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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70화 (270/284)

레벨업 머신 270화

북방으로 (1)

-뿌우우우우!

“전군, 진격!”

웅장한 나팔 소리와 함께 진군이

시작됐다.

선두에서 소리친 영식의 목소리가 거

대 스피커를 통해 넓게 퍼져 나갔다.

“와아아아아!”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우렁 찬 함성 소리가 소환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연합군 병사들의 사기는 창조주라는 절대적인 적을 상대하러 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처음 중앙 대륙으로 진출했을 때와 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사기.

그들의 눈빛에는 눈앞에 있는 모든 적을 쓸어버리겠다는 광기에 가까운 투지가 서려 있었다.

“?이건 좀 무서운데.”

유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더 니 살짝 창백해진 표정으로 병사들 을 바라보았다.

창세교의 집회를 봤을 때 느꼈던 광기가 병사들에게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다들 의욕 충만한 모습 보기 좋지 않아?”

“..악가 같은 놈.”

“어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유나 씨? 주인님이 악마일리 없잖아요.”

언제나 그렇듯 영식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루시아가 무슨 소리 를 하냐는 듯이 물었다.

그녀는 신뢰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영식의 몸을 끌어안았다.

“주인님처럼 상냥하시고 착하신 분 은 세상에 없는 걸요.”

“?콩깍지가 씌워도 단단히 씌워졌네.”

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병사들이 내뿜는 광기는 루시 아가 영식에게 가지고 있는 광신에 가까운 사랑에 비하면 애교라는 생 각이 들었다.

“그보다 다들 이제 트럭에 타. 슬 슬 출발해야 하니까.”

이번 연합군의 이동에 사용되는 것 은 수십 명 이상이 한 번에 탈 수 있는 대형 트럭이었다.

뒷좌석이 뚫려 있었기 때문에 언제 든지 박차고 뛰어내려 기습에도 대 처할 수 있도록 영식이 만든 군용 트럭이었다.

그중에서도 영식과 살바토르 길드 가 타는 트럭은 어지간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장 갑으로 만들어진 최상품이었다.

-부우우웅!

트럭이 출발하니 황무지에 메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뒷좌석에 앉은 아라는 고개를 돌려 탱크와 트럭이 뒤섞인 채 이동하고 있는 연합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제 더 이상 여기가 판타지 세계라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네.”

“그러려니 생각해. 이제는 익숙해 질 때 됐잖아?”

아라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유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연합군의 이동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보통은 말로 이동하는 걸 상상하게 되지 않나.”

문명이 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전 형적인 중세 배경인 에르노어 대륙 에서 대규모 트럭 군단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용케 연합군이 모두 탈 수 있을 정도의 차량을 만들었네.”

“루크델라 님이 큰 힘을 보태주셨지.”

“?누가 들으면 루크델라가 자발적 으로 도와준 줄 알겠다.”

유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연합군 중앙에 있는 큰 트럭 하나가 보였다.

그 트럭에는 사람 대신 거대한 큐 브처럼 생긴 상자가 올려져 있었다.

“영식아, 저건 뭐야?”

“아, 저거?”

영식은 거대한 큐브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름 내 비장의 수야.”

“?응?”

“뭐, 그건 나중에 전투를 할 때 볼 수 있을 거야.”

그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대로라면 단테리온과 자신은 일 대 일로 싸울 것이기 때문에 유나가 저 안에 들은 물건을 볼 가능성은 낮겠지만 지금 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계획은 숨겨야 해.’

단테리온과 혼자 싸울 것이라는 계 획을 듣는다면 살바토르 길드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식의 희생에 가까운 행동을 용납하려 하 지 않을 것이다.

‘특히 루시아는.’

자신의 팔을 보물처럼 끌어안은 채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루시아 를 내려다보며 영식은 씁쓸한 미소 를 지었다.

그녀라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 라도 영식이 있는 쪽으로 지원을 올 것이 분명했다.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빠져야겠지.’

북방에 있는 창조주의 병력들이 얼 마나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 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도 목숨을 건 전투가 펼쳐질 것은 필연이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이끌어나가기 위 해서는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 몰 래 빠져나와 단테리온과 대치해야 했다.

영식은 긴장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역장은 나와 단테리온만 다룰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자신과 단테리온의 싸움 은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직은 불안정한 역장을 사용하는 영식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 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신성의 힘이 있었다.

고작 5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힘 이었기 때문에 불리하단 사실은 변 함없었지만….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불리한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강제 해 방을 일으킬 생각까지 하지 않았는가.

‘할 수 있는 대로 단테리온의 힘을 고갈시키다가… 슈트를 입는다면.’

자신에게는 단테리온이 가지고 있 지 못한 신성의 힘이 있었다.

그 기회를 잘 사용한다면 이 싸움 에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영식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슈트의 제한 시간 이내에 그를 이 기지 못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 없 었다.

강제 해방.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 후 강제 해방을 노려보 는 방법.

만약 강제 해방이 일어나지 않는다 면 그냥 멍청한 자살 행위가 될 테 지만 지금 시점에서 다른 방법을 생 각하기는 힘들었다.

