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274화 (274/284)

레벨업 머신 274화

결전 (2)

“이런 미친….”

이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전함 을 본 소환자들의 입에서 자연스럽 게 거친 욕설이 나왔다.

‘전함.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영식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거대

전함을 올려다보았다.

창조주들은 이 세계에 처음부터 있 었던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 전에 북방에 나타난 외계 (外界)의 존재였다.

우주 공간을 맨몸으로 왔을 리는 없으니 당연히 무언가를 타고 왔음 이 분명했다.

‘그것이 저 전함인가.’

잊혀진 자들의 무덤에서 들었던 정 보에 의해서는 북방에 거대한 운석 이 떨어졌고, 그 운석에서부터 괴물 들의 창조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눈치채야 했어.’

진짜 운석을 타고 이곳에 도착했을 리는 없으니 전함이나 우주선, 하다 못해 캡슐이라도 생각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전함에 대해 조금 더 방 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당황하지 마라! 전원 사격 준 비!”

하지만 언제까지고 후회를 곱씹을 수는 없는 노릇.

영식은 혼란에 빠진 소환자들에게 역장까지 사용하며 소리쳤다.

넓게 퍼져나간 역장의 기운을 통해

미량의 에너지가 소환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실제 사용할 수는 없는, 단순히 ‘강해지는 듯한’ 착각만 불러일으키 는 쓸모없는 효과.

하지만 그런 효과만으로도 지금 소환 자들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충분했다.

“사격 개시!”

“쏴!”

정신을 차린 탱크 부대에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시즈 모드로 변환한 탱크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불을 뿜었다.

-쿠웅 쿵!

이쪽을 향해 천천히 날아오는 전함 의 표면에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을 본 영식의 표정이 거칠 게 구겨졌다.

‘너무 커.’

탱크 부대가 가진 화력은 드래곤이 라도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강 력했지만 상대는 그 드래곤을 작은 도마뱀으로 느껴지게 할 정도로 거 대했다.

분명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생채기로밖에 보이 지 않았다.

-우우우우우웅!

거대 전함에서 불길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전함의 표면에서 강렬한 열에너지 가 모여들었다. 선체의 외부에 수천 개의 달하는 포신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전군, 산개! 탱커 계열 소환자들 은 원거리 소환자들을 우선하여 지 켜라!”

영식의 다급한 외침에 소환자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전함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허업!”

“히이이이이익!”

-쿠구구구구궁!

끔찍한 폭음.

시야를 가리는 뿌연 연기.

사방에 진동하는 메케한 화약 냄새 와 피 냄새.

하늘에서 떨어진 전함의 포격에 연 합군의 진영은 한순간에 흐트러지고 말았다.

‘좋지 않아.’

영식은 상상 이상의 화력을 가지고 있는 전함을 올려다보며 표정을 굳 혔다.

포격의 위력은 가히 전율스러울 정도.

영식이 1분간 준비한 후 사용할 수 있는 이클립스 캐논을 뛰어넘는 위력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전함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 아야 한다.

“공격 개시! 모든 마력을 쥐어짜내 더라도 저 전함을 떨어뜨려!”

영식의 외침에 포격 속에서 정신을 차린 소환자들이 전함을 향해 공격 을 퍼붓기 시작했다.

“수룡의 분노!”

그 공격의 시작을 알린 것은 레비 아탄 길드의 길드 마스터 박시아.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간 십여 미터 의 수룡이 전함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에 이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소환자들이 마력을 쥐어짜내어 공격 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지금 저 전함을 떨 어뜨리지 못하면 자신이 죽게 될 것 이라는 필사의 각오가 서려 있었다.

‘나도 가세해 볼까.’

원거리 화력전이라면 영식도 꿀리 지 않았다.

영식은 안드로이드 군단을 상대했 을 때처럼 이클립스 캐논을 사용해 전함을 떨어뜨릴 생각을 했다.

‘아니면 차라리 지금 저걸 쓸까?’

영식은 네모난 큐브 박스에 들어 있는 그의 비장의 수를 떠올렸다.

‘일단 조금만 더.’

저것은 단테리온과 일대 일로 싸웠 을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둔 물건이 었다.

지금 여기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손해였다.

“이클립스….”

-콰아앙!

“크윽!”

영식이 이클립스 캐논을 준비하려 고 한 찰나.

포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길수의 몸 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입에 서 검붉은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쿨럭!”

“형님! 괜찮으십니까?”

“크으…. 나, 나는 괜찮네, 영식이. 그보다 다른 사람들을….”

“한성 씨! 이쪽으로 빨리 와주세 요!”

“예! 잠시만요!”

포격에 휩쓸린 소환자들을 치료하 고 있던 한성이 다급한 표정으로 뛰 어 왔다.

영식은 피를 흘리고 있는 길수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굳혔다.

‘나까지 공격에 가세하는 건 위험해.’

길수라는 단단한 방패가 사라진 이 상 자신이 그 자리를 메워야 했다.

영식은 살바토르 길드원들의 앞에 서서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루시아, 이브! 이쪽으로 날아오는 포격을 지우는데 집중해!”

“예! 주인님!”

“알겠다고 알림!”

영식의 명령에 두 사람이 그의 옆 에 섰다.

