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46화
쓰레기 치우기 좋은 날(2)
“하아... 시발.”
팔뚝에 흉측한 용 문신을 한 사내 의 입에서 거친 숨과 함께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사무실에 도열해 있는 사내들의 표정에 딱딱 한 긴장감이 서렸다.
“그래서. 결국 다 떨어졌다고?”
“…예. 마지막 남은 놈한테까지 불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고 합니다.”
“이런 썅!”
_ 쾅!
그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책상을 걷어찼다.
“아니 서른 명이나 면접에 처넣었 잖아! 어떻게 다 떨어질 수가 있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한눈에 보더라도 칼밥 좀 먹고 살 아온 것 같은 우락부락한 사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책상을 걷어차며 있는 대로 신경질 을 부리고 사내의 이름은 조성현.
104레벨의 랭커이자, 레드 드래곤 길드의 길드 마스터였다.
레드 드래곤 길드.
영웅의 요새 내에서 벌어진 치열한 뒷골목 싸움에서 끝내 승리를 거머 쥔 신생 길드의 이름이었다.
영웅의 요새가 폭발적으로 확장될 당시, 각 대륙에서는 각종 범죄자들 이 요새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당장 수배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 해.
영웅의 요새에서 거래되는 고 등급 의 아이템을 손에 넣기 위해.
아무 조직도 자리 잡지 못한 신도 시에 들어가 꿀을 빨기 위해 등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충돌했다.
대륙 연합군이라는 초유의 군대가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래 뒷골목 상권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으로 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바퀴벌레와 같은 끈끈 한 생존력으로 연합군의 시선을 피 해 서로의 이권 다툼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달콤한 승리를 맛보게 된 것이 바로 레드 드래곤 길드였다.
뒷골목을 장악한 그들은 조직적이 고 체계적으로 상인들을 수탈하며 도시 내의 유흥가를 조성했다.
세상 어디를 가도 돈이 되지 않는 유흥가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군대라는 특성상 병사들의 발 걸음이 유흥가에 더욱 쏠리게 될 수 밖에 없으니 레드 드래곤 길드는 말 그대로 돈방석에서 뒹굴 수 있게 되 었다.
연합군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냥 유흥가를 도시 내에서 말끔하 게 쓸어버리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실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유흥가는 군대가 거주하고 있는 도 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였 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즐기지 않고, 욕망을 발 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 했다.
안 그래도 알렉의 가혹한 훈련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병사들 에게 유흥가에 갈 권리조차 앗아간 다면 연합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 어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몸 집을 불린 레드 드래곤 길드에게 아 주 먹음직스러운 소식 하나가 들려 왔다.
바로 생산직 소환자들을 모아 새로 운 부대를 결성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 과거 전투에서 죽었던 드래 곤의 시체가 요새로 옮겨졌다는 것 은 공공연한 비밀.
그런 타이밍에 생산직 부대를 만든
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드래곤의 시체를 이용해 장비 를 만들겠다는 것.
드래곤 웨폰이라면 종류에 상관없 이 수십 만 골드에 가까운 가치를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단 한 개만 빼돌리더라도 대박.
레드 드래곤 길드는 말 그대로 영 웅의 요새에서 날아오를 수 있는 것 이다.
그런 절호의 기회를 레드 드래곤 길드가 놓칠 리 없었다.
레드 드래곤 길드는 드래곤의 시체
를 이용하여 만든 장비를 뻬돌리기 위해 생산직 소환자들을 고용하여 ‘헤파이스토스’의 면접을 보도록 만 들었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레벨이 높은 생산직 소환자들에게 거금을 건네주며 계약을 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레드 드래곤 길드가 고용한 서른 명의 소환자들이 면접에서 모조리 떨어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드래곤 웨폰을 구할 꿈에 부풀어 무리한 투자를 한 레드 드래곤 길드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 맞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 면접관 새끼 누군지 알아봤 어?”
“그게… 워낙 정보를 구하기 어려 운 탓에 아직 누군지 알 수가 없습 니다. 최근 몇 개월간 그자를 본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연합군이 미치지 않은 이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 놈을 면접관 자 리에 앉히지는 않았을 거 아냐! 어 떻게 본 사람이 없을 수가 있냐고!”
“그, 그건 저도 잘….”
조성현의 일갈에 사내는 더듬거리 는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애초에 불법적인 일을 도맡아 하는 레드 드래곤 길드에서 연합군 내의 정보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얻었다고 해도 연합군의 말 단에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정보 수급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아. 혹시 이미 합격한 놈들에게 접근할 수 있어?”
“그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연합군 에서 드래곤 장비 제조가 완성 될 때까지 부대원들에게 출입 통제를 금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고 요. 황성 내부에 들어가지 않은 이 상 그들과 접촉하는 건….”
“제길.”
지금 레드 드래곤 길드의 입장에서 황성 안까지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 로 자살 행위였다.
‘드래곤 웨폰은 꼭 가지고 싶었는 데.’
조성현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 웨폰을 팔기 위함이 아니었 다. 이미 유홍가 운영만으로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골드는 쌓아둔 상 황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드래곤 웨폰 자 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이었다.
‘언제 밑에 새끼들에게 잡아먹힐지 몰라.’
