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기화
북방으로 (2)
?콰아아앙!
“계속해서 쏴! 접근하기 전에 최대 한 공격해!”
영식은 탱크 부대를 향해 명령하며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안드로이드 부대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몸에 기계의 날개가 돋아난 안드로이드들은 부스트를 날개에서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 었다.
수천 대의 안드로이드일 포격에 휘 말려 추락하고 있었지만 워낙 숫자 가 많은 탓에 별로 티도 나지 않고 있었다.
‘수만... 아니, 십만 이상이야.’
영식은 구름처럼 몰려오는 엄청난 숫자의 안드로이드들을 바라보며 표 정을 굳혔다.
십만이 라니.
끔찍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저게 지난 수십 년간 쌓은 창조주 들의 전력.’
어차피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영식은 에너지 블라스트를 양손에 충전했다. 강렬한 열에너지가 그의 양손에 집중됐다.
“전원 사격 개시!”
“와아아!”
“쏴! 오기 전에 모두 죽여 버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병사들은 십만이 넘는 안드로이드를 보고도 기 세를 줄이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미리 사기를 진작하길 잘했네.’
저 압도적인 숫자에 지레 겁을 먹 기라도 했다면 상황이 더욱 골치 아 파졌을 것이다.
“영식 씨! 저도 도울게요!”
“으... 너무 멀어서 나한테는 힘들 것 같은데.”
“근접 클래스들은 지금 당장 공격 하지 않고 방어에 전념해 주세요. 루시아, 이브. 너희 둘은 각각 티리 아와 아라를 지켜.”
“저도 어느 정도는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어요, 주인님.”
루시아는 수십 개의 검영을 자신의 주변에 뽑아들며 말했다.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설프게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보 다 지금은 방어에 집중해. 이건….”
비행형 안드로이드들의 입이 기형 적으로 벌어지며 그 안에서 원통형 포신이 나타났다.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차징 이 끝난 에너지 블라스트를 쏘아보 냈다.
“장기전이 될 거야.”
-쿠구구구구궁!
사람 크기로 압축된 에너지 블라스 트가 안드로이드들을 처참하게 녹여 내며 쏘아졌다.
영식은 에너지 블라스트가 안드로 이드 무리 안쪽으로 들어갔을 타이 밍에 맞춰 주먹을 움켜쥐었다.
‘터져라.’
-콰아아아앙!
에너지 제어를 응용하여 그가 새롭 게 만들어 낸 기술.
사람 크기로 압축되어 있던 에너지 들이 풀려나며 주변을 흉포하게 집 어삼키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잉!
“공격이 옵니다!”
“알겠네!”
길수는 영식이 드래곤 웨폰으로 업 그레이드 해준 광휘의 방패를 들고 길드원들의 앞으로 나섰다.
-쿠우우웅!
방패의 밑에서 커다란 쐐기가 튀어 나오며 땅에 박혔다.
광휘의 방패 위로 푸른 방벽이 떠 올랐다.
“나만 믿게! 내가 바로 그대들의 방패라네!”
“…어디서 또 저런 대사를 들어서.”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안드로 이드들의 포격을 바라보았다.
십만 기에 달하는 안드로이드들이 동시에 포격을 가하니 마치 빗줄기 라도 내리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포 격이 이어졌다.
‘그래도 안드로이드의 내구도는 높 지 않아.’
속도에 기능을 치중했는지 안드로 이드들의 내구도 자체는 그렇게 크 지 않았다.
시즈 탱크와 원거리 소환자들의 포 격에 산산히 박살 나 바닥으로 추락 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강력한 한 방으로 병력 을 좀 줄여야 해.’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 이 이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말이 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당장 떠오르는 무기가 하나 있었다.
현재 영식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 중에 파괴력만 놓고 본다면 가장 강 력한 무기.
“길수 형님, 1분만 절 집중적으로 지켜주세요.”
“하하! 영식이 자네라면 1분이 아 니라 1시간이라도 지켜줄 수 있네!”
길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영식 의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전투가 시작 되고 이쪽으로 온 포 르테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 었다.
“전에는 나를 지켜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 그건 말일세, 포르테양.”
“신경 쓰지 말 거라. 잠깐 농을 해 본 것이다.”
포르테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검
막을 만들어 포격을 튕겨냈다.
“포르테 언니, 잠깐 검막 좀 치워 봐!”
“알겠다.”
포르테에게 보호 받고 있던 채린이 소리쳤다.
포르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막을 풀었다.
“좋아!”
채린은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방 아쇠를 당겼다.
“전력으로 가겠어!”
-투웅
주먹만 한 산소탄 수십 발이 마치 산탄총처럼 퍼져서 쏘아졌다.
응축된 산소탄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그녀의 마법이 정확하게 발현됐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산소를 집어삼키며 무서운 속도로 몸을 키운 익스플로전이 안드로이드 들을 휩쓸었다.
슈트에 있는 수소탄만큼은 아니지 만 응축된 산소탄만으로도 눈이 부 실 정도로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아, 흐}아, 후우. 너, 너무 힘썼
다. 조금만 쉴게, 포르테 언니.”
“…아니 고작 한 번 공격하고 쉰단 말인가?”
포르테는 다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으로 헥헥거리는 채린을 바라보았다.
마법을 한 번 사용했다고 저렇게 탈진 상태에 빠지는 마법사는 이제 까지 본 적이 없었다.
‘뭐... 이 정도 위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나.’
방금 전 연쇄 폭발로 인해 바닥에 추락한 적들의 숫자는 얼추 짐작해 도 천 이상.
