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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48화 (248/284)

레벨업 머신 248화

쓰레기 치우기 좋은 날(4)

“이, 이런, 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황당한 상황에 조성현은 몸을 떨었다.

연합군 총사령관이라니?

뻔뻔한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었다.

‘연합군 총사령관이 알렉 볼프강이

라는 건 시장에서 구걸하는 거지도 알겠다.’

조성현은 거칠게 주먹을 움켜쥔 채 영식을 노려보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지금 눈앞에 있는 건방진 놈이 진 짜 총사령관이고 아니고는 어차피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으로 드래곤 슬 레이어 부대가 밀어닥치고 있다는 것.

‘도망쳐야 해.’

조성현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를 상대로 싸 운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려 천 명 이상의 랭커로 구성된 부대였다.

아무리 레드 드래곤 길드가 뒷골목 세계에서는 상대할 세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괴물 같은 현 인류 최 강의 정예 부대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행히 레드 드래곤의 아지트는 미 로와도 같은 뒷골목을 빠져나와 도 착할 수 있는 장소.

이곳의 지리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 르는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가 여기 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

조강현은 초조한 표정으로 부하들 을 돌아보았다.

“빠, 빨리 나가서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를 저지해!”

“혀, 형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명령에 따르지 않을 셈이냐? 앙?”

-퍼억!

조성현은 주먹을 들어 위협적으로 벽을 후려쳤다. 벽이 거칠게 우그러 지며 방 전체가 흔들렸다.

“혀, 형님….”

“빨리 튀어나가라고H”

‘그래야 내가 비상통로로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

조성현은 뒤에 이어질 말을 마음속 으로 삼키며 흉악하게 표정을 일그 러뜨렸다.

‘이곳에서 내 손에 죽든지, 밖으로 나가서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에 죽 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레드 드래곤 길드원들의 표정이 자 연스럽게 구겨졌다.

“형님, 차라리 그냥 항복하시는

게….”

“이 자식들이 감히…. 내 말에 거 역하겠다 이거냐? 앙?”

이제는 내분까지 일어나기 직전.

“좋아. 이참에 싸워라, 싸워!”

영식은 마치 영화를 구경하는 관람 객 같은 표정으로 조성현과 그의 길 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구경을 위해 응원까지 아 끼지 않았다.

조성현과 그의 길드원들의 표정이 거칠게 구겨졌지만 지금 그에게 신 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궁!

“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혀, 형님! 어떤 보라색 머리칼의 여 자 하나가 뒷골목 전체를 그냥 박살 내며 아지트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여기 건물이 몇 갠데 그 걸 다 박살 내?”

“진짜입니다! 건물이건 벽이건 그 냥 닥치는 대로 박살 내면서 저희 아지트를 찾고 있습니다! 이, 이대 로는 얼마 안 가서 이곳이….”

“어, 어떤 미친년이….”

-콰아아앙!

“주인니이이이이임!”

“아, 루시아. 왔어?”

아지트의 벽을 박살내고 나타난 것 은 보라색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눈부신 미녀였다.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영 식이 있는 쪽으로 다급하게 달려갔다.

“어,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주 인님?”

“사실… 저기 용 문신을 한 험악한 놈에게 심한 일을….”

영식은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루시아에게 몸을 기댔다.

‘개소리!’

조성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심한 일을 당했다니?

대체 자신이 무슨 일을 했단 말인가.

물론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의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화려하게 무너져 버렸다.

“네놈이 감히 주인님을…!”

“허, 헛소리다! 그 새끼가 여기 와서 한 거라고는 내 의자에 앉아서 농땡이 피운 것밖에 없다고!”

“주인님에게 심한 짓을 한 것도 모 자라서 새끼, 라고…?”

루시아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이 어마어마한 살기를 주변에 뿌리기 시작했다.

농밀한 마력이 담긴 보랏빛 기운이 방 안에 퍼져나갔다.

“허, 허업!”

전신을 압박하는 그 기운에 조성현 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가 전원 이쪽 으로 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 보랏빛 머리칼의 악마.

그녀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레드 드 래곤 길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이다.

‘왜 저런 괴물이….’

