….’

‘젠장! 코헨이 올라오잖아!’

공세 시에 맨유는 2-4-4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더구나 중앙에서도 준영과 노비 혹은 준영과 바비가 번갈아서 위치를 바꾸며 공격을 받쳐 주었다.

「토니 던, 레이 윌슨에게 패스. 스퍼스 좌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립니다만, 슈넬링거가 헤딩으로… 아! 리바운드 볼을 캡틴 리가 잡았습니다!」

관중들의 시선과 중계 카메라 렌즈가 공을 잡은 이준영을 비췄다.

‘슛인가?’

‘캡틴 리라면 분명 특유의 중거리 슛을…….’

‘아니다, 돌파다!’

달려드는 토트넘 선수들을 헛다리 짚기로 제쳐 낸 준영은 순식간에 박스로 들어왔다.

수비수들이 조이듯이 에워싸는 가운데, 골키퍼까지 가세했다.

최근에 준영이 계속해서 연속 골을 넣다 보니 황급히 대응을 한 것이었지만…….

‘반대편 공간이 텅 비었잖아!’

슈넬링거의 눈에 빈 공간으로 뛰어드는 노비 스타일스와 조지 코헨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보고 주춤한 순간, 준영은 침착하게 골키퍼 다리 사이로 슛을 통과시켰다.

뒤늦게 슈넬링거가 몸을 날렸지만, 골라인을 넘은 공을 저지하진 못했다.

“Wonderful!”

“Captain Lee! Captain Lee!”

숨죽이고 지켜보던 홈팬들이 일제히 모자와 머플러를 하늘로 집어 던졌다.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준영의 모습을 본 대니 블란치플라워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시즌은 우승하겠다고 이 꽉 물고 나왔구만.”

왜 현재, 그것도 영국에 저런 괴물딱지가 나타난 건지.

잠시 한탄하던 대니는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경기에 집중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므로.

***

준영의 골로 전반을 1 대 0으로 마친 맨유는 후반전에도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물론 토트넘은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고, 에우제비우와 스미스를 통한 날카로운 역습도 펼쳤다.

그러나 과정은 볼만했던 토트넘의 역습은 마침표를 찍는 데 실패했다.

슛이 골대를 넘어가거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것.

런던에서 오늘 경기를 보러 온 잉글랜드 대표팀의 월터 윈터보텀 감독과 코치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혀를 찼다.

“스퍼스는 운이 따르지 않는군요.”

“운은 거저 오는 게 아니지. 유나이티드를 보라고. 공격에서 수비까지 다들 굉장한 하드 워커들이야.”

“감독님 말을 들어 보니 확실히 그렇게 보이는군요. 그것도 측면이 특히…….”

좌우 윙과 풀백들이 번갈아 들쑤시며 문전으로 크로스와 패스를 넣다 보니, 토트넘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측면으로 분산되면 중앙이 빈다.

그리고 그 중앙을 채우기 위해서는 공격수들이 내려와 받쳐 줘야 했다.

즉, 그만큼 토트넘은 공격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것이다.

“스퍼스가 약한 팀은 아니야. 문제는 현재 체력이나 기동력은 유나이티드에 떨어진다는 점이지.”

“지난 시즌에는 리그나 FA컵에서 이겼지 않습니까?”

“그거야 적절한 시점에 득점을 넣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오늘 경기 선제골은 유나이티드가 넣었잖아.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이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토트넘이 적은 공격 기회를 성공시키는 것.

하지만 끈덕진 맨유의 수비를 상대로 마침표를 찍기란 쉽지 않았다.

“축구에서 수치적인 확률이 전부는 아니야. 하지만 확률이 높을수록 승산이 높은 게 사실이라는 거지.”

그리 말하던 윈터보텀 감독은 맨유의 공수를 잘 조율하고 있는 준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월드컵도 이제 1년이 안 남았어. 대표팀 전력을 높일 선수가 있는데도 선발하지 않으니…….”

