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256화 (256/284)

레벨업 머신 256화

북방 정벌 준비(3)

“자, 그럼 채린이의 헛소리는 그렇 다 치고…. 정말로 내 이름으로 문 양을 새길 생각이야?”

“네. 영식 씨 이름이 새겨져 있으 면... 뭔가 안심될 것 같아서요.”

티리아는 특유의 상냥한 미소를 지 으며 영식의 손을 붙잡았다.

손을 타고 전해지는 보드라운 살결 의 감촉이 영식을 기분 좋게 만들었 다.

본인이 이렇게 원하는데 해주지 않 을 이유가 없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문양 이식 과정에서 문양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영식은 티리아의 왼쪽 손등에 손을 올리고 기술을 사용했다.

-문양 이식 기술을 사용합니다.

-원하는 문양과 형태의 크기를 떠 올리되 그 크기는 3cm 이하로 줄어 들 수 없습니다.

푸른빛이 티리아의 손등 위로 흘러 들어갔다.

티리아는 움찔 몸을 떨며 손등을 바라보았지만 딱히 고통이 느껴지지 는 않았다.

“아...”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티리아의 손등에는 영식의 이름이 멋들어진 필기체로 새겨져 있었다.

“고마워요, 영식 씨.”

티리아는 마치 소중한 보물을 끌어 안듯 왼손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 다. 그녀의 입가에 행복에 찬 미소 가 떠올랐다.

“뭐, 뭔가 보는 이쪽이 더 부끄러 워지네.”

“크흠. 두 사람 금슬이 참 좋구만.”

길드원들은 풋풋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퉤.”

“?태영아?”

“아 미안, 티리아 누나. 형이랑 함 께 있는 모습이 너무 역… 부러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만.”

채린에 대한 짝사랑에 마음 앓이를

하고 있는 한태영은 죽창이라도 찌 를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 람을 노려보았다.

영식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티리 아에게서 살짝 떨어지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라가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나도 네 이름으로 문양을 새겨 줘.”

“끄응.”

“설마 나만 안 된다고는 하지 않겠 지?”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봐.”

영식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

며 아라의 손을 붙잡았다.

“내 슈트에는 어떤 기능이 있는 거 야?”

“아라 네 슈트에는 급속 냉각 장치 가 달려 있어. 등에 있는 통에서 냉 각제가 슈트 전체로 퍼지게 만들어 뒀으니까 냉기를 전신으로 흡수할 수 있을 거야.”

“굳이 아이리스에 의지하지 않아도 냉기를 구할 수 있겠네.”

“근데 이 냉각제라는 게 너무 심할 정도로 차가워서… 사용할 때 양을 주의해서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걱정하지 마. 냉기 면역 특성이

있으니까 어지간한 냉기에 다칠 일 은 없을 거야.”

“그래도 조심해.”

“응. 고마워, 영식아.”

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티리아와 같은 문양이 새겨진 자신의 왼쪽 손 등을 내려다보았다.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 다.

“영식이, 내 슈트도 만들어 주었는 가?”

“물론이죠, 길수 형님.”

영식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길수를 바라보았다.

길수는 아라와 같이 가장 오랫동안 그와 함께한 소환자임과 동시에 심 리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형님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친하다는 문제를 넘 어서 철벽의 군주라는 히든 클래스 를 가지고 있는 강력한 소환자였다.

정예들 중 정예 소환자만 모인 살 바토르 길드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 에 뽑히는 강자에게 슈트를 지급하 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오. 고맙네, 영식이.”

“형님 슈트랑 같이 장비도 조금 손 을 봤습니다.”

“광휘의 방패 말인가?”

“예. A급 아이템을 쓰기엔 이제 좀 격에 맞지 않으니까요.”

“끄응. 그래도 많이 정들었던 물건 이었는데.”

“아,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새로운 무기를 만든 게 아니라 광휘의 방패 를 드래곤 본 코팅과 개조를 통해 업그레이드한 겁니다.”

“오오...”

“광명 스킬하고 충격파가 전에 비

해서 훨씬 더 강해졌을 겁니다.”

“고맙네. 고마워.”

