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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61화 (261/284)

레벨업 머신 261화

안드라스의 던전(1)

“대, 대체 저 여자는 누군가요, 주 인님?! 네?! 누군데 감히 주인님의 가, 가슴에 손을…!”

영식이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내 뱉은 변명은 루시아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거친 콧바람을 내쉬며 충혈 된 눈으로 영식에게 다가왔다. 쿵.

쿵.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루시아, 잠깐 얘기를 들어봐.”

“주인님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에 감히, 감히 천박한 손을….”

‘제발 얘기를 들어줘.’

충혈된 눈을 격렬하게 떨고 있는 루시아는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제는 주인님을 납치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아니야.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후, 후후후. 좋네요. 꼼짝 못 하는 주인님을 제가 하루 종일…. 후후후 후후.”

‘살려줘.’

루시아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영식은 그녀가 그릇 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소개할게. 바람을 다스리는 용, 베 냐야.”

“처음 보는군. 베냐라고 한다.”

루시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에 게 손을 내밀고 있는 베냐를 바라보 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 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어디서 구르다온 도마뱀 새끼인지 는 몰라도 그 이상 주인님과 달라붙 으면….”

“읏…. 크윽.”

“ 응?”

“루시아, 살기를 거둬.”

“하, 하지만 방금 전에 드래곤이라 고 하시지 않았나요?”

“상처를 입어서 많이 약해진 상태 야.”

“아...”

영식의 설명에 루시아는 그와 베냐 사이를 번갈아 보더니 입술을 깨물 며 살기를 거뒀다.

하지만 살기를 거뒀다고 해서 그녀 의 오해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주인님, 더 이상은 안 되는 거 아 시죠?”

“응? 뭐가?”

“더 이상 늘어나면… 저 참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대체 뭘.’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루시 아를 바라보며 영식은 가볍게 그녀 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데 왜 주인님의 가슴을 떡 주 무르듯이 마음껏 주무르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안 주물렀어.’

애초에 기운을 확인하기 위해 손만 대고 있었던 거지 주무른 적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주인님의 가

슴을 주무르도록 할게요!”

“진정하고 얘기를 들어, 루시아.”

“읏….”

루시아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칫, 하는 짧은 혓소 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방금 칫이라고….”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마시 고 어서 설명해 주세요, 주인님. 저 여자가 대체 왜 주인님에게 달라붙 어 있었던 건가요?”

영식은 뭔가 당한 것 같다는 느낌

을 애써 지우며 베냐와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처음에는 의심을 지우지 않은 채 베냐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얘기를 듣고 있던 루시아도 서서히 영식의 얘기가 이어질수록 그 표정을 딱딱 하게 굳혔다.

“이 황성 외벽을 보호하고 있는 보 호막의 정체가 신성이라는 건가요?”

“맞아.”

“그, 그리고 지난 번 사건에서 깨 어난 이후 주인님의 몸 속에 그 신 성이 들어갔다고요?”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가 슴에 손을 올렸다.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어, 어디 몸이 아프시다 거나 이상한 기분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전혀. 오히려 컨디션이 좋을 정도야.”

“하지만 그 신성이라는 힘을 몸에 받아들이면 위험한 게….”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 그 래서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안드라 스가 있는 곳으로 가볼 생각이야.”

“그랬던 거군요.”

루시아는 짧은 침음을 삼키며 베냐 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에는 오해를 해서 죄송해요.”

“아니다. 그건 그렇고 너는 저자의 연인이냐?”

“저는 주인님의 몸종, 주인님이 원 하시는 거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 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인 님만의 노예랍니다.”

“…사랑이 과하군.”

“후후. 그러니까 제 주인님에게 눈 독을 들이거나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라. 그런 생각은 조금 도 없으니.”

베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영식에 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안드라스의 던전으로 갈 생 각인가?”

“그래.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 아서.”

“으음.”

“왜? 위험한 장소야?”

악마 대공이 잠들어 있는 장소였다.

위험하지 않은 편이 오히려 더 이 상했다.

‘병력을 크게 움직이고 싶지는 않

은데.’

지금 연합군은 북방 정벌을 위해 차근차근 전력을 쌓아가고 있는 상 태. 이런 타이밍에 안드라스의 던전 을 공략하는 데 전력을 손실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영식이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 는 되도록 퍼지지 않는 편이 좋았다.

‘비장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어.’

역장은 자신과 단테리온 모두 사용 할 수 있으니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만약 신성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단테리온이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가 능성이 있었다.

‘믿을 만한 사람들만 데리고 가야 해.’

괜히 우르르 병사를 끌고 갔다가 신성에 대한 정보가 퍼져 단테리온 의 귀에 들어간다면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글세…. 그곳이 위험하고 아니고 의 문제가 아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안드라스가 숨은 던전은 아주 강 력한 결계로 보호되고 있다. 사실 상… 던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 가능하지.”

“ 호오.”

