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드 1957-306화 (306/400)

Round 306. 블랙 팬서

에버튼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둔 맨유는 사흘 후, 올드 트래퍼드에서 재대결을 벌였다.

“Go! Go, United!”

“We are the Champion! We want to Win!”

경기장 한 면을 빨갛게 물들인 맨유의 서포터 12번째 전사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그들은 고함치고 북을 두들길 뿐만 아니라, 준영을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꽹과리를 흉내 내서 쇠 접시나 냄비를 두들겨 댔다.

서포터들뿐만 아니라 일반 팬들도 연방 박수 치고 응원 구호를 외쳐 댔다.

그 열광적인 성원은 금방 보답으로 나타났다.

「던컨이 측면으로 과감하게 질주! 슛하는 척하며 중앙으로… 골! 골입니다! 바비 찰튼의 선제골이 터졌습니다!」

전반 11분, 에버튼 박스로 달려 들어온 바비 찰튼이 던컨의 컷백을 차서 골망을 흔들었다.

안 그래도 함성으로 끓어오르던 올드 트래퍼드는 화산처럼 폭발했다.

“역시 바비가 한 건 해 주는구만!”

“발롱도르를 아무나 받는 게 아니지!”

이르게 터진 골은 경기 분위기를 더욱 가열시켰다.

에버튼은 곧장 만회 골을 노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시도했다.

지난 경기 선제골의 주인공인 미키 릴이 매서운 중거리 슛을 날리고, 로이 버넌이 연방 맨유 페널티 박스를 들락거리며 찬스를 만들어 냈다.

그 바람에 관중석에서는 연달아 우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또 난타전인가?”

“동점 골을 먹으면 그렇게 흘러갈지 모르지.”

그러나 곧 터질 듯하던 에버튼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미키 릴과 바비 콜린스의 슛은 번번이 뜨거나 수비수의 몸에 맞고 나왔고, 로이 버넌이 잡은 찬스 역시 준영이 마크하며 무마시켰으므로.

「캡틴 리가 공을 가로채 앞으로 치고 올라갑니다. 앞쪽의 조니 자일스에게 패스, 다시 넘겨받으며 에버튼 진영으로! 계속 달려갑니다!」

전반 40분, 과감하게 공격으로 올라간 준영이 30미터 지점에서 슛을 날렸다.

에버튼 수비수 알렉산더 파커의 등에 맞고 튕긴 공은 왼쪽 측면에서 뛰어온 알렉스 퍼거슨의 앞에 떨어졌다.

골키퍼가 황급히 뛰어나왔지만, 알렉스가 찬 슛은 파 포스트를 맞히며 골대 안에 떨어졌다.

“2 대 0이다!”

“이러면 오늘은 대승으로 가는 건가?”

“설레발치지 마. 아직은 모른다고!”

“그래도 오늘은 느낌이 좋아.”

관중들의 초조함은 얼음이 녹듯이 풀어졌다.

전반전은 그렇게 맨유의 2골 차 리드로 종료.

후반전이 되자 에버튼은 공격의 숫자를 늘리며 과감한 공세를 펼쳤다.

2골 차 정도는 지난 경기 맨유가 했던 것처럼 따라갈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달리 맨유 수비는 훨씬 견고했다.

‘사흘 동안 계속 지난 경기 영상을 보면서 복습했다고!’

‘너희들 움직임은 훤하게 보여.’

에버튼이 만들어 낸 여러 차례 찬스들은 준영과 맨유 수비수들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낙심하던 에버튼 선수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발까지 느려졌다.

당연히 여기저기 공간이 벌어지며 맨유 공격수들이 파고들어 갈 틈이 생겼다.

「바비 찰튼이 가로챈 공을 조니 자일스에게, 자일스가 다시 알렉스에게 넘겨줍니다. 알렉스, 한 명 따돌리고 슛-! 들어갔습니다!」

후반 41분.

맨유의 세 번째 골이 터지자, 에버튼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 같이 필드에 주저앉았다.

낙심한 그들의 귀로 맨유 팬들의 함성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Glory! Glory United!”

“Manchester is Wonderful!”

승리 확정.

올드 트래퍼드를 흔들어 놓은 함성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기뻐하는 홈팬들과 달리 준영은 냉정했다.