방패를 든 것도 아닌, 공격에 특화 된 검을 든 세 사람이었지만 지키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미 그들의 경지에 올라선 이들에 게 있어서 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 었으니까.

“피오레 디 리베리에!”

“근접 특화 전투 모드 ‘기어 퍼스 트’ 개방.”

수십 개의 검영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브의 몸이 음속을 넘어서 주변에 떨어지는 포탄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여긴 두 사람으로 충분해.’

영식은 포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 어나 있는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바 라보며 침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 폈다.

아무리 길드원들이 소중하다고 하 지만 전쟁에서 자기 몸만 챙기는 것 은 굉장히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최악의 경우, 그러한 행동이 명령불 복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했다.

“읏…!”

전함의 포탄이 박시아와 강하린을 동시에 노리고 쏘아졌다.

8개의 검을 날려 포탄을 쳐내고 있었던 천태황의 표정에 망설임이 서렸다.

두 사람 중 누굴 먼저 지켜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천태황을 지나치며 영식은 박 시아의 몸을 안고 발을 박찼다.

-콰아아아앙!

그가 지나친 자리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영식은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천태 황에게 소리쳤다.

“지금 가만히 뭐 하시는 겁니까?”

“아, 그게….”

“당연히 원거리 소환자부터 지켜야 죠. 강하린씨는 충분히 포격에서 견 딜 수 있는 근접 클래스입니다.”

“괜히 감정에 따라 움직이지 마세 요. 움직일 거라면 빠르게 움직이세 요. 망설이기만 해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천태황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영식은 품에 안고 있던 박시아를 다시 내려놓으며 다른 쪽으로 발을 박찼다.

천태황은 쓰러진 박시아를 일으켜 세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죄송합니다.”

“아냐. 네 심정 충분히 이해해.”

“그래도 영식 씨의 말대로 망설이 면 안 됐어요.”

“ 태황아….”

천태황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검, 델 라인을 움켜쥐고는 자리에서 일 어 섰다.

“두 분 다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 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전신에서 황금빛을 뿜어내는 그의 위용은 말 그대로 영 웅 그 자체였다.

영식은 살짝 고개를 돌려 박시아의 앞에 선 천태황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끼 더럽게 잘생겼네.’

외모가 그림을 만든다고 했던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도 천태황 같은 미남이 말하니 뭔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만약 내가 창조주들을 배신하지 않았다면 저놈과 싸우게 됐을까.’

사실 영식의 정체를 생각한다면 그 가 최종보스. 그리고 천태황이 그 보스를 물리치는 주인공의 포지션에 서는 것이 합당했다.

‘뭐, 그거랑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최종보스와 그를 사랑 하는(?) 부하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그 상황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고.’

-쿠우웅! 쿵!

“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의료반 어디 갔어?!”

사방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함에서 쏟아지는 포격은 말 그대

로 빗줄기처럼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그대로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틴다면.’

소환자들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 는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연합군의 전력은 끌어 올릴 수 있는 모든 포텐셜을 최대로 끌어 올린 상태였다.

거대 전함을 상대로도 충분히 유의 미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거신처럼 느껴졌 던 전함에도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 르는 것이 보였다.

탱크 부대와 원거리 소환자들의 집

중적인 공격에 전함이 그 화력을 견 디지 못하고 서서히 부숴지고 있는 것이다.

-쿠웅!

“조금만 더!”

“이대로 부숴버려!”

전함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소환자들을 악을 내지르며 더욱 강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5만에 달하는 병력이 쏟아내는 화력.

그것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함 을 추락시키기 충분한 화력이었다.

“테미스의 심판!”

“익스플로젼!”

애초에 원거리 화력이 강했던 살바 토르 길드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티리아와 채린, 유진과 아라는 마 력을 모조리 쥐어짜내듯이 전함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쿠우우웅!

“전함이 추락한다!”

“됐어!”

머지않아 거대한 전함이 조금씩 땅 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포격을 쳐 내고 있던 영식은 눈을 반짝이며 길 드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전함이 추락하면 바로 돌격을 개 시한다!”

영식은 손에 든 통신기를 내려놓고 다른 통신기 하나를 집어들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 집결 준비.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는 한 곳에 모 여 선두로 돌격한다.”

연합군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의 준비도 끝 났다.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추락시켰어.’

영식은 땅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전함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처음 저 전함이 등장했을 때만 하 더라도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다고 까지 생각되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전함을 추락시킬 수 있게 됐다.

-그그그그킁!

그때, 추락하고 있던 전함의 바닥 이 갈라지며 두 개의 지지대가 땅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응‘?”

영식은 그 기괴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 뭐지?’

강렬한 불길함이 그의 머리를 자극 했다.

-쿠웅 쿵!

거대 전함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그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함의 옆이 벌어지며 두 개의 팔 이 튀어나왔다. 바닥에 박힌 두 개 의 지지대가 다리처럼 굳건히 전함 의 거체를 지지했다.

“야, 이런 씨….”

영식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오, 오빠 저거….”

익스플로전을 쓴 대가로 휴식을 취

하고 있던 채린 또한 믿을 수 없다 는 표정으로 형태를 바꾸고 있는 전 함을 바라보았다.

“저, 저거 변신 로봇이야?”

거대한 전함의 형태는, 수 킬로미 터에 달하는 거대 로봇으로 변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