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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54화 (254/284)

레벨업 머신 254화

북방 정벌 준비(1)

이브와 루시아 간의 대결이 벌어진 이후 한 달.

영식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빼곡 히 쌓인 서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 다.

‘순조로워.’

서류들을 살핀 영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방 정벌을 대비한 전력 강화 작 업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슈트 제조.

안정적인 재료 공급처 확보.

요새의 안정화와 치안 유지.

애물단지로 남아 있었던 코어를 활 용하는 데 이르기까지.

처음 중앙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연합군을 조직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전력이 연합군에 게 주어졌다.

‘창조주와 싸울 수 있을 전력을 가 진 특수부대는 어느 정도 준비가 끝 났어.’

그중에서 영식이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의 강화 였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 슬레이어 부 대 전원에게 슈트를 지급해 주지는 못했지만 상위 100명의 부대원이 사용할 슈트는 어느 정도 제작이 끝 난 상태였다.

나머지 부대원들에게는 슈트까지는 아니라도 드래곤 웨폰을 지급할 생 각이니 특수 부대의 전력은 계속해 서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싸울 수 있는지는 직접 싸 워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단테리온은 과연 영식이 모든 힘을 되찾는다고 해도 상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강자였다.

레노스의 경우 정확한 전력이 파악 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영식이 그 힘을 확인한 거 라고는 엘리아 정도인데 그녀 또한 영식이 모든 보안 레벨을 해방하고서 야 상대가 가능했으니 소환자들이 상 대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도 레노스는 연구에 특화된

개체이니 실제 전투 능력은 크지 않 다고 생각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힘을 단정 짓기에는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하지만 일단 엘리아만을 생각했을 때는 지금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의 전력이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하 지는 않았다.

‘이미 카르가스를 상대하고 남을 정도로 강해졌어.’

슈트와 드래곤 웨폰의 지급.

그리고 영식도 지금 정확히 원인을 모르는 소환자들의 비상식적인 성장 속도.

이것들이 어우러져 드래곤 슬레이 어 부대는 정말 이전과는 격이 다를 정도로 강력해져 있는 상태였다.

‘단테리온이 가장 문제지만.’

레노스까지는 어떻게 지금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로도 싸워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테리온은 예외였다.

그가 가진 힘은 단순히 숫자가 많 다고 해서 상대가 불가능한 종류의 힘이었다.

‘단테리온….’

영식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주먹을 움켜쥔 채 온화한 인 상을 가진 청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방법은 하나 있어.’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단테리온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다.

‘강제 해방.’

그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절대적 인 힘의 해방.

영식이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는 없 는 힘이지만 그것이라면 단테리온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식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전에는 운이 좋아 강제 해방 이후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는 확신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원할 때 강제 해방이 발동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해보는 수밖에….”

궁지에 몰린 쥐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깨무는 것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발버둥 치는 것.

그것이 지금 인류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었다.

‘다행히 단테리온은 날 죽이고 싶 어 하진 않아.’

이 사실은 창세교의 사건 때도, 그 이후에 일어난 루시아의 사건을 통 해서도 확인한 일이었다.

‘이건 써먹을 수 있어.’

절대로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상대 와의 싸움.

그것은 전력상으로 봤을 때 압도적 으로 불리한 영식에게 있어서 한줄 기 희망 같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혼자 단테리온을 상대하는 편이 좋겠군.”

영식은 이미 머릿속에 모두 저장해 둔 서류들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생 각에 잠겼다.

단테리온을 자신의 주변 사람을 죽 여서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만의 복수인지, 아니면 그가 말하는 설득을 위해서인지 아 직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단테 리온과 싸운다면 필연적으로 주변 동료들이 위험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예 주변 사람 없이 나

혼자서 단테리온과 싸운다면.’

자신이 혼자 그와 싸웠을 때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하나는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상대 로 싸웠을 때 생기는 전투적인 이점.

또 다른 하나는 강제해방이 발동할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강제해방은 주변 상황까지 모두 체크해서 위험성을 판단하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했을 때 강 제해방은 주변 동료들의 도움까지 완전히 차단되었을 때, 무슨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적을 이길 수 없을 때 발동한다.

말 그래도 최후의 보루라는 의미였다.

의도적으로 강제해방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영식 자신이 가장 절박한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보험을 들어둬 야겠지.’

의도적으로 강제해방을 일으킬 수 없는 이상 무조건적으로 강제해방 하나만을 생각한 작전을 세우는 것 은 너무 안일한 짓이었다.

플랜A만 가지고 목숨을 건 전투를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는 그걸 준비하면 되겠지.’

단테리온을 혼자서 상대하면서도, 부족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에 대해서는 영식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고 지난 슈 트 제작 때 이미 기초 준비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후우…. 그래도 하나씩 해결이 되 고 있네.”

영식은 한숨 돌리기 위해서 잠시 기지개를 폈다.

그가 기지개를 펴자 침대 위에 앉 아 가만히 영식을 바라보고 있던 이 브가 몸을 일으켰다.

“마스터, 업무가 모두 끝났냐고 물음.”

“그래. 아직 할 일은 좀 남았지 만… 조금 쉬다가 할라고.”

“그럼 본 기체를 지정석에 앉을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

“음….”

그녀가 말하는 지정석이라는 건 영 식의 무릎 위였다.

영식은 잠시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침음을 흘리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밀 착 경호를 시작하겠음.”

영식의 허락을 받은 이브는 눈을 반짝이며 그의 무릎 위에 올라탔다.

영식은 그런 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쓰다듬 어주었다.

- 달칵.

“영식 씨, 잠깐 마실 것 좀 가지고 왔어요.”