“후후. 저런 비장의 수는 쓸 필요 도 없을 거예요. 제가 주인님을 꼭 지킬 테니까요!”

“본 기체도 마스터의 안전을 지키 는데 최선을 기울이겠다고 알림.”

영식은 기운 찬 목소리로 말하는 두 여인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을 배신하는 것 같은 죄책감 이 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만약 그녀들이 어설프게 단테리온 과의 싸움에 끼어든다면 단테리온은 ‘죽일 수 있는 대상’을 찾을 수 있 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끝이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그의 손에 죽는 모습을 보고 이성을 유지할 자 신이 없었다.

단테리온이 그렇게 말하는 ‘설득’ 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 도.

그런 위험요소를 끌어들일 수는 없 었다.

“믿고 있을게.”

“헤헤헤. 이번 전투만 끝나면 주인 님과 겨, 결혼식을….”

루시아는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눈

을 반짝였다.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영식과의 결 혼식이 눈앞에 다가 온 기분이었다.

“물론 본처는 이 루시아가….”

“흠흠. 그건 흘려들을 수 없는 말 이네요, 루시아 씨.”

≪ o ”

=

“그건 마스터가 그때 가서 정할 문 제라고 알림. 루시아는 마스터에게 선택을 강요할 권리가 없음.”

“홍, 두고 보자고요. 마지막에 선택 받는 건 누구일지.”

네 여인들은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를 경계했다.

영식은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나도 빨리 그런 행복한 고민 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

‘실제 그런 날이 오면 마냥 행복하 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적어도 창조주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하는 지금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일단은… 가볼까.”

영식은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평선 을 바라보며 황성에 대한 생각을 접 었다.

“정지! 모두 캠프를 차려라!”

북방으로 출발한 지 10일.

연합군은 별다른 위험 없이 무난하 게 진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몬스터 무리나 기계 몬스터 들과 마주치긴 했지만 지금 연합군 이 가진 전력으로 순식간에 쓸어버 렸다.

만 단위의 소환자가 내뿜는 포격에 몬스터 무리는 불쌍해질 정도로 간 단하게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영식 씨, 여기부터가 진짜 ‘북방’ 입니다.”

“… 그렇군요.”

영식은 시야 너머로 보이는 깎아지 는 듯한 암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 덕였다.

북방 지역은 미로처럼 얽힌 협곡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랜드 캐넌처럼 생긴 곳이네.”

유나는 끝없이 펼쳐진 암벽을 바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엄청 웅장해요.”

“영식아 이런 곳이면 트럭을 끌고 가기 힘들지 않아?”

“암벽과 암벽 사이의 폭이 꽤 넓어 서 괜찮을 것 같아. 중간에 좁은 길 이 나오면 포기해야겠지만.”

“음. 그래도 엄청 울퉁불퉁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어.”

그가 특수하게 제작한 군용 트럭은 90도의 경사처럼 절대 못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경사는 다 오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일단 모두 다 야영 준비를 해주세

요. 협곡으로는 내일 진입합니다.”

“예, 영식 씨.”

그의 말에 길드원들이 일사불란하 게 움직였다.

‘그럼.’

영식은 길드원들이 야영 준비를 하 는 동안 다른 것을 준비했다.

그의 주변에서 열 개의 정찰용 드 론이 동시에 떠올랐다.

영식이 맡은 역할은 드론으로 주변 의 안전을 살피는 것.

‘딱히 주변에 보이는 건 없….’

-우우우웅.

드론으로 주변을 정찰하던 영식의 귓가에 묘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암벽 위.’

영식은 드론을 움직여 소리가 들리 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북쪽에서 검은 구름과도 같은 무언 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행형... 안드로이드.”

렌즈의 줌을 당겨 다가오고 있는 적의 존재를 확인한 영식은 재빠르 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중에서 적이 습격해 오고 있 다! 모두 야영 준비를 중지하고 전 투에 대비하라!”

?이이이이이잉!

“뭐, 뭐야?”

“습격이야‘?!”

격렬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야영을 준비하던 소환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다시 말한다! 적들은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들이다! 공중 공격이 가능한 소환자들은 공격을 준비하고 근접 클래스들은 원거리 클래스를 보호해!”

“예!”

우렁찬 대답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이 움직였다.

영식은 고개를 돌리며 명령을 이어 갔다.

“탱크 부대!”

“옛 썰

“전원 시즈 모드 준비!”

“엡솔루릿!”

-지이이잉. 철컥.

그와 동시에 탱크가 변화하며 거대 한 캐논이 나타났다.

유라는 어딘가에서 굉장히 많이 봐

온 그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을 지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탱크 부대를 바라 보던 그녀는 중대한 오류를 떠올렸다.

“자, 잠깐. 시즈 탱크는 공중 공격 이 안 되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시즈모 드를 마친 탱크부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든 건 돼.”

“포격, 개시!”

-콰아아아앙!

탱크의 포신에 불이 뿜어지며 공중 에서 날아오는 비행형 안드로이드들 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나는 그 무시무시한 표격에 질린 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식을 바라보 았다.

“이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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