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드 1957-241화 (241/400)

Round 241. 문제아 등장

7월 첫째 주.

구단, 아니 풋볼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트레블을 이뤄 낸 맨유 선수들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이번 시즌엔 반드시 1군에서 살아남겠어!’

이번에 2군에서 콜업된 조니 자일스는 강한 의욕을 불태웠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유소년 팀에서 뛰었던 자일스는 16살 때 입단 계약을 맺고 맨유로 왔다.

그는 동향인 리암 휄란을 동경하며, 그와 함께 뛸 날을 기대했지만…….

‘그 빌어먹을 비행기 사고만 아니면, 리암 선배는 은퇴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행기 사고 덕분에 자신에게 기회가 생겼다.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이탈한 가운데, 자일스와 같은 2군 선수들과 일부 유소년 선수들이 콜업되었다.

하지만 자일스는 그때 온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뒤의 1958-59 시즌도 마찬가지.

알렉스 퍼거슨이나 존 레논, 데니스 로 등 자신과 비슷한 또래 선수들이 활약하며 트레블에 공헌하는 광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 이번엔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새로운 시즌을 위해 그는 죽을힘을 다해 체력을 길렀다.

캡틴 리가 일러 주는 대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땀 흘려 노력한 결과 이번에 버스비 감독과 머피 코치의 주목을 받아 재발탁될 수 있었다.

“다들 휴가는 제대로 즐겼나?”

“예!”

대답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덕분에 상금과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겼고, 덕분에 휴가도 아주 즐거웠다.

물론 일부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저는 못 즐겼어요. 가는 데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어찌나 성가시던지…….”

던컨의 푸념에 준영과 숀이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랬어. 사인해 달라고, 같이 사진 찍자고 아주 난리더라.”

“요즘은 어디 나가는 것도 힘들더라고.”

현재 맨유 선수들은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스타플레이어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특히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맨유 구단에서는 이를 마냥 반기거나 좋아할 수 없었다.

영국 내 다른 구단들은 물론, 스페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온 스카우터들이 추파를 던져 대고 있는 상황이니까.

실제 여기에 솔깃해하는 선수들도 있어, 구단에 이적 요청을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콜린 웹스터.

그는 이미 지난 시즌 초부터 해외 이적을 바라고 있었다.

결국 웨일스 대표팀 동료 존 찰스가 뛰는 유벤투스로 이적했는데, 구단에는 75,000파운드의 이적료를 안겨 주었다.

‘그걸 보고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야.’

클럽 하우스도 짓고 있고, 훈련비나 출전 보너스 등을 올려 준다고 다독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눈앞에 아른거리는 큰돈과 새로운 무대에 대한 호기심이 강할 테니까.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존뿐이겠지.’

준영은 본인이 따로 사업을 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데다, 구단 주식까지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팬들의 성원도 두텁고, 팀에서 위상도 높다.

이렇게 쌓은 인지도와 기반을 깡그리 뿌리치고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는 건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일 터.

“뭐 휴가를 어찌 보냈든,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돼. 더구나 내년에는 인터콘티넨털 컵도 있으니까.”

유러피언 컵 우승 팀과 남미 최강 클럽이 맞붙어 자웅을 겨루는 인터콘티넨털 컵.

여기서 우승하면 사실상 세계 최강의 축구 클럽으로 인정받게 된다!

“유럽의 왕좌에 두 번 올라갔으니, 이제 세계 최강에도 한번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왕좌를 노리는 도전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만큼,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희열은 남다를 터!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Yes, Sir!”

“Glory Man United!”

우렁차게 함성을 내지른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했다.

세계 최강의 팀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하여.

힘차게 뛰며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버스비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

소집 후, 첫 훈련이 끝나고 맨유의 코칭스태프는 회의실에 모였다.

현재 이적이 진행 중이거나 이적을 완료한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주전급 이탈은 적지만, 후보급은 많이 빠질 것 같습니다. 돈을 떠나서 본인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어 하니까요.”

“그 친구들의 선택은 당연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군.”

선수층이 두껍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퇴장, 그리고 피로 누적으로 인한 이탈에 대비하기 힘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팀 내 경쟁이 느슨해지면 주전 선수들도 자칫 태만에 빠질 수 있었다.

“한두 명 정도면 모를까, 현재 빈자리를 2군이나 유소년 팀에서 불러들인 애송이들로 메우는 건 곤란해요.”

“결국 다른 팀에서 영입을 해 와야 한다는 거로군. 혹시 눈여겨본 선수가 있나?”

버스비의 물음에 머피 코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들즈브러의 브라이언 클러프요. 지난 시즌 디비전 2에서 42골을 넣었습니다.”

여느 시즌이라면 42골이면 득점왕을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득점왕 타이틀은 브라이언 클러프보다 8골을 더 넣은 리버풀의 흑진주 펠레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득점왕을 놓친 것보다 브라이언을 빡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그 녀석, 미들즈브러 수비진에 굉장히 불만이 많다고 해요. 자기가 아무리 골을 넣어도 곧장 실점을 해 버린다고 말이죠.”

“수비가 심각한 모양이군.”

“브라이언은 미들즈브러 수비수들이 승부 조작을 한다고 보는 모양이더라고요. 물론 증거는 없지만.”

브라이언 클러프는 미들즈브러 출신이다.

그만큼 고향 팀에 대한 애정이 강했지만, 자신의 분전에 팀이 전혀 호응하지 못하니 그 애정도 싸늘하게 식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선더랜드나 더비 등 다른 팀들도 녀석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팀이 제의하면 쾌히 승낙을 할 거라 봅니다. 다만…….”

“뭔가 문제가 있나?”

버스비의 물음에 머피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브라이언 그놈, 오만방자하기로 악명이 자자해서 말입니다. 실력은 확실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잘난 척을 해요.”