공격 한 번으로 저만한 숫자의 안
드로이드들을 쓰러뜨렸다면 탈진 상 태에 빠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 이 들었다.
-쿠웅!
“꺅!”
“조심하거라.”
포르테는 가쁜 숨을 내쉬는 채린을 향해 쏟아지는 포격을 칼로 쳐내며 말했다.
그때 였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응…?”
포르테는 어마어마한 포격 속에서
도 선명하게 들리는 금속음에 표정 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저건 대체 무슨….”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전신에서 수백 개의 포신을 뽑아 낸 영식의 모습.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기괴한 모습에 그녀는 딱딱하게 표 정을 굳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궁!
전율이 돋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 너지가 영식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마치 중앙 대륙 탈환 전쟁에서 카 르가스가 브레스를 모으는 것을 본 것 같은 감각.
“락 온.”
영식의 눈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왔다.
그는 연합군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는 안드로이드들을 바라보며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고슴도치처럼 전신에서 솟아난 포 신이 그들을 향했다.
“발사-
-철컥.
-이클립스 캐논, 발사합니다.
마치 지상에 태양이 강림한 것 같 은 어마어마한 빛이 영식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십만의 안드로이드가 쏟아내는 포격 이 무색해질 정도로 막대한 양의 포 격이 영식의 몸 하나에서 쏟아졌다.
어….
“뭐, 뭐야 대체?”
천지가 뒤바뀌어 쏟아지던 빗줄기 가 하늘로 역행하고 있는 듯한 모습.
안드로이드의 포격에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던 소환자들은 어처구니없 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몸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괴물….”
“저, 정말 소환자 맞아?”
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그 러한 의문들이 떠올랐다.
사실 연합군에는 지금 상태의 영식 보다 강한 사람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이클립스 캐논의 강렬한 시 각적 효과는 그런 사실들이 무색해 질 정도로 영식의 모습을 절대적으 로 보이게 만들었다.
“뭣들 하고 있나! 적들의 기세가 약해졌다! 공격하라!”
공격을 하다 말고 멍청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는 병사들에게 알렉의 일갈이 떨어졌다.
그의 호통을 들은 병사들은 움찔한 표정으로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후우….”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주변에는 산처럼 쌓인 안드로 이드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일단 첫 공격은 어떻게 막았네.’
숫자는 많았지만 내구도가 워낙 형 편 없다보니 안드로이드들의 공격을 막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피해 상황은 어떻죠?”
“지금 확인 중이네. 하지만 그렇게 피해가 크지는 않아. 전력 손실은 10프로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네.”
“좋군요.”
수적으로는 두 배가 차이나는 적을 전멸시키고서 얻은 피해는 고작해서 10프로.
연합군의 전력이 지난 수개 월 동
안 얼마나 압도적으로 강해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직 끝이 아니겠지만.’
지금 습격한 안드로이드 부대는 고 작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예감이 들 었다.
연합군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보 내진 허수아비들.
“허수아비치고는 숫자가 좀 많았지 만 말이야….”
영식은 산처럼 쌓여 있는 안드로이 드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영식 씨,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
신가요?”
“괜찮아. 티리아는?”
“조금 지치기는 했지만 다친 곳은 없었어요.”
“다행이네. 다른 사람들은 어때?”
“길수 씨는 마력 탈진으로 쓰러지 셨고 철태 씨랑 태영이, 황현 할아 버지가 좀 부상을 당하셨어요.”
“큰 부상이야?”
“아뇨. 큰 부상은 아니에요. 지금 한 성 씨가 다른 분들을 치료 중이에요.”
“부상이 크지 않다면 길드원들에게 는 포션을 마시라고 하고 한성 씨는 다른 부상자들을 돌봐달라고 해.”
포션으로 치료 가능한 상처라면 소 중한 힐러의 발을 붙잡아 두는 것은 효율이 나빴다.
“예, 알겠어요.”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철태를 치료하고 있는 한성에게 다가갔다.
“루시아.”
“네?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여기 있는 안드로이드, 전에 단테 리온과 있을 때 본 적 있어?”
“네. 본 적 있어요. 설마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만요.”
“이것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
“… 네.”
루시아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습격한 적들은 그 기계의 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놈들이었 어요. 하지만 이놈들만 있던 게 아 니에요. 제가 본 종류만 다섯 종류 가 넘었어요.”
“흠. 알았어.”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적으로 루시아에게 들으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연합군에게 있어서 나쁜 경험은 아니야.’
버리는 패에 가까운 전력이었다고 는 하지만 압도적인 대승을 거둔 연 합군에게는 큰 자신감이 붙었을 것 이 분명했다.
영식은 알렉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일단 3일 동안 정비를 하고 움직 이죠.”
“알겠네.”
“그럼 병력 관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자네는 따로 할 일이 있는가?”
“예.”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드로이 드의 시체가 쌓여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혹시 무슨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일 단 시도는 해봐야 하는 법.
영식은 구조파악을 통해 안드로이 드들을 살피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끼릭. 끼릭.
그때, 안드로이드의 잔해에서 한
기체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일어서 는 것이 보였다.
“아직 완전히 처리가 안 됐나.”
-철컥.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천천히 발걸 음을 옮겼다.
-치익. 치익.
[오, 오오오, 오랜….]
“응…?”
[오, 오랜만입니다. 대, 대장님.]
“?뭐야?”
반쯤 망가진 안드로이드에서 흘러
나오는 목소리에 영식의 표정이 딱 딱하게 굳었다.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듯 한 온화한 목소리.
영식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목소리였다.
“단테리온.”
영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반쯤 망 가진 안드로이드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