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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76화 (276/284)

레벨업 머신 276화

결전 (4)

‘찾았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내부 구조. 그 안에 수많은 회로들이 엉 켜 있었다.

인간의 머리를 열어 뇌를 보는 것 같은 복잡한 형태.

‘누군가 있어.’

스캔으로 본 제어장치에는 다른 에 너지 반응이 하나 보이고 있었다.

저 거대 병기가 자동이 아닌 수동 으로 움직인다고 한다면 저 제어장 치에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유추하 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른 누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조종사를 죽인다.’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영식은 통신기를 통해 드래곤 슬레

이어 부대를 향해 명령을 전달했다.

“표면에 있는 모든 포신을 파괴하 는 즉시 로봇의 안으로 진입합니다. 내부에 진입한 후 알파조는 저와 함 께 제어장치가 있는 장소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베타조는 내부에서 안 드로이드 군단의 방해가 들어오는 걸 막아주세요.”

알파조는 티리아, 루시아, 이브, 서 강준, 박시아, 천태황 등 드래곤 슬 레이어 부대 내에서도 강력한 존재 들을 모아 놓은 정예 팀이었다.

- 알겠습니다!

- 입각했습니다.

“진입 포인트는 제가 만들겠습니다.”

통신을 끝내고 통신기를 품에 집어 넣은 영식은 양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양 손바닥 앞에 푸른색 에너 지 구체가 뭉치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이 잉!

강렬하게 울리는 코어의 가동음.

폭발적인 열기를 머금은 두 구체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거대 로봇이 사용했던 건물만 한 크기를 가진 에너지 블라스트에 비 해서는 귀여워 보일 정도로 작은 사 이즈였다.

‘하지만.’

영식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몸에서 보랏빛 번개가 튀어 오름과 동시에 플라즈마가 에너지 블라스트를 뒤덮었다.

‘더 강하게.’

압축의 압축.

사람 크기만 했던 에너지 블라스트 가 머리 크기로, 머리 크기만 했던 에너비 블라스트가 주먹만 한 크기 로 줄어들었다.

에너지의 총량만 따진다면 거대 병 기가 쏘아냈던 에너지 블라스트에 감히 비빌 수 없겠지만 단위 면적당 에너지의 양만 따지면 영식이 만들 어낸 에너지 블라스트 쪽이 훨씬 더 강력했다.

‘제어 장치가 있는 장소까지 일직 선으로 뚫어야 해.’

미로처럼 얽혀 있는 로봇의 내부를 일일이 지나쳐 제어 장치에 도달하 는 것은 적에게 대처할 수 있는 시 간을 주는 행동이었다.

여기서는, 제어 장치로 일방통행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뚫어내야 했다.

“쐐기.”

응축된 에너지 블라스트가 날카로

운 송곳의 모양으로 변했다.

강렬한 회전과 함께 뜨거운 열폭풍 이 주변을 휩쓸었다.

“진입 준비.”

영식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드래 곤 슬레이어 부대를 향해 명령을 내 리며 에너지 블라스트를 발사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로봇의 표면에 강렬한 충격이 달렸다.

영식이 만들어낸 압축 에너지 블라 스트 탄은 거대 로봇의 몸을 일직선 으로 꿰뚫어 버리며 제어장치로 향 하는 일직선의 길을 뚫어버렸다.

“전 부대, 진입!”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로봇의 움직임 을 정지시켜야 했다.

영식은 제어장치가 있는 방까지 일 직선으로 뚫린 통로를 질주했다.

슈트를 입은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 가 그의 뒤를 따랐다.

-콰앙!

통로로 들어서자 로봇의 내부에 있 던 안드로이드들이 달려들었다.

영식은 귀찮다는 듯이 블레이드를 휘둘러 안드로이드 하나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영식 군! 여기는 우리에게 맡겨두 게! 자네는!”

베타조를 이끌고 있는 알렉이 영식 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알파조에 속하기에 충분한 실 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활한 지휘 체계를 갖추기 위해 일부로 베타조 를 이끌고 있었다.

“믿겠습니다!”

영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직선 으로 뚫린 통로를 질주했다.

안드로이드들은 그런 그의 진입을 어떻게라도 막겠다는 듯이 몸을 던 졌다.

“어딜!”

루시아의 라이트 세이버가 빛을 뿜 었다. 음속을 뛰어넘는 검격이 사방 에 뿌려졌다.

검격에 닿는 안드로이드들의 몸이 말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신체에서 금속 부품들이 떨어져 어 지럽게 바닥에 펼쳐졌다.

“흥, 주인님에게 몸을 던질 수 있 는 건 나뿐이라고!”

어째서인지 루시아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안드로이드들을 내려다보 았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영식에 대 한 질투를 여질없이 보여주는 그녀 의 모습에 그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요란한 굉음.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격.

통로를 가득 채우는 열기를 뚫어내 며 영식은 빠른 속도로 제어 장치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콰앙

에너지 블라스트의 위력으로 반쯤 녹아내린 제어장치의 문을 발로 걷 어차 박살 내버리며 영식은 그 안으 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저자는...”

“아! 저놈이에요! 저놈■이 그 레노 스라는 놈이에요!”

