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55화
북방 정벌 준비(2)
“히히. 히히히히히히히…!”
문틈으로 들리는 광기서린 웃음소 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녀의 목소 리를 들은 영식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무슨 공포 영화도 아니고.’
문틈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웃음소 리는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할 정 도로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승부에서 진 게 상당히 충격이었 나 보네.’
다른 것도 아닌 영식을 걸고 한 승 부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충격이 상당한 것 같았다.
루시아는 보는 사람이 무서워질 정 도로 강해지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 을 보이고 있었다.
“끄응.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걱 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수련을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수련을 할 때 강한 동기가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었으니까.
절박하지 않은 인간은 성장하지 못 한다.
특히 그녀처럼 이미 일정 경지에 올라선 강자의 경우 이러한 강한 모 티베이션은 천부적인 재능조차 뛰어 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나중에 그녀가 정말로 자신 의 벽을 깨고 성장했을 때였다.
‘분명 수련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 를 한 번에 폭발시킬 거야.’
안 그래도 심각한 루시아의 집착이
한 층 더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중얼거리는 말의 내용으로 봐서는 말 그대로 그를 잡아먹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건 미리 대책을 세워둬야겠어.’
자칫하면 지금 아슬아슬하게 억제 되고 있던 루시아의 독점욕이 크게 폭발할지도 모르는 일.
폭주한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영 식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좀 여유가 있 는 것 같으니까 그 동안 방법을 생 각해 둬야지.’
현재 루시아가 수련하고 있는 칼기
아의 검술은 검에 대한 천재가 즐비 한 리베리에 가문에서도 역사상 칼 기아 이외에 단 한명도 마스터한 적 이 없는 검술이라고 들었다.
아무리 루시아가 광기에 가까운 집 착을 가지고 수련을 한다고 하더라 도 그렇게 단 시간에 마스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마 스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 겠지만….’
영식의 직감은 왠지 그녀가 칼기아 의 검술을 모두 마스터하고 새로운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터무니없는 예상은 아니었다.
지금 영웅의 요새에서 일어나고 있 는 소환자들의 비정상적인 성장.
그리고 흉내에 불과하다고 해도 어 느 정도 칼기아의 검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 능성이 있는 예측이었다.
“일단은 돌아갈까.”
루시아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 려고 왔었지만 문틈으로 홀러나오는 음산한 말에 더 이상 이곳에 있기가 힘들었다.
영식은 몸을 돌려 그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수련장에 있는 루시아에게서 도망 친 지 3일.
영식은 길드원 전원을 그의 방에 불러들였다.
루시아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서 길드원들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니 었다.
그가 길드원들을 모두 불러들인 것 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가, 영식이?”
“슈트가 완성됐습니다.”
“오오….”
“와아! 이제 우리도 오빠처럼 막 미사일 발사하면서 날아다닐 수 있 는 거야?”
“아니. 공중을 나는 기능은 넣었지 만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능은 넣지 않았어.”
“에엑! 왜? 나도 오빠처럼 막 등이 열리면서 미사일 쏘고 싶었는데! 하 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고 외쳐보고 싶었다고!”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치는 채린을 바라보며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 었다.
“어차피 넌 지금 미사일 이상의 파 괴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잖 아. 그렇다면 오히려 공격보다는 기 동과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게 효율 적이야.”
“으으…. 그렇지마안….”
“뭐, 채린이 네 슈트에는 다른 기 능을 두 개 더 넣긴 했어.”
“오! 무슨 기능이야?!”
“하나는 수소탄.”
영식은 채린이에게 줄 적갈색 슈트 의 오른쪽 손등 부분을 두드렸다. 슈트의 손등 부분이 열리며 총구 하 나가 나타났다.
“원래 수소탄은 그 위력이 너무 강 해서 사용자까지 폭발에 말려들 위 험이 너무 커. 그래서 수소탄 대신 산소탄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슈트 방어력으로 어느 정도 그 위험부담 을 줄이는 게 가능해져서 말이야.”
“와아…. 고마워, 오빠!”
“뭐. 그래도 일단은 폭발을 제어하 는데 익숙해져야 할 거야. 범위가 너무 크면 네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휘말릴 수 있으니까.”
“응응! 알았어!”
채린은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고개
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특성에 맞는 기능을 최대한 넣어봤으니 한번 확 인해 주세요.”
“알겠네.”
“영식 군에게는 매번 빚만 지는 것 같구만.”
영식의 말에 길드원들은 기대된다 는 눈빛을 보냈다.
영식이 슈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 주 봐왔던 그들은 슈트가 얼마나 강 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영식이 사용하는 슈트만큼의
성능은 없겠지만 그래도 슈트는 슈 트다.
60?70레벨 대에 불과하던 창세교 도들을 순식간에 강자의 반열로 만 들어줬던 경이로운 물건이라는 것에 는 변함이 없었다.
“그럼 한 명씩 사용자 인식 작업을 시작할게요.”
“사용자 인식 작업이요?”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준 슈트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 는 과정이야.”
“아….”
“잠깐 와 봐. 티리아.”
“네. 영식 씨.”
영식은 그녀의 머리에서 머리칼 한 가닥을 뽑아 티리아를 위해 준비한 새하얀 슈트에 집어넣었다.
-치익.
[유전자 정보 확인. 사용자 등록 완료.]
“이제 슈트를 입어봐.”
“와아….”
티리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하얀색 슈트를 손으로 만졌다.
“어떻게 입는 거예요, 영식 씨?”
“지금은 슈트의 가슴 쪽에 등을 기 대면 돼. 문양 이식 작업은 그 이후 에 해줄게.”
“음…. 알았어요.”