마치 소중한 보물을 끌어안듯 영식 을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성현 의 눈동자가 떨렸다.

단순히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도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강 자가 그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따 르는 모습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졌다.

‘진짜 총사령관이라도 된단 말인가?’

터무니없는 말이다.

수개월 동안 공석에 한 번도 얼굴 을 비치지 않은 총사령관이라니, 있 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감히, 내, 내 사랑스러운 주인님께 그런 모욕적인 말을 내뱉다니…. 아 아, 주인님. 제가 없어서 많이 무서 우셨죠?”

루시아는 광기에 찬 눈빛으로 끌어 안은 영식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보호해 줄 필 요가 전혀 없다.

그는 레드 드래곤 길드를 단순히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제압한 루시아보다도 강하다.

지금 상황이 영식에게 있어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그를 알고 있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사실들은 영식 에게 병적으로 빠져 있는 루시아에 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영식이 자신 의 입으로 납치당했다고 말한 것과, 조성현이 영식을 향해 모욕적인 말 을 내뱉었다는 사실뿐.

루시아에게 논리는 중요하지 않았

다. 그녀에게는 영식의 말은 곧 신 의 말이나 다름없는 것.

그가 검다면 하얀 것도 검은 것이 고, 그가 심한 일을 당했다고 하면 아무 일도 없어도 심한 일을 당한 것이다.

“그래. 너무 무서웠어, 루시아.”

영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도 겁에 질리지 않은 표정이었 지만 루시아의 눈에는 작은 강아지 가 공포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걱정 마세요, 주인님. 이제 제가 왔어요. 제가 주인님에게 심한 일을 한 나쁜 놈들을 모두 찢어 죽여 버 릴게요.”

“아, 죽이진 말아줘. 따로 시킬 일 이 있거든.”

“그, 그런….”

“부탁할게, 루시아. 최대한 멀쩡하 게 제압해 줘.”

루시아는 감히 영식을 납치하고, 모욕적인 말을 한 무뢰배들을 죽이 지 말라는 말에 불만스럽다는 표정 을 지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영식은 다른 무엇 과도 바꿀 수 없는 신성한 존재였다.

그런 그를 모욕한 존재를 멀쩡히 살려두라는 것은 그녀에게 쉽지 않 은 주문이었다.

광신도에게 이교도를 멀쩡히 살려서 제압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

“모두 멀쩡하게 제압하면 나중에 돌아가서 상 줄게.”

“네! 알겠어요, 주인님!”

침울해 있던 그녀가 순식간에 태세 를 변환했다.

그녀는 벌써부터 상을 받을 것을 생각하며 히죽히죽 미소를 지었다.

“자, 잠깐만….”

강렬한 살기와 함께 실실 미소를 흘리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은 그야 말로 공포 그 자체.

조성현은 잘못 되어도 뭔가 단단하 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었다.

“자! 이리 오렴 얘들아!”

루시아는 보물 상자의 열쇠를 수집 하는 탐험가처럼 눈을 반짝이며 레 드 드래곤 길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쿠궁 쿵!

“아악!”

“마, 막아!”

“이런 미친…!”

비명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려 퍼 졌다.

영식은 루시아를 피해 사방팔방으 로 도망치는 레드 드래곤 길드원들 을 바라보며 품속에서 통신기를 하 나 꺼냈다.

“아, 알렉 장군님. 뒷골목 청소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음…. 뭐, 일단 의심스러운 자들은 모조리 잡아들이고 있다네. 그런데 굳이 비상소집령까지 발동해야 했는 가?]

알렉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비상소집 령.

일명 버스터 콜이라고 불리는 드래 곤 슬레이어 부대 최중요 소집령이 었다.

그 소집령을 발동시킬 수 있는 것 은 사령관급 이상.

연합군 내에서 영식과 티리아, 알 렉, 서강준, 박시아 단 5명밖에 없 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총사령관인 영식의 비 상소집령은 불참할 시 막대한 페널 티가 주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무시 할 수 없는 절대 명령권이었다.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쓰일 법한 비 상소집령을 고작 뒷골목 청소하는 데 쓴다는 것이 알렉으로서는 살짝 불만스러웠다.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죠. 장군님이 뒷골목 조직이라면 무려 드래곤 슬 레이어 부대가 와서 쓸어버린 이 세 계를 다시 장악하고 싶겠습니까?”

