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51화
생체 병기(3)
『락테온’ 기체의 등급이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락테온’ 기체의 등급이 SS등급에 서 S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새하얀 양의 증기가 폭발적으로 뿜 어져 나왔다. 강렬한 에너지의 폭풍 이 주변을 휩쓸었다.
-쿠우웅!
“크윽!”
영식은 락테온의 몸에서 뿜어지는 에너지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조차 버틸 수 없는 에너지의 발 산이었다.
‘ 무슨
영식은 아연하여 폭발적인 증기에 휩싸인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예상치를 한참을 뛰어넘는 에
너지의 발산.
에너지 제어 능력이라는 그만의 기 술을 제외하고 단순 출력으로만 놓 고 본다면 지금 그가 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정에 실패했나?’
자신을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에 걱정이 되었다.
‘중간에 그만뒀어야 했나.’
코어를 기체에 적응시키기 위해 너 무 무리한 것이 아닌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의 계산상으로는 지금 락테온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반 이하로 출력 이 조정되어야 했는데 막상 업그레 이드가 끝나고 나니 느껴지는 에너 지의 양이 너무 막대했다.
출력이라는 것은 에너지의 총량과 상관없이 한 번에 내뿜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의미했다.
그의 계산에서 2배를 넘는 에너지 가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 장 갑이 에너지의 열기에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걱정이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 뭐야 이 에너지는 대체.”
“라, 락테온은 괜찮은 건가?”
소름이 돋을 정도의 에너지에 유나 와 철태 또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 로 다가왔다.
-슈우우우욱.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새하 얀 증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락테온이 누워 있던 금속판에서 스 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스르르?,
전신이 금속 갑주로 이루어진 락테 온에게서 날 리가 없는 소리에 영식 은 살짝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마스터…?”
이제까지의 딱딱한 전자음의 목소 리가 아닌,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모성애를 자극하는 그 목소 리에 영식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영식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 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허.”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영식 아? 라, 락테온 맞아?”
연기가 걷힌 곳에 보이는 것은 어
깨까지 오는 은발을 가진 여인.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피부. 에 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부서 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가녀 린 몸.
누가 보더라도 ‘인간’으로 밖에 보 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스터, 본 기체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냐고 물음.”
“나, 나도 모르겠어.”
충격적인 광경에 어지간하면 침착 함을 유지하는 영식조차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업그레이드를 계획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신체 변화가 생길 것 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영식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락테 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왜 락 테온이 로봇의 모습에서 완벽한 인 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차림의 락테온은 영식을 향해 천천히 걸어 왔다.
락테온은 혼란에 빠진 영식의 옷깃 을 살짝 붙잡으며 특유의 덤덤한 말 투로 말을 이었다.
“본 기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고 알림. 오히려 이전 기체와는 비 교할 수 없는 힘이 느껴져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알림.”
“?너, 여성체였어?”
“본 기체에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 았음.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성별이 여성체로 확정된 것 같음.”
허….
“추정으로는 본 기체의 마스터에 대 한 심리적인 요인이 여성체로 확정되 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함.”
“ 뭐?”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영식은 당 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하는 심리적인 요인, 이 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상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환자명 한성과 달리 마스터는 여성체에 대해서만 성적인 흥분 요 소를 느끼고 있음. 본 기체는 마스 터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여성체가 되었다고 추정함.”
“마스터는 지금 본 기체의 외형이 마음에 들지 않냐고 물음.”
락테온은 불안한 듯이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가냘픈 몸매에 비해서는 어렴풋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가슴.
영식의 가슴에 간신히 올 것 같은 작은 키.
모성애를 자극하는 듯한 가녀린 외모
외적으로는 불만요소가 생길 수 없 을 만큼 아름다웠다.
영식이 말끝을 흐리자 락테온은 입 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본 기체의 외형이 마스터의 마음 에 들어서 다행이라고 알림.”
“자, 잠깐! 그보다 언제까지 알몸 으로 영식이랑 얘기하고 있을 거야? 이리 와!”
“읏…. 본 기체는 유나의 난폭한 행동에 불만을 표시.”
“시끄러워!”
잽싸게 다가온 유나가 입고 있던 군복 코트를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 었다.
“영식아,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글쎄. 이건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정확히 모르겠어.”
설마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외형이 인간 여성체로 바뀌리라는 것은 영 식으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뭐... 큰 문제는 없지만.’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락테온이 별다른 문제 없이 코어의 힘을 받아들였다는 것.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지.’
업그레이드 직후 뿜어져 나왔던 에 너지의 총량을 생각한다면 그가 기 대했던 것 이상의 힘을 얻은 것이 확실했다.
