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81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프로젝트(1)
“어떻…… 게‘?”
단테리온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뒷 걸음질 쳤다.
믿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 있을 리 가 없었다. 지금 영식은 강제 해방 을 사용한 것도, 과거의 모든 힘을 되찾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슈트를 사용했다.
단테리온이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한 가지 가능성 하나가 그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모든 보안 레벨을 해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슈트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아, 아아…!”
단테리온의 입에서 감격에 찬 탄성 이 흘러나왔다.
그는 자신을 조여 오는 슈트 부대
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은회 색 슈트를 입은 영식의 모습을 지긋 이 바라보았다.
은회색 슈트에는 그가 익히 알고 있는, 느껴보고, 파헤쳐 보았던 그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
“신성, 신성을 얻으셨군요!”
단테리온은 전율에 찬 표정으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경건한 사제가 신 에게 기도하듯 모아진 그의 두 손이 영식을 향했다.
“대장님이라면 성공하실 줄 알았습 니다! 대장님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개소릴 하는 거야.”
영식은 격렬하게 반응하는 단테리 온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하하! 신성! 보안 레벨이 잠겨 있으면서도 슈트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그것 이외에는 있을 수 가 없지요!”
“신성을 알고 있는 거냐.”
“알다마다요! 그것이야말로 저희의 사명, 궁극적인 목표 아니었습니 까!”
영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지금 단테리온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신성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체 그 사명이라 는 게 뭔지 알아내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슈트의 제한 시간은 5분.
5분 이내에 단테리온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그가 기댈 수 있는 카드는 강제해방이라는 불확실한 카드밖에 없었다.
모든 것 걸어서라도, 5분 안에 그 를 처치해야 했다.
“그 목표란 게 뭔지 궁금하긴 하지 만...”
-철컥.
은회색 슈트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지금은 잡소리를 할 시간이 없는 것 같네.”
-콰과과과과광!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의 피날레, 코 어의 과부화를 의도적으로 유도하여 만든 대폭발이 조종실을 휩쓸었다.
거대 로봇의 외벽까지 터져나가며 자욱한 모래먼지가 조종실 안 쪽으 로 밀려들어왔다.
그 거대한 폭발의 중심에 있었던 단테리온은 강렬한 충격 탓인지 몸 을 웅크리고 있었다.
‘할 수 있어.’
영식은 전신에 끓어 넘치는 강렬한 고양감을 느끼며 단테리온을 바라보 았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느꼈던 아득한 감각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싸 울 수 있고,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새겨졌다.
―쿵!
발을 박찼다. 부스트의 힘으로 쏘
아진 몸이 순식간에 단테리온의 앞 에 도착했다.
영식은 블레이드에 역장을 덮어 단 테리온을 향해 휘둘렀다.
-콰드드드득!
역장과 역장의 격돌.
무형의 기운이 충돌한 그 장소에는 공간조차 왜곡되는 강렬한 충격이 휩쓸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힘의 충돌은 영 식의 슈트에서 흘러나온 신성의 힘 으로 인하여 조금씩 뒤집어지기 시 작했다.
우주의 법칙을 희롱하는, 영원에
닿아 있는 힘.
신성은 단테리온의 역장을 찢어발 겼다.
-콰앙
“쿨럭!”
단테리온이 뒤로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혔다. 역장이 사라진 탓에 고스 란히 전해진 충격에 그는 거친 기침 을 토해냈다.
튕겨나간 단테리온에게 접근한 영 식은 그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무릎 에 내리꽂았다.
?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녹색 슈트의 바이저가 일그러졌다.
영식은 고개를 숙인 단테리온의 명 치 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순식간에 생선된 에너지 블라스트 가 제로 거리에서 단테리온에게 쏘 아졌다.
-콰아아아앙!
무시무시한 폭음.
신성의 영향으로 ‘물리 법칙을 무 시할’ 정도의 폭발을 일으킨 에너지 블라스트에 직격으로 맞은 단테리온 의 몸이 썩은 나무처럼 바닥을 뒹굴 었다.
바닥을 뒹굴던 단테리온은 비틀거 리는 걸음으로 일어났다.
반쯤 박살 난 바이저에서 광기에 찬 한쪽 눈이 드러났다.
“하, 하하하! 쿨럭! 이거군요! 이 게! 대장님을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힘이었군요!”
단테리온의 양손에서 폭발적인 기 세로 무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좋습니다. 보여주세요, 대장님! 우 리들이 향해야 할 곳이 어딘지! 진 정으로 섬겨야 할 존재가 어떤 존재 였는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이 빌어
먹을 자식아.”
선문답도 이런 선문답이 없었다.
영식은 어떻게 생각해도 미친 소리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단테리온 의 외침을 들으며 몸을 숙였다.
“가속.”
?콰아아앙!
한계까지 쥐어짜낸 부스트에서 폭 음이 울려 퍼졌다.
영식은 가속력을 받은 몸을 반회전 하며 역장을 쏘아냈다.
무형의 기운이 블레이드의 날을 따 라 마치 검기가 뿌려지듯 앞으로 쏘 아졌다.
단테리온은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가 피한 자리로 지나간 역장이 로봇의 몸체를 가르며 허공으로 날 아갔다.
-치익.