길수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활 짝 미소를 지었다.

“형님 슈트는 수백 미터 지반까지 지지대를 박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 니다. 나무의 뿌리처럼 지지대가 박 히게 되면 지각 변동이 일어날 충격 이 아니고서야 뒤로 튕겨져 나갈 일 은 없을 겁니다.”

“내게 꼭 필요한 기능이군.”

“일단 포르테 양의 슈트도 만들어 뒀으니 나중에 제 방에 같이 와주세 요.”

“알겠네.”

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식을 향 해 왼손을 내밀었다. 길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영식 군과의 형제애를 과시 하기 위해 자네의 이름을….”

“안 됩니다.”

“읏. 왜, 왜 그러는가? 친한 형동 생 사이에 그 정도는….”

“절대 안 됩니다.”

영식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 었다.

티리아와 아라의 몸에 자신의 이름

을 문양으로 새기는 것도 거부감이 있었는데 길수라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오해를 주변 에 퍼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 그렇다면 내가 직접 적은 편지 의 내용을 문양으로 하는 건 어떤가.”

“전신을 다 덮고도 자리가 모자랄 테니 그것도 안 됩니다.”

“너무하네 영식이….”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 어트리는 길수를 바라보며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너무해요, 영식 씨. 길수 씨가 그 렇게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데….”

“실망이야.”

“아니, 잠깐. 너희들까지 왜 그러는 거야.”

영식은 자신을 매도하기 시작하는 티리아와 아라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편지랑 이름 모두 안 됩니 다. 대신 포르테 씨의 이름을 새겨 드릴게요.”

“뭐… 어쩔 수 없지. 알겠네.”

길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왼 손등을 내밀었다.

미련 없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부터 반쯤 장난인 것 같았다.

영식은 길드원들에게 하나씩 슈트 를 전달해 주며 각 기체에 달려 있 는 특수한 기능들을 설명했다.

“사실 슈트를 사용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보는 것은 근접 클래스일 것 입니다.”

원거리 클래스들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특수 기능을 넣어 주기는 했지만 역시 직접 몸을 움직 이는 근접 클래스만큼의 전력 상승 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티리아의 경우에는 좀 예외겠지 만.’

슈트로 인해 그녀가 열 장째의 날 개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영식으 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그녀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 고는 근접 클래스가 더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크게 부각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이 뭔데? 지금 듣기로는 단점 이 아예 없는 것 같은데….”

“유나 너는 갑자기 어느 한 순간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힘이 강해지면 기존에 사용해 왔던 검술을 완전히 똑같이 사용할 자신 있어?”

“아….”

“레벨 한계를 뚫고 각성했을 때랑 은 조금 개념이 다릅니다. 슈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와 했을 때 이 두 개의 차이를 항상 머릿속에 새기 며 움직여야 합니다.”

이 부분에 한해서는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 법이 없었다.

“슈트의 사용 가능 시간은 하루 한 시간입니다. 전투에서는 아무 문제없 는 시간이지만 전쟁이라고 생각했을 때 함부로 사용하기 힘든 시간이죠.”

“?결정적일 때 이외에는 사용하면 안 되겠군.”

“예. 그렇다고 너무 아끼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은 지금부터 매일 하루 30분 이상 씩 슈트를 입고 몸을 움직여 주세 요.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몸이 적응 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 합니다.”

“알겠네.”

영식의 말에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 이브.”

“무슨 일이냐고 물음.”

“네게는 이 슈트를 줄게.”

그렇게 말하며 영식이 꺼낸 것은 칠흑색 슈트였다.

“여, 영식 씨 이건…?”

“영식이 네 슈트 아냐?”

“맞아. 이제까지 내가 쓰던 슈트 야.”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이브에게 건네준 것은 이제까지 그가 애용해오던 슈트, 락 테온 2식이었다.

“…이건 받을 수 없다고 알림.”

“받아. 너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거니까.”

영식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락테온 2식을 완 전히 다루지 못했다.

사용자 인증.

처음 슈트가 제조되었을 때 이루어 졌을 사용자 인증이 자신이 아닌 락 테온이었기 때문에 영식으로서는 완 전히 슈트를 다루는 것이 원천적으 로 불가능했다.