“과거 세라핌이 안드라스를 영원히 잠재우기 위해 병력을 끌고 던전으 로 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그 던전을 뚫어내지는 못 했어. 나도 위치만 알고 있지 그 던 전을 뚫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 지 못한다.”

“그렇단 말이지.”

영식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다.

‘신성이 황성 외벽을 보호하고 있

는 것과 같은 현상인가.’

안드라스도 신성의 일부를 가져갔 으니 그 근본적인 성질은 비슷할 것 이 분명했다.

영식은 두 눈을 감은 채 잠시 생 각에 잠겼다.

만약 황성 외벽과 완전히 같은 상 황이라면 지금 그 던전의 입구를 뚫 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완전히 같지는 않을 거야.’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턱에 손을 올렸다.

안드라스가 가져간 것은 어디까지 나 신성의 일부.

그 거대한 힘을 전부 찬탈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에르노어 대륙 전체 에 영향을 주고 있는 황성 아래의 신성과 완전히 같은 강도의 결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해제할 수 있어.’

영식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역장.

자신에게는 자아를 가지고 있는 강 력한 에너지의 결정체를 순수한 에 너지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황성 외벽처럼 역장을 사용해도 제 어할 수 없는 종류의 힘이라면 그도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충분히 시도 해볼 가치는 있었다.

그는 루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루시아, 길드원들 전원을 불러줘. 안드라스가 있는 던전으로 움직일 거야.”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루시아는 공손한 태도로 깊게 허리 를 숙였다.

영식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

면 역시 같은 길드원인 살바토르 길 드 이외에는 없었다.

“방금 전에 얘기를 잘 못들은 건 가? 그곳은 강력한 결계에 보호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 괜찮아.”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 는 도박이니까.”

시도해 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면 됐다.

잃을 것이 없는 도박에 베팅을 하 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보의 은폐를 위해 대규모 병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바토르 길 드만 움직였기 때문에 신속하게 던 전 공략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베냐에게 전해들은 안드라스 던전 의 위치는 대륙 북동쪽에 펼쳐진 숲.

북방 경계선 너머에 있지만 중앙 지역으로 향하는 루트와는 다른 곳 에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이루 어지지 않고 있는 숲이었다.

영식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위해 공장(?)에 잡혀 있는 루크델라에게 명령하여 그의 등 뒤에 탄 채 공중 으로 이동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베냐! 나를 구 해달라고 불렀더니 왜 인간의 편에 서서…!]

“시끄럽다, 루크델라. 사정을 들어 보니 그냥 네가 또 머저리 짓을 한 것이 아닌가. 용언의 맹세를 함부로 사용한 대가는 네가 치러야지.”

[이이익!]

“아아, 루크델라 씨. 좀 시끄러우니

까 입 다물어 주세요. 그리고 안전 운전 부탁드리고요. 이번에 제대로 도와주면 풀어줄 테니까.”

[저, 정말이냐 인간?]

“물론이지. 나만 믿어.”

영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루크델라와 같은 황금의 노다지를 놓아줄 수는 없었다.

사실 지금 단순한 가치로만 따지면 영식에게 도움이 될지 말지 알 수 없는 안드라스의 던전보다 확실한 도움이 되고 있는 루크델라의 가치 가 더 높았다.

‘너는 우리 인류의 희망이야!’

루크델라가 들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분노했을 말을 머릿속으로 생 각하며 영식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급조한 물건치고는 나쁘지 않네.’

드래곤의 등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 영식이 급조한 드래곤 전용 안장.

겉으로 보면 네모난 박스를 드래곤 이 등 위에 올리고 날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박스 안은 꽤나 쾌적했다.

“천마대전에 그런 일이 있었군 요….”

날아가는 도중 영식에게 사정 설명 을 들은 티리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기록에는 안 적혀 있던 말이야?”

“네. 인간들에게 내려오는 기록과 는 상이한 내용이에요.”

“어떻게 다른데?”

“음…. 인간들에게는 악마 대공 안 드라스가 에르노어 대륙을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대천사 세라핌 이 내려와 대륙을 지키기 위해 악마 의 군대와 싸웠다고 적혀 있었거든 요.”

“뭐… 큰 틀은 비슷하네.”

다른 점이 있다면 대천사 세라핌은 대륙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 라 신성을 서로 가로 채기 위해 악 마와 싸웠다는 점뿐이었다.

‘그런 말은 남기고 싶지 않았겠지.’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미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굉장히 갑작스럽네. 이 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원정을 나가도 괜찮은 거야?”

아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짜고짜 원정을 준비하라고 말하 더니, 그 다음날 바로 출발하다니.

무슨 소풍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움직여도 되는지 걱정 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질질 시간을 끌만한 여유는 없거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던전의 결계를 뚫을 수 있느냐 없느 냐니까.”

“그 안드라스라는 놈도 엄청 강하 지 않을까?”

“아,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 찮다. 그는 지금 신성을 받아들인 대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 적대적 인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음….”

아라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베 냐를 바라보았다.

베냐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착했군. 저것이다.”

영식은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 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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