“존 Y. 리도 생각이 없는 모양이더군요. 얼마 전에 조국의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었다고 하던데요.”

“안타까운 일이지.”

월터 윈터보텀 감독은 그 일과 관련해 준영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그가 어떤 결심을 하고 선택했는지 들었다.

‘보은을 위해 영국에 헌신했으니, 이번엔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보겠다고 했지.’

더불어 가난하고 순박한 조국의 국민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심정이나 포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월터의 입장에선 아쉬울 뿐이었다.

“우와아아아!”

생각에 잠긴 사이, 관중석에서 다시 큰 함성이 일어났다.

에우제비우의 빠른 돌파를 저지한 준영이 노비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빠르게 전진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중앙선으로 접근한 그는 토트넘 진영을 관통하는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가로질러 들어간 그 패스는 오프사이드를 뚫고 들어간 데니스 로의 발 앞에 제대로 걸렸다.

「유나이티드, 찬스! 데니스! 데니스가 마무리합니다! 2 대 0! 지난 시즌 FA컵의 분패를 제대로 갚아 주는 유나이티드!」

승기는 맨유 쪽으로 기울었다.

퇴장이나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없는 이상, 경기는 마무리될 터.

결과에 관심을 끊은 윈터보텀 감독은 양 팀에 있는 대표급 선수들의 활약에 눈길을 돌렸다.

아직 미련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인지, 준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쉽사리 거둬지지 않았다.

***

토트넘을 2 대 0으로 격파한 맨유는 본격적으로 팀을 이원화했다.

인터콘티넨털 컵 2차전을 떠나는 원정 팀, 리그 원정 2연전을 치르는 잔류 팀으로.

“아, 나도 원정 팀에 끼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루과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래도 출전 수당은 인터콘티넨털 컵이 높잖아요!”

“주급도 많이 오른 녀석이 욕심은…….”

9월 13일 아침, 준영이 속한 원정 팀은 몬테비데오로 떠나기 위해 맨체스터 공항에 모였다.

그곳에서 준영은 배웅 나온 리즈와 작별의 키스를 나누었다.

“아, 진짜 가기 싫다.”

“나도요. 준이랑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신혼부부답게 한창 깨가 쏟아지는 둘은 쉽사리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애절(?)한 모습을 지켜보던 머피 코치가 핀잔을 건넸다.

“누가 보면 1~2년은 못 보는 줄 알겠군. 출발 시간 다 되었으니 이만 가자고.”

머피의 재촉에 준영은 사랑스러운 신부를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무사히 다녀와야 해요!”

“알았어. 우승컵 들고 돌아올게!”

원정 팀을 태운 비행기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경유,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작년처럼 페냐롤 팀 관계자가 마중을 나왔지만, 분위기는 그때 같지 않았다.

“꽤 쌀쌀맞게 대하는데?”

“작년 우승컵을 놓친 게 분한가 보죠.”

그뿐만 아니라, 페냐롤 팀 내에서는 간판 공격수인 알베르토 스펜서를 보낸 것에 불만을 품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건 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페냐롤 팬들도 마찬가지.

그 때문인지 9월 17일 2차전 경기를 치르러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를 찾은 맨유 선수들에게 거센 야유를 보냈다.

“Pendejo, Chino!”

“Hijo de puta, Fuera!”

“Mono Amarillo vete ya! Mono Amarillo vete ya!”

경기 전, 워밍업 때부터 시끄럽게 쏟아지던 야유는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더욱 거세졌다.

맨유 선수들, 특히 준영이 공을 잡을 때마다 온갖 욕설들이 쏟아져 내렸다.

심지어 단체로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는가 하면 바나나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잘들 논다, 거지 같은 놈들.”

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비에 집중했다.

관중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페냐롤은 광적인 홈 분위기를 등에 업고 맹공을 펼치고 있으니까.