아직 경기가 안 끝났기 때문은 아니다.

이 경기 후에 만날 상대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 경기가 올 시즌 우승의 향방을 결정지을지 몰라.’

실제 역사보다 훨씬 강력해진 경쟁자.

이 경기가 끝나면 그들을 어떻게 이길지 고민해 봐야 했다.

***

맨유는 종료 직전에 한 골을 더 추가하며 4 대 0의 대승을 거두었다.

3라운드까지 2승 1무.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지만, 성적이 더 좋은 팀도 있었다.

바로 토트넘 핫스퍼.

그들은 3승을 거두며 현재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에버튼에 2 대 0, 블랙풀에 3 대 1, 리즈 유나이티드는 4 대 1로 박살… 아주 좋은 흐름이야.”

토트넘의 감독 빌 니콜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 영입한 용병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야심차게 영입한 해외 용병은 셋.

지난 시즌 뉴캐슬에서 뛰었던 인도 공격수 추니 고스와미, 독일인 스위퍼 칼 하인츠 슈넬링거.

그리고 마지막은 흑인 소년 공격수 페레이라였다.

‘이 꼬맹이가 진짜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리버풀의 펠레와 거의 맞먹는 재능을 갖고 있어.’

지난 시즌 펠레의 활약을 부럽게 지켜보았던 니콜슨 감독.

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포르투갈로 향했다.

리버풀이 그랬던 것처럼, 포르투갈에서 뛰어난 브라질 선수를 영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브라질 선수들은 없었지만, 뛰어난 선수들은 많았지.’

SL 벤피카의 공격의 핵인 주제 아구아스.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190대 장신 공격수 주제 토히스.

브라질의 디디와 맞먹는다는 미드필더 마리우 콜루나.

바위산과 같은 강력한 수비력을 가진 제르마누.

CF 벨레넨세스의 마타테우, 비센치 루카스 형제 등등.

탐이 나는 선수들이 잔뜩 있었지만, 영입에 실패했다.

다들 핵심 주전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었으므로 소속 팀에서 내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

낙심하던 차에 벤피카 감독 벨라 구트만에게서 한 어린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랑 절친한 브라질의 바우에르 감독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엄청난 유망주를 발견했다며 소개해 줬소. 엄청난 준족을 가진 드리블러지. 킥력도 엄청나고.’

그 말을 들은 니콜슨은 곧장 현지로 가서 그 페레이라라는 소년 공격수의 기량을 직접 살펴보았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진짜 괴물이다!’

벤피카에서는 페레이라를 반드시 영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가 소속되어 있는 CD 막사퀸은 벤피카의 지역 라이벌인 스포르팅 CP의 위성 구단이었다.

당연히 영입 협상은 지지부진.

이에 토트넘에서는 벤피카 측에 이적 협상을 위한 자금 지원을 할 테니 페레이라를 2~3년 임대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수락되었다.

어차피 현재 벤피카에는 주제 아구아스나 아우구스투, 토히스 등 뛰어난 공격수들이 즐비하기에 당장 어린 페레이라가 자리를 잡기 힘들다 보았기 때문.

잉글랜드에서 경험을 쌓게 한 후에 데려와도 되고, 아니면 토트넘에 완전 이적시켜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어렵게 데려온 페레이라는 니콜슨과 토트넘 구단 임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간판 공격수인 로버트 A. 스미스와 콤비를 이루며 3경기 연속 골로 팀에 3연승을 안겨 주었던 것.

이 때문에 언론에서도 펠레와 견줄 엄청난 공격수가 나타났다고 들썩이고 있었다.

“후후후, 유나이티드 놈들, 아주 깜짝 놀라게 될 거다.”

4라운드 상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계 챔피언이 될 거라며 으스대는 붉은 악마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리라.

미소 짓는 빌 니콜슨의 눈빛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

1960년 8월 31일.

화이트 하트 레인의 선수 대기실에 양 팀 선수들이 줄지어 섰다.

붉은 유니폼의 맨유 선수들은 토트넘 선수들을 살펴보다 한 어린 흑인 소년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를 유심히 살펴보던 던컨이 준영에게 물었다.

“존, 저 녀석이 네가 조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던…….”

“그래, 맞아.”

요 몇 년 동안 계속 우승에 실패한 런던 구단들.