힘이 곧 정의인 뒷골목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알 수 없었 고, 신흥 세력에게 집어 삼켜질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세계였다.
이곳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력.
감히 다른 세력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력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에 지원이 라도 해야 하나.”
그는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중얼거 렸다.
연합군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드 래곤 슬레이어 부대라면 드래곤 웨 폰을 어떻게 빼돌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현재 그의 레벨은 랭커 중에서도 상위라는 104레벨.
뒷골목 세계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는 강자였지만 최근 들어 랭커들 이 급증하고 레벨 한계를 돌파하는 소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그 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에 지원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냥 해본 말이야, 새끼야. 내가 미쳤다고 군대에 몸을 담아?”
신분 위조해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부대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평소 왕처럼 살던 그가 딱딱한 군대 생활 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개 같은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이 세계에 오기 전, 한국에서 군대 에 끌려갔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몸 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과 직접 주먹다짐을 하면 쪽도 못쓸 마른 장작 같은 것들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구르는 것은 그의 인 생에서 최악의 기억이었다.
멀쩡한 이빨을 다 뽑아 버려서라도 가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군대였 다.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그곳을 직접 지원해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티 끌만큼도 없었다.
“쯧. 드래곤 웨폰은 포기해야 하 나.”
-달칵. 쿵!
“혀, 형님!”
“뭐야?”
“그... 이번에 저희가 고용한 생산 직 소환자들을 다 떨어뜨린 면접관 있지 않습니까? 그놈이 시장에 모습 을 보였다고 합니다!”
“뭐라고?”
조성현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이번에 그가 큰마음을 먹고 거금을 투자한 계획을 단숨에 물거품을 만 들어버린 원흉.
그가 안전한 황성에서 기어 나왔다 는 소식은 그의 가슴을 떨리게까지 만들었다.
‘감히 나한테 엿을 먹인 놈을 가만 히 둘 수는 없지.’
“그 자식 지금 뭐하고 있는데?”
“호구처럼 생긴 아저씨 하나 끼고 시장을 둘러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하. 그 새끼도 뭐 없구만. 연합군 면접관이라기에 여자 둘, 셋은 끼고 다닐 줄 알았는데.”
“하하. 그래봤자 생산직 아니겠습 니까? 연합군 여자들도 보는 눈이 있을 텐데 생산직 따위에게 눈을 돌 리지는 않겠죠.”
“흐흐. 그렇긴 하지.”
조성현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부 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자들이 에르노어 대륙에 도착 한 이후 생산직 소환자들의 위치는 한결 같이 밑바닥이었다.
소환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 다고 할 수 있는 무력 자체가 워낙 낮은 탓이었다.
개중에는 대형 길드에 들어가 나름 대우를 받으며 사는 소환자도 있다 고 하지만 결국 그들도 길드의 노예 처럼 부려지기 십상이었다.
불가촉천민, 노예, 정글러 등등 생 산직 소환자들에게 붙여지는 별명 중에 좋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형님?”
“당연히 가서 손 좀 봐줘야지.”
“?연합군에서 움직이지 않겠습니 까?”‘
“흐흐. 이 멍청한 놈아. 손 좀 본 다는 게 무슨 피떡을 만들자는 얘긴 줄 알아?”
조성현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 금은 채 기분 나쁜 웃음을 홀렸다.
‘하늘이 내려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반쯤 포기하고 있던 드래곤 웨폰에 대한 욕망이 그의 가슴속에서 다시 금 타오르기 시작했다.
연합군의 면접관 정도 되는 위치라 면 지금 한창 제작 중인 드래곤 웨 폰을 빼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이다.
‘약점을 하나 잡고 협박하면….’
뒷골목의 세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 은 그는 어떤 약점을 잡고 협박하면 효과적으로 뜯어낼 수 있을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설사 그가 약점이 없는, 청렴한 인 물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약점은 만들라고 있는 거니까.’
약점을 만들 방법이 너무 많은 것 이 오히려 고민이었다.
‘아니면 여자 몇 명 붙여줘서 정신 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도 괜찮 고.’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것이 위험부 담이 크다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 중 남자 소환자에게 가장 효과 가 좋은 것은 당연히 미인계였다.
‘여자 구경도 못해봤을 놈이니 아 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구만.’
그는 희망에 부푼 가슴으로 자리에 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그놈이 있는 곳으로 안 내해.”
“예, 형님!”
조성현은 혹시라도 이 기회를 놓칠 세라 다급하게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에는 부하가 말한 대로 약간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청년과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함께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찾았다!’
조성현은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이런 건 기선제압이 중요하지.’
물건을 고르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
간 조성현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 며 좌판을 거칠게 걷어찼다.
“어이, 형씨. 연합군 생산직 면접관 맞지?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지?”
조성현은 한껏 분위기를 잡으며 입 을 열었다.
“뭐 해? 빨리 튀어오라고 이 노예 새끼야.”
조성현은 한층 더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아아.”
?탁
청년의 옆에 서있던 중년의 사내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그러고 보니 영식이 자네가 생산 직이었군.”
“이거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네. 껄 껄껄.”
그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조금 다 른, 엉뚱한 반응이 되돌아왔다.