“고마워, 티리아.”

“앗... 이브 씨.”

영식의 무릎 위에 앉은 이브를 본 티리아의 입이 헤벌쭉 해졌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쟁반을 올려둔

후 이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경고. 본 기체에 대한 자유로운 신체 접촉 허가는 마스터 이외에는 내려져 있지 않음.”

“아으? 너무 귀여워요, 이브 씨!”

“읏…. 겨, 경….”

이브는 티리아의 풍만한 흉부에서 전해지는 압박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의 품에서 몸을 바동거 렸다.

티리아는 마치 기력을 충전하듯 이 브의 머리에 뺨을 비비며 그녀를 끌 어안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 유나랑 아라 씨는 지금 대련 중이에요.”

“길수 형님은?”

“포르테 씨랑 함께 있어요.”

“하하. 잘 돼가고 있나 보네.”

지난 번 고백 이후 정식으로 사귀 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대련을 하거 나 요새를 둘러보는 등 풋풋한 시간 을 보내고 있었다.

“후훗. 지나가면서 봤는데 포르테 씨도 참 귀엽더라고요.”

“어땠는데?”

“길수 씨가 치마를 선물해 주니 자

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있었어요.”

“좋을 때네.”

“그렇게 같이 있는 두 사람을 보 니… 뭔가 기쁘면서도 부럽더라고 요.”

티리아는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으 며 영식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도 영식과 그런 풋풋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평소 그가 워낙 바 쁜 탓에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미안해.”

“괜찮아요. 영식 씨가 바쁜 건 알

고 있으니까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네.”

“후훗. 전 이렇게 영식 씨랑 하루 에 몇 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 하는 걸요.”

“티 리아….”

티리아는 마주잡은 영식의 손을 붙 잡으며 그에게 천천히 얼굴을 기울 이려고 했다.

“본 기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소 환자 티리아가 망각한 것 같다고 알 림.”

“ 아….”

“소환자 티리아와 마스터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음. 하 지만 여기서 소환자 티리아에게만 신체 접촉을 해주는 것은 불공평하 다고 지적. 본 기체에도 동등한 대우 를 해줄 것을 마스터에게 요구함.”

이브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부러운지 몸을 돌려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영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이브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보다 루시아는 좀 어때?”

“아…. 루, 루시아 씨 말이죠.”

루시아의 이야기가 나오자 티리아

는 어색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지금도 똑같아요. 수련장 안에서 나오지 않고 계세요.”

“흠…. 수련장에 들어간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

“예.”

이브에게 패배한 루시아는 폐관 수 련을 하겠다며 개인 수련장으로 들 어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수련장 내에 화장실이 있었고 음식 또한 말린 육포나 물을 잔뜩 인벤토 리 안에 넣고 들어갔기 때문에 그녀 는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 은 채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칼기아의 검술을 마스터한다고 했 던가.’

리베리에 가문에 내려오는 전설적 인 검사의 검술을 완전히 마스터하 는 것이 그녀의 이번 폐관수련의 목 적이라고 들었다.

‘좀 걱정이긴 하네.’

수련에 매진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 게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듯한 모습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영식에 대한 루시아의 사랑이 얼마나 병적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특히 수개월 간 떨어졌다가 다시 영식의 품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매 일 그와 함께 있지 않으면 불안 증 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한 번 상태나 보러 가볼까.’

그런 그녀가 한 달이나 모습을 보 이지 않은 채 수련장에 틀어박혀 있 으니 영식으로서도 꽤나 걱정이 되 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기도 하고.’

평소에는 루시아를 보고 싶다는 생 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그녀가 자주 찾아왔지만 한 달이나 보지 못 하니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

“잠깐 루시아가 있는 곳으로 갈게.”

“아. 하지만 루시아 씨가 수련 중 에는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겠다 고...”

“알고 있어.”

아무리 보고 싶다고 해도 그녀의 수련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문 안쪽의 광경을 스캔으로 투시해서 루시아의 모습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 여긴가.’

이브를 티리아에게 맡긴 후 루시아 가 개인 수련을 하고 있는 장소에 도착한 영식은 문 앞에 서서 스캔을 사용했다.

그러자 방 안에 루시아가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해야 해.”

“웅‘?”

명상을 하며 그녀가 무언가를 중얼 거리는 소리가 영식의 예민한 청각 에 잡혔다.

영식은 문틈으로 귀를 기울이며 그녀 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강해져야 해. 강해져야 해, 그래야 주인님을 되찾을 수 있어. 아아, 지 금이라도 빨리 나가서 주인님을 만 나러 가고 싶어. 아냐. 참아야 해.

아직 칼기아의 기술을 완전히 사용 할 수 없잖아. 더 강해질 때까지 주 인님을 만나서는 안 돼. 아아, 하지 만 멀리서 얼굴이라도 보는 것 정도 라면... 아냐. 그랬다가는 주체할 수 없게 돼. 참아야 돼. 참아야 돼. 참 아야 돼. 참아야 돼….”

그녀는 저주와도 같은 목소리로 끊 임없이 중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 으켰다.

“다시 수련하자. 빨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져서 다시 나의 주인님 을 되찾는 거야. 아아, 나의 주인님. 나의 사랑.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제가 이곳에서 나가면 그 동안 떨어 져 있었던 것만큼 잔뜩 함께 있어 드릴게요. 후후후. 이제는 제가 없으 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드릴 게요. 히히히히.”

문틈에서 들려오는 광기어린 목소 리를 들은 영식은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살려줘.’

그녀가 수련장에서 나오는 날, 굉 장히 좋지 않을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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