그들이 이번 시즌에 칼을 싹싹 갈고 전력 강화에 나섰다는 얘기는 이미 두 달 전부터 들었다.

새로운 시즌에 대비해 일찍 훈련에 돌입하고, 해외에서 용병 선수들도 영입하고.

그리고 그 결과가 준영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역사가 또 이렇게 바뀌는군.’

지금 눈앞에 있는 흑인 소년 페레이라는 원래는 풋볼 리그에 뛸 선수가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과연 누구 때문일까.

‘결국 내 탓인가?’

준영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본의 아닌 결과.

하지만 피할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펠레 때처럼 강한 호기심과 의욕이 피어나고 있었다.

“자! 시간 됐다. 나가자!”

킥오프 시간이 다가오자, 양 팀 선수들은 심판의 인솔 아래 필드로 나갔다.

<토트넘 핫스퍼>

GK:빌 브라운

DF:피터 베이커, 모리스 노먼, 칼 하인츠 슈넬링거, 론 헨리

MF:데이브 맥케이, 대니 블란치플라워(주장)

FW:추니 고스와미, 로버트 A. 스미스, 존 화이트, 페레이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GK:해리 그렉

DF:빌리 맥닐, 이준영(주장), 셰이 브레넌

MF:노엘 캔트웰, 던컨 에드워즈, 조니 자일스, 바비 찰튼, 짐 박스터

FW:브라이언 클러프, 데니스 바이올렛

동전 던지기로 진영을 정한 양 팀은 포메이션에 따라 자리를 잡고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삐익-!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 선수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Go, United!”

“We are Tottenham! Super Tottenham!”

양 팀 서포터들의 응원이 우렁차게 오가는 가운데, 원정팀 맨유가 초반의 기세를 잡았다.

경기장의 중계 카메라가 곧장 데이브 맥케이의 공을 가로챈 던컨 에드워즈를 비췄다.

「빅 던이 왼쪽 측면으로 들어간 짐 박스터에게 패스, 박스터, 한 명 제치고 돌파해 갑니다!」

유연한 발재간으로 토트넘 왼쪽 수비를 허물고 페널티 박스로 들어간 박스터.

중앙에 있던 데니스 바이올렛이 수비수들을 유인하자, 곧장 그 틈을 노리고 클러프가 파고들었다.

이에 박스터가 그에게 패스를 찔러 줬지만, 독일인 수비수 슈넬링거가 걷어 냈다.

박스 오른쪽에서 리바운드 볼을 잡은 노엘 캔트웰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뒤에서 접근한 페레이라가 교묘하게 공을 빼냈다.

“이 애송이 자식이!”

노엘의 분통에 씩 웃음을 지었던 페레이라는 대니 블란치플라워 쪽으로 패스를 건넸다.

토트넘의 역습 찬스.

좌우를 둘러보던 대니는 곧장 측면을 달려가는 추니 고스와미 쪽으로 공을 보냈다.

「벵골의 보석 추니, 재빠르게 유나이티드 측면을 돌파해 나갑니다. 그러나 어느새 달려와 앞을 막는 바비 찰튼!」

추니는 바비를 상대로 과감하게 일대일을 시도했다.

하지만 뚫기는커녕 하마터면 공을 빼앗길 뻔했다.

이에 추니는 가까이 접근한 동료 화이트에게 패스, 화이트는 곧장 왼쪽 측면의 빈 공간으로 공을 보냈다.

‘내가 잡는……!’

흘러 나간 공을 잡으러 가던 빌리 맥닐.

그는 앞쪽에서 무섭게 달려오는 페레이라를 보았다.

자신의 예상보다도, 그리고 사전에 영상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빠른 페레이라의 준족에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빠, 빠르다!’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공은 페레이라가 가져갔다.

당황한 맥닐이 파울로 끊어 내려 했지만, 페레이라는 표범같이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그의 마크를 뿌리쳤다.

‘이런, 놓쳤나.’

준영은 황급히 마크에 나섰다.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레이라.

포르투갈 대표팀과 SL 벤피카의 레전드로 명성을 떨친 흑표범이 순식간에 그의 코앞까지 달려왔다.

***

왼쪽이 펠레, 오른쪽이 에우제비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에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에게 4골을 박아 넣은 선수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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