영식이 말하는 문양 이식 작업이라 는 것이 뭔지 알 수 없었던 티리아 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티리아는 영식의 말에 따라 슈트의 앞으로 다가가 그 가슴 쪽에 등을 기댔다.
-철컥. 철컥. 철컥.
“까앗?!”
등이 닿자 슈트의 앞부분이 열리며 그녀의 몸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티 리아는 마치 잡아먹히는 듯한 감각 에 화들짝 놀란 채 몸을 떨었다.
그런 놀라움도 잠시.
“아...”
그녀의 입에서 아까와는 다른 의미 의 놀라움이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전율. 전신을 타고 흐르는 강대한 힘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마치 처음 8장의 날개를 각성했을 때와도 비슷한 감각.
‘이게 영식 씨가 느끼던 기분.’
티리아는 놀랍다는 듯이 고개를 두 리 번거 렸다.
갑작스럽게 증폭된 힘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상태로 힘을 한번 사용해 봐.”
“네, 영식 씨.”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사의 힘을 사용했다.
-철컥.
등 부분이 열리며 여덟 장의 날개 가 나타났다.
새하얀 슈트에 여덟 장의 날개가
돋아나니 마치 신화에서 등장하는 발키리가 강림한 것 같은 위용이 뿜 어져 나왔다.
‘기운을 사용하기가 훨씬 편해.’
티리아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자신 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원래 천사의 힘을 사용했을 때는 신체에 막대한 부담이 가게 마련이 었다.
애초에 인간의 몸으로 천사의 힘, 그것도 대천사 세라핌의 힘을 다룬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대천사의 보 은과 세라핌의 은총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그 힘을 제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템의 힘을 빌려도 완전 히 힘을 제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인간이라는 신체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면….’
평소 기운을 사용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 았다.
슈트의 힘으로 강화된 그녀의 신체 는 마치 이 정도 기운을 견뎌 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몸 을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평소 힘을 사용했을 때 마치 파도 를 타는 듯한 감각이었다면 지금은 안전한 방파제 위에 서 있는 듯한 감각.
‘열두 장까지는 무리라도 열장까지 는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티리아는 조심스럽게 천사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열 장째의 날개 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막대한 힘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티, 티리아 언니?”
“무슨….”
주변 길드원들의 입에서 감탄성이 홀러나왔다. 그들도 지금 그녀가 뿜 어내는 힘이 평소와는 격을 달리한 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신체가 받쳐주니 자연스럽게 욕심 이 샘솟았다.
티리아는 열두 장째의 날개를 펼치 기 위해 힘을 끌어올렸다.
그때 였다.
-치익.
-경고. 경고. 해당 기체로 제어 불
가능한 내부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 다.
-더 이상의 에너지 운용은 기체의 오버히트를 불러올 위험성이 있습니 다.
“읏….”
티리아는 경고음이 들리자마자 재 빨리 힘을 회수했다.
저 오버히트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열 장째의 날개를 펼친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대, 대단해요. 열 장의 날개 째를 펼 쳐도 전혀 신체에 부담이 없었어요.”
“…열 장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었는데.”
영식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정소림이 레벨 제한을 뚫었을 때와 그가 루크델라와 바둑을 두던 도중 역장을 다루는 법을 깨달은 것과 같 은 상황.
‘전력이 갖춰지고 있어.’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연합군의 전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영식은 북방 정벌을 시작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는 그녀 에게 손을 뻗었다.
“이제 슈트를 벗어봐. 문양 이식을 해줄게.”
“네.”
“오빠! 나도 입어 볼래!”
“알았어.”
채린은 적갈색 슈트를 입어보고는 신기하다는 듯이 제자리에서 뛰었다.
_쿵!
“악!”
힘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의 몸이 황성 천장에 부딪혔다.
원래라면 그대로 천장을 뚫고 날아 갔겠지만 황성 천장을 보고하고 있 는 정체불명의 보호막 때문에 그녀 는 벽에서 튕겨져 나가 바닥에 철푸 덕 쓰러졌다.
“하아…. 채린아 얌전히 좀 있어.”
아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채린을 나무랐다.
“그 문양 이식이란 건 뭔가요?”
“창세교 교도들처럼 문양에 슈트를 집어넣고 필요할 때 바로 입을 수 있 게 만들어 주는 거야. 일분일초가 중 요한 상황에서 인벤토리에 있는 슈트 를 꺼내 입기 힘들 때도 있거든.”
“아, 그렇군요.”
“문양은… 적당히 살바토르 길드 마크로 할게.”
“음? 혹시 원하는 문양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건가요?”
“뭐... 문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의 말에 티리아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전 영식 씨의 이름으로 문양을 새기고 싶어요!”
“?내 이름?”
“네!”
여자의 몸에 자신의 이름을 문양으 로 박아 넣는다는 생각에 영식은 표 정을 굳혔다.
‘아니 아무래도 그건….’
뭔가 굉장히 위험한 플레이를 떠올 리게 만들지 않는가.
“티리아 언니!”
‘이게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응?”
“이름이라니! 그게 아니지!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름을 새겨 넣 는 걸로 만족하는 거야?!”
‘넌 대체 무슨 시대에 살고 있는
거니.’
“으, 응? 무슨 문제라도 있니?”
“당연히 있지! 여기서는 좀 더 강 력한 어필을 하기 위해서 바를 정자 정도는….”
이어지던 채린의 말이 끊겼다.
정확하게 말하면 계속해서 말은 하 고 있었지만 슈트 밖으로 말이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역시 설치해 두길 잘했네.”
영식은 아무런 말이 새어나오지 않 는 채린의 슈트를 바라보며 만족스 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성 차단.
채린의 슈트에 그가 설치한 또 다 른 하나의 기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