락테온 2식에 구조파악을 해서 내 부 기체를 확인해 본 결과 얻은 결 론이 었다.

한 번 정해진 사용자 인증은 바뀌 지 않았다.

영식은 과거 모든 힘을 되찾는다고 하더라도 락테온 2식의 모든 기능을 완전히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락테온의 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브라면 다르지.’

그녀라면 락테온 2식의 모든 기능 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오버히트가 그 정도로 강한 기능 이라는 걸 알았는데 버릴 수는 없 지.’

엘리아는 그와의 대전 중에 오버히 트를 사용해서 역장이 가진 절대적 인 힘에 조금이나마 저항했다.

역장이라는 기술이 가진 터무니없 는 힘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결코 무 시할 수 없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효율의 문제야. 내가 이 슈트를 사 용하는 것보다 이브 네가 이 슈트를 사용하는 게 더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영식의 말에 이브는 굳게 입을 다 물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이 슈트를 자신 에게 주려고 하는지는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알겠다고 알림. 하지만 그렇게 되 면 마스터의 슈트는….”

“난 다른 방안을 하나 생각해 뒀어.”

지금 당장 그의 왼 손등에 잠들어 있는 슈트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락테온 2식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슈트는 그가 직접 제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나름 생각해 둔 한 수도 있고.’

혼자서 단테리온과 싸우기 위해서 준비해둔 방법.

그 방법이라면 락테온 2식을 그녀

에게 건네줌으로써 생기는 전력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논의할 게 있습니다.”

“ 뭔가요?”

“영식 군이 논의라니…. 의외로구 만.”

다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수련장에 있는 루시아에 대 해서입니다.”

“루시아?”

“살짝 그녀가 수련하는 것을 엿들 었는데… 이게 상태가 좀 심각한 것 같아서요.”

“아...”

상태가 심각하다는 영식의 말에 길 드원들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다.

영식에 대한 루시아의 병적인 사랑 과 집착은 이미 길드원들도 알고 있 는 사실.

그런 루시아가 이브에게 영식을 되 찾겠다며 홀로 폐관 수련을 결정한 것만을 봐도 그녀가 지난 번 일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예상하 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루시아 양이 한 달 이상 영식 군 을 못 봤을 테니… 반동이 보통이 아니겠군.”

“오빠가 말라비틀어질 수도 있 어...”

다들 영식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듯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둘 생각입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일 있겠나? 루 시아 양이 수련하는 검술은 가문에 서 전설로 내려오는 검술이라고 하 니 앞으로 몇 개월은 더 걸릴 것 같네만.”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미리 대비해 둬서 나쁠 것 없죠.”

길수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루시아가 수련을 마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앞으로 반년 정도 후.

애초에 그녀가 가져간 물과 식량도 딱 반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었으 니 크게 어긋난 예상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느긋하게 생각할까.’

앞으로 반년이라면 아직 여유시간 이 많이 있었다.

길드원들이 슈트에 익숙해지고 자 신이 생각한 물건들을 만들며 차분 히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얘기는 조금 더 나중에….”

-콰아아아아앙!

영식의 말을 끊어내듯 무시무시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갑작스러운 폭음에 당황스러 운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고 폭음 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이이이이이인니이이이이이임 !”

고개를 돌리니 희뿌연 연기를 피워 올리며 황소처럼 돌진해 오는 루시 아를 볼 수 있었다.

입에서 침까지 흘리는 돌진하는 그 녀의 모습은 광기의 화신 그 자체.

그녀가 지금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 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고작 한 달 사이에 칼기아의 검술 을 마스터했다는 것.

‘살려줘.’

영식은 간절한 눈빛을 길드원에게 향했다.

그의 눈빛을 본 길드원들은 재빠르 게 몸을 돌려 영식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 잠깐….”

믿고 있었던 티리아와 아라, 심지 어 이브까지 도망치는 모습에 영식 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그를 지나친 이브가 살짝 몸을 돌 려 덤덤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척 위로 들어올렸다.

“I’ll be back이라고 알림.”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며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상황이 반대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