후안 조야, 페드로 로차, 루이스 쿠비야, 호세 사시아 등등.

호시탐탐 맨유 골문을 노리는 페냐롤 공격수들의 돌파와 슈팅이 이어지고 있었다.

「쿠비야, 사시아에게 패스! 살짝 올려 준 공을 향해 로차가 헤딩……! 아, 유나이티드의 존 Y. 리가 끊어 냅니다.」

「조야가 측면에서 인터셉트! 토니 던을 제치고 슈웃-! …존 Y. 리가 육탄으로 막아 냅니다. 아쉽습니다.」

「사시아, 찬스! 슛 쏘느냐? 슛! 아아… 이번에도 존 Y. 리군요.」

연방 침을 튀기며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는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는 욕설을 참기 위해 애썼다.

페냐롤 선수들이 멋들어진 드리블과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 낼 때마다 이준영이 번번이 차단해 버렸으니까.

월드 클래스라는 타이틀이 손색없을 정도의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였지만, 페냐롤 팬들의 입장에선 그저 재수 없는 노란 원숭이에 지나지 않았다.

“젠장, 전반전도 다 끝나 가는데…….”

“이러다 또 작년처럼 준우승하는 거 아냐?”

“야 인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야유를 쏟아 내다 지친 관중들이 한숨을 내쉴 때, 후안 조야가 측면을 돌파하며 슛을 때렸다.

조야의 앞을 막고 있던 셰이 브레넌이 막아 내며 가슴으로 트래핑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본 심판이 날카롭게 호각을 불었다.

“뭐? 페널티킥?”

“팔에 맞은 거 아닌데? 가슴에 맞은 거라고!”

맨유 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주심 카를로스 포이노는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젠장, 진짜 안 맞았다고!”

“됐어. 그만해.”

준영은 억울해하는 셰이를 달랬다.

분한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자칫 퇴장이라도 당하면 상황은 더 꼬이게 될 테니까.

「키커로 나선 사시아, 스스로 얻어 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슛- 골골골~ 고오오오오올!」

페냐롤의 선제골.

시든 풀처럼 풀이 죽어 있던 페냐롤 팬들이 다시 살아나서는 함성을 내질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골 퍼레이드의 시작!

관중들이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맨유가 반격을 시도했다.

선제골로 상대가 흥분한 틈을 타서 알렉스 퍼거슨이 잽싸게 측면의 빈 공간으로 파고든 것.

수비수 누베르 카누를 제치고 박스로 들어갔던 그는 중앙으로 쇄도하는 주제 토히스를 보고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페냐롤의 골키퍼 마이다나가 껑충 뛰어올라 펀칭으로 공을 쳐 냈다.

“잘했… 우아앗!”

반색을 하던 페냐롤 선수들은 준영이 리바운드 볼을 잡아챈 걸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황급히 마크에 나섰지만, 그에 앞서 준영이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다.

부드러운 궤적을 그으며 느리게 떨어지는 슈팅.

하지만 토히스와 뒤엉켜 쓰러져 있던 마이다나는 그 슛을 막아 내지 못했다.

“골!”

“역시 주장은 승부사야!”

강아지처럼 달려들어 축하하는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한 준영.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는 그의 앞으로 뭔가가 툭 떨어졌다.

‘어?’

꽝-!

가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둥근 물체는 준영의 눈앞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

경기장에서 폭죽 테러가 종종 벌어집니다.

사진의 사건은 2005년 챔피언스리그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당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인터밀란 팬들이 AC 밀란 골키퍼 디다에게 폭죽을 던졌죠.

비슷한 일이 런던 올림픽 예선 오만전에서 벌어졌는데, 오만 관중이 던진 폭죽에 한국영 선수가 다칠 뻔했었죠.

베네수엘라에서는 폭죽이 터져서 한 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위험하다 보니 K리그에서도 홍염 및 기타 화약류의 경기장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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