그렇다 보니 그와 공을 차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지도자들도 ‘재수 없는 놈’ 혹은 ‘짜증 나는 자식’으로 여긴다고.

머피는 이런 시건방진 놈을 데려왔다가 괜히 팀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우리 팀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가 많아. 그런데도 과연 잘난 척을 할 수 있을까?”

“그야 모르죠. 자만심이 강한 놈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엉뚱한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으니.”

“일단 영입해 보자고.”

그만한 득점력을 가진 선수라면 1부 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해 줄 것이다.

물론 머피의 우려대로 영 몹쓸 녀석이다 싶으면 내치면 그만이고.

“아 참, 존이 스코틀랜드 선수 2명을 추천해 줬어요.”

“어떤 선수들인가?”

“론 예이츠와 이안 세인트 존입니다.”

둘 다 미래에 리버풀을 명문의 반석에 올려놓는 공신들이다.

준영은 리즈의 말을 듣고 이 핵심 멤버 둘을 가로채 와야겠다 마음먹고는 머피 코치에게 추천을 했다.

“들어 본 적이 있는 선수들이군. 스코틀랜드에 있는 지인이 그러는데, 젊고 장래성이 뛰어나다고 했어. 근데…….”

“뭔가 그 둘에게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 마더웰이야 지난 시즌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3위를 한 팀이니 거기서 뛰는 이안 세인트 존에 대해서도 알 만하겠지. 하지만 론 예이츠는 그렇지 않아.”

론 예이츠가 뛰는 던디 유나이티드는 스코틀랜드 2부 리그에 있는 팀.

버스비같이 스코틀랜드 출신이거나 전문 스카우터가 아닌 이상 알기 힘든 선수인 것이다.

“존이 평소에 스코틀랜드 축구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한데 그 녀석, 의외로 외국 선수들 정보가 밝아요. 월드컵 때도 브라질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말이죠.”

“따로 정보통이 있는 건가?”

“그럴 겁니다. 뭐, 듣자니 스코틀랜드에서 뛰는 한국 선수도 있다니 그 인맥으로 알았을지 모르죠.”

머피의 말에 수긍이 갔던지 버스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존이 추천한 선수들은 나쁘지 않았지. 앞서 영입된 알렉스나 레이도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네. 거기다 지난번에 알려 준 벨파스트의 꼬맹이만 해도 떡잎부터 달랐죠.”

이름이 조지 베스트라고 하던가.

녀석은 이미 벨파스트 현지에서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확인 차 찾아갔던 재키 블란치플라워와 스카우터 밥 비숍이 침을 튀기며 칭찬했고, 이후 버스비와 머피가 그 기량을 살펴보았다.

“이미 발재간 하나는 웬만한 성인 선수들보다 뛰어난 수준이었지. 다만 체격이 좀 허약한 게 흠이었어.”

“그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존이 성장기 소년들에게 좋은 음식이나 운동을 잘 안다고 하니까요.”

맨유 구단에서는 꼬마 조지를 유소년 팀에 입단시켜 육성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맨체스터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 꼬마가 제 몫을 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하겠지. 그러니 일단 스코틀랜드 선수들부터 영입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유럽, 아니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맨유 코칭스태프들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

“훗, 여기가 유럽 최강, 붉은 악마들의 본거지란 말이지.”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미청년이 올드 트래퍼드를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보란 듯이 포즈를 취해 보였던 그는 앞쪽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게, 클러프 군. 유나이티드에 온 것을 환영하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 영입을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으스대며 하드먼 회장과 악수를 나누었던 브라이언은 뒤이어 버스비 감독과 머피 코치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들고서 사진을 찍었다.

“클러프 선수, 입단한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사진을 찍은 기자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대답했다.

“지긋지긋한 머저리들에게서 해방되어 무척이나 기쁩니다.”

대놓고 전 소속 팀을 까는 발언에 기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혹시 지난 시즌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셨습니까?”

“웸블리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을 봤죠. 노팅엄의 집중 수비에 무척 고전하더군요. 저라면 전반 10분 안에 골을 넣었을 겁니다.”

“어… 유나이티드 선수 중에 누가 가장 인상 깊던가요?”

“존 Y. 리요. 허더스필드에 있을 때 한번 맞붙고 싶었는데, 내가 무서웠던지 1부 리그로 내빼더군요.”

거침없는 너스레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약 이 자리에 캡틴 리가 있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다들 그리 생각하던 그때, 준영이 나타났다.

‘어? 와 있었던 건가?’

‘그럼 방금 전 브라이언의 발언도 들었던 게……?’

브라이언의 반응은 태연했다.

조금도 찔끔하거나 시선을 피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기자들의 관심이 자신이 아닌 준영에게 쏠리는 것 같아서 좀 거슬렸다.

“캡틴 리, 주장으로서 이번에 새로 영입된 브라이언 클러프 선수에게 해 줄 말이 있습니까?”

기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준영은 브라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축구는 입이 아니라 발로 하는 거야.”

그 말에 태연하던 브라이언의 낯빛이 변했다.

***

1. 조니 자일스는 실제 뮌헨 비행기 참사로 무너진 맨유를 재건하는 데 기여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맨유에서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고, 1963년 리즈 유나이티드로 이적해서 전설이 되었죠.

2.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남자 브라이언 클러프.

오만방자하지만, 유쾌하면서 다혈질적인 구석도 있었습니다.

확실한 건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도 실력은 있었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노팅엄 포레스트에 2년 연속 유러피언 컵을 안겨 주었고 42경기 무패 행진의 기록을 세웠죠.

이 사람이 키운 선수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이 훗날 맨유의 주장으로 황금기를 이끄는 로이 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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