-다용도 기능성 전투 슈트 데우스 엑스 마키나 0식의 가동시간이 2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
영식은 초조한 표정으로 단테리온 을 바라보았다.
신성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 단테 리온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은 확 실해졌다.
문제는 5분이라는 제한 시간.
그 시간 내에 그를 죽일 수 있을 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금 더 빨리.’
영식은 블레이드에 역장을 집중했 다. 넓게 펼쳐진 역장으로는 아무리 신성의 힘이 있다고 해도 단테리온 의 역장을 뚫을 수 없었다.
역장을 한 점에 모아 그의 역장을 뚫어버리며 공격해야 했다.
-지이이이잉!
“읏!”
너무 공격에만 치중했던 탓일까.
영식은 단테리온이 순간적으로 쏘 아낸 에너지 블라스트를 피하지 못 했다.
역장이 담긴 에너지 블라스트가 영 식의 몸을 후려쳤다. 은회색 슈트를 입은 영식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하하하! 아직 완전하지는 않으신
모양이군요, 대장님. 하지만 걱정 마 세요.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저는 알 고 있습니다. 대장님이라면 저희들 의 사명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아 니, 대장님 이외에 사명을 이루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는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 해선 안 돼.’
영식은 단테리온의 외침을 무시하 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공격에 너무 지충한 탓에 맞은 한 방으로 벌써 30초 이상의 시간이 허비됐다.
한 번이라도 더 당했다간 제한 시
간 이내에 단테리온을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치익.
-다용도 기능성 전투 슈트 데우스 엑스 마키나 0식의 가동시간이 57 초 남았습니다.
“제기랄.”
자연스럽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실을 의식하 면 의식할수록 움직임이 단조로워졌 다.
‘ 침착해.’
단 일격.
단 일격이면 충분했다.
단테리온과 자신처럼 아득한 경지 에 이른 존재들의 싸움은 한 번의 일격으로 승패가 갈렸다.
“후우.”
영식은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
자신의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 성의 힘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세상이 정지한 것처럼 시야에 보이 는 움직임이 느려졌다. 모든 정신을, 기운을 한 점에 집중했다.
-우우우웅!
오른팔에 맺힌 역장의 기운에 주변 공간이 비틀렸다.
물리 법칙이 왜곡된 장소.
그 무엇도 갈라버리는 절대의 힘이 그의 오른 주먹에 맺혔다.
‘할 수 있어.’
영식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단테리온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싸움을, 끝낼 수 있어.’
영식은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넓게 펼쳐진 역장이 아닌, 한 점에 집중 된 역장에는 세상 그 무엇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강맹한 힘이 담겨 있었다.
팔꿈치에서 강렬한 부스트가 뿜어 져 나왔다.
영식은 단테리온을 겨눈 오른팔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영식은 모든 힘을 담은 오른팔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아….”
고막이 터져나갈 듯한 굉음도, 주 변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도 없었다.
단테리온을 향해 쏘아진 오른팔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멸시키 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 하하. 그래요. 그겁니다, 대장 님.”
단테리온은 다가오는 그 힘에 오히 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눈 을 감았다.
그리고.
오른팔에 맺힌 역장의 기운이 단테 리온을 집어삼켰다.
?치익.
-데우스 엑스 마키나 0식의 사용 제한 시간이 끝났습니다.
-보안 레벨이 완전히 해방되지 않 은 상태에서 신성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오버로드 상태에 돌입합니다.
“크으으으윽!!”
-파직, 파지직!
영식의 몸 주변으로 푸른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파괴의 흔적을 바라보 았다.
“끝난, 건가.”
분명 단테리온이 자신이 쏘아낸 오 른팔에 맞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 었다. 이 절대적인 파괴에서 살아남 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것 이다.
‘결국 그 진실이란 게 뭔지 모른 채 끝났네.’
영식은 씁쓸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 러졌다. 더 이상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전신을 짓누 르는 무한한 무력감뿐이었다.
그때 였다.
“아니에요. 이게 아닙니다, 대장님.”
바닥에 쓰러졌던 영식은 다급한 표 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만신창이가 된 단테리온 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의 3분의 1이 사라져 있었다.
오른팔은 떨어져 나갔고, 몸에는 밖으로 드러난 기계 장치들이 스파 크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살아 있었다.
“역시 아직 완전하지는 않으셨나 보네요.”
단테리온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영식을 향해 다가왔다.
“크윽.”
“기억. 역시 기억이 문제였나요. 아 직 모든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 문에 최종 단계에 올라서지 못하신 걸까요.”
단테리온은 광기에 물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믿고 있었던 신이 전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신도와 같이, 그는 절망했다.
“제기랄.”
영식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기 위 해 팔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오버로드 상태에 빠진 그의 팔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네 요. 락테온 따위가 준비한 자료라 대 장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영식에게 다가오던 단테리온은 자 신의 명치, 코어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건...”
그가 꺼낸 물건을 본 영식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예. 락테온이 대장님에게 보여줬 던 ‘진실’입니다.”
단테리온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영 식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는 특 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 었다.
“이걸 통해서 대장님의 기억이 돌 아올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죠.”
단테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영식의 머리 쪽에 손에 든 메모리칩을 가져 다 대었다.
- 찰칵.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잡음소리가 그의 귓가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