“음…. 막상 이렇게 되니까 락테온 이라고 부르기가 좀 이상해지네.”
영식은 락테온이라는 이름과는 전 혀 어울리지 않는 외형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치? 뭔가… 엄청나게 이질적이 랄까. 지금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확실히 락테온이라는 이름은 지나 칠 정도로 남성스러운 이름이었다.
로봇의 외형을 하고 있을 때는 딱 히 성별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이름도 상관없었지만 막상 이 렇게 가녀린 인상의 여인이 되어버 리니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박춘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만난 기분이랄까.’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느낌만 놓 고 본다면 그런 느낌이었다.
영식의 표정을 본 락테온은 불안하 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러운 목 소리로 물었다.
“마스터는 본 기체의 명칭이 마음 에 들지 않는 거냐고 물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예뻐졌으니까 좀 매치가 안 되는 감이 있지.”
“보, 본 기체에 대한 갑작스러운 칭찬은 삼가달라고 알림.”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살짝 뺨을 붉혔다. 마치 소녀와도 같은 그녀의 반응에 영식은 더더욱 락테온이라는 이름에 이질감을 느꼈다.
‘내가 정해준 이름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 당시 락테온이 이런 미녀가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식을 올려다보며 락테온은 조심스럽게 입 을 열었다.
“만약 본 기체의 명칭에서 이상함
을 느낀다면… 마스터가 새로운 이 름을 지어달라고 알림.”
“그래도 괜찮겠어? 그 이름 마음에 들어 했잖아.”
“당시 본 기체는 자신이 여성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하지 만 업그레이드의 영향으로 여성체가 된 이상 조금 더 어울리는 이름을 마스터에게 부여받고 싶음.”
“음….”
락테온의 말에 영식은 고민에 잠겼 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았다.
“영식 오빠, 영식 오빠.”
“ 응?”
“2B라는 이름은 어때? 완전 어울 릴 것 같은데?”
“?그런 모델링 넘버 같은 이름이 어디가?”
영식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채 린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칫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안드로이드의 꽃을 모르다니…. 실망이야, 오빠.”
“..y”
영식은 입술을 삐쭉 내민 채 고개
를 홱 돌리는 채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상한 이름 을 지어줄 수는 없지.’
모델링 넘버로 이름을 짓는 것은 자신이면 족했다.
“마스터,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면 본 기체가 추천하고 싶은 이름이 있 O ”
☆ -
“오, 뭔데?”
락테온은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반 짝이며 영식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브.”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영식과 락테온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본 기체의 명칭은… 이브라고 짓 고 싶다고 알림.”
“그건….”
영식의 표정에 망설임이 서렸다.
이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어디 론가 사라진 불쌍한 오우거의 모습 이 떠올랐다.
그녀는 서로 감정을 가진 기계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길드원들 중에서 이브와 가장 친했 던 것은 바로 락테온이었다.
그리고 이브가 영식을 떠나갔을 때 가장 심적으로 고통스러워 한 것도 바로 그녀였다.
예전 같으면 영식에게 다가와 루시 아와 신경전을 벌였을 그녀가 한동 안 아무 말도 없이 조용했던 것도 이브가 떠가면서부터였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따로 찾아가 위로해 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위로를 해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병기로 사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이브의 말을 락테온이 그 에게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지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 이름이 좋을 것 같아.”
“본 기체의 의견을 받아주어서 고 맙다고 알림.”
락테온, 아니, 이브는 영식의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부서질 것처럼 가냘프게 느 껴지는 그녀의 미소에 영식은 순간 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띠링.
[SSS급 인간형 생체병기의 명칭이
‘이브’로 변경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브.”
“본 기체는 마스터의 도움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음. 원하는 어떤 것이라도 명령해 주기를 바람.”
이브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영식의 옷깃을 손에 꼭 쥐었다.
유나와 채린 또한 그런 그녀의 모 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모두가 훈훈한 분위기 속에
창고에서 나가려고 할 때.
-쿠우우웅!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식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 를 돌렸다.
“아, 아니야. 이게 아니야….”
M 99
? ?
고개를 돌린 곳에는 박철태가 두 눈에서 눈물을 줄줄 홀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아아… 어째서 이런 재앙 이….”
“철태 씨…?”
“매일 X담을 보는 낙으로 살아왔 거늘... oyo}...”
박철태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로 봇의 모습에서 아리따운 여인의 모 습으로 변한 이브를 보며 거칠게 주 먹을 움켜쥐었다.
“나의, 나의…!”
투명한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바 닥에 떨어졌다.
“나의 X담은 이렇지 않단 말이다!”
영혼을 담은 외침이 창고 안에 울 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