흰색 가운을 입은 사내 하나가 고 개를 푹 숙인 채 제어장치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저놈이 그 삼식이인가.’

뭔가 구수하게 느껴지는 호칭과 달 리 그의 존재는 영식에게 있어 큰 위험이었다.

그는 연합군의 핵심 전력이 되고 있는 슈트를 개발한 존재이자, 다른 한 명의 창조주였다.

어떤 기술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지 는 지금 영식으로서도 가늠할 수 없 었다.

‘왜 반응이 없지?’

긴장에 찬 공기 속에서 레노스를 노려보고 있던 영식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무리 조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 도 직접 제어장치실까지 쳐들어온 이상 무슨 반응을 보여야 했는데, 레노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 고 있었다.

_ 툭.

“응?”

“이, 이건 또 무슨….”

의자에 앉아 있던 레노스의 몸이 바 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어 떨어졌다.

창조주와 싸울 준비에 긴장을 하고 있던 영식을 일행은 당황스러운 표 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 가 굴러 떨어지다니, 당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다.

“전 부대 경계 대형으로!”

영식은 레노스가 쓰러지는 것을 보 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어장치 실에 들어왔던 부대원들 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레노스에 게서 떨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영식은 레노스에게서 무슨 일이 일 어나는지 가만히 살피며 주변을 경 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 닥에 쓰러진 레노스에게서 무슨 변 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뭐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 는 그에게 이브가 다가왔다.

“마스터, 제가 살펴보고 오겠다고 알림.”

“알았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 었다. 이브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쓰 러진 레노스를 향해 접근했다.

“어때?”

“생명 활동이 완전히 정지했다고

알림. 해당 기체에는 코어도 사라진 상태임.”

“코어가 사라져 있다고?”

“그렇다고 알림.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추정 기체 레노스의 시체라고 예상됨.”

“…레노스의 시체.”

시체가 있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하나였다.

레노스가 죽었다는 것.

‘누구한테?’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연합군은 이제 막 레노스와 접촉한 상황이었고, 연합군 이외에 괴물들 의 창조주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현 에르노어 대륙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가정을 되짚어 보면 나오는 도 출되는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단테리온이… 레노스를 죽인 건 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지금 창조주들의 전력은 마냥 편하 게 연합군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은 결단코 아니었다.

영식과 신성의 영향으로 어마어마 한 전력을 쌓은 연합군은 창조주들 의 세력에도 충분히 강력한 한 방 먹일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적을 상대로 오히려 아군을 죽인다고?

제정신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영식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 왔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단테리온은 애초에 제정신이 아니 었지.’

그는 미쳤다.

논리에 따라, 이성과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무 의미한 짓이었다.

“어떻게 하죠, 영식 씨?”

“일단은… 이 로봇을 멈춰보자.”

무슨 이유로 단테리온이 레노스를 죽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일 이 있었다.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걱정하고 있던 창조주 중 하나가 죽었다는 소식은 영식에게 있어서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식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 며 제어 장치를 향해 다가갔다.

지금은 레노스가 죽었다는 사실보 다, 자신의 아군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단테리온의 광기가 더욱 걱 정됐다.

‘우선 로봇부터 정지시키자.’

“주인님, 이 장치들을 어떻게 조작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아니, 당연히 모르지.”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목적을 잊은 건 아니겠지? 우리는 이 로봇을 조종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파지지 직.

왼쪽 손등에서 튀어나온 블레이드의 칼날에 강렬한 플라즈마가 맺혔다.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지시키려고 하는 거지.”

?촤악!

-쿠웅! 콰지지지직!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정지 가 목적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 다.

제어장치를 통째로 박살 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로봇을 정지시킬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치이이이익!

절단된 틈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증기들이 방 안에 가득 찼다.

“흔들림이 멈췄어요.”

“로봇을 정지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휴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네?”

부대원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로봇 을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을지는 몰 라도 아직 단테리온이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요.”

그런 말을 하는 영식 자신도 한결 긴장이 풀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하고 있던 레노스와 거대 로봇 이 동시에 처리됐으니 어느 정도는 긴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단테리온만 상대하면.’

기나긴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어? 주인님?”

“왜 그래?”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으신가요?”

“뭐라고?”

영식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 다. 치이이익. 탄산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소리가 그의 몸에서 나오고 있 었다.

단순히 소리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입고 있는 슈트가 조금씩 녹아내리 는 것이 보였다.

‘아니, 나만이 아니야.’

“어?”

“꺄아아악!”

증기에 닿은 슈트의 표면이 급속도 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피해! 증기에 닿지 마!”

영식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산성을 가지고 있는 증기.’

제어장치를 파괴하고 방 안을 가득 채운 증기는 강력한 산성을 띄고 있 었다.

제어장치에서 나온 영식은 통로로 도망쳤다.

-철퍽.

“크윽!”

“뭐, 뭐야. 이 점액질은?”

통로는 어느새 끈적거리는 점액질 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산성을 띈 증기와 점액질.’

영식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며 주변 을 살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 는 존재에 대해서 그는 한 명 이외 에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엘 리아.’

단테리온의 실험으로 처참한 형태 를 가진 괴물로 전락한 창조주.

그녀가 이 근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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