[호오…. 일리가 있는 말이군. 어중 간하게 잡아들이는 것보다는 그편이 훨씬 낫긴 하지.]

“요새의 치안은 이쪽의 경제 활동

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중요한 일입니다. 저희는 단순히 중 앙 지역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사 람이 살 수 있는 장소로 복구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현대전에서 싸움은 공군이, 점령은 육군이 한다는 말이 있다.

거기서 더 넘어가 그곳을 사람이 사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권 형성이 필수적이었다.

군인만 남은 도시는 결국 반쯤 죽 어 있는 도시라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유흥가도 정리할 텐가?]

“거기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하죠. 일단 수색과 검거는 하되 완전히 사 라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유흥가는 군인들이 대부분을 차지 하는 요새에 있어서 없어서 안 될 부분.

필요악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장소 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청렴결백하게, 수도승 마냥 묵언 수행을 하며 살 수는 없었다.

욕구와 욕망을 모두 억제했다가는 그만큼 역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_ 쿵!

“ 영식아!”

“영식 씨!”

루시아가 조성현을 비롯한 레드 드 래곤 길드를 제압하고 있을 때 살바 토르 길드원들이 루시아의 뒤를 이 어 아지트 안으로 들어왔다.

“비상소집령을 소집했다고 들었어 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던 건가 요‘?”

“아니,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어.”

“무슨 일인데 그래?”

“쓰레기 청소하기 좋은 날이라서

말이야. 한 번 할 때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소집령을 내렸어.”

“하아... 앞으로는 미리 말이라도 해주고 해.”

“하하. 걱정했어?”

“그, 그런 거 아니야!”

아라는 뺨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루시아처럼 병적이라고 부를 정도 의 사랑을 가지고는 있지 않은 그녀 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루시아는 왜 저렇게 홍분해 있는 거야…‘?”

“도와드릴까요, 루시아 씨?”

“아뇨! 필요 없어요!”

루시아는 혹시라도 자신의 상을 빼 앗길 것 같다는 불안감에 다급한 목 소리로 소리쳤다.

어차피 그녀 혼자서 제압할 수 없 는 전력도 아니었기 때문에 영식을 비롯한 길드원들은 불구경을 하는 것처럼 루시아가 레드 드래곤 길드 를 때려잡는 것을 구경했다.

“아악! 이 개자식들이이이이!”

조성현은 마지막까지 루시아에게 반항하며 버텼지만 이미 결과는 정 해져 있었다.

“주인님! 모두 정리했어요!”

“잘했어.”

영식은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바닥에 쓰러진 조성현을 향해 다가갔다.

“네놈….”

“아깐 황소처럼 날뛰더니 이제 좀 조용해졌네.”

“크윽…. 나, 나를 죽일 생각이냐?”

“아니. 그렇게 걱정하지 마.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다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조성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영식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 며 사람 좋은 미소로 말을 이었다.

“아아, 널 감옥에 보낼 생각도 없 으니까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

‘‘.2”

“조금 있으면 연합군에 지급할 병 기를 대대적으로 제조하게 되거든. 대부분은 스킬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사람이 필요한 노동이 꽤나 많아서 말이야.”

꽤나 많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가 만들 물건들을 옮기고 조합하 려면 이집트 노예와 같은 혹독한 생 활을 노동자에게 강요할 수밖에 없 었다.

“앞으로는 네가 불법적인 일 말고 착실하고, 건실한 일을 할 수 있도 록 내가 도와줄게.”

영식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조성현 을 내려다보았다.

조성현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웃음이 악마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노동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는 것 만큼 행복한 인생이 어디 있겠어?”

영식은 조성현의 어깨를 두들기며 자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입가와 달리 그 의 눈빛은 조성현의 골수까지 빨아 먹을 기대감에 반짝이고 있었다.

‘일해라 핫산!’

영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 에서 일어섰다.

이제 다시 제조에 몰두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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